4. 계시(Revelation)
1) 하나님의 자기계시
성경은 “하나님의 자기계시”의 말씀이다. 신구약 성경 66권은 하나님 자신의 특별계시의 방편인 “언약과 성취섭리”를 포함하는 "구속의 역사"를 중심으로 기록되어 있다. 흔히 회자되는 “인간의 구속”은 언약의 목적이 아니라 언약 성취의 방법이며, “하나님 나라”는 언약의 내용이다. 그런데 유한한 인간은 무한하신 하나님에 대하여 알 수 없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하나님은 불가해한 분이실 뿐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자기에 대한 지식을 인간의 구원에 필요한 만큼 충분하고 완전하게 전달하셨다. 즉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자신의 “존재와 속성과 사역”을 드러내셨는데 이를 하나님의 자기계시라고 한다.
2) 계시의 구별
하나님의 계시는 그 방법에 있어서 “자연계시”와 “초자연계시” 그리고 그 내용과 목적이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 가에 따라서 “일반계시”와 “특별계시”로 나누어진다.
① 자연계시
자연계시는 인간과 자연 현상 곧 창조세계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시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과학자들 중에서 자연 현상을 연구하면서 점점 신의 존재에 대한 긍정 곧 유신론에 빠져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 연구하고 있는 세상의 자연 현상들은 너무나 질서정연해서 절대자의 존재를 가늠케 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런 경우를 자연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계시로는 삼위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없는 것이고 다만 인간을 뛰어넘는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있음을 상상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은 “종교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종교(=기독교를 제외한)는 자연계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② 초자연계시
초자연계시는 자연 현상을 넘어선 하나님의 특별한 의도적 출현이나 자연 질서를 일시적으로 극복한 이적을 통하여 계시가 주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는 구약성경이 일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③ 일반계시(general revelation)
⑴ 하나님께서 자연법칙, 인간의 정신, 역사 등 일반적인 방편을 통하여 스스로를 계시하는 것이다. 일반계시와 특별계시의 구분은 그 성격에 따라 구분되는데, “창조를 나타내는가 아니면 구속을 나타내는가”이다.
그래서 일반계시를 보는 자연적 인간의 이성은 창조의 한 부분만을 볼 수 있지만 그것도 흐릿하게 보게 되는 것이다.
시 19:1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2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3언어가 없고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4그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 말씀이 세계 끝까지 이르도다 하나님이 해를 위하여 하늘에 장막을 베푸셨도다
롬 1:20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되나니 그러므로 저희가 핑계치 못할지니라
⑵ 자연적 인간은 하나님의 계시를 볼 수 없기에, 일반계시는 이성적 탐구의 대상으로서 종교나 철학의 대상이 될 수는 있으나 언약으로 말미암은 구원의 길에 이르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엡4:18)저희 총명이 어두워지고 저희 가운데 있는 무지함과 저희 마음이 굳어짐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생명에서 떠나 있도다
⑶ 일반 계시는 구약 속에서 예표, 모형, 그림자로 등장한다. 세상 학문적으로 말하면 “사회현상론”정도로 말할 수 있다. 그 시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 속에 어떤 의미(=징조)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사회현상 곧 징조를 통해서 그 시대의 영적 상태를 읽을 수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리스도인은 특별계시에 속한 자이지만 몸은 역사(=일반계시)라는 시간 속에 살고 있기에 역사를 무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만물(=사회 현상)을 통해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읽어낼 줄 아는 것이다.
딤전 4:4하나님의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⑷ 그리스도인은 일반계시 속에 살기는 하지만 그 실체는 특별계시로 사는 자들이므로 역사(=일반계시)가 묵시(=특별계시)에 의하여 움직여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나님은 역사를 통해서 묵시를 드러내는 일을 하시고 있기 때문이다.
⑸ 예를 들면 예수님의 초림은 재림의 모형이다. 초림 때의 상황(=사회 현상)이 재림 때 상황의 그림자요 모형이요 예표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실 때 신앙의 외식이 가득했다(=영적으로 가장 어두운 시기). 신앙의 본질적 내용은 없고 형식만 요란했던 것이다.
마 21:19길 가에서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그리로 가사 잎사귀 밖에 아무 것도 얻지 못하시고 나무에게 이르시되 이제부터 영원토록 네게 열매가 맺지 못하리라 하시니 무화과나무가 곧 마른지라
막 7:6가라사대 이사야가 너희 외식하는 자에 대하여 잘 예언하였도다 기록하였으되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7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 하였느니라
⑹ 예수께서는 재림의 때를 노아의 때와 같다고 하셨다. 노아 시대와 같이 죄악이 관영해 질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죄악이란 윤리 도덕적인 타락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들이 하늘에 소망을 두지 않고 땅에 매여 살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초림 때 이스라엘의 영적 상태가 이런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마 24:37노아의 때와 같이 인자의 임함도 그러하리라 38홍수 전에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있으면서 39홍수가 나서 저희를 다 멸하기까지 깨닫지 못하였으니 인자의 임함도 이와 같으리라
⑺ 물론 유대인들은 조상들의 역사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들의 신앙이 가장 거룩하고 좋다고 여겼다. 그러나 예수님의 평가는 이들의 신앙이 계시록의 마지막 교회인 라오디게아 교회의 모습과도 같다는 것이다. 역사 속에 존재하는 마지막 시대의 교회 상을 상징하고 있는 라오디게아 교회의 모습이 야말로 초림 당시 유대교의 모습의 표상인 것이다.
계 3:15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더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차든지 더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 16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더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내치리라
② 특별계시(special revelation)
⑴ 특별계시의 정의
a. 특별계시는 신자들에게만 주어지는 계시로서 인간 지식을 초월한 것이다. 이 계시는 성령의 조명하심이 없으면 알아질 수 없는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성경을 말한다. 물론 성경을 인간이 읽을 수 있는 문자로 기록된 책으로만 본다면 이는 일반계시에 속한다. 따라서 성경을 아무리 문자로 본다고 할지라도 거기에서는 구원의 길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특별계시의 목적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b. 따라서 특별계시는 하나님의 언약과 그리스도의 구속하심에 관련된 계시이다. 겁니다. 따라서 특별계시는 예수 그리스도 그 자체이며 그분의 사역 자체인 것이다. 이를 기독론에서는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이라고 부른다. 이 특별계시가 구약에서는 특수한 방편으로 계시되었다. 구약시대와 신약시대의 과도기(=성경기록시대)에 특별계시는 초자연적 방법 또는 은사라는 방편을 통하여 전달되었다. 그리고 이 계시를 문서로 기록하고 보존하여 전달하도록 만들어진 것이 성경이다.
a. 신현(Theophany)
여호와의 나타나심은 제 2위 성자의 출현에 대한 구약의 표현이다. 이는 여호와의 사자, 천사 등으로 계시되었으며,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incarnation)으로 성취되었다.
b. 신언(Divine Word)
여호와께서는 특별한 경우에 직접 음성이나 꿈과 환상 등을 통하여 당신의 의지와 구원 진리의 계시를 전달하셨다. 이는 신약에 와서 하나님의 완전한 말씀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성취되었다.
c. 이적(Divine Work)
이적은 창조자의 “권능”에 의한 것으로서 자연 질서가 일시적으로 극복되거나 제한되는 특별한 사건인데, 그 목적은 하나님의 임재와 섭리의 증거인 “표적”을 계시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이적은 하나님의 본체로서 인간의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 자체이심이 신약에 와서 밝혀졌다. 따라서 복음서에서 예수께서 보여주신 이적들은 모두가 십자가라는 진정한 이적 곧 표적을 보여주시려는 예고편이었던 것이다.
요 6:26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적을 본 까닭이 아니요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로다
출 12:13내가 애굽 땅을 칠 때에 그 피가 너희의 거하는 집에 있어서 너희를 위하여 표적이 될찌라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재앙이 너희에게 내려 멸하지 아니하리라
⑵ 특별계시의 점진성
특별계시의 내용은 타락 이후 역사 속에서 유기적이고 점진적인 모습으로 계시되었다. 즉 하나님은 구약시대에 신현, 신언, 이적의 방법을 통해 부단히 인간들에게 자신의 뜻을 계시하셨는데 이 계시는 그리스도의 성육신(incarnation)으로 절정에 달했으며, 성령강림과 사도들의 사역으로 진행되었고, 마침내 성경의 완성으로 말미암아 최종 완료되었다.
⑶ 특별계시의 완전성 - 종결, 완성
a. 일반계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특별계시는 종결되었다. 이는 성경기록이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성경은 완전하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성경의 무오류성 곧 완전함(=완성됨)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추가하거나 빼거나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특별계시 자체이신 구속자 예수님의 인격과 사역을 완전한 성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계 22:18내가 이 책의 예언의 말씀을 듣는 각인에게 증거하노니 만일 누구든지 이것들 외에 더하면 하나님이 이 책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터이요 19만일 누구든지 이 책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책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여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
b. 특별계시가 지금도 계속된다면 계시가 나타날 때마다 성경에 추가되어야 한다. 흔히 신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계시란 신자 개인에게 하나님의 뜻을 알려주신 것으로서 용어를 잘못 사용한 것이다. 사실 이런 경우도 지극히 드문 것이지만, 이것이 계시가 아니라는 이유는 이것이 하나님 자신을 나타내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하나님은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로 계시하셨기 때문이다.
c. 그럼에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계시하는 사건을 흉내 내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베드로, 바울 등의 사도들이 일으킨 이적들을 지금 우리도 해야 하고 또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도행전의 이적들은 사도들이 행하는 그 일들로 말미암아 지금도 예수님이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계시적 사건이었다.
예를 들면, 성경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던 구약시대에는 제비뽑기를 통해, 혹은 우림과 둠밈이라는 도구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알아야했다. 그러나 계시가 완성된 오늘날에는 제비뽑기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약시대에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뜻이 모두 계시되었기 때문이다. 즉 제비뽑기라는 모형이 그리스도라는 실체로 말미암아 완성된 것이다.
d. 오늘날 구원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특별계시는 종결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적이나 은사가 나타날 수 없다는 주장은 아니다. 다만 그런 일 또한 성령의 주권적 사역에 의한 것이므로 그런 일을 가지고 계시라고 한다거나 인간이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것들을 구별하려면 당연히 성경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요 14:26)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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