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가 소개한 예수 그리스도 / 서론
송영찬목사 (
기독교개혁신보 편집국장)
(마태복음 1장 1-17절)
서 론
1. 마태복음의 특성
마태복음의 기록 년대는 AD 50-60년경으로 추정됩니다. 저자 마태(히브리어 '여호와의 선물'에서 유래)
는 세관의 세리로 있던 중에 예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고 제자가 되었습니다(마 9:9-13). 당시 세리란
직업은 로마가 식민지에 요구하는 세금을 도급 받아 시민들로부터 부과된 세금을 징수하여 상납하는 것
이 주요 업무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리들은 일반적으로 도급 받은 액수보다 많은 세금을 징수하여 일정
한 액수를 상납하고 나머지를 자기의 수입으로 착복하여 부를 누렸기 때문에 같은 동족들로부터 미움을
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쉽게 돈을 모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세리들은 세리직을 포기하지 않고 부를 축
적하며 살고 있었 습니다.
세리라는 직업은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세리들은 당시 무역로를 관장하
고 있는 로마의 관리 아래 세관에서 그 나라에 드나드는 무역상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는 일에 종사하기
도 하였습니다. 세리 마태는 가버나움 출신이었는데, 당시 가버나움은 무역의 중심지로 세관이 있어 각종
무역상들을 상대로 수출입품을 관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마태는 세관에서 무역상들을 상대로 세금을
부과하는 세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마 9:9). 이 직종은 식견이 높고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했다는 점을 볼 때 마태는 식견이 높은 지식인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예수님의 제자들
은 불학 무식하고 노동자 계급에서 나온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제자들의 신분에 대
하여 깊은 관심 없이 대강 그럴 것이라고 추측한 것에서 나온 것입니다.
마태복음은 예수의 제자가 된 마태가 그리스도의 행적을 독자들에게 여실히 보여주기 위하여 독특한 안
목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의도를 가지고 기록한 책입니다. 특히 마태가 세관에서 일하였던 식견을 가지고
복음서를 기록함에 있어 특유한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고 주도면밀하게 조직적으로 기록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태의 직업상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분석 정리하는 습관에서 기
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이들은 마태가 원마가복음(Q자료)을 자료로 삼아 기록했다고 주장하기도 하
는데, 마태가 예수님의 공생애 동안 줄곧 함께 하였고 직업적 특성상 그 자신이 예수님의 행적을 기록하
여 둔 것을 후에 종합하여 조직적으로 기록한 것으로 보아 원마가복음을 자료로 삼았다고 하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태가 원마가복음을 알고 있었는지 분명하지 않고 또는 참고하였다는 설
도 분명하지 않을 뿐더러, 마가는 바울과 베드로와 주로 활동하였고 베드로가 순교 당한 직후 로마에 머
물고 있던 기간(AD 64-65년경)에 복음서를 기록한 것으로 보아 마태복음이 먼저 기록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마태는 그 자신이 스스로 수집한 자료로 얼마든지 복음서를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
고 있음을 볼 때 마태복음은 순수한 마태의 저술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마태복음의 특성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마태는 구약에서 예언한 내용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구약의 예언에 따라 등장한 '메시아'라는 사실을 증거하려는 목적 때문입니다
(1:22,23, 2:15, 2:17,18, 2:23, 4:14-16, 8:17, 12:17-21, 13:35, 27:9,10). 마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예수 그
리스도는 구약 예언의 성취자로 오신 분이며 하나님의 아들로 신적 권위를 가지신 분이라는 사실을 독자
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2) 마태는 예수 그리스도의 출생에 대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기네 민족의 조상으로 여기고 있는 아브
라함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밝히고(마1:1-17) 다윗의 자손으로 오신 분임을 강조합니다(1:1, 9:19,
15:22, 20:30,31, 21:9,15, 22:41-45). 이것은 예수님이야말로 아브라함의 후손이며 다윗 왕가(王家)의 왕
권(王權)을 계승한 메시아임을 밝히려는 의도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 유대인들을 설득시
켜 예수가 그리스도이며 이스라엘의 왕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하고 있습니다.
3) 마태가 유대인의 관습에 대해 별도로 설명을 시도하고 있지 않으며 '하나님'이라는 호칭 대신에 유대
인들의 용어적인 습관에 따라 '천국' 또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라는 등의 호칭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
는 것 등은 마태복음이 유대인을 염두에 두고 기록되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은 유대적
사고 방식에 자연스럽게 접촉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태복음이 단순히 유대인들만
을 그 대상으로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실 마태복음이 유대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복음서를 기록할 당시에는 상당히 많은 이방인들이 교회의 회원으로 들어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마태는 이방인들이 마태복음을 접촉함으로 유대적 색채를 파악하여 복음의
진수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4) 마태는 본서를 기록할 때 역사적인 순서를 따르지 않습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다섯 가지의 강설을 중심으로 마태복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의 뼈대
를 이루고 있는 강설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5-7장, 천국 백성의 강령인 산상수훈. ② 10장, 천국의 권
세를 가진 제자들에게 주는 교훈. ③ 13장, 9가지의 천국 비유. ④ 18장, 천국 백성에 대한 비유. ⑤ 24-
25장, 종말에 대한 교훈과 천국을 맞이하는 천국 백성의 자세에 대한 강설 등입니다. 마태가 다섯 가지의
강설을 중심으로 기록한 주제들을 연결시켜 보면 마태 복음의 메시지가 '천국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마태는 의도적으로 강설을 마칠 때마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매..."(마 7:28, 11:1, 13:53, 19:1, 26:1)라는 구절을 반복 구호처럼 사용하고 있는데 이 구절
뒤에서부터는 새로운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도 특이한 요소입니다. 마태는 이러한 사건의 배열을 통
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천국에 대하여 점차적으로 심도 있게 가르치고 있음을 증명하여 예수님이 하나님
나라의 왕이심을 드러내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태는 마태복음 1-4장에서 메시아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면서 그 사역의 성격을 "예수께
서 온 갈릴리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백성 중에 모든 병과 모
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 그의 소문이 온 수리아에 처진지라 사람들이 모든 앓는 자 곧 각색병과 고통에 걸
린 자, 귀신 들린 자, 간질하는 자, 중풍병자들을 데려오니 저희를 고치시더라"(마 4:23-24)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은 가르치시는 일과 권능으로 이적을 행하신 것으로 요약되는데 이
구절은 마태복음에서 분수령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후부터 마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치신 내용과
더불어 이적 행하신 내용을 위에서 본 것처럼 다섯 가지의 강설을 중심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태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치심과 이적 행하심을 중심으로 마태복음을 독특하게 구성하고자 하는 의
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 족보의 의미
마태복음 1장의 족보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부분은 14대씩 기록되었는데 이를 위하여 의
도적으로 중간에 적당히 사람들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태가 복음서를 조직적으로 기록하고 있
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한데 계보의 대수를 비슷하게 세 부분으로 배분한 것은 마태가 조상들의 족보
를 그 성격상 세 가지의 시대로 특징지으려 의도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각 시대는 독특한 시대
적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히브리인들에게 있어서 족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1) 족보는 함축적으로 기록된 역사의 서술입니다. 족보는 방대한 역사의 성격을 집약하여 간략히 기록한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각 시대의 사건을 소상히 기록하기란 분량이 많고 방대하기 마련입니다. 그러기에
그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의 이름 하나로 그 시대를 특징지을 수 있는 방식이 족보라고 생각할 수 있
습니다.
2) 족보는 역사적으로 획기적인 전환점이 있을 때마다 그동안의 역사를 함축적으로 개괄할 뿐만 아니라
이제 새로운 시국에 직면했음을 암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약의 창세기에서 족보가 기록될
때는 한 시대의 막이 내리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그 시대의 주역이 될 인물을 소개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예를 창세기 여러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대략'(창 2:4, 36:1)
'계보'(창 5:1), '사적'(창 6:9), '후예'(창 11:10, 11:27, 25:12, 25:19), '약전'(창 37:2) 등등의 표현으로 기록
된 족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창세기의 주요 뼈대를 이루는 10개의 족보(창2:4, 5:1, 6:9, 10:1,
11:27, 25:12, 25:19, 36:1, 36:9)는 한결같이 지나간 세대를 마무리 짓고 새로운 세대를 열기 위해 기록되
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3) 족보는 역사의 시대적 성격을 대변해 줍니다. 그 시대의 주요 인물이 누구인가에 따라 그 시대가 가지
는 특성을 충분히 밝혀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마태복음의 족보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 시대의 특성을 이해함에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4) 족보가 가지는 또 하나의 특성은 그 역사의 진행이 하나님의 주권적 사역에 의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 시대의 역사를 주관했던 인물들은 모두가 하나님께서 선별하여
세운 일꾼들이며 어떻게 하나님께서 그 시대를 다스리고 인도하는가를 보여주는 증인들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족보를 기술하는 의도는 역사의 진행과 그 방향이 절대적으로 하나님께 속해 있
다는 사실을 선포하는 데에 있습니다. 단순히 사람들의 이름이 연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정도로만 보일지
모르지만 등장 인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역사 안에서 하나님께서 무엇을 하셨는가를 명확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5) 마태가 기록한 족보는 히브리인들이 가지는 역사 의식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히브리인들
의 역사에 대한 관점은 직선적 역사관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역사를 이해함에 있어서 순환적 역사관이나
진화론적 역사관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히브리인들에게 있어서의 역사는 어떤 정점을 향해 전
진하는 직선적 역사입니다. 이것은 예정된 목표를 향해 진행하는 종말론적 역사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태는 그 역사의 중심으로 예수 그리스도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 예수 그리스도는
구약의 역사가 귀결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전환점(turning point)
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마태복음 초두에 등장하는 족보는 구약 역사의 성격을 정립하고 이제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으며 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역사의 전환점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자 하는 목적
을 가지고 기록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동시에 이 역사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의해 지배되며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말미암아 그 정점에 이르렀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도 아래 마태는
예수님이야말로 구약의 예언에 따라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구원 사역의 결정체로 이 세상에 태어난 그리
스도라는 사실을 증거하고 있는 것입니다.
3. 각 시대적 성격
각 시대의 시대적 성격을 음미해 볼 때 역사의 결정체로 오신 예수님의 사역이 가지는 성격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1) 아브라함-다윗 시대적 성격(마 1:2-6)
첫째 시기는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의 기간으로 구분된 역사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그를 통하여
새 나라를 건설하고 큰 민족을 이루어 복된 나라로 삼기 위해 부르신 인물입니다(창 12:1-3).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던 때의 시대적 상황은 창세기 11장에 기록된 바벨탑 사건과 연결되어 이해할 수 있습니
다. 바벨탑은 인류가 한 마음이 되어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다스리려는 인간의 나라
를 건설하는 의지의 결집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바라신 나라는 당신의 정의로운 통치가 구현
되고 그런 가운데 당신의 영광이 충만히 드러나는 나라인데(창 1:28. 참고 창 1:31) 이처럼 거룩한 나라를
건설해야 할 사람들이 자기들의 이름이나 내며 온 땅에 흩어짐을 면하고 스스로 영광을 구현하는 나라를
건설하려고 바벨탑을 쌓은 행위는 하나님의 통치를 정면으로 거역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하나님
은 인간들의 악한 계획에 진노하시고 각 사람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사람들을 흩트리고 그들의 공동
체를 분산시켜 바벨탑 사역을 중지시켰던 것입니다(창 1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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