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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공중전, 초장거리 교전 대비가 대세… 한국은 걸음마

하나님아들 2025. 2. 19. 23:27

전투기 공중전, 초장거리 교전 대비가 대세… 한국은 걸음마

입력2025.02.19.
中 400㎞ 사거리 미사일 공개하자 美 ‘만능 미사일’ SM-6 개조로 응수
 


 
미국 슈퍼호넷 전투기가 지난해 9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훈련장에서 비행하고 있다. 해당 전투기에는 AIM-174B 장거리공대공미사일 4개를 비롯한 다수의 미사일이 탑재돼 있다. [위키피디아]
전투기가 등장하는 영화 속 공중전은 박진감으로 가득하다. 조종사는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중력 가속도를 견뎌내며 놀라운 실력으로 전투기를 제어한다. 적 전투기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중 기동이 펼쳐진다. 먼저 적의 꼬리를 잡은 전투기가 미사일이나 기관포를 발사해 적기를 파괴하고, 불덩이가 돼 추락하는 적기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탄 기체가 멋지게 날아오르며 마무리된다.

하지만 공중전의 실제 모습은 다르다. 레이더가 기본으로 탑재된 3세대 전투기가 등장한 후부터 근접 공중전은 점점 줄어들었고, 레이더와 미사일 성능이 급격히 향상된 4세대 전투기 보급이 확산되자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영화 같은 근접전은 없어
실제로 3년간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근접 공중전이 벌어진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개전 초 우크라이나 측이 ‘키이우의 유령’이라는 에이스 파일럿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지만, 이는 개전 초 바닥으로 추락한 장병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프로파간다였다. 그렇다면 21세기 현대 공중전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공중전 전술은 각국이 어떤 국방 자산을 보유했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고성능 전투기에 조기경보기·전자전기 등이 탑재돼 있다면 먼 거리에서도 적을 먼저 탐지해 레이더와 통신장비를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다. 일방적으로 미사일 공격을 퍼붓는 전술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기경보기·전자전기 가격은 전투기보다 비싸고 이를 연동·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엄청나다.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주인공이 근접 공중전을 펼치고 있다. 실제 전쟁에서는 근접 공중전이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뉴스1]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면 공중전 대부분은 지상 관제소의 통제를 받아 이뤄진다. 지상에 설치된 장거리 레이더가 적기를 탐지해 전투기 긴급 발진을 지시하면, 급히 이륙한 전투기들이 작전 공역으로 들어가 자체 레이더로 적기를 수색·추적해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보통 30~50㎞ 거리에서 가시거리 밖 공대공미사일을 날리고 한 차례씩 중거리미사일을 주고받은 다음에도 승패가 결정되지 않으면 근접 공중전에 들어간다. 물론 요즘에는 조종사가 보는 방향으로 미사일을 자동 조준해주는 헬멧 연동 조준 시스템이 확산하고 있어 영화에서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의 공중전은 보기 힘들다.

일반적인 중거리 공중전은 30~50㎞ 거리를 두고 이뤄진다. 현재 보급된 중거리공대공미사일의 사거리는 이를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종류인 AIM-120 암람(AMRAAM)의 경우 A/B형이 50~80㎞ 사거리를, 이전 모델인 AIM-7F AIM-7M/P 스패로(Sparrow)는 70㎞ 사거리를 갖고 있다. 암람·스패로와 경쟁 관계에 있는 러시아제 R-77 애더(Adder)와 R-27 알라모(Alamo) 역시 60~80㎞ 사거리를 지닌다.

먼저 보고, 먼저 쏘기 위한 싸움
레이더와 미사일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 배치되는 중거리공대공미사일의 사거리는 10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기계식 레이더에서 능·수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레이더(Active·Pass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로 바뀌면서다. AIM-120C/D는 120~160㎞, R-77-1이나 R-77M은 110~193㎞까지 사거리가 늘어났다. 중국의 PL-12 역시 100㎞ 정도 사거리를 구현하고 있다. 전투기 조종사는 육안으로 적 전투기를 식별하고 조준하는 대신, 레이더 스크린에 나타난 표적에 미사일을 지정하고 발사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공중전을 수행한다.

현대 공중전에서는 적을 먼저 보고, 먼저 쏘는 쪽이 이긴다. 먼저 보려면 적기보다 훨씬 우수한 레이더를 갖춰야 하고, 먼저 쏘려면 레이더 성능에 부합하는 고성능 중거리 미사일이 필요하다. 레이더 탐지 능력을 높이는 방법은 T/R 모듈(Transmit/Receive Module·TRM)의 숫자와 각 모듈에 공급되는 전력을 늘리는 것이다. 최근에는 TRM에 들어가는 반도체 소자로 기존 갈륨비소 대신 질화갈륨을 사용해 TRM을 소형화하고 출력과 전력 효율을 크게 높이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투기 정도의 레이더 반사 면적을 가진 공중 표적을 탐지하는 것은 200~300㎞가 한계다.

주요 선진국은 출력이 강력한 레이더를 실은 조기경보기를 사용한다. 조기경보기가 탐지·추적한 표적 데이터를 전투기와 실시간으로 공유해 네트워크 협동 교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네트워크에는 동료 전투기와 조기경보기는 물론, 지상에 설치된 레이더나 군함 레이더도 연결할 수 있어 초장거리 공대공미사일도 포함된다.

미·중 사거리 전쟁
 
 
 
중국 공군은 1월 말 장거리공대공미사일 PL-17을 단 J-10C 전투기의 훈련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2018년 4월 훈련 중인 J-10C 전투기. [뉴시스]
중국은 1월 말 관영매체를 통해 자국 공군 J-10C 전투기가 훈련 중인 모습을 공개했다. J-10C 전투기 날개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미사일이 달려 있었다. 바로 중국의 최신 장거리공대공미사일 PL-17이다. 300㎞급 사거리로 미국을 긴장케 했던 PL-15 미사일보다 더 긴 400㎞ 사거리를 지녔다. 이와 별개로 램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400㎞급 사거리의 PL-21 미사일도 개발해 배치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주력 공대공미사일인 AIM-120 최신 버전의 2~3배에 달하는 사거리다. 서방세계에서 가장 긴 사거리를 가졌다는 유럽 미티어(Meteor) 미사일보다 100㎞ 이상 길다. 다시 말해 쌍방이 모두 조기경보기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대공 교전이 벌어지면 중국이 미국보다 100~200㎞ 더 먼 거리에서 먼저 공대공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PL-15를 배치한 직후 미국은 AIM-260으로 명명한 신형 공대공미사일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미사일 역시 최대 사거리가 300㎞ 미만이어서 PL-17이나 PL-21보다 열세인 상황이다. 미국은 최근 제7함대 전진배치 비행대를 시작으로 SM-6 함대공미사일을 개조한 장거리공대공미사일 AIM-174B를 급히 배치하기 시작했다.

AIM-174B는 370㎞에 달하는 사거리를 가진 함대공미사일 RIM-174, 일명 SM-6를 공대공미사일로 개조한 모델이다. SM-6는 미군이 보유한 여러 미사일 가운데 가장 만능으로 평가되는 무기다. 거의 모든 유형의 공중 표적을 요격할 수 있고, 군함과 지상 표적도 공격 가능하다. 전술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도 확인됐고, 현재 개발 완료 단계에 있는 신형 모델은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능력까지 갖췄다. 다시 말해 일반 전투기는 일단 이 미사일에 ‘로크온’(조준)되면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AIM-174B 사거리는 공개된 바 없다. 하지만 전투기에서 발사될 경우 발사 플랫폼의 운동·위치에너지를 받아 사거리가 1.5~2배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500~600㎞ 정도 사거리가 예상된다. 전투기용 레이더의 탐지 거리를 아득히 초과하는 긴 사거리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러한 미사일은 조기경보기 등 지원 자산의 지원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라서 전투기 레이더 탐지 거리 부족은 문제될 것이 없다. 더욱이 미국은 2030년대 초반 전력화를 목표로 위성을 이용한 공중 이동 표적 조준·지정(Air Moving Target Indicator·AMTI)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인 만큼 앞으로 나올 공대공미사일의 사거리는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미국이 공대공미사일 장사정화(長射程化)에 들어가자 중국도 최근 이에 대응한 신형 공대공미사일 개발에 돌입했다. PL-XX로 불리는 이 신형 공대공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800㎞에 달하고 마하 5 속도로 순항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보하이만에서 발사하면 10분 이내에 남한 전역 그 어떤 비행체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미국 정보당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공대공·지대공미사일 사거리는 앞으로 더 늘어나 2030년대가 되면 1000㎞급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본다. 2000년대 초 사거리 100㎞에서 30여 년 만에 10배나 늘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공대공미사일 장사정화에 나서고 있다. 또 스텔스화된 드론에 여러 발의 중거리공대공미사일을 달아 적 편대 가까이 접근시켜 공격하는 기술도 개발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장거리·초장거리 공대공 교전에는 위성·조기경보기 같은 센서와 전투기·드론 등 슈터를 실시간으로 연동해 한 몸처럼 움직이게 하는 고도의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재 주요 선진국이 개발 중인 6세대 전투기의 핵심이 네트워크 시스템인 것이다.
 
 


초장거리 미사일 시대, 우리는 어쩌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직원들이 2023년 5월 9일 본사 격납고에서 한국형 전투기 KF-21 시제기에 미티어 중거리공대공미사일 미티어를 장착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제는 한국이다. 국방부는 KF-21 전투기에서 장거리공대공미사일 미티어를 운용할 예정이지만 F-35A F-15K, KF-16 같은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 없다. 심지어 FA-50 같은 전투기는 중거리공대공미사일 운용 능력조차 갖고 있지 않다. 미티어를 운용하는 KF-21은 200㎞ 이상 거리에서 공대공 교전이 가능하지만, 암람을 운용하는 F-35, F-15, F-16 계열 전투기의 공대공 교전 거리는 100㎞대 초반에 머무른다. FA-50은 서두에서 언급한 ‘꼬리물기’ 식 근접 공중전 정도만 가능한 상황이다.

주변 모든 국가가 초장거리 공중전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도 서둘러 대비하지 않는다면 유사시 한국 전투기들은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르는 초장거리 미사일에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참극을 겪게 될 수 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