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들의 길잡이, 케언 [등산 사전]
입력2025.04.23.

케언은 주로 등산로의 갈림길이나 하강 지점 등에서 이정표 역할을 한다. 그 외에 비나 눈이 오는 날에 정상 지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케언을 쌓기도 하며, 등정이나 완등을 기념하거나 조난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기도 한다.
산행 중 길을 잃어 헤매고 있을 때 만나는 케언은 무척 반갑다. 맞는 길로 들어섰거나 적어도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고, 등산로나 이정표도 잘 돼있지 않았던 시대에는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GPS가 발달하며 더 확실한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한다. 케언이 불필요해지자 케언 쌓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생겨났다.
케언을 쌓지 말자는 의견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케언을 쌓기 위해선 돌을 모아야 하는데 이는 '인간의 활동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LNT 원칙에 어긋난다. 그 돌들은 원래 작은 동물이나 곤충들의 서식지 역할을 했을 수 있다. 안내하는 방향이 불투명한 케언은 등산객을 잘못된 길로 빠지게 하거나 산행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인위적이라 자연 경관을 해치기도 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케언을 쌓지 말아 달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일부 국립공원에서는 아예 케언 쌓는 것이 금지돼 있다. 케언을 꼭 쌓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돌아올 때 부술 것', '주변의 돌로만 만든다' 등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가급적 등산리본이나 주변 지형을 활용하는 다른 방법으로 길을 표시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네팔 같은 오지에선 여전히 케언이 유효하다. 비슷한 크기의 바위가 널려 있어 방향을 잘못 잡기 쉬운 너덜지대에서도 케언이 필요하다. 히말라야에서 등반하다 사망한 산악인들을 추모하는 케언들은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며, 후배 등반가들이 그들을 기억하고 기릴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나라에선 한라산에 있는 고상돈, 오희준 산악인의 케언이 대표적이다.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
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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