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뿐 아니라 이민교회에서도 교인들이 이단의 미혹에 넘어가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소위 은혜가 넘치고 훈련을 잘 시킨다는 교회에서도 이단의 꼬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듣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교회가 부흥할 때나 약할 때, 언제나 이단의 문제는 있어왔다. 거슬러 올라가 초대교회에서도 이단의 문제는 있었다. 예를 들면 에비온파, 영지주의(靈知主意), 마르시온주의(Marcionism), 몬타누스주의(Montanism) 등이다.
어째서 교인들이 이단에 빠질까?
첫째는 터널 효과 때문이다. 젊은 엘리트가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킨 테러리스트가 됐다. 한 평범한 젊은이를 테러리스트로 변모시킨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를 일본의 심리학자 오카다 다카시는 ‘터널효과’라고 풀이했다.
“그들이 변한 이유를 푸는 열쇠는 터널이라는 장치에 있다. 과연 터널이란 무엇을 뜻하는 걸까? 터널은 가늘고 긴 통로로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가면 출구까지 빛이 없다. 터널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외부세계로부터 차단된다는 점과 시야를 작은 한 점에 집중시킨다는 점이다. 터널을 빠져 나가는 동안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차단되고, 출구라는 한 점을 향해 가는 와중에 어느 지점에서 시야가 좁아지는 시야 협착 증상이 나타난다. 이 두 요소가 평범한 젊은이를 가차 없이 수백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테러범으로 변모시킨다”(오카다 다카시, 황선종 옮김, <심리조작의 비밀>, 어크로스, 2016, 26~27pp).
평범한 사람이 테러리스트가 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터널에 집어넣으면 된다는 것이다. 외부와 차단된 곳에 장시간 두면 시야 협착증상으로 시야가 좁아지고 한 가지 출구로만 걸어가게 된다.
일본의 심리학자는 테러리스트의 변모 과정을 터널효과로 설명한 것과 같이 이단사이비의 구조와 대한민국 사회에 유사성을 터널효과와 연계하여 설명할 수 있다. 이단사이비단체가 터널 즉 통로가 하나밖에 없는 그래서 시야협착증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장소라고 한다면 대한민국사회 또한 ‘터널’과 비슷하다.
초중고부터 일찌감치 좁은 교실에서 대학이라는 한가지 목표로 교육을 받는다. 대학이라는 지점에만 목적을 두는 게 마치 터널 구조와 같다. 대학에 가선 또다시 취업 준비를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한다. 오랜 동안 터널에 있어온 사람들이란 점에서 극단적 선택에 익숙하다.
이단 사이비와 관련한 1950년대의 기사를 보면 대다수 ‘무학자’들이 이단에 빠졌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현대 이단은 전혀 다르다. 엘리트, 지식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터널 속에서 살아온 세월만큼 다른 터널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가 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은 이단·사이비의 미혹에 취약한 심리적 요인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불안한 미래 때문이다.
2인 1조 씩 짝을 지어 다니는 안상홍증인회(하나님의 교회) 신도들의 포교방법의 특징 중 하나는 종말에 대한 공포감을 준다.
세계의 테러 소식, 전쟁, 기근, 쓰나미, 지진 등에 대한 기사들을 태블릿PC에 담아갖고 다닌다.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미래에 대한 공포감을 자극한다. 이는 이단들이 성도들을 미혹하는 접촉점이다.
“세계의 종말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말하면서 숨 가쁜 세상 멸망의 카운트다운을 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절박한 위기의식에 빠지도록 한다. 무시무시한 세상의 종말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들 이단들의 공동체에 가담해야 된다고 역설한다. 사람들은 세상의 문제들이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 같이 보일 때 결국 초인적인 해결에 소망을 둔다. 세상의 종말에 대해 기성교회에서는 그렇게 절박하게 말하지 않으므로 이단들로부터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세상의 위기에 대해서 듣고 나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불안에 떨고 공포감에 젖는다. 그때 바로 그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해결방안과 안정을 줄 수 있다고 하여 미혹한다. 한국의 이단 종파들 중에 말세 심판의 위험을 내세우지 않는 집단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탁명환, <기독교이단연구>, 국제종교문제연구소, 1998년, 88p).
기독교이단연구는 30년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이단사이비단체에 대한 진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셋째, 확신을 얻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사이비 종교 단체에는 신의 현현을 입은, 하나님이 임재한 실물 우상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귀로 들을 수도 없는 하나님을 그들은 보여준다. 이것이 신도들에게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간다.
어떤 이단단체 사무실에 ‘주님 집무실’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신도들은 집회 공간뿐 아니라 사무실 앞을 지나갈 때마다 그곳에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이들은 2008년에도 “하나님이 현현하신 것이다. 육안으로 보면 사람인데 영안이 열려서 보면 예수님 자체예요”라며 교주를 신처럼 추앙했다.
신천지 신도들은 “오늘 나신 만희 왕께 찬양하며 경배하자”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이만희 교주가 해외 방문을 마치고 2014년 7월 18일 귀국연설을 하자, 사회자는 ‘만왕의 왕 총회장님!’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단단체에는 실물로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사람을 ‘신의 영을 받은 사람’이라며 하나님처럼 모시고 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실물로 나타내주고 신도들에게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아무도 풀지 못하던 말씀을 하나님이 계시를 통해 풀게 해 주셨다’고 늘어놓는다. ‘이런 말씀은 어디 가도 못 듣는다’ ··· ‘14만4천’(계 7:4, 14:1~5)에 대해서 내세우지 않는 이단은 거의 없다. 모두가 14만4천은 자기네들 만이라고 주장한다. 여호와의 증인은 물론 통일교, 전도관, 새일파, 장막성전 모두 다 그렇다” (탁명환, 위의 책 86~87pp).
현대인은 틀렸음에도 정확한 확신 ‘다 틀렸어! 이게 진리야’라는 확신을 갖고 싶어 하는데 이 심리가 이단에 빠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넷째, 교회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원의 확신, 바른 복음에 대한 확신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하나님의 자녀가 됐다는 확신은 이 세상을 더욱 당당하게 사는 힘이 된다. 이단의 공격을 능히 이겨낼 힘을 얻게 되기도 한다. 확신이 없는 사람은 이단이 미혹의 손길을 뻗쳤을 때 바로 허물어진다.
모 교회 집사가 길을 가다가 버스 광고를 보고 필이 꽂혔다. 대전에서 진행하는 ‘죄 사함과 거듭남의 비밀’이란 집회였다. 정말 가고 싶었다. 목사님께 전화했더니 “이단단체의 집회다”며 “가지 말라”고 막았다. 이 집사는 ‘목사님이 뭐 그렇지’라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도 계속 그 문구가 생각났다. 결국 남몰래 집회를 갔다.
기성교회에는 복음을 가르치지 않고 이곳에만 참 복음이 있다는 말씀(?)을 들은 후 결국 그곳에 빠지고 말았다. 이단 집회에 가서 잘못된 구원의 확신을 얻어버린 경우다. 만일 이 집사가 원래 다니던 교회에서 만족스런 신앙생활을 하고 구원의 확신이 있었다면, 거듭남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면 이단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단대처는 예방이 최선이다. 이단에 대한 상식을 키워야 한다. 교회는 교인들이 이단을 알고 구별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한다. 번영의 신앙만 강조하지 말고. 좀 어려운 말일까? 기독교 변증론을 가르쳐야 한다. 신앙생활은 영적인 싸움이니까.
한국에서 제일 큰 교회는 이단도 포함을 시킨다면 10대 교회 중 상당수 이단 단체가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교주를 신격화하는 단체 중에도 정통교회 부럽지 않게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곳이 있다. 이만희 씨를 보혜사, 구원자, 이긴 자로 믿는 신천지만 해도 20여만명에 달한다. 갈수록 이단이 대형화되면서 이단 신도들은 포교에 더욱 열을 낸다. 반대로 정통교회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여러모로 성도들이 이단들의 접근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교회는 복음을 지키고 성도를 지켜야 한다.(장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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