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의 정체성
이세상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흔히 "신학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는 일반적으로들 하는 말이지만, 잘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는 아주 황송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 고귀한 명칭을 듣는 이들은 과연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이제부터 아주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겠지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해서 진정한 신학생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신학하는 이들은 무엇보다도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 "한 교회의 신실한 교인"이어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거창한 말은 우리의 신학생 됨의 필요 조건의 하나이다. 따라서 우리는 신학생 되기 이전과 이후에도 그렇지만 진정한 그리스도인 됨과 교회의 지체됨에 대해서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교회의 지체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는 이들은 그 교회의 부름을 받아 신학을 공부하고 그것을 토대로 하여 청빙받을 수 있는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어떤 것보다도 참으로 바른 개혁 교회의 신실한 교우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에게 일차적으로 요구되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특히 이 땅에서는 개혁 신학을 말해 주는 일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참으로 성경과 개혁 신학에서 말하던 진정한 개혁 교회가 존재하고 잘 유지되어 온 일이 드물기 때문에, 무엇보다 먼저 참으로 바른 개혁 교회의 일원으로 그 회원 역할을 하는 일이 신학생 됨의 선결 과제로 있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교회의 교우(지체) 역할을 하면서 우리는 교회와 함께 성장해 가고 전진해 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절실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성경에서는 따로 따로 떨어져 있는 개개인 성도들이라는 현대적 개념은 낯선 것이다. 온 교회가 함께 성장해 가는 유기적 교회의 모습이 선경이 친숙히 알고 제시하는 교회의 모습이다. 따라서 교회와 함께, 교회의 일원으로서 은혜의 방도로서의 하나님의 말씀을 공급을 받고, 그 지체로 성장해 간 경험을 가진 이들만이 후에 개혁 교회를 바르게 섬겨 나가는 일을 감당할 수 있다.
또한 교회의 회원으로서 동료 교우들이 우리들에 대해서 과연 다음 세대를 감당해 갈 수 있는 목회자 후보생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지에 대한 점검을 받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우리들 대부분은 신학교 오기 전에 여러 사람들로부터 여러 번 신학교에 가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교회 생활을 같이 하는 가운데 다음 세대의 교회를 생각하면서, 즉 목회자 후보생들을 염두에 두면서 과연 이런 분들이 신학교에 가야 한다고 하는 대다수 교우들이 일치된 의견인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혹시 그런 경험이 없었던 분들은 신학교에 들어 와서 소위 교육 전도사를 사역하는 기간 동안에 우리가 사역하는 모습을 지켜 보는 주변에 있는 분들이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우리의 성품과 사역을 어떻게 평가하며 앞으로 목회자가 되기에 적절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지를 마음 속 깊이 새겨 보아야 한다. 후에 목사 청빙을 받을 때뿐만이 아니라, 신학생되는 일의 시초와 과정에서도 우리의 성품과 사역을 다음 세대의 목회자다운 존재로 대다수의 교우들이 평가하는 지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함께 교회 생활을 하는 우리 교우들이 우리를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교회의 바른 지체의 한 사람으로 여겨야만 우리는 앞으로 교회를 섬겨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 자신으로서도 다른 일로 보다는 이렇게 교회의 사역자로 주님을 섬기는 것이 자신이 하나님과 그의 나라와 교회를 섬기는 최선의 방도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그 개인적 확신과 열망이 매우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우리와 함께 하는 성도들이 우리를 참된 그리스도인과 다음 세대의 목회자로 적절하게 보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보다도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의 바른 지체 역할을 하는 성도여야 한다.
둘째로, 신학하는 사람은 참으로 신학하는(doing theology, theologieren) 사람이어야 한다.
교회의 추천을 받고 신학하는 사람은 참으로 "죽도록"(죽기까지) 신학적 공부를 연마해야 한다. 목사는 평생 공부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신학생으로 있는 기간 동안에 우리는 앞으로 평생 공부하면서 교회를 섬겨 나가는 기본적인 방법을 익숙하게 연마해야 한다. 신학생은 모든 신학을 다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그것을 하기에는 3년, 혹은 7년의 과정이 너무 짧다!), 앞으로 평생 공부해 갈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을 배우는 사람이다. 따라서 신학생 때만 공부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평생 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의 준비를 학교에 있는 기간 동안에 힘써야 한다.
M. Div. 과정에서 우리가 다루는 과목들은 가장 기본적인 과목들이지만 신학내의 모든 학문 분과의 기초를 놓는 과정으로서 우리는 어떤 과목과 관련해서는 이 M. Div. 과정에서 공부하는 것이 그 과목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가르침 받는 마지막 과정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과목에 대해서 평생 그런 고찰을 하여 나가는 기본적인 태도와 연구 방법에 대한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러니 어떤 과목에 대해서고 한 시간이라도 소흘히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학교와 교수님들도 그런 태도로 우리를 지도해 주셔야 한다). 모든 과목을 골고루 잘 준비해서 평생 개혁 신학을 공부해 가는 사람으로서의 충분한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헬라어, 히브리어를 잘 연마해서 앞으로 평생 바른 성경 주해에 근거한 쉽고도 유익한 설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조직 신학적 토대를 분명히 해서 개혁 신학의 틀에서 벗어 나는 사고와 설교를 하지 않도록 하며, 교회사를 잘 살펴서 과거의 어떤 이단들이 말하고 행동한 바를 우리가 모르거나 알면서 따라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토대를 잘 마련한 후에는 전통적 신학 분과 중 1, 2 분과를 선정해서 앞으로 평생 그 분야에 대한 아마츄어 전문가로서의 연구를 계속해 보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효과적으로 깊이 있게 탐구해 가기가 쉽기 때문이다.
신학하는 사람은 참으로 신학하는 사람(비전문적 의미에서라도 theologian)이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는 신학과 성경의 전문가로 섬기는 것이다. 물론 모든 교회의 선생님(doctor ecclesiae)들인 교수님들과 함께 하는 것이므로 평생 같이 연구하고 도움을 받고 할 것이지만, 개개의 교회 안에서는 우리들이 성경과 신학과 2000년 기독교 역사의 대변인과 전문가로서 파송받는 다는 의식을 가지고 모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로, 신학생은 흔히 또 사람들이 언급하듯이 "하나님께 속한 사람, 거룩한 사람"(divine)이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신약적 개념에서, 종교 개혁적 개념에서는 진정한 그리스도인들 모두가 다 거룩한 사람들이며, 신령한 자들이다. 그러므로 신학생이 되고, 목회자가 되는 이들도 당연히 거룩하고 신령한 자여야 하는 것이다. 다른 이들과 구별된 의미에서의 신령한 자라기 보다는 모든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이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신령한 자( ), 즉 그 안에 성령이 계셔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는 사람의 모습을 드러내어야만 한다.
개신교에서는 목회자와 성도들에 대한 이중 기준(double standards)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한도로 거룩하고 신령한 자들이 될 것을 요구하고[성화에의 요구], 우리도 마땅히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 일은 우리의 노력과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성령님께 온전히 복종하는 가운데서 성령님께서 우리를 인도하셔서 자연스럽게 우리를 성숙시켜 주시는 가운데 이루어 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고 살아가는 실상을 잘 알고, 그런 실제 가운데서 우리의 삶을 살아 가야 한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살아 가는 신령한 자로서의 삶만이 그리스도인의 바른 자태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교회를 위해 성경이 말하는 참다운 교회의 모습을 항상 확인하고, 제시하며, 그 모습을 이루기 위해 줄기차게 노력해 가는 이들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진정 교회를 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신학은 근본적으로 교회를 위한 신학(theology for the church)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생각과 말에서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있어서는 안된다.
다음 세대의 교회를 위해 우리의 교회가 진정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우리는 성경이 가르치는 교회의 바른 모습[正姿]을 찾아 제시하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 그리하여 개혁자들처럼 교회로 교회되게 하며, 학교의 교훈 처럼 바른 교회를 세워가는 일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세대의 신학생들이 나누는 말이 다음 세대의 교회의 모습을 결정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우리는 과연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우리가 추구하는 교회는 과연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는가? 그 교회의 모습은 과연 개혁 신학적 교회 이해에 충실한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사랑하는 형제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맺고자 한다.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 대학교)/http://blog.daum.net/wminb/18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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