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내세론) 정리
(고전 15:19)
Ⅰ. 도입
종말론(eschatology)이란 세상 마지막 일들에 대한 가르침으로 인간을 포함해 세상의 마지막에 일어날 일들에 대하여 성경이 말하는 바를 주제별로 체계화시켜 정리한 교리 내용이다. 종말론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중심으로 이와 연관돼 발생하게 될 일련의 종말론적 사건들, 이를테면 대환난, 적그리스도의 활동, 육체의 부활, 천년왕국설, 최후의 심판 등을 동반하며 새 하늘과 새 땅으로 일컫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절정으로 삼는다.
전통적으로 종말론은 조직(교의/교리)신학의 한 분야로 보았으며 구성상 맨 마지막에 위치해 놓았다(신론-인간론-기독론-구원론-성령론-교회론-종말론). 그러나 성경적 종말론은 조직신학의 한 분야라기보다 조직신학의 제반 주제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를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신학의 총화로서의 성격을 띤다고 하겠다. 이는 조직신학의 제반 주제들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종말론의 목표인 새 하늘과 새 땅(종말론적 하나님 나라)을 향해 공통적으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 신앙관의 정체성은 본질상 종말론적 신앙관으로 정의할 수 있다(마 4:17, 6:33, 고전 15:19, 계 21:1, 22:20).
종말론의 궁극적인 목표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성취될 종말론적 하나님 나라에 집중시킬 때, 성경은 이를 이미(already) 이루어진 하나님 나라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not yet) 미래의 하나님 나라로 이원화시켜 기술한다. 이때 전자를 실현된(시작된) 종말론, 후자를 실현 될(미래) 종말론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스위스의 신학자인 오스카 쿨만은 전자와 후자와의 관계를 D-day(결전의 날)와 V-day(승리의 날)로 기술하면서 이를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과 재림에 연계시키는 가운데 신약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은 이 두 사건 사이의 긴장 속에 살고 있음을 피력한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구속사역)으로 인해 사단은 본질상 결정적인 패배를 당했지만(창 3:15, 요 19:30, 20:1-3) 사단에 대한 최종 승리의 선언은 재림사건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계 20:7-10, 21:6). 이로 인해 신약시대의 교회는 전투하는 교회로서의 과도기적 정체성을 띠면서 복음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엡 6:12-13).
Ⅱ. 전개
1. 예수 그리스도는 종말의 도래자로 오셨다(히 1:1-2, 9:26, 약 5:3, 고전 10:11, 벧전 1:20, 딤후 3:1).
그러므로 사실상 종말은 ‘이미’(already) 도래했으며(마 12:28, 눅 17:20-21), 재림으로 말미암는 최종 종말은 ‘아직’(not yet) 도래하지 않은 셈이다(눅 17:22-24, 히 9:28, 행 1:11).
2. 성경적 종말사상의 목표인 하나님 나라
(1) 하나님 나라의 정체성 :
① 하나님 나라(신정왕국)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세상 역사 속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사역이다(마 4:17).
② 하나님의 통치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통해 죄와 사단의 세력으로부터 당신의 백성을 구속해 교회를 이루는 데 집중된다(마 16:18-19, 엡 2:11-22).
③ 하나님의 최종 목표는 교회를 통해 종말론적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다(마 6:33, 16:18-19).
④ 그러므로 하나님의 통치의 정체성은 창조주로서 그가 지으신 온 우주만물을 당신의 기뻐하시는 뜻 가운데 섭리적으로 경영해 가신다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다.
(2) 하나님 나라의 구성 요소
① 왕 : 하나님은 우주만물의 창조자(창 1:1)/주권자(롬 11:36/구원자(엡 1:4-5)/섭리자(롬 8:28)로서 곧 왕이시다.
② 백성 :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죄사함과 구원과 의롭다고 인정을 받은 자들이 하나님의 친 백성들로 구성된다(요 1:12-13, 롬 3:24, 벧전 2:9).
③ 땅(장소) : 영역(realm), 영토(territory)의 개념(요 14:2-3/처소, 벧후 3:13/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본다, 마 7:21/하나님 나라에 들어간다, 눅 23;42/당신의 나라...나를 생각하소서, 행 1:9/올려 가심)/상태적 개념 아님/장소적 개념으로 기술하고 있다.
④ 통치권(주권) : 왕적 권세(reign, rule, sovereignty)/통치의 원리는 말씀이다/마 12:28/마 6:33,
(3) 하나님 나라의 2중적 국면
①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마 12:28, 눅 17:20-21) : 이미(already, 불가시적)
② 하나님 나라의 미래성(눅 17:22-30, 22:14-18) : 아직 아닌(not yet, 가시적)
*오스카 쿨만:D-day(초림/already fulfilled), V-day(재림/not yet completed)
* 안토니 A 후크마(개혁주의 종말론) : 시작된 종말론/미래 종말론
(4) 현재적 하나님 나라 도래의 증거들(마 4:17, 12:28, 막 1:15, 눅 17:20-21)
① 귀신을 쫓아내심(마 12:28)
② 사단의 떨어짐(눅 10:18) : 상징적 비유(마귀시험 승리. 축사사역에 근거)
③ 기적들이 일어남(마 11:4-5) : 메시아의 천상적 왕권의 능력 현시
④ 천국 복음의 전파(눅 10:20) : 구원의 역사 일어남
⑤ 죄사함의 역사(막 2:1-12) : 선(先) 죄사함 선언, 후(後) 중풍병 치유
(5)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은 성도(택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로 절정을 이루게 될 우주적 차원의 전 피조물의 구속을 포괄한다(엡 1:9-10, 골 1:19-20, 롬 8:19-21).
3. 전통적인 개혁주의 종말론 : 개인적(시작된) 종말/우주적(미래) 종말
(1) 개인적 종말론의 주제들 :
①육체의 죽음(정의: 영혼과 몸의 분리/죄와 죽음의 관계/죽음의 구속사적 의미)
②영혼 불멸성(마 10:28, 계 6:9, 20:4) *딤전 6:16/고전 15:53-53
③중간기 상태(고후 5:8, 빌 1:23, 눅 16:19, 23:43, 미완성/기대/잠정적 축복의 상태=칼빈)
***개인적 종말과 관련해 전통적 내세론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과제
① 성경은 인간의 구성요소를 몸과 영혼으로(이분설)/몸과 영혼의 합일체로 말하고 있는가(창1:26-27, 2:7)?
② 성경이 말하는 영혼의 개념은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불가시적인 비물질을 의미하는 것인가(눅 12:16-21)?
③ 인간의 영혼은 불멸하는가? 그러므로 개인의 종말인 죽음이 찾아 올 때 몸은 무덤에 묻히고 영혼은 내세에 들어가 주님과의 교제에 참여하는가(고후 5:1-4, 8, 빌1:23, 마 22:31-32)?
④ 내세가 본질상 천국의 개념과 무관하지 않을진대(고후 5:8, 빌 1:23, 마 22:31-32), 소위 중간기 상태란 의미상의 표현인가/실존하는 잠정적 기간(상태)을 말하는 것인가(계 6:9-11)?
(2) 우주적 종말론의 주제들 :
①종말의 징조(마 24:1-35) : 헤롯성전의 파괴(AD70/디도) 종말의 시작
②대환난(7년 대환난?/단9:24-27) : 적그리스도의 활동(이미/요일 4:1-3, 아직/살후 2:3-8)
③그리스도의 재림(재림징조/재림양식/재림횟수/재림목적=구원완성,심판),
④부활 : 부활의 성격(몸의 부활, 옛사람/새사람), 부활의 종류(성도부활/악인부활=일반부활/요5:28-29) 부활횟수(단회적/복수적), 첫째 부활(중생/연합의 원리:롬 6:5, 엡 2:5-6, 갈 2:20)/둘째 부활(일반부활)
⑤천년왕국 : 역사적 전천년, 세대주의전천년, 후천년, 무천년
⑥최종 심판(계 20:1-15, 마 25:31-33) : 불신자(책들/불못), 성도(생명책/영생)
⑦새 하늘과 새 땅(사 65:17-25, 11:6-10, 계 21:1-7): 에덴의 회복(계 22:1-5)
Ⅲ. 결론
1. 종말론은 하나님의 구속 경륜(엡 1:4-14) 속에서 독립된 주제가 아니다. 다양한 신학적/언약적 주제들의 총화로 기능한다. 그런 의미에서 종말론의 궁극적 목표는 창세전에 수립된 신적 작정(신론)에 근거해 그리스도 안에서(기독론) 성령의 적용하시는 역사로(성령론) 구속함을 받은(구원론) 하나님의 친(親)백성(교회론)들을 통해 이루시려는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에 집중된다고 하겠다(마 4:17, 6:9-10, 막 1:15, 계 21:1). 이 과정에서 최후의 심판을 거쳐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들은 영생에, 그리스도 밖에 있는 자들은 영벌에 처해지게 된다는 게 성경의 증언이다(마 25:31-33, 요 5:25-29, 계 20:11-15).
2. 이런 맥락에서 볼 때, 21세기 현대교회는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초림)을 통해 이미 세상 가운데 침노해 들어 온 현재적 하나님 나라와 재림으로 마감될 종말론적 하나님 나라 사이의 긴장 속에서 불가피하게 마귀의 세력들과의 영적 싸움을 수행하고 있는 전투하는 교회(church militant)로서의 정체성을 띠고 살아가는 하나님의 군사들로 존재하게 된다(엡 6:12-13, 딤후 2:3-4, 창 3:15). 하나님의 군사들은 영적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전신갑주를 입어야 한다. 성경은 성도의 최선의 무기를 성령의 검 곧 말씀으로 간주한다(엡 6:14-17, 히 4:1-2). 이런 이유로 말씀의 왜곡은 성도를 미혹하며 무력화시키는 마귀의 고전적인 수법이었다(창 3:1-6). 마귀는 심지어 예수님까지도 왜곡된 성경말씀으로 시험코자 했다(마 4:5-7). 사도 요한이 계시록을 통해 경계시키는 말씀의 가감현상(계 22:18-19)은 이 시대에 말씀의 왜곡과 곡해 방식을 통해 여전히 유효하게 적용된다.
3. 그렇다면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신약의 성도들의 신앙관의 정체성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한 마디로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마라나다, 계 22:20)의 종말론적 신앙관의 정립이다. 성경은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경계시킨다.
“또한 너희가 이 시기를 알거니와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으니 이는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음이니라.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어두움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과 술 취하지 말며 음란과 호색하지 말며 쟁투와 시기하지 말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롬 1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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