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 오경

여호수아

하나님아들 2024. 9. 12. 16:18

 여호수아

 

 가나안 정복(1:1-12:24)
  토지 분할(13:1-21:45)

    ㄱ 요단 동쪽의 땅(13:1-33)
    ㄴ 요단 서쪽의 땅(14:1-19:51)
    ㄷ 도피성(20:1-9)
    ㄹ 레위 사람의 성읍(21:1-45)
  동쪽 지파들이 그들의 땅으로 돌아가다(22:1-34)
  여호수아의 마지막 말(23:1-16)
  세겜에서 이루어진 언약 갱신(24:1-33)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의 후계자인 여호수아의 지도로 가나안을 침입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내용 속에는 요단 강 도강(3장), 여리고 함락(6장), 아이 성 전투(8장), 하나님과 그의 백성들이 맺은 언약 갱신(24장) 등 유명한 사건들에 대한 기록이 포함되어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성구 중 하나는 “…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이다(24:15).

저자는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채비를 하였을 때, 어떻게 하나님께서 애굽에서 히브리 노예들을 해방시키시고, 시내 산에서 그들과 언약을 맺으셨으며, 어떻게 40년 동안 광야에서 그들을 인도하셨고 모압에서 그들과 언약을 갱신하였는가를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이 이야기에 나오는 어떤 가나안인들은 마치 그들도 이러한 역사와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과 명령을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2:9-11의 라합의 말과 9장에 등장하는 기브온 사람들이 가나안 사람들과 조약을 맺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이미 알고 있었음을 참조하라. 특히 9장의 단락 요약을 보라).


저자, 시기, 저술 목적

고대 유대교 전통은 여호수아의 죽음에 대한 기사(24:29-33)를 제외하고는 여호수아기를 모두 여호수아가 집필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책이 「여호수아」로 불리는 것은 여호수아가 저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여호수아가 중심적인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있는 많은 이야기들은 오랜 세월 동안 구전으로 각기 다른 장소에서 전해진 것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점진적으로 수집되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의 형태로 편집되었다(“오늘까지”라는 반복적 표현을 보라, 4:9 설명). 히브리어 성경 안에서 「여호수아」는 유대 전승을 따라 「사사기」, 「사무엘 상하」, 「열왕기 상하」와 함께 “  전기 예언서”라 불리는 책들에 속한다. 이러한 책들은 주전 13세기 가나안 정복에서부터 주전 586년 바벨론이 예루살렘을 파괴하기까지의 이스라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여호수아」는 「사사기」, 「사무엘 상하」, 「열왕기 상하」에서 연속적으로 다루어지는 방대한 이스라엘 역사의 일부분을 형성하고 있다. 학자들은 대부분 이 모든 기록들이 그 최종적인 형태에서 「신명기」의 신학적 관점에 따라 형성되었으며, 예루살렘과 성전의 파괴를 경험했던 바벨론 포로들을 위해서 쓰였다고 믿는다. 역사 이야기 형식으로 된 이러한 기록들은 이스라엘 역사를 「신명기」의 신앙과 가르침에 비추어서 해석하고 있다. 거기에는 도덕적 심판이라는 강한 예언자적 분위기가 새겨져 있다. 이 기록들은 유대 독자들에게, 다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역사에 개입하고 계심을 확신시켜 주고 있다. 또한 이 기록들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들의 행위에 대해 그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 즉 불순종은 징벌을 초래하지만 순종은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고하게 상기시켜 주고 있다.

이러한 “전기 예언서들”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던 포로들에게 이스라엘의 역사는 ‘하나님에게서 등돌림, 경고받음, 처벌, 하나님에게로 돌아감’이라는 연속적인 순환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호수아」는 이 역사의 한 부분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땅은 하나님께서 대가 없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주셨다는 것과, 백성들은 그 답례로 하나님과의 계약을 성실히 준수해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1:1-9; 23:1-24:28).


여호수아기와 사사기의 정복

「여호수아」의 정복 기사를 주의 깊게 읽는다면, 「사사기」의 정복 기사와는 그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호수아」의 전체적인 인상은 가나안 정복이 완전하였으며, 상당히 신속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예를 들면, 10:40-43; 11:16-20,23; 21:43-45를 보라). 그러나 「사사기」`―`특히 1-2장``―`는 좀 더 복잡한 정복상을 제시하고 있다. 고고학적 증거는 종종 「여호수아」가 전하는 이야기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2:1-24; 8:1-29; 9:1-27의 단락 요약을 보라). 「사무엘」, 「열왕기」, 「역대」(이러한 책들의 개론을 보라)에 수록된 왕들이 통치하던 기간 동안의 이스라엘 역사와 함께, 「여호수아」의 기사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하나님께 순종하면서 살아야 하며, 어떻게 하나님께서는 그 순종에 보답하시는가를 이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예를 들면, 11:12-15를 보라).

 

 

 

1. 여호수아를 읽기 전에 - 역사서에 대한 소개

 

  구약 성경의 내용적 분류에서 70인역 배열방식에 따른 책의 순서를 근거로 오늘 우리가 가진 한글 개역성경의 여호수아에서 에스더까지의 책을 역사서라 부른다. 이 책들의 내용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가나안 점령과 정착에서부터 시작해 지방자치제와 분권제 성격을 가진 사사시대를 지나, 권력의 중앙집중적 성격이 돋보이는 왕국시대의 형성과 통일왕국으로 열린 왕정통치의 성립 과정, 끝으로 통일왕국의 분열이후 두 왕국의 몰락과 바벨론 포로기를 거쳐 에스라 - 느헤미야 시대의 새로운 국가 재건의 역사까지를 내용으로 한다.

  역사서 전체의 연대기적 역사는 대략 BC 1200년경에서 시작, BC 400년경까지의 역사로, 전체로 보면 대략 800년 동안의 시간 간격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 역사서에는 단순히 왕들의 통치와 업적의 단순 기록이나 선전, 전시가 목적이 아니다. 그 왕들 개개인과 그들이 섬기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왕들을 평가하는 근본적 평가기준, 전달 메시지로 삼고 있다는 특징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역사적 내용을 담고 있는 구약성경의 역사서는 단순히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거나 등장인물의 소개, 표면적 역사의 전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역사서는 부침 많고 질곡 많은 이스라엘 역사의 정치, 군사, 경제적 관심사보다 하나님과의 관계인 신앙과 신비의 영역에서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한 개인의 실존적 내면까지 투사하고자 하는 영적 메시지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신명기적 역사서 역대기적 역사서인데, 우리가 볼 여호수아는 신명기적 역사서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신명기적 역사서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신명기적 역사서

 

 

 신명기적 역사서의 용어 사용은 구약성경 학자 마르틴 노트에 의한 구분인데, 구약성경 여호수아부터 시작해 열왕기 하(, , 삼상, 삼하, 왕상, 왕하)의 책들을 말한다. 이들 책들은 일관된 역사의식을 갖고 집필되었는데, 이 공통의 역사의식을 가진 편집과정에 참여한 이들을 속칭 신명기 학파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역사서 속에 담긴 근본정신이 신명기서가 제시하는 신앙적 내용 중 계약사상을 토대로 역사적 인물의 평가와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신명기적 역사서에서 드러난 계약사상이란 모세가 시내산에서 야훼에게 받은 계약으로 너희들이 하나님 언약의 말씀을 잘 듣고 행하면 복을 받을 것이나 하나님의 언약을 떠나 그의 계명을 망각할 경우엔 파멸과 멸망이 있을 것이란 사상이며, 이러한 계약사상이 책 전체에 지배적 기조를 유지하는 책들이 바로 신명기적 역사서란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 언약의 말씀을 구체화시켜보면 대략 4가지 구분이 가능하다.

 

1. 예배 공간의 단일화, 집중화.

2. 유일신인 하나님 경배의 강조

3. 이방인, 이방종교 풍속 추종을 금지하고 잡혼의 금지.

4.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조건부 계약관계로 이해하는 것.

 

 

 그런데, 이러한 신명기적 역사서의 근거와 기조가 생명과 구원을 담보하고 있는 그리스도 예수의 말씀론, , 그리스도론의 차원에서는 새롭게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그 필요는 당위, 더 나아가 의무에 가깝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보내신 자 그리스도의 뜻은 그 자체로 계약의 본질을 하나님과의 관계로 보았고, 그 관계의 성립과 지속은 계약의 내용이나 계약의 준수 여부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계약에 대한 이해와 감응 그 자체로 보았기 때문이다.

 

 계약에 대한 이해와 감응의 핵심은 이 계약이 조건부 계약이 아니라, 다시 말해 인간이 이렇게 저렇게 하면 하나님이 복과 저주를 내리신다는 input, output의 관계가 아니라 계약의 발화자가 인간의 차원에선 범접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일방성임을 인지한 뒤, 그 일방성을 담은 계약의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반응하는 게 바로 계약 백성의 핵심이란 것이다.

 

 그런데, 이 이해와 반응에는 항상 영적인 고투와 고뇌가 뒤따른다. 이는 왜 그럴까. 일방성으로 찾아온 하나님의 은혜인 계약을 받아들이기에 인간 존재의 근원적 속성은 이 은혜에 대해 항상 오해의 관점을 견지하기 때문이다. 오해란 바로 계약을 조건부로 이해하는 하나님 말씀에 대한 이해부재에서 비롯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이해부재의 비극들이 기록된 것이 신명기적 역사서의 핵심 주제이며, 이 핵심 주제가 주는 교훈은 단지 고난의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는 차원이 아니라 이해부재의 간극을 화해시키는 그리스도의 말씀론에 대한 시각으로 구약성경의 묵상 관점을 전환시키는 열린 예배에로의 마음 펼침, 그 하나에 집중되어 있다.

 

3. 여호수아의 내용 소개 및 분해

 

  여호수아의 책명은 책의 중심인물인 에브라임 지파 출신 눈의 아들 호세아(여호수아)의 이름을 따라 붙여진 명칭이다. 성경에서 여호수아의 이름은 네 가지로 나타나는데, 이 이름은 모두 한 등장인물에 대한 다른 표기로 볼 수 있다. ( 3:21,  13:8,  1:1,  8:17)

  등장인물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 후 신 광야를 떠나 르비딤 지역에 도착했을 때,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 전투의 지휘관이었다. ( 17장 내용 참고)

 

 또한 민수기 13장에서 에브라임 지파를 대표한 정탐꾼으로 등장해 가나안 성의 점령가능성을 예측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모세의 뒤를 이은 후계자로서 가나안 점령 및 영토분배를 이뤄냈으며, 이후 에브라임 지파에게 할당된 장지인 딤낫세라에 장사되었다.

  이러한 여호수아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분류되며, 이를 더 세분화해보면 다음과 같다.

 

1) 1~12 - 가나안 땅의 점령

 

1:1~9 - 여호수아 위임

1:10~5:12 - 가나안 입성

1:10~18. 요단강 도하 준비

2:1~24. 여리고 정탐꾼들 이야기

3:1~4:18. 요단강 도하

4:19~5:12. 12길갈에 진침

 

5:13~ 12:24 - 가나안 정복

5:13~15. 하나님의 군대 장관

6:1~27. 여리고 함락

7:1~8:29. 아이성 전투

8:30~35. 에발산 제단

9:1~27. 기브온 거민과의 계약

10:1~43. 남부 지역 점령

11:1~23. 북부 지역 점령

12:1~24. 정복 활동 요약

 

13:1~22:34 - 땅의 분배

13:1~33. 요단강 건너편 지역 분배

14:1~15. 갈렙의 분깃

15:1~63. 유다 지파의 분깃

16:1~17:18. 요셉 지파의 분깃

18:1~19:51. 나머지 지파의 구획

20:1~9. 도피성

21:1~42. 레위 지파에게 주었던 성읍과 들

22:9~34. 요단 동편 가의 제단

 

23:1~24:33 - 여호수아 마지막 말들, 연설과 세겜에서의 계약. 장례.

 

4. 역사적 배경

 

  여호수아 연대기는 대략 BC 13세기에서 12세기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가나안 땅의 정세를 보면 북부 메소포타미아나 남부 이집트 모두 강력한 통치체제를 구축한 와중에 양국이 자국의 통치권유지에 급급한 나머지 가나안 땅에 대해선 무관심했던 정황이 있었고, 그로 인해 가나안 내륙 및 중심주 지역엔 블레셋 족속을 비롯해 크고 작은 군소 도시국가 형태의 작은 나라들이 수십 개의 왕국을 형성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하나님을 신봉하는 하나의 힘이란 중심축을 갖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수아의 군사적 지휘 아래 가나안 땅에 거주한 거주민들을 밀어내고 승리를 쟁취한 사건으로 묘사된 것이 표면적으로 알려진 여호수아서의 역사적 배경이다.

 

5. 여호수아서 심층 인식 - 사상

 

1) 땅의 점령에 대해서

 

  여호수아서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가나안 땅의 점령, 지파별 분배에 대한 일이다. 신학적으로 알려진 가나안 땅의 점령과정은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되는데,

  첫 번째, 군사적 점령으로 일시에 완전히 가나안 땅을 점령했다는 이론과

  두 번째, 평화적 이주. 주변의 기존 거주민들과 협약을 체결해 땅을 확보했다는 이론,

  마지막으로 세 번째, 가나안 도시국가 내부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내부 혁명과 함께 연대함으로 이뤄진 점령이론이 있다.

이러한 견해들 중 어느 것이 역사적인 사실이냐고 말하긴 곤란하다. 하지만 영적 맥락에서 도출해 볼 수 있는 점령이론은 세 가지 이론 모두의 융합으로 볼 수 있다.

 

2) 신학적 인식

 

  이스라엘 백성의 가나안 점령과 정착은 이스라엘 백성의 수적 우세나 윤리, 도덕적 생활의 결과와는 철저히 단절된다. 이 사건의 도래는 오직 하나님이 약속하신 그 약속의 일방적 성취가 강조된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가나안족에 대한 이스라엘의 승리는 하나님 약속의 성취로서 하나님이 자신들의 세대에 베푼 은혜의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영적 메시지의 압도적 교훈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약속은 이미 모세 오경의 내재적 인식에서도 살펴보았듯 이스라엘의 외재적 역사의 모양새를 갖고 있으나 그 내부에 한 개인의 영적 실존 안에서 펼쳐지는 구원역사에 집중되고 있다.

 하나님의 약속은 곧 그리스도 예수다. 그리스도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은 우리의 역사, 인간의 역사 안에서 펼쳐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 사실의 내적 의미가 풀어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이 약속의 일방적 성취, 그 일방성을 받아들이는 은총의 체질화로서의 영적 가나안의 지평을 전개해내지 못할 것이다.

 

3) 하나님 약속의 성취

 

  하나님 약속의 성취 중 또 하나의 핵심은 지파 간 땅의 소유권의 형평성과 고유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지파 간 차지한 기업의 소유 토지가 지파 간 이동하는 것이 금지되는 이 구획설정의 이해에는 오히려 극대화된 영적 심화의 지평이 요구된다. 그것은 곧 이 가나안 땅에 대한 지평 너머의 하나님 약속의 심연을 바라보는 요구인 것이다.

 

4) 가나안 땅에서 견디는 법

 

  새로운 생활 패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가나안 땅에서의 움직임을 지속하려면 야훼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모세를 통해 하나님이 주신 계약의 이행을 통해 가능하다. 그런데, 이 계약은 이전 신명기에서도, 민수기에서도 반복되었듯 세겜에서의 계약이란 이름으로 다시 새롭게 갱신되는 특성을 갖는다. 이는 계명의 내용이 새롭게 추가되거나 감소되는 것이 아니라 계명의 주체인 하나님의 약속을 인간의 상황, 인간의 한계 속에서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새로움에서 우리는 약속에 대한 역동적 갱신성이란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6. 여호수아서 심층 인식 - 주요 사건들

 

  1) 여리고성 점령과 기생 라합의 구원

 

  여리고성 공격은 군사적 전략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여리고성 주변 성벽을 매일 1회씩 6일 동안 돌고 난 후 7일째 되는 날 성이 무너지는 이 행위가 종교적 행위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7이란 숫자는 하나님 관점에서의 안식이요, 하나님 입장에서의 완전성이다. 이 완전성을 향한 인간의 행위는 무의미화의 과정이다. 다심 말해 우리 행위의 무의미화를 통한 하나님 지평의 철저적 돌입을 뜻함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행위는 무엇을 하든 의미가 없다는 말인가. 하나님과의 의미관계는 인간의 의미관계망과 그 차원이 다르다. 기생 라합의 에피소드가 이를 적절히 말해주고 있다.

 기생 라합은 구원의 대상이 혈연이나 민족성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전달해주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스라엘이든 이방인이든 이미 인간에게 있어서 일방적으로 찾아온 하나님의 일방성, 그 은혜는 인간 모든 행위의 무의미화를 드러낸다. 기생 라합은 이 무의미화를 인간의 차원과 인간의 관계 그물 속에서 견뎌낼 수 있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통로 역할을 감당한다. 구원의 역사, 구원의 삶이란 바로 이러한 무의미의 의미화, 없음의 있음, 하나님의 생명으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2) 아간의 죄악과 아이성 공격의 실패

 

  여리고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보잘 것 없는 아이성 공격에 이스라엘 군사가 실패한다. 이를 두고 그 원인을 여호수아 7:5에서 아간의 죄악에 집중시킨다. 아간의 죄악, 그 핵심은 하나님과의 계약에 대한 불성실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그 불성실성의 근본은 과연 무엇일까. 단지 나태함과 교만일까. 성경은 그보다 더 깊은 세계의 진실을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이 갖고 있는 인식론에 대한 한계고백이다.

 계약의 파기는 역설적으로 그 계약을 자신이 지킬 수 있다고 신뢰하는 인간의 신뢰, 자기 의지로부터 절정에 이른다. 아간의 죄악으로 드러난 구약성경 메시지의 핵심은 단지 표피적으로 교만과 나태, 계약에 대한 불성실한 이행의 참극으로 보는 것에서 넘어서서 자기 의지의 주장이란 그 뿌리를 죄악의 근본으로 봐야 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3) 기브온족과의 화친이 갖는 의미 ( 9)

 

  기브온 거주민들이 변장하고 이스라엘의 진영에 찾아와 화친을 맺었다는 이 에피소드는 계약이라는 관계의 통념을 뒤흔들고 계약이란 행위 자체의 존재론에 집중하도록 하는 환기의 의미를 지닌다.

 속아서 실수로 맺은 계약이 기브온족과의 화친이 가진 에피소드의 핵심이다. 그런데, 성경은 이 계약의 주어가 야훼 하나님의 이름이란 사실을 강조한다. 이는 아무리 속아서 한 계약이라도 하나님 이름을 걸고 한 계약이기 때문에 유효하다는 식의 신명론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다. 이 메시지는 하나님의 이름 자체가 계약의 절정이란 의미 절정을 나타낸 메시지인 것이다. 이러한 이해의 저변엔 가나안이란 영적 공간의 내적 층위에 대한 인식요구가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4) 이스라엘이 점령한 가나안 31개 도시(국가)들의 이름 ( 12)

 

  크지도 않은 가나안 땅에 서로 다른 31개 나라가 그들의 통치영역을 모두 달리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의 핵심엔 그 당시 국제적 열강의 영향력이 가나안 땅엔 형성되지 않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암시가 가져오는 내재적 교훈은 인간의 제도와 통치, , 권력의 필연적 공백, in void를 계시로 보는 요청이다.

 31개의 분열이 말하는 것은 단지 표면적인 혼란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혼란 상태가 상징하는 영적 핵심은 하나님이 약속한 약속의 필연은 인간의 욕구와 추동력이 응집시키려는 제도, 통치, , 권력의 중앙집중적 욕구의 파열, 그 보이지 않는 심연에 있음을 뜻함이다.

 

5) 레위 지파에게 나눠진 성읍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땅 여섯 곳에 도피성을 세우고 이스라엘 각 지파에게 그들이 얻은 기업 내에 레위인들이 거처할 수 있는 성읍들을 레위인들에게 내주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각 지파에 분산 거주하는 레위인들의 사회적, 신앙적 의미는 무엇인가. 이는 12지파의 땅이 엄격히 구별되었다는 점에서 그 내적 독립성을 찾을 수 있는 점과 궤를 같이한다.

 12지파의 구분은 인간이 그 내면에서 생명을 발견할 수 있는 인간 안에서의 내적 영역성을 암시한다. 그런데, 그 지파 안에 하나님과의 제사, 오늘날로 말하면 영적 예배행위가 가능한 레위인이 분산 배치되었다는 것은 영적 예배행위는 제도와 중앙집중적 교회론으로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자의 내적 독립성의 교류 속에서만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6) 6개의 도피성

 

  이스라엘 백성의 도피성 6개는 레위인 거주지 내에 있는 레위인 주거지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 도피성은 사람의 신변을 보호하고 하나님 법의 준엄함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하나님 법의 준엄함과 도피성은 무슨 관계인가. 도피성은 사실상 7이란 하나님 차원에서의 완전성에 이를 수 없음에 대한 인간의 고백소와 같은 역할을 감당한다. 하나님과의 예배행위를 일으킬 수 있는 레위인의 거주지에 도피성이 있다는 것은 바로 인간의 예배행위, 그 절정에 하나님에 대한 신인식과 찬양의 근거가 7이란 완전이 아닌 6이란 무한 욕망의 무간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신인식의 태가 욕망의 태에서 발화됨으로써 6이란 욕망태가 해체되고 7이란 완전태가 도래할 수 있다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메시지의 핵심과도 일치된다.

 

참고할 문헌

 

E. Sellin and G. Fohrer, 구약성서 개론, 김이곤 외 역편, 서울:대한기독교서회, 1982.

Bush, F. Ruth/Eshter: Word Biblical Commentary. Dallas: Word Books,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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