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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노화, 44세에 ‘구부러짐’ 시작해 67세에 ‘뚝’…지연 방법은 ‘케톤’

하나님아들 2025. 3. 8. 00:34

뇌 노화, 44세에 ‘구부러짐’ 시작해 67세에 ‘뚝’…지연 방법은 ‘케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2025. 3. 7.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뇌 노화가 나이에 비례해 진행하는 선형이 아니라 S자 형태의 비선형 경로를 따르며, 세 번의 중요한 전환점이 있다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주립 대학교 스토니브룩(SUNY) 릴리안 R. 무히카-파로디(Lilianne R. Mujica-Parodi) 박사가 이끈 국제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40대 초반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44세 무렵 처음 불안정(뇌 네트워크의 퇴화)해지기 시작한다. 67세 즈음 가장 급속한 변화를 겪은 후 다시 느리게 변화하다 90세 무렵 정체기(안정기)를 맞는다.

 

연구진은 뇌 시스템이 67세에 ‘부러지기’ 전 44세부터 ‘구부러지기’ 시작하는데, 구부러짐 단계에서 개입하면 뇌 노화를 상당 기간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1만 9300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뇌 영역 간 기능적 통신(뇌 네트워크)를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는 뇌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한 개입이 60대나 70대가 아니라 중년기에 이뤄져야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통찰을 제공한다.

뇌 노화를 늦출 수 있는 개입방법도 제시했다. ‘케톤’ 공급이다.

뇌 노화의 첫 번째 변곡점(40대 중반)은 인슐린 저항성 증가 시기와 일치한다. 체내 에너지원 포도당은 인슐린의 도움을 받아 세포에 도달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 포도당의 세포 도달률이 떨어진다.

무히카-파로디 연구팀의 이전 연구에 따르면 뇌의 신호는 신경 세포인 뉴런의 에너지 손실(신진대사 저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포도당이 세포에 도달하기 어려워지는 중년기에 대체 에너지인 케톤을 공급하면 인지 저하를 늦출 수 있다.

SUNY 생체공학 교수이자 컴퓨터 신경 진단 연구소 (LCNeuro) 소장인 무히카-파로디 박사는 “뇌가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이 감소하기 시작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발생하기 전인 중요한 중년 기간을 파악했다. ‘부러짐’ 전 ‘구부러짐’ 단계이다. 중년 동안 신경 세포는 연료가 부족하여 대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신경 세포는 어려움을 겪지만 여전히 생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이 중요한 시기에 대체 연료를 공급하면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뉴런이 장기간 굶주리면 다른 생리적 영향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여 개입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뇌 노화의 주요 요인은 인슐린 저항성

연구진은 신진대사, 혈관, 염증 바이오마커를 비교한 결과 신진대사 변화가 혈관 및 염증 변화보다 일관되게 먼저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특정 유전자와 수송체가 뇌 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특히 세 가지 유전자가 노화 패턴과 상당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바로 △GLUT4(인슐린 의존성 포도당 수송체) △MCT2(신경 케톤 수송체) △APOE(알츠하이머 위험과 관련된 지질 수송 단백질)이다.

이중 뉴런의 케톤 운반체(MCT2)는 보호효과가 있는 것으로 유전자 분석에서 나타났다. MCT는 뉴런의 케톤 흡수를 돕는다. 이는 뉴런이 인슐린 없이 대사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인 케톤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면 뇌 기능 유지에 효과적 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101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중재 연구에서 케톤이 뇌 네트워크 퇴화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특히 중년(40~59세)의 ‘대사적 스트레스’ 시기에 케톤의 최대효과가 나타났으며 그 이후에는 효과가 감소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40~59세 참가자의 경우 안정화 효과가 젊은 성인보다 85%가까이 더 컸다. 그러나 노년층(60~79세)의 경우 혜택이 극적으로 감소했다. 노인들에서 효과가 급감한 것은 케톤 흡수가 줄어서가 아니라 신경세포의 노화로 인해 대체 연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즉 신경 세포의 노화 정도가 심할수록 케톤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해 인지 저하를 막지 못 한다는 것이다.

반면 포도당 보충은 어느 연령대에서나 유의미한 안정화 효과가 없었다.

이번 발견은 뇌 노화에 대한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인지 저하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60대나 70대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40대나 50대에 선제적으로 개입해야 가장 큰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뇌에서 인슐린 저항이 증가하는 것을 조기에 발견하고 표적 대사 개입을 결합하면 수백만 명의 뇌 노화를 상당히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60대나 70대가 되면 신경 세포의 퇴화로 인해 영구적인 변화를 겪어 대체 연료를 공급받더라도 뇌 네트워크의 안정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는 SUNY,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메이요 클리닉, 옥스퍼드 대학교,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의 과학자들이 협력했으며, 논문은 저명 국제 학술지인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뉴욕 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뉴스, 과학연구 전문 매체 스터디파인즈(Studyfinds) 관련 기사 참조.)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