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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두뇌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 인간 일상 스며들다

하나님아들 2025. 2. 20. 00:02

스마트 두뇌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 인간 일상 스며들다

원호섭 기자(wonc@mk.co.kr)2025. 2. 19. 
연구실 머물던 로봇 … AI와 결합해 새로운 도약
로봇 최대 난제 '작업계획'
AI 발달로 해결 가능해져
복잡한 돌발 상황 처해도
스스로 작업계획 세워 행동
인간과 소통도 원활해져
달리고 장애물 뛰어넘고
달걀 조심조심 옮기기도
정교한 움직임 구현 위해
델타 액션 러닝으로 교정
'아파트' 댄스 동작도 재현
스포츠·재활 치료·엔터…
향후 활용분야 무궁무진
메타·오픈AI·테슬라 등
빅테크 과감한 투자 경쟁
테슬라 '옵티머스' 테슬라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 전시장. '지잉, 지잉' 소리와 함께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의 임무는 사고가 난 원자력발전소 내부로 들어가 방사성 물질을 내뿜고 있는 밸브를 잠그는 것. 로봇은 자동차에 스스로 올라타 운전하고, 발전소 문을 연 뒤 장애물을 지나 밸브를 잠그는 8개 과제를 완수해야만 했다.

전시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이 개최한 '로봇챌린지' 참가작이었다. 고등방위연구계획국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재난 대응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자 로봇을 재난 현장에 활용할 수 있을지를 점검하기 위해 로봇챌린지 행사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는 지구에서 로봇 개발을 가장 잘한다는 연구진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하지만 로봇들의 움직임은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사람들은 SF영화에 등장하는 날렵한 로봇을 기대했지만 움직임은 거북이처럼 느렸고, 수시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주변 상황을 인지한 뒤 행동으로 옮기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로봇의 상용화는 요원한 일로만 여겨졌다.

로봇 챌린지가 개최되고 10년이 지난 지금, 휴머노이드 로봇은 달리고 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달걀이나 포도주 잔처럼 쉽게 깨지는 물건을 들고 옮기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최근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로봇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AI로 로봇의 지능이 빠르게 개선되고 빅테크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에 나서면서 연구실에 머물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메타에서 하드웨어를 총괄하는 앤드루 보스워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회사 내부에 공유한 메모를 통해 "라마의 플랫폼 기능을 극대화하고자 새로운 로보틱스 그룹을 신설했다"며 "소비자용 휴머노이드 연구개발(R&D)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가 개발한 AI 라마를 기반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메타는 로봇 개발을 위해 중국의 유니트리 로보틱스, 미국 피겨AI 등의 로봇 기업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오픈AI는 미국 당국에 제출한 상표 등록 신청서에 '로봇' 분야를 포함했을 뿐 아니라 팀을 구성해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로봇 분야에서 오픈AI와 메타의 강점은 AI다. 기존 로봇은 정해진 시나리오 내에서 움직이는 게 최적화된 만큼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분석하고 대처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이 센서, 카메라 등을 통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복잡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작업 계획을 수립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자연어처리'처럼 인간의 음성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도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인간과의 소통도 원활해졌다.

피겨AI '피겨01' 피겨AI

AI와 만난 로봇의 진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는 것은 지난해 오픈AI가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겨AI와 협업해 개발한 로봇 '피겨01'이다. 생성형 AI 기술이 접목된 피겨01은 눈앞에 사과와 접시, 컵, 건조대가 있음을 인지한 뒤 "먹어도 될까"라고 묻자 "물론"이라는 대답과 함께 사과를 집어 건넸다. 또한 "앞에 있는 그릇을 어떻게 해야 해?"라는 물음에는 "건조대에 넣어야 할 것 같다"고 답하며 팔을 움직여 그릇을 건조대에 넣는 시연도 성공했다.

김익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장은 "피겨AI는 로봇과 챗GPT 연동을 기반으로 로봇이 사람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고,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작업을 보여줬다"며 "그동안 로봇에서 난관으로 뽑혔던 '작업계획'이 AI를 통해 많은 부분에서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작업계획이란 로봇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작업과 그 순서를 결정하는 과정을 뜻한다.

앱트로닉 '아폴로' 앱트로닉 유튜브

휴머노이드의 상용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BMW그룹은 피겨AI의 로봇 피겨01과 다음 버전인 피겨02의 자동차 생산설비 적용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으며 아마존은 미국 로봇 업체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물류창고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플랫폼 공급에 나서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엔비디아가 올해 초 발표한 플랫폼 '코스모스'는 로봇과 같은 물리적인 AI 시스템의 개발을 돕도록 설계됐다. 이 플랫폼은 텍스트, 이미지 등 센서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리적인 세계를 가상 공간으로 옮겨놓을 수 있다. 이곳에서 로봇은 마치 실제 환경과 마찬가지로 훈련하며 학습한다. 피겨AI를 비롯해 뉴라로보틱스, 애자일로봇 등 많은 로봇 기업이 코스모스를 통해 로봇을 훈련하고 있다.

테슬라도 '옵티머스'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앞세워 올해 상용화에 도전한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대량생산하고 공장에 투입해 차체 프레임 운반과 같은 단순 반복 노동을 로봇에 맡긴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옵티머스 역시 AI 기반으로 작동하며 환경 변화에 따라 스스로 학습하고 적응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보스턴다이내믹스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상용화를 위한 로봇을 지난해 출시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540도 점프, 백플립 등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애물을 피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이족 보행, 점프가 가능하다. '유압'으로 작동하는 만큼 큰 힘을 낼 수 있지만 에너지 효율이 낮고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상용화를 위해 아틀라스를 전기 구동식으로 전환하고 현대차와의 협업 등을 통해 AI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코비 브라이언트 따라 하는 로봇 카네기멜런, 엔비디아

아무리 로봇의 움직임이 정교해졌다고 해도 인간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로봇을 시뮬레이션하는 공간과 우리가 사는 실제 물리 환경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델타 액션 러닝'을 이용했다. 이는 로봇의 행동을 기반으로 행동 오차를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했더니 로봇은 덩크슛은 물론 수비수를 피해 뒤로 점프하며 슛을 던지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슛동작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골을 넣고 선보이는 세리머니 동작은 물론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노래 '아파트'의 댄스 동작도 재현해냈다. 연구진은 "향후 스포츠, 재활 치료,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