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마지막 투어 공연에서 작심 비판... “왼쪽, 니는 잘했나!”
입력2025.01.11.
10일 서울 KSPO돔에서 1만2000여 관객 만나
좌우 정치권 왼팔오른팔 빗대 비판
약 2시간 30분동안 거침없는 발언
사흘간 서울 공연 후 59년 가수 인생에 종지부
공연 중 눈물 보이기도
나훈아. /예아라예소리
“여러분, 저는 구름 위를 걷고 살았습니다. 왜냐면 별, 스타니깐. 좋을 것 같아 보여도 저도 사람이다보니, 별로 사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땅에서 걸으며 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이 마이크를 놓는다는 이 결심입니다.”
가수 나훈아(77)의 목소리는 물기로 꽉꽉 잠겨 있었다. 그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연 단독공연 ‘라스트 콘서트- 고마웠습니다’의 한 장면. 나훈아는 1998년 가수 인생 처음으로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설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중 스타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미주알 고주알 들춰 보이면 환상이 깨진다.” 그랬던 그가 이젠 평범하게 땅을 걷겠다고 했다. 관객들 사이에선 아쉬움이 가득 섞인 “안돼” 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훈아는 10일~12일, 사흘간 같은 장소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그가 가수 인생을 정리하는 은퇴 투어 무대의 ‘마지막 개최지’로 예고해 큰 예매 경쟁이 벌어진 공연이다. 나훈아는 지난해 2월 자필 편지를 통해 처음 은퇴 계획을 알렸다. 이후 4월 인천, 5월 청주·울산, 6월 창원·천안·원주, 7월 전주, 10월 강릉, 11월 안동·진주·광주, 12월 대구·부산에서 차례로 팬들에게 고별인사를 전하는 공연을 열어왔다.
나훈아는 지난해 4월 인천 무대 때만 해도 “오늘은 인천에서의 마지막 공연이니 꼭 잘 해낼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하지만 이날 서울 공연에선 약 2시간 30분간 23곡의 히트곡을 선보이며 수 차례 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참았다. 첫 곡 ‘고향역’부터 내리 6곡을 부른 직후엔 “저는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게 ‘마지막 공연’이다. 오늘 아침에도 연습을 하면서 가슴이 좀 먹먹하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공연 마지막 순서로 대표곡 ‘사내’를 부를 땐 결국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10일 오후 나훈아의 서울 KSPO돔 단독 공연장. /윤수정 기자
나훈아의 대표곡 ‘공’의 무대 또한 평소보다 더욱 거침이 없었다. 그가 매 공연 때마다 ‘띠리~’가 이어지는 후렴구를 활용해 속내를 내보이는 순서다. 한때는 팬들에게 금기어처럼 여겨졌던 나훈아의 2008년 ‘신체 절단설’도 이날만큼은 노래에 맞춘 유쾌한 농담 소재가 됐다. “여러분은 ‘(나훈아) 니가 무슨 스트레스가 있겠노’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기억나십니까. 내보고 밑에 다 잘맀다(잘렸다) 카고. 지금은 웃지만, 여러분. 제 속이 어땠겠습니까. 띠리~!” 능청스런 나훈아의 말이 순식간에 객석을 뒤집었다.
정치권을 향한 그의 작심 발언도 평소보다 높은 수위로 이어졌다. 가장 이목을 끈건 나훈아가 지난달 7일 가진 대구 단독공연에 대한 언급. 당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 사태 나흘 만에 공연을 열었고, “요 며칠 밤을 꼴딱 새웠다. 공연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 “국회의사당이 어디고? 용산은 어느 쪽이고? 여당, 야당 대표 집은 어디고?”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일각에선 ‘나훈아가 계엄 사태와 현 정부에 분노해 쓴소리를 했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나훈아는 “내 생각과는 관계없이 저거 색깔에 맞게, 맘대로 막 쓴 기다. 그럼 안 된다”며 직접 반박에 나섰다. “인제 그만 두는 마당에 아무 소리 안 할라켔는데 (안 되겠다)”며 운을 뗀 그는 자신의 왼팔과 오른팔을 들어보이며 “왼쪽이 오른 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 난리를 치고 있다. 이 얘기가 지가 지방(대구)에서 한 얘기”라고 했다. 이어 그는 왼팔을 가리키며 이렇게 외쳤다. “니는 잘했나!” 계엄 사태 이후 좌우로 나뉘어 책임론을 묻는 정치권 분쟁을 왼팔과 오른팔에 빗대 말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형제들을 혼내던 어린 시절도 예로 들었다. “서로 잘못했다 난리를 직이면 우리 어무이는 ‘둘 다 바지 걷어라!’며 둘 다 때렸다. 형제가 어떤 이유가 있어도 싸우면 안 된다는 논리를 말하신 것”이라며 “지금 우린 누가 누구를 어떻게 하고 난리가 났는데, 느그(너희) 하는 꼬라지들이 정말 국가, 국민을 위한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고 외쳤다. 그는 “내 말에 동의를 안 해도 좋다”고도 덧붙였다. 객석에선 곧바로 “동의!” “옳소!” 환호가 이어졌다.
나훈아는 공을 완창한 직후에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여러분, 지금 우리 머리 위 폭탄이 떨어져도 이상할게 하나도 없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텔레비전에서 어떤 군인들은 계속 잡혀 가고, 어떤 군인은 찔찔 울고 앉았다. 이것들한테 우리 생명을 맡긴다? 웃기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언론들이 이런걸 생중계한다는게 문제”라며 “그러면 북쪽 김정은이 얼마나 좋아하겠나. 저런건 생방송해서 비추며 안 된다”고도 외쳤다. 이어진 그의 말에 객석에선 또 다시 “맞다!” 소리가 쏟아졌다. “정치하는 분들이 반은 국회에서 밤을 새고, 탄핵을 하니 생 지x을 하든 뭘 하든 다 좋아. 다 좋은데, (나머지) 반은 국방을, 우리가 먹고 사는 경제에 신경 써야 합니다. 경제고 국방이고 다 어디로 가버리고 지금 딴짓들만 하고 앉아 있는데.”
한편 나훈아는 오는 12일까지 사흘간 5회에 걸쳐 약 7만 관객을 만난다. 1967년부터 가수 활동을 시작한 그는 ‘사랑’ ‘영영’ ‘잡초’ 등 직접 쓰고 부른 노래만 1200여곡에 달한다.
가수 나훈아. /예아라예소리
좌우 정치권 왼팔오른팔 빗대 비판
약 2시간 30분동안 거침없는 발언
사흘간 서울 공연 후 59년 가수 인생에 종지부
공연 중 눈물 보이기도
“여러분, 저는 구름 위를 걷고 살았습니다. 왜냐면 별, 스타니깐. 좋을 것 같아 보여도 저도 사람이다보니, 별로 사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땅에서 걸으며 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이 마이크를 놓는다는 이 결심입니다.”
가수 나훈아(77)의 목소리는 물기로 꽉꽉 잠겨 있었다. 그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연 단독공연 ‘라스트 콘서트- 고마웠습니다’의 한 장면. 나훈아는 1998년 가수 인생 처음으로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설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중 스타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미주알 고주알 들춰 보이면 환상이 깨진다.” 그랬던 그가 이젠 평범하게 땅을 걷겠다고 했다. 관객들 사이에선 아쉬움이 가득 섞인 “안돼” 소리가 흘러 나왔다.
나훈아는 10일~12일, 사흘간 같은 장소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그가 가수 인생을 정리하는 은퇴 투어 무대의 ‘마지막 개최지’로 예고해 큰 예매 경쟁이 벌어진 공연이다. 나훈아는 지난해 2월 자필 편지를 통해 처음 은퇴 계획을 알렸다. 이후 4월 인천, 5월 청주·울산, 6월 창원·천안·원주, 7월 전주, 10월 강릉, 11월 안동·진주·광주, 12월 대구·부산에서 차례로 팬들에게 고별인사를 전하는 공연을 열어왔다.
나훈아는 지난해 4월 인천 무대 때만 해도 “오늘은 인천에서의 마지막 공연이니 꼭 잘 해낼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하지만 이날 서울 공연에선 약 2시간 30분간 23곡의 히트곡을 선보이며 수 차례 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참았다. 첫 곡 ‘고향역’부터 내리 6곡을 부른 직후엔 “저는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게 ‘마지막 공연’이다. 오늘 아침에도 연습을 하면서 가슴이 좀 먹먹하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공연 마지막 순서로 대표곡 ‘사내’를 부를 땐 결국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나훈아의 대표곡 ‘공’의 무대 또한 평소보다 더욱 거침이 없었다. 그가 매 공연 때마다 ‘띠리~’가 이어지는 후렴구를 활용해 속내를 내보이는 순서다. 한때는 팬들에게 금기어처럼 여겨졌던 나훈아의 2008년 ‘신체 절단설’도 이날만큼은 노래에 맞춘 유쾌한 농담 소재가 됐다. “여러분은 ‘(나훈아) 니가 무슨 스트레스가 있겠노’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기억나십니까. 내보고 밑에 다 잘맀다(잘렸다) 카고. 지금은 웃지만, 여러분. 제 속이 어땠겠습니까. 띠리~!” 능청스런 나훈아의 말이 순식간에 객석을 뒤집었다.
정치권을 향한 그의 작심 발언도 평소보다 높은 수위로 이어졌다. 가장 이목을 끈건 나훈아가 지난달 7일 가진 대구 단독공연에 대한 언급. 당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계엄 해제 사태 나흘 만에 공연을 열었고, “요 며칠 밤을 꼴딱 새웠다. 공연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 “국회의사당이 어디고? 용산은 어느 쪽이고? 여당, 야당 대표 집은 어디고?”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일각에선 ‘나훈아가 계엄 사태와 현 정부에 분노해 쓴소리를 했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나훈아는 “내 생각과는 관계없이 저거 색깔에 맞게, 맘대로 막 쓴 기다. 그럼 안 된다”며 직접 반박에 나섰다. “인제 그만 두는 마당에 아무 소리 안 할라켔는데 (안 되겠다)”며 운을 뗀 그는 자신의 왼팔과 오른팔을 들어보이며 “왼쪽이 오른 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 난리를 치고 있다. 이 얘기가 지가 지방(대구)에서 한 얘기”라고 했다. 이어 그는 왼팔을 가리키며 이렇게 외쳤다. “니는 잘했나!” 계엄 사태 이후 좌우로 나뉘어 책임론을 묻는 정치권 분쟁을 왼팔과 오른팔에 빗대 말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형제들을 혼내던 어린 시절도 예로 들었다. “서로 잘못했다 난리를 직이면 우리 어무이는 ‘둘 다 바지 걷어라!’며 둘 다 때렸다. 형제가 어떤 이유가 있어도 싸우면 안 된다는 논리를 말하신 것”이라며 “지금 우린 누가 누구를 어떻게 하고 난리가 났는데, 느그(너희) 하는 꼬라지들이 정말 국가, 국민을 위한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고 외쳤다. 그는 “내 말에 동의를 안 해도 좋다”고도 덧붙였다. 객석에선 곧바로 “동의!” “옳소!” 환호가 이어졌다.
나훈아는 공을 완창한 직후에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여러분, 지금 우리 머리 위 폭탄이 떨어져도 이상할게 하나도 없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텔레비전에서 어떤 군인들은 계속 잡혀 가고, 어떤 군인은 찔찔 울고 앉았다. 이것들한테 우리 생명을 맡긴다? 웃기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언론들이 이런걸 생중계한다는게 문제”라며 “그러면 북쪽 김정은이 얼마나 좋아하겠나. 저런건 생방송해서 비추며 안 된다”고도 외쳤다. 이어진 그의 말에 객석에선 또 다시 “맞다!” 소리가 쏟아졌다. “정치하는 분들이 반은 국회에서 밤을 새고, 탄핵을 하니 생 지x을 하든 뭘 하든 다 좋아. 다 좋은데, (나머지) 반은 국방을, 우리가 먹고 사는 경제에 신경 써야 합니다. 경제고 국방이고 다 어디로 가버리고 지금 딴짓들만 하고 앉아 있는데.”
한편 나훈아는 오는 12일까지 사흘간 5회에 걸쳐 약 7만 관객을 만난다. 1967년부터 가수 활동을 시작한 그는 ‘사랑’ ‘영영’ ‘잡초’ 등 직접 쓰고 부른 노래만 1200여곡에 달한다.
윤수정 기자 soom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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