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는 성경적인가?
- ‘성경적이다’ 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성경에 나오면 다 성경적입니까?
- 성경에 나온다고 해서 성경적인 것은 아니다.
- 성경적인 방법과 성경문자주의적인 방법을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
- 성경에 나온다고 해서 다 성경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구약의 제사를 오늘날과 같이 드려야 하며, 구약의 절기를 오늘날과 같이 다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죽여야 한다.
- 그러나 그렇게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분명히 성경문자주의가 틀린 것을 알면서도 성경문자주의에 빠질 경우가 많이 있다.
- 그 대표적인 경우가 제비뽑기이다.
- 제비뽑기가 성경에 있으니까 그것이 성경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 물론 성경에는 이런 말씀들이 있다. “사람이 제비는 뽑으나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잠16:33) “제비 뽑는 것은 다툼을 그치게 하여 강한 자 사이에 해결케 하느니라”(잠18:18)
-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에 모세는 제비를 뽑아서 그 땅을 나누라고 하였고,1) 실제로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각 지파에 대하여 제비를 뽑아서 땅을 나누었다.2)
- 신약시대에도 제비를 뽑은 대표적인 사건이 있다. 바로 사도행전 1장에서 부족한 사도 1명을 채울 때에 제비를 뽑았다(행1:26).
- 지금까지 볼 때에 제비 뽑기는 분명히 성경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 그런데도 불구하고 ‘성경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 왜냐하면 행1:26을 마지막으로 제비뽑기는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3)
- 대표적으로 행6장에서는 예루살렘 교회가 직분자를 선출하는데 그동안에 주로 사용되던 제비뽑기가 사용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 오히려 ‘택하라’, ‘택하여’라는 말이 6장 3절과 5절에서 반복되고 있고, 여기에서 ‘택하다’는 것은 일종의 투표형식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 행14:23에서도 교회가 장로들을 ‘택하여’ 라고 말씀하고 있다.
- 특별히 여기에서 ‘택하다’라는 말은 ‘ceirotone,w’라는 말로 여기에서 접두어 ‘ceir’는 ‘손’이라는 뜻을 갖고 있고, 어원적으로는 ‘손을 들어 표시하게 해서 선택하다’(elect by raising hands)라는 의미를 갖는다.4) 여기에서 손을 드는 주체는 교인들이다. 다시 말해 거수(擧手) 투표를 통해서 한 것이다. 일종의 투표형식이라는 것이다.
- 그렇다면 왜 그럴까?
- 가장 중요한 단서는 제비뽑기가 사도행전 1장을 끝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 여기에서 우리로 하여금 생각나게 하는 것은 사도행전 2장에서 일어난 성령강림 사건이다.
- 왜 성령강림사건을 기점으로 제비뽑기가 중단되고 투표라는 형식으로 대체되었을까?
- 성령님에 대해서 예수님은 이렇게 예언을 하셨다. 요한복음 14장 26절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시리라” 요한복음 16장 13절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그가 너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리니.....”
- 성령은 진리의 영이며,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영이다.
- 이제 이 성령이 각 심령 가운데 임하였으므로 하나님의 뜻을 구별하는 방법은 굳이 제비뽑기일 필요가 없다. 이제 성령을 심령에 모시고 있는 성도들이 하는 것이다.
- 제비뽑기는 교회가 세워지면서 중단되었다.5) 대신 투표가 그 방식을 대신하게 되었다.
- 교회의 머리께서는 구약시대보다 성숙한 신약교회에 제비뽑기를 폐하시고 교회에 속한 자들이 지혜롭게 선출하기를 기뻐하셨다.
- 교회시대의 첫 직분자 선출은 제비뽑기 아닌 투표의 형식을 취하였다(행6장).6)
-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계시의 진전”이라는 측면에서 성경을 볼 수 있어야 한다.
- 교회 역사에서도 제비를 뽑아서 직분자를 선출하는 경우를 볼 수 없다. 직분자 선출 뿐 아니라 중요한 결정(신앙고백서 채택)을 할 때에는 반드시 투표 혹은 거수(擧手)와 같은 형식을 취하였다.
- 개혁주의 신앙고백서들에서도 이 사실을 분명히 가르친다. 벨기에 신앙고백서 제 31조에 보면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의 사역자들과 장로들과 집사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규정된 대로 기도와 선한 질서로 교회의 합법적인 선거를 통하여 선출되어야 함을 믿습니다.”라는 언급이 기록되어 있다.
- 여기에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흔히 오해하기를 교회에서의 ‘투표’를 민주주의 정치 혹은 사회에서의 ‘투표’와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를 단순한 민주공동체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바른 생각이 아니다. 교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교회는 오직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시는 곳이다. 절대로 인간의 대수적 결정이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다.
- 투표를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한 것이지, 인간의 뜻을 분별하기 위함이 아니다.
- 교회시대에도 제비뽑기의 본질은 여전히 동일하다. 잠언 16:33과 18:18에서 말하는 본질과 같이 여호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아는데 있다.
- 구약에서 제비뽑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하나님에게 주권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 오늘날에는 더 이상 제비를 뽑는 방법이 아닌 성령이 임한 각 성도들의 건전한 판단에 근거하여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아낸다. 그러므로 교회는 민주공동체가 아니라 여전히 신정공동체이다. 인간의 지성에 근거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인간이 교회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근거한 성경적인 절차를 통해 하나님이 오늘날에도 교회를 다스린다.
- 방식만 바뀌었지 본질은 여전히 동일하다. 하나님만이 우리의 통치자이시다.
- 이 사실을 분명히 인식한다고 한다면, 예배에 참여하는 자는 교회의 회의(공동의회, 제직회)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별히 직분자를 선출하는 것은 곧 교회를 든든히 하는 것이며 하나님께 예배하는 일의 한 부분이므로 회의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면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예배는 중요하게 여기면서, 교회의 공식회의(공동의회, 제직회)는 가볍게 여기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2009년 11월 9일)
1) 너희의 가족을 따라서 그 땅을 제비뽑아 나눌 것이니 수가 많으면 많은 기업을 주고 적으면 적은 기업을 주되 각기 제비뽑힌 대로 그 소유가 될 것인즉 너희 열조의 지파를 따라 기업을 얻을 것이니라(민33:54)
2) 그 사람들이 일어나 떠나니 여호수아가 땅을 그리러 가는 그들에게 명하여 가로되 가서 그 땅으로 두루 다니며 그려가지고 내게로 돌아오라 내가 여기 실로에서 여호와 앞에서 너희를 위하여 제비 뽑으리라(수18:8)
3) Lawrence R. Eyres, The Elders of the Church, 홍치모 역, 『하나님이 세우신 장로』(서울: 총신대학 출판부, 1985), 36. 이 시기가 오순절 성령 강림 이전이기에 구약적 선출 방식인 제비뽑기의 방식을 취하였다는 지적으로 William H. Baker, “Acts”, in Evangelical Commentary on the Bible, ed. Walter A. Elwell (Grand Rapids: Baker, 1989), 887을 보라.
4) Robert L. Reymond, A New Systematic Theology of the Christian Faith (Nashville: Thomas Nelson, 1998), p. 897, n.3; G. H. C. Macgregor, “Exegesis of the Acts of the Apostles”, in The Interpreter‘s Bible, vol. 9 (Nashville: Abingdon Press, 1954), 193; David John Williams, Acts, Tyndale New International Biblical Commentary (Peabody: Hendrickson, 1985), 255
5) Bruce K. Waltke, Finding the will of God: A Pagon Notion? (Grand Rapids: Eerdmans, 1995), 임원주 옮김, 『하나님의 뜻 발견하기』(서울: 도서출판 누가, 2006),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