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콜린스의 구약개론은 다른 개론서와 차별성을 두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정황'(context)을 잘 집어내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본문 자체를 충실하게 다루면서도, 본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정황 이해가 우선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 예라고 하겠다. 신명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역시 콜린스의 소신을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과연 신명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신명기'의 어원은 17:18에 나오는 'a copy of th law'를 칠십인경이 deutros nomos (second law)로 '오역'한 것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2단계로 신명기를 이해한다. 1:1의 "엘레 핫데바림"(말씀들이 이러하다)과 4:44-49을 시작하는 "베조트 핫토라"(율법이 그와같다)를 함께 생각해서, 1-11장까지의 설교와 12-26장까지의 율법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후의 장들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중요한 특징이라면, 직접화법의 설교체라는 것이다. 이는 12장에서 잘 보여지는데, 2인칭 단/복수로 나오고 있다.
<계약(조약)모델>
- 산헤립의 아들인 에살핫돈의 종주권 조약(Vassal Treaties of Esarhaddon, VTE)의 발굴이 주요한 전환점을 일으켰다(이는 후계자인 앗술바니팔에게 복종할 것을 말하는데,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삼고, 문서를 보관하며[10:1-5; 31:24-26], 주기적으로 낭독할 것[31:9-13]을 포함해서 복사본을 제작하는 것까지[17:18-19] 여러 부분이 신명기와 겹치고 있다). 이 에살핫돈 조약의 주된 특징은 '저주'에 강조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 어휘/개념의 유사점: '사랑'은 '충성'을 뜻하는 표현; '따르다' '경외(두려워)하다' '목소리를 청종'; 선동적 발언에 경고한다(예언자가 VTE에도 경고의 대상이다, 신 13). 저주부분에서는 특히 '나병, 눈멈'의 단어와 배열이 일치한다(28:23-25 // VTE 39-42).
- "It is clear that Deuteronomy is directly influenced by the treaty text"(p.161) 그러나 콜린스는 신명기 자체가 국제정치적 조약문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며, 단지 조약을 유비적(treaty analogy)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았다. D는 VTE보다 역사에서 충성의 동기를 찾고 있다는 차이를 보인다(26장). 따라서 D는 이스라엘의 새로운 조약선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므로 6:4-5는 유일신론을 천명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충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monolatory).
<신명기의 연대>
- 일찌기 W.M.L. de Wette가 신 12-26장을 요시야 개혁(왕하 22-23)과 연관 맺었다(1805년). 그래서 신명기적역사(DH)는 여로보암의 원죄 對 경건한 요시야의 대결로 그려진다. 따라서 중앙화는 7세기의 일로, 정치적 맥락이 있다(북이스라엘 멸망 이후 아시리아의 쇠약과 요시야의 발흥. 결국, "신명기법의 반포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된 것이다"(164)
<신명기법, 12-26장>
- 호렙='광야'(E), D도 가능한 어휘; 들음을 강조한다(4:12); 노예됨을 강조한다(5:14-15).
- 종교개혁을 뛰어넘는 사회적 개혁도 포함하고 있다(법규와 법령, 후킴 베미스파팀). 따라서 계약법전(출 21-23장)을 개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애주의(humanitarian) 정신이 엿보이는데, 노예를 해방하며(15:1-18 < 출 21),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24:19-22 < 출 23:10-11), 도피성(19)과 전쟁규칙(20)까지 포함하고 있다.
- 중앙화의 영향: 이스라엘 종교의 변화를 유발시켰을 것인데, 옛전승(벧엘전승[창], 장자[출 22:29], 선왕들의 태양숭배[23:11])이 폐지되었다. 보다 유일신론에 가까워지긴 했다. 동시에, '예루살렘의 야웨'가 되었다. 고기는 각 성에서 먹을 수 있었다(이것을 세속화로 보기는 어렵다). 유월절은 순례절기가 되었다16:2 < 왕하 23:21-23). 레위인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18:6-8, 참조 왕하 23:9; 겔 44).
- 중앙화와 사회제어: 예언자(13; 18:15-22)는 예언의 성취여부를 떠나서, 모세와 같은 기록된 계시에 충성하는 예언자여야 했다(30:11-14); 전통적인 부권이 약화됨(21:15-21, 가정 문제는 장로가 해결하며, 개인보다 조직이 우선시된다); 왕까지 권한이 축소되었다(17:14-20, 요시야 시기보다는 개혁이 실패한 이후 바벨론 위기시에 축소되었을 것[p.168]).
- 정결법: 음식규정(14장 < 레 11장); 기타 의복(22:5)과 혼합금지법(22:10-11); 이혼법(24장)
<신명기의 저자>
- 책이 '발견'된 것인가?(왕하 22) 저자는 픽션으로 본다. "Surely the work of Josiah's scribes"(p.170) 이들은 계약법전을 편집한 사람들로, 기존의 법전통은 존재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언약의식(27-28장)은 독립된 자료로 보인다(요시야 전시기?). 언약의식은 '세겜'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북이스라엘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D엔 시온/예루살렘 전통이 없으며, 오히려 8세기 호세아가 연상된다(이와 함께, 레위인 제사장도 고려해야 한다).
- 지혜: 고대근동엔 보편적이다; 이집트 왕실 교육용으로, 히스기야가 떠오른다(잠 25:1); 규례와 법도는 지혜로 제시된다(4:6). 즉, 토라:이스라엘=지혜:고대근동 인 셈이다(p.171); 지혜는 잠언과 유사하다(신 19:14; 27:17; 25:13-16 // 잠 20:10,23; 22:28; 23:10 // 아멘호텝교훈집); 서원(23:21-23 [전 5:5] <> 레 27); 노예(23:15 // 잠 30:10 <> 함무라비[사형]).
<신명개혁의 효과>
- 종교의 변화: 포로기 동안 '책의 종교'가 된다.
- 서기관계층이 중요하게 된다: 그들이 해석가가 된다.
- P(창-레) + D(신) 의 결합
<D와 P의 관계>
- Wellhausen은 폐기되어야 하는가? (JEDP) <=> Yehezkel Kaufmann: "P is early!" ; 콜린스는 '늦고/이른 것이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p.174). 벨하우젠의 4가지 중요한 논점(중앙화에 대해서 D는 혁신이지만 P는 당연시함; 고기를 위한 도살에서 D는 제약이 있지만 P는 당연시함(H는 금지); 제사장 레위인에 대해서 D는 구분하지 않으나 P는 구분하고 계급이 있다; 제의 달력에 대해서 P가 더 발달하였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벨하우젠이 단순하게 종교의 진화적 측면에만 집중했던 점은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이것은 고대근동문화의 비교연구를 통해서 종교의 고대성을 증명해낸 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P는 고대전승의 보고라고 평가할 수 있다(그렇다고 해서, P자체가 오래된 문서는 아니다).
- P의 고대성(어휘연구): 모임을 뜻하는 '에다'(P)는 포로후기에 '카할'(스,느,DH)로 쓰인다. P의 어휘는 포로 이후에 개발된 것이 아니다. 고대적(archaic) 특성이 들어있다.
- D가 P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나, P는 D에 영향을받았다(한편, 이는 Fishbane 1985의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신 24:8 (<- 레 13-14), 신 14 (<- 레 11)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해설도 가능하다(독립전승). D는 요시야 사후 점차로 편집되고 확장되었다. P는 거의 모든 기간을 포괄하고 있다. => "Wellhausen's primary arguments remain to be addressed"(p.176).
- 출 12:6의 총회(카할)은 가족유월절이지만, 요시야에게는 민족대이동이다. P는 D의 순례축제를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 신 18:1의 레위인 제사장 -> 17:6-8 ; 그러나 민 3:6-9; 18:1-7: 레위인은 아론제사장에게 소속되어있다(참조. 겔 44:10-14): 레위인 제사장은 이제 '사독' 뿐이다.
- 달력: 레 23장에는 발전된 양상을 보여준다. 신년과 대속죄일은 D에는 없다. 대속죄일은 느헤미야(5세기 후반)에 언급된다. 레 23장은 5세기 중반까지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내 생각에) 각자 오랜 전통을 가진 집단들이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누가' '어느 시대'에 세력을 얻게 되었는가를 따져보는 것이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환원주의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역사적 상황을 올바르게 추적하는 일이, 복잡한 전승의 실타래를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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