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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900점 넘어도 번역기 중독 …"나, 혹시 퇴화하는거 아닐까"

하나님아들 2022. 9. 17. 16:59

[디지털IN生] 토익 900점 넘어도 번역기 중독 …"나, 혹시 퇴화하는거 아닐까"

입력2022.09.17.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학교에 리포트를 제출할때도, 논문을 쓸때도, 회사에 매출 보고서를 작성할때도 영어 번역기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거의 습관적이다. 사실 '중독' 수준이라고해도 이상할 것이 없이 무의식적으로 돌린다. 토익 900점이 훌쩍 넘어도 예외없다.
 
번역기를 돌려보면, 여전히 한글로 번역되는 문장이 매끄럽지않고 조잡하고, 오역이 분명한데도 계속 사용한다. 
 
그 자체로 효용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 낭비를 줄여 준다’는 효용.
 
최근 네이버 파파고는 번역이 필요한 부분에 카메라를 켜서 보이기만 해도 자동으로 번역이 되는 기능을 선보였다. 일일이 사진을 찍어 이미지를 업로드해야 했던 기존보다 훨씬 편리해졌다.
 
이 같은 번역 서비스는 해당 언어의 숙련도와는 상관없이 애용되고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도 파파고의 편리함에 빠졌다는 반응들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었다. 
 
올해 7월 파파고의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63만여 명에 달했다. 적지않은 숫자다. 
 
AI 의존도 확대… 중독일까 혁신의 진화일까
 
그런데 만약 프랑스의 진화론자 J.라마르크(Lamarck 1744~1829)가 살아나 지금 이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당신의 영어 해석 능력은 곧 퇴화될 겁니다.’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은 퇴화한다’는 이론이 용불용설(用不用設)이다. 라마르크가 1809년에 출간한 ‘동물철학’에서 처음 주장했다. 
 
불과 몇년새지만 인공지능(AI)에 의한 우리 삶의 편의성은 크게 변화됐다. 
 
그 중 단연 진화 속도가 빠른것 중 하나가 외국어 번역기다. 엄청난 속도로 다양한 번역 문장을 학습하다보니 점점 더 번역기술이 정교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라마르크의 이론을 굳이 대입하지 않더라도 한편으론 걱정도 커진다. 
 
‘정말로 내 영어 해석 능력이 혹시 퇴화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스멀 스멀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능력이 퇴화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가끔씩 영어 해석 운동을 해야하나? 헬스장가서 근력 운동하듯이?'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고민들은 지능을 AI에게 빌려쓰는 순간부터 이미 잉태된 것이다. 
 
편리함이 인간의 지적 기능을 축소시킬 수 있고, 뇌를 자극할수록 뇌 기능이 향상한다는 사실은 이미 숱한 연구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들의 문해력 저하도 이같은 측면에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 자율주행 테스트 모습. 언젠가 우리는 운전도 AI에 맡기는 시대로 진입한다 <사진>현대차그룹
◆“AI는 도구에 불과할뿐 인간의 뇌는 퇴화하지 않고 진화한다” 의미있는 반론
 
이같은 퇴화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편리한 도구를 개발하고자 하는 욕구가 오히려 끊임없이 뇌를 자극하고 진화시킬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런 논리라면 산업혁명과 컴퓨터의 개발 이후, 인간의 근골격과 뇌는 퇴화했어야 한다.
 
또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할수록 같은 시간에 보다 많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Mukti-Tasking)을 가능하게 하는 등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즉, 기술 발달이 오히려 뇌의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돌이켜보면 혁신적인 기술이 제시될수록 이러한 논란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퇴화를 걱정해서 진화를 거부하거나 너무 큰 두려움을 갖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과거에도 그랬듯, 현재로선 개인의 ‘자율적인 의지’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좀 더 나은 삶과 가치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간과 인류의 의지, 만약 정말로 퇴화’라고 생각한다면 또 다른 해법을 찾아 인간은 오류를 수정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신제인(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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