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이슈 국내 국외!!

美 '자이언트스텝' 소용돌이 속 한국..'베이비스텝' 보폭 늘릴까

하나님아들 2022. 9. 22. 11:17

美 '자이언트스텝' 소용돌이 속 한국..'베이비스텝' 보폭 늘릴까

김혜지 기자입력 2022. 9. 22. 
미 연준, 기준금리 0.75%p↑..'킹달러' 현상 못박았다
환율 급등에 기름 부어..한은, 내달 빅스텝 여부 주목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또다시 0.75%포인트(p) 큰 폭으로 인상했다. 무려 3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연준은 이로써 세계적인 '킹달러'(달러 가치 강세) 현상에 못을 박은 셈이다.

한미 기준금리는 역전됐다. 원화에 투자하는 것보다 달러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득인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며 환율 급등세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높이는 '베이비 스텝' 기조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짙어지고 있다.

연준은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2.25~2.50%에서 3.00~3.25%로 인상하기로 했다.

치솟는 물가에 올 7월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 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2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이후 또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것이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한 배경에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미국 내 물가가 있다.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3%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한 달 전 고조됐던 '피크 아웃'(정점 통과) 기대감이 무색한 수치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에 강도 높은 통화 긴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대표적으로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과 싸움의 대가로 경기 침체를 용인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피크 아웃 기대에 젖어들던 시장을 흔들었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기준금리의 올 연말 전망치는 5%에 바짝 가까워졌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내년 말까지 4.25~4.50%의 금리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는 11월과 12월에 각각 0.5%p, 내년에 추가로 한 번 더 금리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무라는 미국의 연말 최종 금리를 4.50~4.75%로 예상 중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2.8.1/뉴스1

우리나라가 펼칠 수 있는 통화 정책의 운신 폭은 그만큼 좁아졌다.

한은은 앞선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당분간 금리를 0.25%p씩 올리는 베이비 스텝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준이 당초보다 강경한 자세로 자이언트 스텝을 3회 연속 단행하면서,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가 여건 상 어려워졌다.

일단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 하락이 문제다.

연준은 연내 2차례 FOMC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파월 의장이 앞선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미국 내 물가가 뚜렷히 잡히지 않는 이상은 지금 같은 고강도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면 달러 강세 현상이 계속되면서 원화 가치는 지속적인 절하 압력에 시달리게 된다.

이미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400원 턱밑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환율이 1500원 선을 뚫을 수 있다고도 본다.

환율이 급등하면 외국인 투자 자본 유출, 외환 보유고 감소 등의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백악관에서 경제 자문 위원을 지낸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대 교수는 전날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올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미국의 통화 긴축과 그에 따른 달러 가치 상승이 세계 경제에 1980년대보다 더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며 "특히 신흥국만 아니라 고소득 국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가 환율 급등에 따른 문제를 막으려면 한미 간에 역전된 금리 차를 줄여야 한다. 현재 한미 금리는 한국이 2.50%, 미국이 3.00~3.25%로 상단 기준 역전된 금리 격차가 무려 0.75%p에 달한다.

한은이 앞서 예고한 대로 베이비 스텝 기조를 고수한다고 가정했을 때, 올 연말 한국의 최종 금리는 3.00%에 불과하다. 미 금리인 4%대 중후반보다 격차가 1%p 이상 벌어진다.

즉, 한은은 연내 2차례 남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0.25%p보다 큰 폭으로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용인 가능한 한미 금리 차이로 1%p 내외 수준을 제시했다. 이를 지키려면 올해 안에 빅 스텝을 넘어서는 조치가 적어도 한 번은 나와야 한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