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상) (하) ; WBC (존 와츠 지음, 강철성 옮김, 솔로몬 펴냄)
WBC(Word Biblical Commentary)는 비평학적 관점을 받아들이는 복음주의권 저자들에 의해 영어로 쓰여진 학술적인 주석 시리즈다. 이 주석은 본문 전체를 구조나 양식에 따라 일정한 분량으로 나눠 해설하며, 각 부분들은 ① 저자들의 개인적 영어 번역을 제공하는 본문 ② 히브리어나 헬라어 원문의 본문 비평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루는 원문 주해 ③ 본문의 문학적 ‘양식’과 ‘구조’ 및 ‘삶의 자리’에 대한 현대 학자들과 저자의 견해를 소개하는 양식/구조/배경 ④ 개별 본문들의 의미를 해설하는 본문 주해 ⑤ 전체 단락에 담긴 신학적 의미를 밝히는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정확한 원문의 내용을 결정하고 그 문학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 주력하는 기술적(technical)인 주석들이며, 본문에 대한 신학적 통찰이나 신약과의 관련성 및 현대적 적용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원문 독해 능력이 있는 신학자나 목회자들에게 유용한 주석이며, 평신도 성경공부 연구자들에게는 분량과 가격에 비해 유익이 적다. 상당히 전문적이고 책에 따라 평가가 많이 엇갈리는 시리즈이기 때문에, 먼저 개별 주석에 대한 평가를 찾아보고 서점에서 직접 내용을 확인한 후 구입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 책의 저자인 존 와츠는 WBC 주석의 구약 편집 책임자로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의 교수로 오랫동안 봉직했다. 이 주석은 대체로 위에 언급한 WBC 주석의 일반적 특징들을 공유하나, 이사야서의 문학적 구조에 대해서는 매우 독특한 견해를 표명한다. 저자는 이사야서 전체를 웃시야의 시대(BC 750~735)로부터 에스라와 느헤미야의 시대(BC 464~ )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이 특정되지 않은 미래까지를 총 열두 시대로 구분해 연대기 순서대로 다루고 있는 12막으로 구성된 종교극의 대본으로 간주한다. (표 1,2) 따라서 저자가 개인적으로 번역한 이사야서의 예언 부분에는 각 절마다 그 본문을 공연하거나 낭독할 화자 - 야훼, 하늘, 땅, 선포자, 화자, 합창, 다리우스 등 - 가 지정되어 있다. (사진 2)
또한 저자는 이사야서의 저자(들)이 그들이 가진 자료들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배치함으로서 일관된 구조와 목표를 가진 문학 창작품을 만들었으며, 그 목적은 주전 8세기 이후의 이스라엘 전승들로부터 자료를 추출해 주전 5세기의 동시대인(구체적으로는 BC 435년의 예루살렘 거주자들)이 처한 문제를 정의하고 해답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와츠의 말을 인용하자면 "저자의 관심은 역사가가 이 시기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로 연결하는 자료로서의 이사야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관을 극적으로 묘사하는 이상으로서의 이사야서이며 .... 저자가 바라는 바는 이사야서가 열두 세대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는 가운데 지시가 꼭 필요한 한 세대(주전 5세기)에 제시하고자 했던 하나님의 계획에 대해 총괄적인 견해를 회복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사야서가 그리는 “이스라엘 역사를 일관하는 하나님의 계획”이란 이스라엘이 ‘종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하나님의 요구에 따라 당대의 대제국인 앗수르나 페르시아에 양도된 자신들의 정치권력을 순순히 포기하고 기꺼이 속국의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이스라엘은 과거 “다윗과 여호수아의 형식”인 시온주의에 입각한 독립국가의 꿈을 버리고, 당대의 대제국들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님이 지원하시는 새로운 시대의 질서”에서 그들의 자리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주석에서는 신명기 역사가의 견해나 일반적인 이사야 해석의 ‘정석’을 벗어나는 흥미로운 주장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저자는 놀랍게도 이사야 선지자가 아하스 왕(과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해석하며, 히스기야나 요시야의 정치적 민족주의와 그에 따르는 종교적 부흥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역대기 기자와 열왕기 기자는 히스기야와 요시야를 유다 역사에서 빛나는 인물들로 묘사했지만, 이사야의 이상은 그들을 “궁극적인 파멸에 두 걸음을 보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이사야서 기자가 페르시아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을 주장하는 귀환 공동체 내의 시온주의자들에게, 지금까지 살펴본 이스라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님이 승인하신 새로운 체제(페르시아)에 반대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을 경고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석은 일관적인 관점에 따라 정교하게 저술된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 하다. 특별히 이스라엘의 문제가 동시대의 국제정치적 정세에 대한 통찰의 부족으로 인해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에 있다고 보는 견해는, 모든 문제를 단순히 외세에 대한 의존과 믿음의 부족으로 몰아가는 탈역사적이고 전투적인 시온주의적 해석만을 주로 들어왔던 상황에서 상당히 신선했다. 다만 저자가 독창적이지만 보편적이지는 않은 자신의 역사 구분이나 신학적 견해를 바탕으로 주해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 주석을 주 텍스트로 이사야서를 공부하는 것은 추천할 수 없다. 다른 주석들의 해석을 풍성하게 해줄 보조 주석 내지는, 이사야서에 대한 독창적인 연구성과를 담은 독립된 ‘작품’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 이사야서의 구조
1부 전기 : 심판, 저주 (표1)
장 |
세대/막 |
다윗의 후계 |
연대 |
메소포타미아 왕 |
연대 |
1-6 |
첫 번째 |
#웃시야/요담 |
BC 750-735 |
다글렛빌레셀 3 |
BC 745-735 |
7-14 |
두 번째 |
*아하스 |
BC 735-715 |
살만에설 5세 사르곤 2세 |
BC 727-722 BC 722-705 |
15-22 |
세 번째 |
#히스기야 |
BC 715-686 |
산헤립 |
BC 705-681 |
23-27 |
네 번째 앗슐바니팔 |
*므낫세/암몬 BC 669-633 |
BC 587-642
|
에살핫돈
|
BC 681-699
|
28-33 |
다섯 번째 (네코) |
#요시야/여호야김 BC 609-593 |
BC 640-605
|
니보폴라살
|
BC 633-625
|
34-39 |
여섯 번째 시드기야 |
*여호야김
|
BC 605-587
|
느부갓네살
|
BC 605-562
|
2부 후기 : 구원, 축복 (표2)
장 |
세대/막 |
다윗의 후계 |
메소포타미아 왕 |
연대 |
40-44:23 |
일곱 번째 |
여호야김 |
나부나이드 |
BC 550-539 |
44:24-48:22 |
여덟 번째 |
세스바살 |
고레스 캄비세스 |
BC 539-530 BC 530-522 |
49:1-52:12 |
아홉 번째 |
스룹바벨 |
다리우스 1세 |
BC 522-486 |
52:13-57:21 |
열 번째 |
하나냐 |
크세르크세스 1세 |
BC 485-465 |
58-62 |
열한 번째 |
스가냐/에스라/느헤미야 |
아드락사스 1세 |
BC 464- |
63_66 |
열두 번째 |
앞으로 올 시대 |
|
|
사진 1. 이사야 (상) (하)
이사야 (상) (하) : 바클레이 패턴 구약주석 (DSB) (존 F. 소여 지음, 장귀복 옮김, 기독교문사 펴냄)
책 - 기독교/주석강해 2020. 5. 15. 11:47 Posted by 서음인
바클레이 패턴 구약주석은 바클레이 신약주석 시리즈의 구약 파트로 출간되었으며 정확한 시리즈 명칭은 Daily Study Bible(DSB)이다. 주로 한 세대 전 영미권의 비평학자들이 쓴 주석들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성경본문(RSV)을 매일 일정한 분량씩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온건한 역사비평적 관점을 바탕에 깔고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주된 관심은 최종적으로 편집된 정경이 지니게 된 문학적 · 신학적 의미를 밝히는 것과,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속한 독자들이 구약 본문을 현대적 정황에 적실하게 번역해 올바로 적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1981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조금 오래된 시리즈이고 분량의 제한으로 자세한 논의를 펼치지는 않지만, 성경을 현대적 정황에서 이해하기 원하는 진지한 평신도 탐구자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트렘퍼 롱맨이 쓴 Old Testament Commentary Survey 는 이 시리즈를 평신도/목회자용으로 분류하며, 5점 만점에 4점을 평점으로 부여할 정도로 높이 평가한다.
존 F. 소여는 영국 뉴캐슬 대학과 랭커스터 대학의 종교학 교수로 봉직했고, 교회가 ‘다섯 번째 복음서’인 이사야서를 역사적으로 어떻게 사용해왔는지 흥미진진하게 서술한 『제5복음서 이사야서』 (크리스챤다이제스트 펴냄)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사야서를 저술 시기에 따라 1,2,3 이사야로 나누는 고전적 역사비평의 결론을 따르며, 일차적으로는 각 부분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세 시대(왕정시대-포로기-귀환공동체)의 삶과 신앙의 자리에 맞춰 본문의 문학적 · 신학적 의미를 해설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작은 주석에서 본문의 역사적 배경을 세세히 추적하거나 ‘이사야의 것’과 ‘이사야 학파의 것’을 정밀하게 구분하는데 집중하는 대신, 이 예언들이 당대를 넘어 세계의 유대교 및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수많은 독자들과 청중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쳐 왔고 끼치고 있는지 설명하는 많은 더 관심을 쏟는다.
또한 저자는 특정 본문이나 전승을 해설하면서 해당 부분과 관련된 구약성서의 다양한 전승이나 문학적 평형구절들을 자주 인용할 뿐 아니라, 신약성서에 인용된 이사야서 본문이나 잘 알려진 몇몇 전승들에 대한 ‘메시아적 해석’에 대해서도 반드시 언급하고 넘어가는 등, 이사야서의 예언을 신구약 성서 전체의 메시지와 연결시키는 ‘정경적 읽기’를 시도한다. 전반적으로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를 위한 정의 실현과 불의한 권력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강조하는 등 꽤 진보적이지만, ‘하나님의 공의의 어두운 측면’인 ‘야만적인’ 본문들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비판이나 옹호 대신 현대인들이 느낄 수 있는 문제를 솔직하고 신랄하게 지적하면서도 이를 당대의 문화적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비평적 읽기’와 ‘정경적 읽기’의 균형잡기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가끔 ‘교회사적 읽기’까지 양념으로 더해진 짧지만 좋은 주석이다. 개인적으로 이사야서 공부에 적극 추천하지만 절판이라 구하기는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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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jdwkqtk.tistory.com/1140?category=759311 [書淫人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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