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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소름돋는 칼군무 처음봤다”…중국발 로봇 쇼크, 한국에 남은 시간은

하나님아들 2025. 2. 9. 00:01

“이렇게 소름돋는 칼군무 처음봤다”…중국발 로봇 쇼크, 한국에 남은 시간은 [더테크웨이브]

입력2025.02.08. 
 
차이나테크의 전방위 공습 경보
다음 ‘딥시크 쇼크’ 로봇이 유력
‘서울대 로보틱스데이’서 본 희망


1985년생 젊은 창업자가 설립한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연초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 회사가 내놓은 추론 특화 AI모델 ‘딥시크 R1’이 오픈AI, 구글 등 ‘AI레이스’를 주도해온 미국 빅테크의 AI모델을 위협하는 뛰어난 성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딥시크가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AI 성능은 올리는 것을 증명하면서 미국 AI기업들의 고비용 구조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간 AI패권 경쟁의 2막이 열렸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사실 딥시크와 같은 ‘차이나 테크’의 공습은 예고된 일이었습니다. 중국 기업들은 비단 AI 뿐 아니라 로봇과 같은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기술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방송의 춘제(春節·중국의 설) 갈라쇼 프로그램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군무를 선보여 전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매경DB수년전부터 중국 테크 기업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휴머노이드 등 최첨단 로봇 기술 고도화에 열을 올려왔죠. 현재는 로봇 청소기, 서빙 로봇을 넘어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 기업 바이두와 손잡은 유비테크(UBTECH), 유니트리 등이 대표적입니다. 글로벌 로봇업계와 학계에서 이들 회사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각각 휴머노이드, 사족보행 로봇 등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죠.

미국과 중국 두 테크 열강 속에 낀 한국 입장에서는 AI와 로봇 분야에서 ‘혁신 팔로업’이 시급합니다.

AI와 로봇 기술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트렌드 변화가 매우 빨라 ‘속도 싸움’이 관건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혁신의 골든타임이 모두 지나버리기 전에 한국이 국가차원에서 ‘AI 트랜지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습니다.

특히 정보기술(IT)업계에서 생성형AI와 함께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인 ‘로보틱스(로봇)’ 분야에 더 빨리, 더 많은 노력을 쏟을 필요가 있습니다. 로봇의 ‘뇌’ 역할을 하는 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물리세계에서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로봇도 속속 출현하고 있거든요.

최근에는 상용화까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분야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 한국 또한 빠르게 ‘혁신열차’에 올라타야 하는 상황입니다. 생성형 AI와 결합해 로봇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휴머노이드의 상용화 시기가 훨씬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주 <더테크웨이브>에서는 ‘딥시크 쇼크’에 이어 차이나테크의 공습이 예고되는 로봇 시장 최신 트렌드와 함께 한국 로봇 기술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던 ‘서울대 로보틱스 데이’에서 나온 혁신 기술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中 춘제에 야심차게 선보인 ‘로봇 군무’
중국중앙TV(CCTV)가 지난달 29일 생방송한 연례 춘제(중국 설) 갈라쇼 ‘춘절연환만회(춘완)’ 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16대가 등장해 인간 무용수와 함께 중국 북부지역 전통무용인 ‘뉴양거’를 선보이는 모습. CCTV 캡처·매경DB중국중앙TV(CCTV)가 지난달 29일 5시간에 걸쳐 생방송한 연례 춘제(중국 설) 갈라쇼 ‘춘절연환만회(春节联欢晚会·춘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영화 ‘붉은 수수밭’ 등으로 유명한 중국의 장이머우 감독이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의 ‘H1’ 제품을 활용해 연출한 무대였죠.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로봇 16대는 인간 무용수 16명과 함께 중국 북부지역 전통무용인 ‘뉴양거(扭秧歌)’를 선보였다고 해요.

로봇들이 두발로 걸으며 수건을 던졌다가 받는 등 고난도 동작을 소화하는 것이 생방송을 타고 전 세계에 송출됐습니다.

같은 날 CCTV가 방영한 코미디 프로그램 ‘2025신춘희극의밤(2025新春喜剧之夜)’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지휘자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차이나 로보테크’ 기세···제2의 딥시크 쇼크 나온다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을 일회성 이벤트나 단순한 ‘쇼’로 받아들이기엔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무섭습니다.

특히 중국이 오랜시간 공을 들이면서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휴머노이드’ 입니다.

휴머노이드란 머리, 몸통, 팔다리와 같은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로봇을 의미합니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 있진 않지만 인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어 로봇 사업의 ‘끝판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중국 휴머노이드 육성 움직임. 매경DB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휴머노이드를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 생산하고 2027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고 이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를 원년으로 삼아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국산화하고 대량 생산한다는 계획이 눈에 띕니다. 이를 위해 민간 기업과 함께 로봇 훈련장을 열고 데이터 수집과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고요.

이를 뒷받침하는 로봇 생태계도 구축된 상태입니다. 중국 로봇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17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국가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 컨소시엄을 구성했습니다. 여기에는 중국의 핵심 로봇 기업, 대학, 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죠.

유니트리, 유비테크 등 중국의 로봇 기업들은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에 돌입했습니다. 또한 바이두·화웨이·BYD·텐센트 등 중국의 빅테크들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과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고 협력하고 있죠.

혁신 기업들간의 기술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바이두와 유비테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모습. 바이두 영상 캡처일례로 중국 최대 검색 엔진 기업 바이두는 유비테크와 협력해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GPT 개발사 오픈AI가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와 협력해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휴머노이드를 내놓자 맞불을 놓은 것이죠.

유니트리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 회사가 개발한 ‘H1’ 로봇은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고 뛸 수 있는 이족 보행 로봇으로 작은 상자를 들어 올려 운반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수도 있고, 복잡한 댄스 동작까지 소화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증명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유니트리에 대한 심층 보고서를 발간하며 “로봇 산업이 ‘딥시크 모먼트’에 다가가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로봇 굴기 그래픽. 매경DB이밖에 중국 전기차 회사 니오는 전기차 제조를 위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나섰습니다. 이 회사는 휴머노이드 로봇팀을 구성해 알고리즘, 동적 인식, 대형모델 등 로봇 기반 기술 연구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하루가 멀다하고 중국에서 로봇 스타트업들이 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몇몇 대기업 주도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한국과 대비되는 실정이죠.

로봇청소기처럼···中로봇에 시장 장악 우려
업계에선 수년내로 산업현장 뿐 아니라 집안일과 병간호를 돕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글로벌 조사기업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16억2000만달러 수준이었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7년 173억달러, 2032년엔 286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사실 중국 로봇 회사들은 이미 산업용 로봇, 로봇 청소기, 서빙 로봇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고요.

로보락, 에코백스, 드리미 등 중국산 로봇청소기는 이 분야 ‘3대장’으로 불리며 국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국내 로봇 청소기 점유율 1위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로보락이 차지했고,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수입된 전체 로봇청소기의 91%가 중국산으로 집계(2023년 기준)되기도 했습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중국 로보락은 ‘중국산은 저렴하다’는 그간의 인식을 뒤집었죠. 150만원 안팎의 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서빙로봇 시장도 중국산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로봇업계에서는 국내 서빙로봇 중 70% 이상이 중국 ‘푸두로보틱스’와 ‘키논로보틱스’ 제품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요. 이들 기업은 자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효과로 국산 제품보다 20~30% 가량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한 상황입니다.

이대로면 본격적으로 개화할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의 공세에 한국 시장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로봇 패권 두고 美·中 경쟁 날로 치열
강대국들의 로봇 패권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테크업계에서는 국가별로 로봇 제조 역량이 분산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어요.

미국 등이 AI를 비롯한 로봇 소프트웨어를 이끌고, 광범위한 공급망과 낮은 제조비용을 제공하는 아시아가 로봇생산 허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로봇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미국 내에서 이뤄진 로봇 투자는 200억달러(2021년 기준) 규모로 전 세계 투자액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자본과 인재를 집어삼키고 있죠.

특히 미국의 경우 국가로봇이니셔티브(NRI2.0) 추진을 통해 대학을 비롯해 산업계와 비영리조직, 민간 스타트업 등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전 세계 AI로봇 시장 규모. 매경DB다만 세계 최대 로봇 시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의 기세를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로봇 산업 육성을 통해 중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임금 상승, 핵심 기술·부품의 높은 대외의존도 등 제조업 경쟁력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어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의 경우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원천 기술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특히 모터, 센서, 감속장치 등 핵심 부품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높습니다.

이에 중국은 올해까지 핵심 기술과 부품, 소재를 70%까지 자급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상태죠. 특히 생산과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중국 정부는 ‘핀셋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상하이를 비롯해 베이징, 선전, 둥관, 선양 등 10곳에 달하는 로봇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했고요.

특히 중국은 AI와 로봇을 접목해 단숨에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야심도 갖고 있습니다.

이른바 ‘립프로깅(Leapfrogging)’ 전략입니다. 립프로깅이란 ‘개구리 점프’라는 의미로 기술 개발에서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다음 단계로 점프하는 것을 지칭합니다.

금융 분야에서 추격자 위치에 있던 국가들이 현금 결제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결제로 간 것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들어 AI나 로봇 등 첨단 기술을 곧바로 서비스에 접목한 사례에서 통용되고 있죠.

서울대가 처음으로 ‘로보틱스 데이’ 연 이유
서울대 로보틱스 데이 1부 행사에서 조규진 서울대 교수가 소프트 로봇 연구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서울대 공대작년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서울대 로보틱스 데이(SNU Robotics Day)’를 처음으로 개최했습니다. 행사는 서울대 로봇공학자와 일반인 200여명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뤘죠. 한국 로봇 분야 연구를 이끌고 있는 공학·과학자들의 연구 방향성을 볼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서울공대는 앞으로 매년 로보틱스 데이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학계와 산업계, 투자업계를 연결해 더 많은 자금과 우수 인재가 로봇 분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시도로 풀이됩니다.

로봇 분야는 사실 학계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같은 세계적인 로봇 회사들도 대학 실험실에서 나왔습니다.

제1회 서울대 로보틱스 데이에 모인 전문가들은 “제조업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숙련된 제조인력의 맥이 끊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면서 “중국은 노동력과 로봇을 다 가지고 있고, 첨단 제조 로봇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높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 ‘뾰족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공유됐습니다.

실제로 이번 로보틱스 데이에서 제시한 가장 큰 테마로 ‘로봇 매니퓰레이터(손 또는 팔) 기술’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더 발달되고 더 특화된 기능을 할 수 있고 더 효율적으로 기능하는 기술로 향후 휴머노이드의 기술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기술입니다.

로보틱스 데이에서는 다물체 파지 그리퍼(조규진 교수팀), 접시 수납 로봇팔(이동준 교수팀), 소프트 센싱 글러브(박용래 교수팀), 햅틱 수술 로봇 (한경원 교수팀) 등 서울대가 보유한 혁신 로봇 기술들이 대거 공개됐습니다.

조규진 교수팀이 개발한 다물체 파지 그리퍼는 사람의 손처럼 여러 물체를 한꺼번에 집은 다음 원하는 위치에 놓을 수 있는 것으로 세계 최초의 연구입니다. 동일한 물체를 이동시킬 때 기존 방식 대비 로봇팔 이동 거리 71% 감소시켜 사이언스 로보틱스지에 발표됐습니다. 같은 시간 내에 더 많은 수의 물체를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산업 로봇의 경쟁력인데, 이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로 주목됩니다.

이동준 교수팀이 개발한 접시 수납 로봇팔은 아무렇게나 움켜쥔 식기의 정확한 자세를 추정하고 비좁은 공간에서도 로봇이 자신의 행동을 정교하게 계산하여 움직이게 하는 기술이 접목됐습니다.

인공지능과 고속 시뮬레이션 기술이 사용됐죠. 접시를 수납하는 동작은 인간이 보면 단순노동 같지만 협소한 장소에 접시가 부서지지 않게 쌓기 위해서는 고도의 시각지능, 공간지능, 판단지능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휴머노이드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서울대 한경원 교수팀의 ‘햅틱 수술 로봇’ 발표 모습. 서울대 공대한경원 교수팀이 개발한 햅틱 수술 로봇은 기존 수술 로봇의 한계를 돌파하는 기술로 주목됩니다.

로봇 수술은 정교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직접 환자의 조직에 수술할 때와 같은 촉각정보를 얻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한 교수팀이 개발한 센서와 햅틱기기는 수술 중 조직과의 촉감을 측정하고 이를 의료진의 손에 그대로 전달해 기존 수술 로봇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습니다.

데모현장서 느껴진 뜨거운 로봇 열기
‘로보틱스 데이’에서 가장 인파가 몰린 곳은 실험실 로봇을 공개하는 데모 현장이었습니다.

40여명의 연구원들이 자신의 로봇을 가져와 현장에서 시연해 보였죠. 입구에서는 대학원 학생들이 수업 과제로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이 손님을 맞이하는 안내봇 역할을 하며 손을 내밀면 센서로 인식해서 잡아줬습니다.

사람이 입는 로봇 ‘웨어러블 로봇’을 전시하는 공간에서는 마네킹들이 일렬로 늘어선 모습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수천으로 제작되어 가벼우면서도 무릎의 부하를 줄여줄 수 있는 ‘엑소 언로더’ 로봇, 끈이 달린 조끼 같은 로봇을 입으면 무거운 물건을 들때 허리를 보조할 수 있도록 제작한 ‘스쿼트 로봇’, 척추 모양의 기계를 입으면 실제 척추에 하중이 걸리지 않고 무거운 물체를 들게 하는 ‘허리 동작 보조 웨어러블 슈트’, 고관절을 움직여 걷기와 뛰기의 기능을 모두 향상시켜주는 고관절 보조로봇 등이 전시됐습니다.

데모를 보여준 서울대 연구원은 웨어러블 로봇은 “인체를 보호하고 능력은 향상시킨다는 목적은 같지만, 그 접근 방법은 소재부터 프로그램까지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대 연구팀이 개발한 모그립 로봇팔 모습. 사람이 손가락으로 집어 손바닥에 올리면서 잡는 원리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서울대 공대혼자서 움직이는 로봇 손은 뒤에 서 있는 연구원의 손동작을 따라하고 있었습니다.

센서가 있는 장갑을 낀 연구원이 손을 움직이면 로봇 손이 동일한 동작을 했죠. 연구원은 “해당 손 로봇의 기능이 더 섬세한 수준에 도달하면 원격으로 수술을 하거나, 간접적으로 구조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러 개의 크기가 다른 물체를 집어 올리는 ‘모그립’ 로봇은 사람 손과는 거리가 먼 모양이었지만, 손가락 같은 부품이 물건을 집어 손바닥 처럼 넓은 공간으로 옮겨 담는 모습은 사람의 손동작과 매우 닮아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로봇에서 구현된 적이 없는 사람의 ‘손가락-손바닥 이동’ 원리를 처음으로 구현한 모델입니다. 나란히 전시된 ‘접시 수납 로봇팔’은 좁은 공간에 차곡차곡 접시를 정리하고 있었죠. 인간에게는 단순한 노동이지만 로봇이 이렇게 수행하려면 탁월한 시각지능과 판단능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도전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웨어러블·의료용 로봇 등 활용 분야 무궁무진
의료용 로봇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에는 햅틱 수술 로봇이 긴 손가락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수술 로봇이 정교한 동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직접 환자의 조직에 손을 대며 수술할 때의 촉각정보를 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햅틱 수술 로봇을 사용하면 수술 중에 조직과의 촉감을 측정해 의료진의 손에 그대로 전달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쪽 벽을 차지한 대형 스크린에서는 서울대 연구팀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하는 화면이 상영됐습니다.

서울대 연구팀은 운반이 어려운 큰 우주 물체를 소형 위성 여러대를 이용해 운반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ISS에서 실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인공지능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비전기술을 로봇에 적용해 물고기처럼 주변상황을 360도로 인지할 수 있는 시각지능을 구현한 연구도 앞으로 활용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십 대 로봇의 데모를 지켜본 로봇 전문기업 소속 표윤석 공학박사는 “발표와 데모 시간에 젊은 연구자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며 “당장 상용화를 시도할법한 로봇도 많이 보여서 학교와 적극적으로 협업할 필요를 느낀다”고 전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인재
로보틱스 데이의 마지막은 미래의 로봇 공학자인 대학 1학년 학생들의 열띤 경기를 응원하는 시간으로 진행됐습니다. 로봇공학 기초 과목인 창의공학설계를 수강하는 60명의 학생들이 직접 만든 로봇으로 팀별 대항전을 치루는 과정을 관람객들이 함께 관람했죠.

올해 새로 도입된 다자유도 로봇팔의 기능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조립왕’ 팀이 접전 끝에 우승하고 국제로보콘 참전권을 획득했습니다.

서울대 연구팀의 실력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앞서 서울대 기계공학부 조규진 교수팀은 작년 4월 ‘매스로보틱스’가 주최한 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MIT, 하버드대, 보스턴대(BU) 실험실에서 개발된 로봇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창업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죠.

조 교수팀은 우주에서의 건설 자동화를 위한 트랜스포밍 3D 프린팅 로봇 기술을 제시하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MIT, 하버드, 터프스 등 보스턴 명문 대학과 코넬, 스탠포드 등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죠.

세계적 로봇학회인 IEEE RAS 회장을 역임했던 서울대 박종우 교수는 “이런 행사를 통해서 (한국에서도) 로봇의 시대는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면서 “인간의 외형을 한 기계가 판매되는 것이 로봇의 시대가 아니라,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를 지능을 갖춘 기계를 만들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로봇의 시대”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박 교수는 “지금도 지구상에는 로봇화를 통한 해결이 필요한 수많은 문제들이 있고, 이를 위해 공학자들의 창의적인 도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로봇 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매경DB기술 발전으로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AI·로봇 경쟁을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요. 뛰어난 인재를 중심으로 자본과 인력 기술이 융화되는 생태계를 만든다면 불가능한 도전은 아닐겁니다.

다만 시간이 많지는 않아 보입니다. 또 관건은 인재입니다.

딥시크의 개발 주역은 30대 여성 공학자 뤄푸리로 알려졌습니다. ‘유니트리’의 창업자 왕싱싱은 35세, ‘즈위안 로봇’을 이끄는 펑즈후이는 32세입니다. 1990년대 이후 출생자를 의미하는 ‘주링허우’ 세대가 중국 혁신을 이끌고 있는 셈이죠. 서울대를 비롯해 한국 로봇학계에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세계를 무대로 기술력을 펼칠 수 있는 우수 인재가 다수 있습니다. 미국 주요 대학 곳곳에선 한국 로봇 공학자들이 활약하고 있고요.

중·장기적으로는 창의적인 공학 인재를 확보하는 것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소수의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해서는 지속적인 혁신을 만들어내기가 버겁기 때문이죠.

지난해 11월 학술정보 분석업체인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전 세계 연구자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상위 1% 과학자 명단을 보면, 중국 본토에서만 1405명이 선정됐습니다. 미국(2507명)에 이어 2위(점유율 20.4%)였죠. 반면 한국은 75명으로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인재가 의대로 쏠리고, 우수 이공계 인력이 한국을 떠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드라마틱한 반전’이 요원할 것입니다.

다음번 <더테크웨이브>에서는 전 세계의 ‘로봇 연구소(RI)’ 경쟁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리라 믿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류를 진보시키는 최신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