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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물’ 컴퓨터는 얼마나 늙은 걸까

하나님아들 2025. 4. 12. 18:03

‘퇴물’ 컴퓨터는 얼마나 늙은 걸까[IT 칼럼]

입력2025.04.11.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2025년 10월 이후로 윈도 10 지원이 종료된다는 전면 광고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화면 캡처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10 사용자에게 지원 종료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전면 광고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10월 14일, 반년 후면 윈도 10의 공식 지원은 끝난다. 해커가 구멍을 발견해도 그날부터는 자기 책임이다.

윈도 11로 그냥 무료 업그레이드하면 되지 않냐 할 수도 있지만, 그 광고를 보는 이들은 대개 사정이 있어 윈도 11로 가지 못한 이들이다. 그 사정이란 대부분은 늙은 PC를 쓰고 있어서다.

그럼 그 커트라인은 얼마나 늙은 걸 말하는 걸까? 윈도 11의 최신 버전을 기준으로 보면 인텔 8세대부터 지원한다고 보면 되는데, 이는 대략 2018년 이후에 산 PC에 해당하니 10년도 안 돼서 퇴물 취급이다. 합격선 관련해서 TPM이니 UEFI니 어려운 용어도 나오지만, 이미 오랫동안 윈도 11로의 무료 업그레이드 안내가 있었을 터 이를 보지 못했다면 탈락자 신세다.

그런데 문제는 탈락자들이 쓰고 있는 기계도 실은 상당히 쓸 만하다는 데 있다. 사실 7세대와 8세대는 별 차이도 없다. 인텔 전성기에 만들어진 2세대 CPU(중앙처리장치)의 경우는 아직도 현역으로 쓰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14년째다. 웹서핑이나 워드, 유튜브 같은 생활 용도로는 별 지장이 없다. 소박하니 잘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10월 14일이라고 퇴거령이 붙으니 당황스럽다.

그렇게 황당한 상황에 놓인 기계는 약 2억4000만대로 추산된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해법이랍시고, PC를 리사이클하라거나 팔고 새로 사라는 등 눈높이에 맞지 않는 권고를 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사실 오래된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일은 영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다. 수시로 보안 업데이트를 해줘야 하는데, 지원하는 기기도 많은 구형 운영체제라니 테스트할 인건비도 안 나오기 십상이다.

운영체제의 보급률 경쟁이라도 벌어진다면 모를까, 산업의 관심이 PC에서 클라우드나 AI로 넘어가고 있는 이 시대에는 구형 운영체제는 오히려 경쟁사의 최신 운영체제보다 천덕꾸러기가 된다.

그런데 처음 샀을 때는 빠릿빠릿하던 전자기기가 왜 몇 년만 지나면 느리게 느껴지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건 대개 운영체제의 업데이트가 원인이자 결과일 수 있다. 보안 문제와 같이 수비적인 이유, 그리고 시시각각 변해가는 사용자의 취향과 시류의 트렌드에 맞추기 위한 공격적인 이유가 뒤섞여 점점 부풀어 간다. 그리고 이 업데이트를 이용한 애플리케이션의 업데이트가 가세하면서 점점 시스템은 무거워진다.

자동차는 10년을 충분히 타는데, 컴퓨터는 왜 그것이 힘들까 의아한 일이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그건 연결돼 있어서다. 연결돼 있기에 보안의 구멍이 뚫리기 쉽고, 연결돼 있기에 유행에 민감해진다. 10년 전의 버튼은 촌스러워서 누르기 싫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면, 연결돼 있기에 금방 바꿔 드릴 수 있다. 대신 조금씩 버거워진다.

구형 기계에 구형 소프트웨어를 알뜰살뜰 애용하는 미니멀리즘으로 관철하고 싶어도, 어느 순간 내가 쓰는 앱이든 사이트든 나를 두고 업그레이드돼버리고, 그것이 내 장비를 지원하지 않게 되는 순간은 찾아온다. 무시하고 버티며 업데이트를 거부하다가는 이번에는 보안 사고라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아아, 쉽지 않은 일이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