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의 유래
■ 성탄절은 언제부터 어떻게 생겼습니까.
■ 12월 25일이 원래는 예수님의 생일이 아니라고 하던데 사실을 알고 싶습니다.
■ 러시아에서는 성탄절 날짜가 다르던데 왜 그렇습니까.
로마,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후 연대기 바꿔 이교문화 정복 의미로 동지를 성탄일로 채택
예수의 탄생 연대와 날짜
여러분이 알다시피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2011년이라는 서력기원(西紀) 연대기는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탄생한 해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라틴어로 AD(Anno Domini)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주후(主後)라고 하지요. 그리고 주님이 오시기 이전의 역사를 영어로 BC(Before Christ) 우리말로는 주전(主前)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탄생은 세계의 역사기록에 분기점이 됐습니다.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였던 시절, 주후 525년에 로마 황제의 명에 의해 수도원장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의 책임 하에 당시 사용하던 로마력을 폐지하고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모든 역사기록을 바꾸는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많은 역사학자들을 동원해 7년간의 연구와 노력 끝에 모든 연대기록을 바꿔 532년 부활절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역사학자들이 다시 검토해보니, 예수의 탄생 연대가 실제보다 4년 정도 늦게 계산됐다는 학설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예수 탄생 당시 동방박사들을 인도했던 베들레헴의 별에 관해 본격적으로 연구했던 학자 중에 ‘케플러의 법칙’으로 유명한 천문학자 요한네스 케플레(1571∼1630)는 별의 움직임과 여러 문헌을 참조하여 예수께서 주전 4년에 탄생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탄생연대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자들 간에 논쟁이 분분합니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를 합성한 말로서 ‘그리스도에게 바치는 예배’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성탄절로 지키는 12월 25일은 원래 로마인들의 동지절이었고, 그 동지절기는 곧 태양신 축제일이었습니다. 당시 대다수 로마인들은 미트라교(Mithraism)라는 종교를 신봉하고 있었는데,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拜火敎)에서 유래한 미트라신은 빛의 신이었습니다. 동지(冬至)란 낮의 해가 가장 짧았다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로서 태양이 지평선의 가장 낮은 지점으로부터 올라와 우주의 빛을 주는 날이라는 해석으로 인해 그들은 당시 동지였던 12월 25일을 큰 축제일로 지켰다고 합니다.
이러한 태양신 축제일이었던 12월 25일을 교황 율리우스 1세 시절(337∼352년)부터 예수님의 탄생일로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일이 늦가을이었거나 겨울이었다는 역사적 고증이 있었고, 세상의 빛(요1:4∼9)으로 오신 그리스도를 기념하기 위해, 또한 기독교가 이교도 문화를 정복했다는 의미에서 태양신 축제일인 동지를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채택했다고 합니다.
동방교회의 크리스마스
그러나 성탄절 날짜를 정하는 데 있어 서방가톨릭과 동방정교회 사이에 처음부터 견해 차이가 있었습니다. 동방교회 본산인 콘스탄티노플, 안디옥, 예루살렘 등의 지역에서는 380년부터 1월 6일을 성탄절로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로마교회의 강력한 권유로 431년 에베소 공의회의 결정에 따라 432년부터 동로마 지역에서도 12월 25일을 성탄절로, 1월 6일은 예수님의 현현일로 분리하여 지키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전통으로 인해 1월 6일 현현일을 ‘작은 성탄절(Little Christmas)’ 또는 ‘옛 성탄절(Old Christmas)’이라고도 부릅니다. 동방교회 전통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그리스도의 탄생과 함께 같은 날 천사들에 의해 기쁜 소식을 들은 목자들의 방문과 동방박사들의 경배도 함께 경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교회 중에서도 러시아 정교회와 세르비아 정교회만큼은 현재 1월 7일을 성탄절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교회가 사용하는 달력의 차이 때문입니다. 과거 동서방교회가 공통으로 1500여년 동안 사용했던 달력은 율리우스 달력(Julian calendar)입니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 100∼44) 황제는 당시 혼란스러웠던 모든 달력을 폐기하고, 주전 45년 11월 1일자로 새로운 달력을 공표했습니다. 달력에서 1년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을 말합니다. 정확히는 365.24219879일이지요. 그런데 율리우스 달력에서 1년은 실제 1년보다 0.0078일 더 길어지게 돼 있어서 그 시간적 차이가 16세기에 와서는 10일의 오차로 벌어졌습니다. 심지어 기독교 최대 명절인 부활절의 날짜 즉 “춘분이 지난 다음 첫 번째 보름달이 뜬 뒤에 오는 첫 번째 일요일을 부활절로 한다”는 원칙도 세월이 흐르면서 맞지 않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로마교회는 달력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1572년에 교황으로 즉위한 그레고리 13세는 1582년 2월 24일자로 지금까지 사용하던 율리우스 달력을 폐기하고 그레고리안 달력을 채택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이 그레고리안 달력입니다. 그러나 러시아 정교회와 세르비아 정교회는 교회 축일을 계산할 때만큼은 그레고리안 달력을 사용하지 않고 현재까지도 율리우스 달력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다른 모든 지역의 정교회들은 그레고리안 달력을 사용해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지키고 있지만, 율리우스 달력을 따르고 있는 러시아 정교회와 세르비아 정교회의 축일은 서방교회 축일 날짜보다 13일 늦게 오기 때문에 그들의 성탄절은 12월 25일이 아닌 1월 7일인 것입니다.
강영선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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