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팔란티어, AI 활용해 비즈니스 가치 극대화

기업 혁신과 인공지능(AI)을 주제로 기업 강의를 자주 하는 편이다. 강의를 하다 보면 가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곤 한다. 강의 내용이 기업에서의 AI 활용에 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이 AI 관련 주식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이후 추천할 만한 주식이 있습니까” 같은 질문이 그렇다. 보통은 웃으며 “그쪽은 제 전문 분야가 아닙니다”라고 답하지만, 분위기가 좋을 때는 개인적인 의견을 조심스럽게 공유하기도 한다.
지난해 초부터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면 팔란티어(Palantir)라는 기업을 소개하곤 했다. 당시에는 대부분 “그게 무슨 회사죠?”라며 생소해 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주가는 급등했고 이제는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릴 정도가 되었다.
팔란티어를 주목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 초기 단계에서는 청바지와 곡괭이를 판매하는 기업, 즉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기업이 가장 수익성이 높다. 그러나 기술이 확산되면, 그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이 더욱 중요한 평가를 받게 된다. 팔란티어가 바로 그런 회사 중 하나다.
그렇다면 기업의 AI 활용 측면에서 왜 팔란티어가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을까. 오늘 이 칼럼에서는 팔란티어를 소개함으로써 기업 경영진들이 AI 기반 기업 전략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1년 만에 주가 급등, 제2 엔비디아로 불려
팔란티어는 어떤 회사인가. 팔란티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그런 회사들 많지 않나요’라는 질문이 나올 법하다. 맞다, 많다.) 팔란티어의 의미를 비롯해 페이팔 마피아의 수장으로 창업주인 피터 틸, 현 최고경영자(CEO)인 알렉스 카프의 독특한 철학, 그리고 이 회사의 투자에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이 깊게 연계되어 있다는 이야기들은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자.
팔란티어는 2003년에 설립되었지만 2023년까지 지난 20년 동안은 정부 정보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회사였으며, 매출과 이익 등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변방의 기업이었다. 그러나 최근 2년 사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팔란티어의 핵심 기술은 온톨로지(Ontology)이다. AI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지식을 입력해야 한다. 초기 AI(1980~2000년대 초반)는 전문가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규칙으로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딥러닝(Deep Learning)이 등장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학습하는 방식이 주류가 되었다(2000년대 중반 이후).
그러나 이 두 가지 방식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온톨로지 방식이다. 철학에서 온톨로지는 존재론을 의미하지만, 컴퓨터 과학에서는 데이터에 속성을 부여하고 관계를 정의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 기술이 유명해진 사례 중 하나는 IBM의 왓슨(Watson)이다. 2011년, 왓슨은 미국 퀴즈쇼 ‘제퍼디!(Jeopardy!)’ 우승자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AI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2011년 당시, 이 사건은 수많은 신문 기사에서 다루어질 정도로 큰 화제가 되었다. 그 후 IBM은 의료 분야 등에서 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했으며, 국내에서도 몇몇 병원에서 이를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큰 주목을 받은 만큼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결국 IBM도 이 사업을 사실상 접게 되었다.
흔히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다”라고들 한다. 그러나 맥락 없는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나 이미지에 불과하다. 온톨로지(Ontology)는 데이터를 맥락화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바나나’라는 단어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일’ ‘길다’ ‘노란색’ 등의 속성과 연결된다. 마찬가지로 ‘원숭이’는 ‘동물’ ‘원숭이과’ ‘바나나’ 등과 연관될 수 있으며, ‘판다’는 ‘동물’ ‘곰과’ ‘대나무’ 등의 속성을 가진다. 맥락은 다른 데이터와의 연계를 통해 더욱 풍부해진다. 위의 예에서 원숭이는 ‘동물’이라는 속성을 통해 판다와 연결되며 동시에 바나나와도 연관될 것이다.
여기서 핵심 문제는 이러한 속성과 연계 관계를 누가 만들고 어떻게 온톨로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느냐다. 수많은 기업 데이터에도 속성과 연계가 존재하지만, 이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기업의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초기 AI 시스템, 예를 들면 IBM 왓슨이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온톨로지 구축에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되었기 때문이다. 팔란티어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정보기관과 협력하며 보안 및 데이터 분석 기술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이를 일반 기업에 적용하려면 먼저 온톨로지를 구축해야 했기에 수익성 있는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기 어려웠다.
6개월 걸리던 온톨로지 며칠 만에 가능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팔란티어는 FDE(Forward Deployed Engineer·파견 개발자)라는 직군을 신설했다. 팔란티어 개발자가 고객사의 내부로 들어가 6개월~1년 동안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을 파악하고, 그 기업의 온톨로지를 구축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규모 언어 모델(LLM·Large Language Model)이 등장하면서 온톨로지 구축 방식이 혁신적으로 변화했다. 이제 기업의 데이터와 문서, 비정형 데이터를 LLM이 직접 분석해 온톨로지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AI 플랫폼(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이 등장한 것이다.
챗GPT와 같은 AI 모델은 개인 사용자들에게는 유용하지만, 기업에서 활용하려면 고유한 데이터 맥락이 추가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챗GPT는 고객과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고객의 과거 구매 이력, 문의 내역, 고객 응대 정책, 현 재고 상태, 추천할 신상품 목록, 기계 학습 분석을 통한 고객군 특성 등 다양한 정보가 함께 연계되어야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이를 위해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방식을 사용한다. 이는 기업 데이터를 AI 프롬프트에 추가하여 보다 정확한 응답을 생성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내가 얻고자 하는 정보와 기업 데이터 중 어떤 부분이 가장 연관성이 높은가’를 자동으로 판별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
팔란티어는 이 문제를 AIP와 온톨로지를 활용해 해결했다. 기업 데이터를 AIP를 사용하여 온톨로지로 정리한 후, 이를 LLM과 RAG 기술과 결합하여 정보의 정확성과 활용도를 극대화한 것이다. 이 접근법 덕분에 기존에 6개월 이상 걸리던 온톨로지 구축이 단 며칠 만에 가능해졌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팔란티어는 기업 데이터를 현실 세계와 연결하여, 마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처럼 기업 운영을 가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제 기업들은 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상품의 수주량이 20% 증가하면 재고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급망 병목 현상은 어디서 발생할까. 특정 제조 공정과 상품 불량률 간의 관계는 무엇일까. 이러한 문제들을 AI 기반 분석으로 즉각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팔란티어의 실적을 보면, 2022년까지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다가 2023년부터 흑자로 전환되었으며, 2024년 이후 매출이 연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기술 발달과 팔란티어 모델을 이해하면 이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기업들은 팔란티어가 추구하는 AI 기반 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팔란티어의 창업자인 피터 틸이 자신의 저서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강조한 “무한한 가치를 가진 시장에서 경쟁 없는 독점적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팔란티어는 확실히 독특한 기업이다. 그러나 주식 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은 각자의 몫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졸업 후, 카네기멜론대 사회심리학 석사, 남가주대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국가 공공데이터 전략위원회에서 국무총리와 함께 민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AI 로 경영하라』 『오픈콜라보레이션』 『웹2.0과 비즈니스 전략』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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