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환자가 생각하는대로 로봇 팔이 움직였다
입력2025.03.07.

Karunesh Ganguly 미국 샌스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교수 제공
카레루시 갱굴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샌프란시스코) 교수 연구팀은 뇌에서 컴퓨터로 신호를 전달하는 장치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활용해 사지마비 환자가 로봇 팔을 움직이게 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에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환자는 어떤 행동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로봇 팔을 이용해 물체를 잡고, 옮기고,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에 사용된 BCI 장치는도 7개월 동안 별도의 조정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기존 BCI 기술은 하루나 이틀 정도만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데 그쳤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뇌 활동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장기간 안정적인 작동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연구를 이끈 갱굴리 교수는 “인간과 AI가 함께 학습하는 과정이 BCI 기술의 다음 단계"라며 "이는 복잡하고 실제 같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사지마비 환자가 로봇 팔을 정교하게 조종하기 위해선 반복적인 움직임 상상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뇌의 활동 패턴이 하루하루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물 실험에선 특정 움직임을 나타내는 뇌의 패턴이 학습 과정에서 조금씩 변하는 것이 관찰된 바 있다. 연구팀은 인간에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기존 BCI 장치가 빠르게 성능을 잃는 원인이 된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뇌졸중으로 전신이 마비된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환자는 말을 하거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지만 뇌 표면에 부착한 미세 센서들이 상상하는 움직임에 따른 뇌 활동을 감지했다. 환자는 손, 발, 머리 등 신체 부위를 움직이는 장면을 상상하며 신호를 보냈고 BCI는 이를 기록해 AI가 학습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뇌에서 움직임을 나타내는 신호의 형태는 유지됐지만 위치는 날마다 약간씩 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를 AI가 보정하도록 만들어 장치가 지속적으로 일정한 성능을 내도록 했다.
연구팀은 먼저 AI에게 환자의 뇌 활동을 학습하도록 했다. 2주 동안 환자에게 손가락, 손, 엄지 등의 간단한 움직임을 상상하게 하며 뇌 활동을 수집했다. 이후 가상의 로봇 팔을 통해 시각적 피드백을 주며 학습을 진행했다. 환자는 점차 상상을 통한 조작 기술을 익혔고 마침내 실제 로봇 팔로도 동일한 조작을 수행했다.
환자는 로봇 팔로 블록을 집어 돌리고 다른 장소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찬장에서 컵을 꺼내 물을 받는 동작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몇 달이 지난 후에도 환자는 단 15분간의 미세 조정만으로 다시 로봇 팔을 원활하게 조종할 수 있었다.
갱굴리 교수는 “AI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로봇 팔이 더 빠르고 부드럽게 움직이게 할 계획”이라며 “향후 이 기술을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 확실히 배웠고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cell.2025.02.001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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