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면허반납만 바라서야… 日, 신차 90%에 비상 제동장치
입력2024.09.07.
계속되는 ‘페달 오조작’ 해법은
게티이미지뱅크
운전 중 돌발상황에 당황해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잘못 밟는 ‘페달 오조작 급가속’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 1일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도 조사 결과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특히 유사한 사고 유형에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자발적인 ‘면허 반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에 호응한 고령자는 100명 중 3명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인구 비중이 큰 농촌 지역이나 읍·면 지역일수록 대중교통편이 열악한 상황에서 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교통안전공단이 통계청과 도로교통공단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로 인한 비율은 2012년 13.3%에서 2021년 24.3%로 10년 새 11% 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전체 운전자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1.7%에서 17.1%로 5.4% 포인트 올랐는데 이들이 낸 사고 사망자 비율은 2배 이상 뛴 것이다. 2017~2021년 운전 미숙으로 발생한 차량 단독 사고의 사망자 수를 봐도 고령자 몫이 30%에 이른다. 20~40대 평균치(약 12%)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교통안전공단은 자체 연구 결과 고령자가 정지 상태에서 급출발하거나 핸들을 갑자기 꺾을 때 비고령자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위험 행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정부도 고령 운전자의 인지 저하 위험성을 고려해 면허 적성검사제를 운용하고 있다. 70세 미만은 면허 취득 후 10년 단위로, 75세 이상은 3년 주기로 시력과 팔·다리 등 신체 능력 등을 확인하는 제도다. 75세 이상은 치매 지필 검사가 포함된 특별 교통안전 교육도 반드시 수강해야 한다. 시력·청력 부진, 치매·정신분열병 등 정신질환 고령자는 수시 검사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검사가 실제 사고 위험을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한 일본이 2022년 ‘75세 이상자 중 최근 생일로부터 160일 전 3년간 교통 법규를 위반한 전적이 있는 사람’에 대해 인지능력 검사와 운전기능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면허를 갱신해주는 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다.
정부는 보완책으로 2019년부터 고령자의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더는 운전할 필요가 없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70세 이상 고령자가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나 경찰서 민원실을 찾아 면허를 반납하면 최초 1회에 한해 10만원 상당의 선불 교통카드나 지역화폐, 현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책 시행 5년 차가 된 2023년에도 연말 기준 65세 이상자의 면허 반납률은 2.48%에 그친다. 2022년 말 기준 2.6%보다 오히려 떨어진 수준이다. 2022년 지자체 중 반납률이 가장 높았던 부산(3.6%)도 4%선을 넘지 못했고 세종(0.5%)은 1%에 못 미쳤다.
울산 울주군(최고 60만원)과 서울 동작구(34만원) 등 일부 지자체는 반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원금을 높이고 있지만 반납률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대중교통편이 충분치 않은 중소 도시나 읍·면 등지에 사는 고령자는 자가용이 없으면 이동권 자체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지역의 고령자 비중은 더 크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4월 면허를 반납하지 않았거나 그럴 의향이 없는 2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가용 외에 마땅히 이용할 만한 이동수단이 없다’는 응답률은 39%,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다’는 36%(복수응답 가능)로 나타났다. 자가용을 모는 데 건강상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여기는 고령자도 존재한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운전을 막을 수 없다면 안전 운전을 지원하는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본은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 장치와 비상 자동제동 장치, 차로 이탈 보조 장치 등을 탑재한 차량에 한해 면허를 주는 ‘서포트카 한정 면허제’를 2022년 5월 도입했다. 8월 말 기준 서포트카는 162개종이다. 일본에서도 이 제도가 아직 널리 확산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면허 반납을 주저하는 고령자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서포트카 외에도 모든 신차에 비상 자동제동 장치를 장착토록 하는 방식으로 서포트카 한정 면허제를 보강하고 있다. 2020년 4월 말 기준 일본에서 출고된 신차의 비상 자동제동 장치 장착률은 90%에 이른다.
한국에서도 신차에 비상 자동제동 장치를 탑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출시한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에 고령자가 액셀 페달을 브레이크인 줄 알고 잘못 밟아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Pedal Misappli cation Safety Assist) 장치를 적용했다. 0.25초 안에 가속 페달에 100%의 힘이 가해지면 구동력을 제한하고 제동 유압을 넣는 장치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일본 서포트카 한정 면허제나 차량 비상 제동장치 보급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는 충분히 입증됐다. 고령자의 운전 미숙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를 막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운전 중 돌발상황에 당황해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잘못 밟는 ‘페달 오조작 급가속’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 1일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도 조사 결과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특히 유사한 사고 유형에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자발적인 ‘면허 반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에 호응한 고령자는 100명 중 3명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인구 비중이 큰 농촌 지역이나 읍·면 지역일수록 대중교통편이 열악한 상황에서 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교통안전공단이 통계청과 도로교통공단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로 인한 비율은 2012년 13.3%에서 2021년 24.3%로 10년 새 11% 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전체 운전자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1.7%에서 17.1%로 5.4% 포인트 올랐는데 이들이 낸 사고 사망자 비율은 2배 이상 뛴 것이다. 2017~2021년 운전 미숙으로 발생한 차량 단독 사고의 사망자 수를 봐도 고령자 몫이 30%에 이른다. 20~40대 평균치(약 12%)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교통안전공단은 자체 연구 결과 고령자가 정지 상태에서 급출발하거나 핸들을 갑자기 꺾을 때 비고령자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위험 행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정부도 고령 운전자의 인지 저하 위험성을 고려해 면허 적성검사제를 운용하고 있다. 70세 미만은 면허 취득 후 10년 단위로, 75세 이상은 3년 주기로 시력과 팔·다리 등 신체 능력 등을 확인하는 제도다. 75세 이상은 치매 지필 검사가 포함된 특별 교통안전 교육도 반드시 수강해야 한다. 시력·청력 부진, 치매·정신분열병 등 정신질환 고령자는 수시 검사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검사가 실제 사고 위험을 방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한 일본이 2022년 ‘75세 이상자 중 최근 생일로부터 160일 전 3년간 교통 법규를 위반한 전적이 있는 사람’에 대해 인지능력 검사와 운전기능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면허를 갱신해주는 제도를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다.
정부는 보완책으로 2019년부터 고령자의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더는 운전할 필요가 없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70세 이상 고령자가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나 경찰서 민원실을 찾아 면허를 반납하면 최초 1회에 한해 10만원 상당의 선불 교통카드나 지역화폐, 현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책 시행 5년 차가 된 2023년에도 연말 기준 65세 이상자의 면허 반납률은 2.48%에 그친다. 2022년 말 기준 2.6%보다 오히려 떨어진 수준이다. 2022년 지자체 중 반납률이 가장 높았던 부산(3.6%)도 4%선을 넘지 못했고 세종(0.5%)은 1%에 못 미쳤다.
울산 울주군(최고 60만원)과 서울 동작구(34만원) 등 일부 지자체는 반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원금을 높이고 있지만 반납률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대중교통편이 충분치 않은 중소 도시나 읍·면 등지에 사는 고령자는 자가용이 없으면 이동권 자체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지역의 고령자 비중은 더 크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4월 면허를 반납하지 않았거나 그럴 의향이 없는 2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가용 외에 마땅히 이용할 만한 이동수단이 없다’는 응답률은 39%,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들다’는 36%(복수응답 가능)로 나타났다. 자가용을 모는 데 건강상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여기는 고령자도 존재한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운전을 막을 수 없다면 안전 운전을 지원하는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본은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 장치와 비상 자동제동 장치, 차로 이탈 보조 장치 등을 탑재한 차량에 한해 면허를 주는 ‘서포트카 한정 면허제’를 2022년 5월 도입했다. 8월 말 기준 서포트카는 162개종이다. 일본에서도 이 제도가 아직 널리 확산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면허 반납을 주저하는 고령자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서포트카 외에도 모든 신차에 비상 자동제동 장치를 장착토록 하는 방식으로 서포트카 한정 면허제를 보강하고 있다. 2020년 4월 말 기준 일본에서 출고된 신차의 비상 자동제동 장치 장착률은 90%에 이른다.
한국에서도 신차에 비상 자동제동 장치를 탑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출시한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에 고령자가 액셀 페달을 브레이크인 줄 알고 잘못 밟아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Pedal Misappli cation Safety Assist) 장치를 적용했다. 0.25초 안에 가속 페달에 100%의 힘이 가해지면 구동력을 제한하고 제동 유압을 넣는 장치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기존 연구에 따르면 일본 서포트카 한정 면허제나 차량 비상 제동장치 보급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는 충분히 입증됐다. 고령자의 운전 미숙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를 막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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