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은 필수 시설… 조난시 위치 파악 도움" [송전탑 오해와 진실]
관리자 인터뷰
석성산 정상에서 본 용인 기흥구 일대. 송전탑 너머로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다.
고석성(가명)
안녕하세요. 한국전력 협력사에서 40여 년간 일했습니다. 30여 년은 송전탑에 올라가서 관리하는 일을 했고, 지금은 사무실에서 송전탑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제주를 비롯한 각지의 송전탑을 올랐습니다. 송전탑 꼭대기에 올라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충실히 답변해 보겠습니다.
송전탑은 보기만 해도 엄청 높은데, 무섭지 않나요?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이 일을 못 해요. 송전탑 관리직원 중에서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어요. 물론 처음 시작할 때는 무서웠죠. 송전전기원 자격증 같은 것이 있어야 입사할 수 있는데 이 교육을 받을 때, "무서워서 도저히 안 되겠다"하는 사람은 그만두죠. 덜 무서운 사람들이 남게 되고, 일에 익숙해지면서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송전탑 높이가 몇 미터인가요? 어떻게 올라가나요?
기본 100m이고 요즘 나오는 송전탑은 130m 정도 됩니다. 기둥의 볼트 같은 사다리가 있어요. 이걸 잡고 올라갑니다. 와이어가 있어서 여기에 안전장치를 연결해서 오릅니다. 안전합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데 5~7분 정도 걸립니다. 사다리를 수직으로 올라가는 거라, 팔 힘이 아닌 다리 힘으로 올라가야 하거든요. 직업적으로 다리가 아주 튼튼해집니다.
송전탑에 톱니가 달린 엘리베이터 같은 장치가 있던데, 이걸 사용하나요?
이동용 엘리베이터 시설인데, 송전탑이 대부분 산에 있잖아요. 엘리베이터 설비를 산에 가져가는 것이 더 어려워요. 그러다보니 사다리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30여 년 전에도 안전와이어처럼 만약을 대비해 주는 장치가 있었나요?
과거에는 안전장치로 추락 방지대를 주로 사용했고, 지금은 만약을 대비한 이중 안전장치로 철탑에 안전 와이어가 설치되어 있어요. 과거에는 이중 안전장치 없이도 올라갔던거죠. 그래도 불안했던 적은 없어요. 긴장되기보다는 올라가는 게 힘들어서 그렇죠. 숨이 차면 로프를 연결해서 안전하게 매달려 잠깐 쉬었다 올랐어요.
하루에 송전탑을 몇 번 정도 올라가나요?
정기순시, 예방순시, 기별점검, 정밀점검 등 점검이 있을 때마다 올라갑니다. 저희 지역에 송전탑이 1,200여 개가 있어요. 보통 한 라인이 70기 정도 되는데 라인별로 정비를 합니다. 한 달 동안 매일 올라갈 때도 있지만, 평균 일주일에 1~2일은 올라갑니다. 특히 정밀점검 기간에는 하루에 5~6개를 올라갑니다.
송전탑을 내려온 뒤 다시 올라가나요?
전선을 정전시켜놓고, 전선을 타고 다음 철탑으로 갑니다. 양 손으로 전선을 잡고 외줄타기 하듯이 아래쪽 전선을 밟고 이동하는 거죠. 무섭지 않냐고요? 곡예 같아 보이지만 무서운 건 없어요. 안전와이어를 걸고 가서 안전해요. 이동이 힘들죠. 전선이 수평인 경우는 거의 없어요. 내리막이나 오르막인데, 오르막이 길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석성산 산길에서 마주친 송전탑.
송전탑 관리에서 가장 힘든 건 뭔가요?
송전탑까지 가는 게 힘들어요. 대부분 송전탑이 산에 있어요. 등산로에 있는 송전탑은 드물어요. 산 중턱의 비탈진 곳에 많은데, 산길이 없어요. 어떤 송전탑이든 1년에 몇 번씩 꼭 가거든요. '순시로'라고 해서 작은 산길을 만들어 놓죠. 낫과 톱을 가져가서 한 사람 걸을 만한 작은 산길을 개척해요. 이 길을 정비하고 보수하는데, 계속 수풀이 우거져서 산길이 뚜렷하지는 않아요. 희미한 길을 찾아가는 개척산행을 하는 거죠. 송전탑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보다, 산행이 힘들어요. 송전탑으로 가는 산길 찾는 것도 쉽지 않아서, 5년차 이상은 돼야 길찾기가 가능해요.
송전탑 관리원들은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를 타도 무섭지 않겠어요?
바이킹을 한 번 타 봤는데, 무서웠어요. 철탑은 예측 가능하고 튼튼하다는 걸 알고 올라가거든요. 철탑이 움직이는 일은 없어요. 위험할 일이 없죠. 근데 바이킹은 믿을 수 없어요. 안전장치도 부실한 것 같고. 그때 공포감을 느꼈죠.
송전탑이 쓰러지는 경우는 없나요?
20~30년 전에는 태풍이나 산사태로 넘어간 사례가 있었죠. 최근에는 철탑을 훨씬 더 튼튼하게 세우고, 관리를 잘하고 있어서 그런 사고가 없어요. 안심해도 됩니다.
고압선 가까이서 일하면 위험하거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요?
고압선 작업을 30년 넘게 했는데,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옛날 분들은 고압선 자주 올라가면 자식 못 낳는다고 했는데, 저는 아들딸 잘 낳고, 건강에도 전혀 이상 없어요. 환경단체에서 생각하는 자연에 나쁜 영향을 준다든지 하는 것도 없어요. 고압선 아래 풀이 잘 자라서 관리원들이 주기적으로 간벌을 하고 있어요.
송전탑이 있으면 지역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있어요.
전자파를 측장해 달라는 민원이 간간이 들어와요. 저희 직원들이 측정하면 모두 기준치 이하예요. 한 번도 기준치 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전자레인지보다 송전탑 아래가 전자파가 적은 건 당연한 결과예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송전선로가 있으면 건강 염려증이 생기는 경우는 봤어요. 자주 병원을 가게 되고,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방사선에 많이 노출되어 오히려 병이 생긴 것도 봤어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지, 송전선로가 있어서 암 발병률이 높다는 식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송전선로를 지하화하고, 발전소를 수도권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요.
땅속으로 전선을 넣으면 비용이 10~20배 정도 더 들어갑니다. 설치비와 관리비가 어머어마합니다. 발전소를 지으려면 여건이 맞아야 하거든요. 열을 식혀 줘야 하니까 바닷가 부근이어야 하고,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어요. 수도권은 이런 조건들이 맞지 않아서 발전소를 세우기 어려워요.
혹시 조난당했을 때 송전탑을 어떻게 활용하면 될까요?
송전탑마다 고유 번호가 있어요. 119에 연락해서 그 번호를 얘기하면 현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빠른 구조가 가능해요. 또 송전탑 부근에는 점검원들이 다니는 산길이 있어요. 다만 동물길처럼 엄청 희미해요. 이 산길에 빨간 표지기와 노란 표지기를 달아요. 다만 송전탑 순시가 목적이라 철탑과 철탑 연결하는 산길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조난 시 무작정 이 리본을 따라가면 안 됩니다.
등산을 즐겨 하나요?
제 아내가 처녀시절부터 아주 대단한 등산 마니아였어요. 취향과 상관없이 아내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산에 다니게 되었고, 저도 산행과 암벽등반을 즐겨 합니다. 2022년에 100대 명산을 완등했어요. 한창 때는 별일 없으면 거의 매주 산행했어요.
월간山 독자께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송전탑이 부족해서 전기 부족 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로 인해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되는 일도 없었으면 합니다. 늘 안전산행 하시고,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송전탑이 이정표가 될 수도 있으니, 혐오시설보다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존재로 봐줬으면 합니다.
*송전탑 관리 직원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됩니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전력 협력사에서 40여 년간 일했습니다. 30여 년은 송전탑에 올라가서 관리하는 일을 했고, 지금은 사무실에서 송전탑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제주를 비롯한 각지의 송전탑을 올랐습니다. 송전탑 꼭대기에 올라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충실히 답변해 보겠습니다.
송전탑은 보기만 해도 엄청 높은데, 무섭지 않나요?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이 일을 못 해요. 송전탑 관리직원 중에서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어요. 물론 처음 시작할 때는 무서웠죠. 송전전기원 자격증 같은 것이 있어야 입사할 수 있는데 이 교육을 받을 때, "무서워서 도저히 안 되겠다"하는 사람은 그만두죠. 덜 무서운 사람들이 남게 되고, 일에 익숙해지면서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송전탑 높이가 몇 미터인가요? 어떻게 올라가나요?
기본 100m이고 요즘 나오는 송전탑은 130m 정도 됩니다. 기둥의 볼트 같은 사다리가 있어요. 이걸 잡고 올라갑니다. 와이어가 있어서 여기에 안전장치를 연결해서 오릅니다. 안전합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데 5~7분 정도 걸립니다. 사다리를 수직으로 올라가는 거라, 팔 힘이 아닌 다리 힘으로 올라가야 하거든요. 직업적으로 다리가 아주 튼튼해집니다.
송전탑에 톱니가 달린 엘리베이터 같은 장치가 있던데, 이걸 사용하나요?
이동용 엘리베이터 시설인데, 송전탑이 대부분 산에 있잖아요. 엘리베이터 설비를 산에 가져가는 것이 더 어려워요. 그러다보니 사다리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30여 년 전에도 안전와이어처럼 만약을 대비해 주는 장치가 있었나요?
과거에는 안전장치로 추락 방지대를 주로 사용했고, 지금은 만약을 대비한 이중 안전장치로 철탑에 안전 와이어가 설치되어 있어요. 과거에는 이중 안전장치 없이도 올라갔던거죠. 그래도 불안했던 적은 없어요. 긴장되기보다는 올라가는 게 힘들어서 그렇죠. 숨이 차면 로프를 연결해서 안전하게 매달려 잠깐 쉬었다 올랐어요.
하루에 송전탑을 몇 번 정도 올라가나요?
정기순시, 예방순시, 기별점검, 정밀점검 등 점검이 있을 때마다 올라갑니다. 저희 지역에 송전탑이 1,200여 개가 있어요. 보통 한 라인이 70기 정도 되는데 라인별로 정비를 합니다. 한 달 동안 매일 올라갈 때도 있지만, 평균 일주일에 1~2일은 올라갑니다. 특히 정밀점검 기간에는 하루에 5~6개를 올라갑니다.
송전탑을 내려온 뒤 다시 올라가나요?
전선을 정전시켜놓고, 전선을 타고 다음 철탑으로 갑니다. 양 손으로 전선을 잡고 외줄타기 하듯이 아래쪽 전선을 밟고 이동하는 거죠. 무섭지 않냐고요? 곡예 같아 보이지만 무서운 건 없어요. 안전와이어를 걸고 가서 안전해요. 이동이 힘들죠. 전선이 수평인 경우는 거의 없어요. 내리막이나 오르막인데, 오르막이 길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송전탑까지 가는 게 힘들어요. 대부분 송전탑이 산에 있어요. 등산로에 있는 송전탑은 드물어요. 산 중턱의 비탈진 곳에 많은데, 산길이 없어요. 어떤 송전탑이든 1년에 몇 번씩 꼭 가거든요. '순시로'라고 해서 작은 산길을 만들어 놓죠. 낫과 톱을 가져가서 한 사람 걸을 만한 작은 산길을 개척해요. 이 길을 정비하고 보수하는데, 계속 수풀이 우거져서 산길이 뚜렷하지는 않아요. 희미한 길을 찾아가는 개척산행을 하는 거죠. 송전탑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보다, 산행이 힘들어요. 송전탑으로 가는 산길 찾는 것도 쉽지 않아서, 5년차 이상은 돼야 길찾기가 가능해요.
송전탑 관리원들은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를 타도 무섭지 않겠어요?
바이킹을 한 번 타 봤는데, 무서웠어요. 철탑은 예측 가능하고 튼튼하다는 걸 알고 올라가거든요. 철탑이 움직이는 일은 없어요. 위험할 일이 없죠. 근데 바이킹은 믿을 수 없어요. 안전장치도 부실한 것 같고. 그때 공포감을 느꼈죠.
송전탑이 쓰러지는 경우는 없나요?
20~30년 전에는 태풍이나 산사태로 넘어간 사례가 있었죠. 최근에는 철탑을 훨씬 더 튼튼하게 세우고, 관리를 잘하고 있어서 그런 사고가 없어요. 안심해도 됩니다.
고압선 가까이서 일하면 위험하거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요?
고압선 작업을 30년 넘게 했는데,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옛날 분들은 고압선 자주 올라가면 자식 못 낳는다고 했는데, 저는 아들딸 잘 낳고, 건강에도 전혀 이상 없어요. 환경단체에서 생각하는 자연에 나쁜 영향을 준다든지 하는 것도 없어요. 고압선 아래 풀이 잘 자라서 관리원들이 주기적으로 간벌을 하고 있어요.
송전탑이 있으면 지역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있어요.
전자파를 측장해 달라는 민원이 간간이 들어와요. 저희 직원들이 측정하면 모두 기준치 이하예요. 한 번도 기준치 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전자레인지보다 송전탑 아래가 전자파가 적은 건 당연한 결과예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송전선로가 있으면 건강 염려증이 생기는 경우는 봤어요. 자주 병원을 가게 되고,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방사선에 많이 노출되어 오히려 병이 생긴 것도 봤어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지, 송전선로가 있어서 암 발병률이 높다는 식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송전선로를 지하화하고, 발전소를 수도권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요.
땅속으로 전선을 넣으면 비용이 10~20배 정도 더 들어갑니다. 설치비와 관리비가 어머어마합니다. 발전소를 지으려면 여건이 맞아야 하거든요. 열을 식혀 줘야 하니까 바닷가 부근이어야 하고,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어요. 수도권은 이런 조건들이 맞지 않아서 발전소를 세우기 어려워요.
혹시 조난당했을 때 송전탑을 어떻게 활용하면 될까요?
송전탑마다 고유 번호가 있어요. 119에 연락해서 그 번호를 얘기하면 현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빠른 구조가 가능해요. 또 송전탑 부근에는 점검원들이 다니는 산길이 있어요. 다만 동물길처럼 엄청 희미해요. 이 산길에 빨간 표지기와 노란 표지기를 달아요. 다만 송전탑 순시가 목적이라 철탑과 철탑 연결하는 산길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조난 시 무작정 이 리본을 따라가면 안 됩니다.
등산을 즐겨 하나요?
제 아내가 처녀시절부터 아주 대단한 등산 마니아였어요. 취향과 상관없이 아내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산에 다니게 되었고, 저도 산행과 암벽등반을 즐겨 합니다. 2022년에 100대 명산을 완등했어요. 한창 때는 별일 없으면 거의 매주 산행했어요.
월간山 독자께 하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송전탑이 부족해서 전기 부족 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로 인해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되는 일도 없었으면 합니다. 늘 안전산행 하시고,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송전탑이 이정표가 될 수도 있으니, 혐오시설보다는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존재로 봐줬으면 합니다.
*송전탑 관리 직원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됩니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신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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