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걸어와 장애인에 입혀진 로봇
입력2024.10.24.
KAIST는 공경철 기계공학과 교수(엔젤로보틱스 의장) 연구진이 하반신 마비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의 새로운 버전인 ‘워크온슈트 F1 (WalkON Suit F1‧이하 F1)’을 24일 공개했다고 밝혔다.
워크온슈트는 연구팀이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하반신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시리즈다. 이번에 개발된 ‘F1’모델은 하반신마비 중에서도 중증도가 가장 높은 완전마비(ASIA-A) 레벨을 대상으로 한다. 공 교수는 이날 대전 대덕구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기존 엔젤로보틱스의 상용화를 통해 전국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재활치료 및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과는 개발 목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 교수 연구팀은 2016년에 워크온슈트1을 처음으로 발표한 이후 2020년에 워크온슈트4를 발표하면서 보행속도를 시속 3.2km(킬로미터)까지 끌어올려 비장애인의 정상 보행속도를 달성한 바 있다. 일상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좁은 통로, 문, 계단 등의 장애물을 통과하는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발전시키던 중 연구팀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타인의 도움 없이는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주목했다.
이번에 새로 공개한 F1은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기술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 타인의 도움 없이 로봇을 바로 착용할 수 있도록 후면 착용 방식이 아닌 전면 착용 방식을 적용했다.
로봇은 착용하기 전에는 환자가 지팡이로 무선 신호를 보내면 마치 휴머노이드처럼 스스로 걸어와 착용자에게 다가온다. 무게중심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기능을 적용해서 착용자가 로봇을 잘못 밀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도 구현됐다. 휴머노이드와 웨어러블 로봇을 넘나드는 F1의 디자인은 박현준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가 맡았다.
웨어러블 로봇 본연의 기능도 대폭 개선됐다. 직립 상태에서는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팡이 없이 수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균형 제어 성능이 향상됐다.
부품 단위에서의 기술 발전도 주목할 만하다. 로봇의 핵심부품인 모터와 감속기, 모터드라이버,
메인 회로 등을 전부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부품을 개선해 모터와 감속기 모듈의 출력 밀도(단위 시간당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를 기존 모델에 비해 무게당 파워 기준 약 2배 높였다. 신호를 전달하는 주파수에 대한 응답속도를 기준으로 측정한 모터드라이버의 제어 성능 또한 해외 최고 기술 대비 약 3배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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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교수는 “워크온슈트는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기술의 결정체”라고 설명하면서 “워크온슈트에서 파생된 수많은 부품, 제어, 모듈 기술들이 웨어러블 로봇 산업 전체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취재진 앞에서 F1을 시연회를 주도한 공 교수 연구팀은 오는 27일 열리는 ’제3회 사이배슬론‘에 출전한다고 밝혔다. 10월 27일 열리는 이번 대회는 KAIST 기계공학과 소속 박정수 연구원이 주장을 맡고 완전마비 장애인인 김승환 연구원이 선수로 참가할 예정이다.
이번에 새로 열리는 대회는 지난 대회보다 미션의 난이도가 대폭 올랐으며 미션의 수도 6개에서 10개로 늘어났다. 일부 미션은 일상생활에서 마주할 만한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도전적으로 설정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박정수 주장은 “이미 지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순위 경쟁보다는 기술적 초격차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이배슬론 대회는 스위스에서 4년마다 개최되는 장애 극복 사이보그 올림픽이다. 이번 대회는 스위스 현지와 각국 경기장에서 생중계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 교수 연구팀은 대전에 위치한 엔젤로보틱스 선행연구소 내에 설치된 경기시설에서 온라인으로 참가한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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