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감싼 9산 종주길…산불 통제구간은 피하세요 [지도 위를 걷다 병풍산]
입력2025.05.20.

어느새 봄의 한가운데다. 그 한가운데 산들 가운데 자리 잡은 도시, 대구를 찾았다. 대구는 전형적인 분지로 북쪽엔 가산~팔공산~환성산~초례산의 '가팔환초 종주길'이, 남쪽엔 성암산~병풍산~동학산~상원산~삼성산~비슬산~청룡산~산성산~용지봉으로 이어지는 '대구 9산 종주길'이 지역 산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중 대구 9산 종주 일부 구간을 걸어봤다. 최근 산불로 인해 수시로 입산통제가 걸리는 지역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동네 뒷산에서 느끼는 첩첩산중
성암산(469m)은 경상북도 경산시 서부동에 있는 경산의 주산이다. KTX 경산역 플랫폼에서 성암산 정상부에 있는 정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길의 경사도는 꽤 된다.
도보로 15분 거리의 경산시 현충공원으로 간다. 현충공원 내 성암산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직진 길과 왼쪽 방향길 두 가지다. 지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직진 방향은 정상까지 1.3km 거리로 절반 이상이 계단이다. 왼쪽 방향 길은 수정사와 성암사, 범굴을 거쳐 가는 정상까지 1.1km로 두 길 모두 40분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산행은 볼거리가 더 많은 왼쪽 방향이다. 수정사를 지나면서 길 양옆으로 작은 돌탑이 늘어서고 야자매트가 깔린 산길을 600m 오르면 성암사다. 대웅전 뒤 삼성각 100m 위에 범굴이 자리하고 있다. 그 옛날 성암산의 산신령이 된 호랑이가 살았다는 전설을 간직한 넓은 바위굴은 수십 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임진왜란 때 공자, 맹자 등 다섯 성현의 위패를 이 굴에 임시로 모신 덕분에 전쟁의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성암산이란 이름도 오성위패를 보호해 준 산이라는 뜻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성암산 정상에서 5km 거리인 병풍산 방향으로 간다. 이 길은 대구 9산 종주에 나서는 산꾼들이 지나는 구간이다. 방화선 조성으로 인해 넓어진 능선을 따라간다. 쌓인 낙엽 사이로 난 오솔길과 길가의 벤치는 어여쁜 전경을 연출해서 그냥 지나치기 너무 아쉽다.
동네 뒷산 같은 분위기의 산길은 어느새 첩첩 봉우리로 둘러싸여 내륙 깊은 산골짜기에 들어선 것 같다. 길 양옆으로 키 큰 소나무가 늘어서 있고 돌도 별로 없는 흙길에는 솔잎이 깔려 있어 편안한 산책로 같은 능선길이다. 관할 지자체에서 이 일대의 길을 묶어서 '생각을 담는 길'이라고 칭하고 있다. 무수한 봉우리를 잇다 보니 오르내림은 수를 셀 수 없이 반복되지만 파란 세상으로 들어서는 하늘대문을 향한 발걸음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성암산 정상을 떠나 1시간 20분 만에 맥반석고개를 지난다. 이어 5분쯤 가면 지난 3월 22일 산불이 발생한 지점이 시작된다. 517봉 전후로 약 800m 길 주변의 초목이 새카맣게 타고 그슬려 있다.
맥반석 고개에서 40분 만에 광산고개에 도착한다. 고개 이름들이 흥미롭다. 수성구청 공원녹지과에 질의하자 '광산고개의 유래'란 자료를 보여 준다. 이에 의하면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에 중석을 채취하던 달성광산이 있었는데, 1916년 채굴을 시작해 1975년 폐광할 때까지 영월의 상동광산과 함께 전 세계 중석 시장의 8%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 광산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진밭골 주민인 광부들이 달성광산에 드나들 때 넘던 고개라 광산고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다만 맥반석과 관련성은 찾지 못했다.

병풍산(571m)은 상당한 된비알 길을 5분가량 올라야 한다. 정상의 나뭇가지 사이로 동학산, 상원산, 삼성산 등 80km에 이르는 대구 9산 종주길의 산들이 울타리처럼 대구의 남쪽을 멀리서 길게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를 볼 수 있다.
광산고개에서 진밭골 방향으로 간다. 10분 만에 감태봉에 도착한다. 이곳에도 수년 전에 발생한 산불의 흔적이 선명한데 새로이 심겨진 어린 묘목이 능선의 바람을 견디기에 버거워한다. 남서쪽 방향으로 병풍산에서 비슬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 팔공산 일대가 보이는 조망 맛집이다.
감태봉에서 1시간 25분 만에 용지봉(629m)에 도착한다. 마치 용의 뿔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지봉 바로 아래에 있는 용지정 정자에서는 수성못으로 향하는 능선길의 봉우리들이 차츰 고도를 낮추면서 연이어 있는 모습이 선명하다. 이는 빨래판 능선이라고도 불린다.

계속해서 야트막한 봉우리들을 지나간다. 지금까지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바윗길도 있다. 돌담이 성곽처럼 둘러쳐진 법이산(334m) 봉수대를 지나서 좀 더 가면 수성못을 조망할 수 있는 법이산봉수대 모형 전망대가 있다.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으며 불을 밝힌 도시는 호수를 더욱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이정표에 적힌 화장실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면 법이산 등산로 들머리인 수성못의 놀이공원 아르떼 수성랜드 앞에 도착한다.
경산시 현충공원 성암산 입구 들머리에서 시작해 수성못까지 15.8km의 길을 6시간 10분에 걸쳐 걸었다. 길은 수월한 편이지만 야트막한 오르내림이 끝없이 반복되므로 체력 소모가 크다.

경산시 현충공원 들머리에서 45분이면 성암산 정상에 도착한다. 병풍산은 성암산 정상에서 5km 거리인데, 성암산 정상에서 1시간 20분 만에 맥반석고개를 지나고 다시 40분 만에 광산고개에 도착하면, 광산고개에서 병풍산은 10분 거리이다.
병풍산 정상에서는 광산고개로 되돌아와서 진밭골 방향으로 가서 10분 만에 감태봉에 도착한다. 감태봉에서는 유건산이나 대덕산으로 갈 수도 있다. 감태봉에서 1시간 25분 만에 용지봉에 도착한다.
애기봉을 지나고 수성못을 3.3km를 남긴 체육공원 앞 이정표에서는 능선에 자리 잡은 체육공원 가운데를 가로질러 가야 한다. 오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범물동으로 하산하게 된다.
조금씩 고도를 낮추며 계속되는 야트막한 봉우리들을 지나면 법이산 봉수대에 닿는다. 그 아래에는 수성못을 조망할 수 있는 법이산봉수대 모형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를 지나 만나는 이정표에 적힌 화장실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면 법이산 등산로 날머리인 수성못의 놀이동산 앞에 도착한다.

경산역에서 들머리인 경산시 현충공원까지는 도보 15분 거리다. 날머리인 수성못에서 동대구역으로 가려면 전철 3호선 수성못역에서 명덕역으로 가서 1호선으로 환승하면 동대구역으로 갈 수 있다. 수성못에서 814번 버스를 타면 곧바로 동대구역으로 갈 수 있다.
성암산 들머리 경산시 현충공원 경상북도 경산시 사정동 산 4-1
수성못 날머리 대구광역시 수성구 무학로 78
* 등산 지도 _ 특별부록 지도 참조

병풍 같은 능선에 솟은 명품송
유건산에서 시작해 대구스타디움의 남쪽으로 ㄷ자형으로 펼쳐진 능선길을 따라 대덕산으로 가는 코스다. 중간에 감태봉으로 가면 유건산~대덕산 코스를 성암산~용지봉 코스에 연결할 수 있다.
유건산은 대구광역시 수성구 노변동에 있는 탕건 모양으로 생긴 해발 453m의 야트막한 산이다. 산행 들머리는 노변동 사직단 인근에 있다. 사직단은 토지를 주관하는 신, 사社와 곡식을 주관하는 신, 직稷에게 제사를 지내던 조선시대의 제단이다.
사직단 옆 고속도로 지하 터널을 통과한 후 고속도로 옆으로 난 비포장도로에서 왼쪽으로 50m가량 내려간다. 목재계단이 있고 그 위에 산불감시초소가 보이는데 이곳이 유건산 산행 들머리다. 솔잎 깔린 아늑한 숲길은 700m 만에 끝나고, 경사도가 꽤 되는 지그재그길이 전망대 200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지점까지 이어진다.

정상에서 만보정을 향해 출발한다. 바위 능선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를 만난다. 이 소나무를 지역 산꾼들은 유건산의 대표 상징물로 취급하며 명품송이라고 부른다.
517.6봉(망월산)을 지나 만보정을 향한 능선길부터는 방화선이 구축된 넓고 편안한 길이다. 대구시의 남쪽으로 쳐진 보호 담장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다. 오른쪽으로는 대구시가지가 조망되지만 왼쪽으로는 성암산에서 용지봉으로 향하는 능선과 그 주변 산들로 첩첩산중이라서 좌우측의 조망이 상반되는 분위기가 이채롭다.

하산, 대구미술관 쪽 길 희미해 주의
지난 3월 22일에는 이곳에서 1km가량 떨어진 성암산 화재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낮 1시 40분경 만보정에서 이곳으로 오다가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소방 헬기가 분주히 오가며 물을 뿌리고 있는 장면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였다. 그때만 해도 바람이 별로 불지 않고 흰 연기만 보여서 곧 진화되리라고 여겼다.
그런데 감태봉에 도착한 2시경부터 갑작스레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바람이 불자 흰 연기 사이에서 시뻘건 불길이 일면서 나무 둥치를 타고 치솟아 오르는 모습이 선명했다. 불길이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주변으로 확대되는 모습도 보였다.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 당장 불길이 이쪽으로 오지는 않겠지만 만약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면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발길을 서둘렀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 불붙은 솔방울이나 소나무의 잔가지가 마치 포탄처럼 날아다니며 그 확산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만보정으로 되돌아와서 대덕산 방향으로 출발한다. 586.7봉을 지나면서 넓었던 길은 보통 산에서 만나는 수준의 좁은 길로 바뀐다. 25분 만에 해발 599.5m의 대덕산 정상. 키 큰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시원한 조망이 없는 점이 아쉽다.
하산은 대구스타디움 방향이다. 저 아래 대구미술관과 그 오른쪽 옆 대구스타디움의 하얀 지붕이 보인다. 도중에 이정표도 없는 갈림길에서 왼쪽이 미술관으로 내려가는 길인데 이 길은 갈수록 희미해져 대구미술관 인근에서는 아예 길이 지워져 없어지므로 오른쪽 방향의 대구스타디움 쪽으로 계속 가야 한다. 이 지점은 정상에서 하산 중에 만나는 두 번째 국가지점표시판이 있는 곳으로 기억하면 된다.
맞은편으로 유건산 정상이 가까이에 보인다. ㄷ자형으로 빙 둘러왔기에 걸은 산행거리는 11.1km 정도이지만 막상 출발지였던 유건산은 지척에 자리하고 있다. 날머리는 대구스타디움의 인공암벽장 옆이다. 총 11.0km, 4시간 15분에 걸쳐 걸었다.


노변동 사직단 옆 고속도로 지하 터널을 통과한 후 고속도로 옆으로 난 비포장도로에서 왼쪽으로 50m가량 내려간다. 목재계단이 있고 그 위에 산불감시초소가 보이는데 이곳이 유건산 산행 들머리다.
산행 시작 35분 만에 전망대에 도착, 유건산 정상은 이곳에서 5분여 거리에 있다. 정상에서는 감태봉으로 가려면 만보정 방향이다. 517.6봉(망월산)을 지나 넓은 능선길 30분 만에 만보정에 도착한다. 감태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진밭골 방향으로 간다. 8분 만에 욱수정 정자를 지나고, 다시 8분 만에 감태봉에 닿는다.
만보정으로 되돌아와서 대덕산 방향으로 출발한다. 586.7봉을 지나 25분 만에 대덕산 정상에 도착한다. 대구스타디움 방향으로 하산한다. 도중에 두 번째 국가지점표시판이 있는 곳은 이정표도 없는 갈림길인데 오른쪽 방향이 대구스타디움 쪽이다. 날머리는 대구스타디움의 인공암벽장 옆이다.

경산역에서 들머리인 노변동 사직단까지는 894번 버스를 타고 정류장 8개를 지나면 된다. 대구지하철 2호선 신매역에서 노변동사직단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 걸린다. 날머리인 대구스타디움에서 경산역까지는 894번 버스로 정류장 9개를 거친다. 동대구역으로 가려면 전철 2호선 수성알파시티역 에서 반월당역으로 가서 1호선으로 환승하면 된다.
유건산 들머리 노변동 사직단 대구 수성구 노변동 407-4
대덕산 날머리 대구스타디움 대구 수성구 유니버시아드로 180

조학래 동의과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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