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로드 인천 강화나들길 8코스] 펄쩍펄쩍 살아 있는 싱싱한 '자연 한 접시' 대령이오
입력2024.07.12.
서울에서 가깝고 아름다운 해안선 걷기 6km"누가 빨리 가나 경주하기. 시작!"
"그래도 아빠가 1등일 걸!"
열혈 등산 부자父子가 강화도에 출동했다. 어린 등산마니아 박서진(세종 해밀초교 2학년)군과 백패킹 육아서적 <오늘도 아이와 산으로 갑니다> 저자 박준형씨가 강화 나들길 8코스를 찾았다. 싱그러운 수풀과 드넓은 갯벌을 걷노라면, 아빠도 동심으로 돌아가 부자 사이가 한결 가까워졌다. 쿵쾅쿵쾅 뛰고 큰 소리로 웃어도, 아무도 핀잔주지 않는, 대자연의 품에 안겨 걸음걸음 달콤한 감정 한 움큼씩 나누며 걸었다.
단정한 돈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345년 전에 지은 성, 후애돈대後崖墩臺는 강화 나들길 8코스의 생크림 케이크다. 단조로운 해안선에 듬직하게 솟아 달달한 경치를 보여 주는 나들길의 전망대다. 강화도를 지키는 임무에서 자유로워졌으나,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33호가 되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멋진 경치를 보여 주는 친절을 베풀고 있다.
수묵화마냥 부드럽게 흘러가는 먼 섬
밀물이라도 좋고, 썰물이라도 좋다. 인천의 섬들이 수묵화처럼 부드러운 실루엣으로 펼쳐지는 이 길에 들어서면, 잡념은 사라지고 가벼운 걸음만 남는다. 혼자 걸어도, 같이 걸어도 좋은 나들길에서는 누구나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걷기길의 명작名作, 강화 나들길
걷기길은 많지만, 걷고 싶은 길은 드물다. 매연 맡으며 위험하게 걷는 아스팔트 길, 관리가 되지 않아 수풀이 높아 걸을 수 없는 길이 얼마나 많던가.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닿는 곳에 이토록 축복 받은 자연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저어새를 찾아라!
강화 나들길 8코스 테마는 '철새 보러 가는 길'이다. 주인공은 저어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저어새의 서식지가 이곳 강화도 선두리이다. 멸종위기종인 만큼 운이 따르지 않고서는 쉽게 보기 어렵다. 주걱처럼 생긴 긴 부리를 물에 넣고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나룻배 사공이 노 젓는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저어새라 불린다. 저어새를 찾아도, 못 찾아도, 이 길에선 행복하다고 박준형·박서진 부자의 미소가 알려 준다.
만끽하자! 열린 자연의 자유로움
맨 몸으로 자연과 맞닥뜨릴 용기만 있으면 된다. 지금껏 에어컨 바람에 의지했지만, 오늘은 아니다. 바닷바람과 뙤약볕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원초적인 즐거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는, 열린 자연의 자유로움.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선두리 포구는 평화가 제철입니다
가다 쉬고, 또 가다 쉬는, 기록과 경쟁이 없는 길. 한가로운 여름의 포구는 평화가 제철이다. 가도 가도 여유가 넘쳐나는 느긋한 풍경의 연속. 평화는 전염되는 걸까? 풍경 속 어느 한 페이지에 10분간 머무르면, 미웠던 누군가도 용서하게 되는 보급형 도사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풍경이 마음에 새겨지는 과정
여백 많은 해안선이 심심해하던 찰나, 두 사람의 출현에 경치가 명랑해진다. 흥 많은 아빠와 아들의 점프에 꾸벅꾸벅 졸던 바다가 깨어난다. 마주치는 이 없는 고요한 강화도 남부 해안선의 부드러운 밀물. 어느 날 밤 꿈에 나올 것 같은 간질간질한 풍경이 마음에 새겨지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길
아빠와 손잡고 걸은 초록 숲 터널이 그리워질 때가 올 것을 지금은 모른다. 그날, 기습 키스를 하고 지나던 바람, 이름은 모르지만 냄새로 기억하는 달콤한 꽃, 땀으로 흥건했지만 불쾌하지 않았던 컨디션.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의 시골길. 평범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초록빛 추억이 그리워질 날이 온다.
흥미진진한 영화 같은 흡입력 있는 풍경
이렇게 예쁜 저수지가 있었던가. 보석처럼 빛나는 분오리저수지는 강화도 남부 해안선의 알려지지 않은 명소다. 찰랑찰랑 친절하게 말 걸어오는 저수지와, 뾰족하게 솟은 초피산(253m). 이 길은 어쩌면 이다지도 영화 같은 흡입력으로 끌어당기는지, 중간에 포기할 수 없다.
쉴 휴休, 어울리는 여유로운 해안선
가속도가 붙을 만하면, 걸음을 묶어 놓는 경치의 향연이 펼쳐진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뜬구름 보고 있어도, 구박하지 않는 느긋한 길의 매력. 들리는가. 넘쳐서 뚝뚝 떨어지는 '철새 보러가는 길'의 느린 아름다움이.
그 길에 살맛나는 하루가 있다
소원이 이뤄지지 않아도, 함께했던 나들길의 추억은 잊히지 않는다. 아름다운 장면은 유명한 외국 명소에만 있지 않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 소박한 우리 땅, 강화도 해변에도 흔하게 널려 있다. 살맛나는 하루는 옷깃 여미는 에어컨 바람 아래 있지 않다. 여운 깊은, 수평선 따라 걷는 강화 남부 해안선 어딘가 휴대폰 사진첩에 담아온 단순 명료한 추억 속에 있다. 열병같이 마음을 사로잡았던,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은 강화도의 황홀함.
강화나들길 8코스 '철새 보러 가는 길' 정보
인천광역시 강화군의 걷기 좋은 길을 코스별로 묶은 것이 '강화나들길'이다. 총 20개 코스가 있으며, 강화도 남부 해안선의 아름다움이 집약된 길이 8코스다. 강화초지대교 인근 초지진에서 출발해 해안선을 따라 동막해변까지 가는 17km의 걷기길이다.
그러나 여름철 뙤약볕에 전부 걷기는 어렵다. 8코스 중에서도 하이라이트인 선두5리 어판장에서 동막해변까지 6km 단축 구간을 추천한다. 어판장에 무료 주차장이 있어 편리하고, 명소인 후애돈대와 분오리저수지를 두루 거칠 수 있다.
강화나들길 이정표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분오 왕새우양식장 부근만 주의하면 된다. 해안선을 따라 양식장을 돌아 카페 마당을 지나도록 길이 이어진다. 사유지이지만 나들길 이용자들을 배려해 통행을 허락했으므로, 조용히 지나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 그늘이 적어, 선크림과 모자, 양산 등을 준비해야 한다. 선두5리어시장, 선두4리어시장, 분오어판장, 동막해변에 화장실이 있다.
거리: 6km 난이도: ★☆☆☆☆ 소요 시간: 3시간
교통 지하철 김포 골드라인 구래역에서 70번 버스를 타고, 장흥저수지에서 하차 후 장흥저수지삼거리까지 도보로 600m 이동해 강화50번 버스를 탄다. 산뒤 정류장에서 하차, 300m 걸으면 강화나들길 8코스가 지나는 선두5리어시장에 닿는다. 다만 강화도 버스는 3~4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므로, 강화도 내에서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하다.
먹거리 강화나들길 8코스는 식도락 기행이 빼놓을 수 없는 여정이다. 해안선에 접한 만큼 어판장들을 지나는데, 고기 잡는 배를 운영하는 선주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들이라 해산물이 싱싱하며 자연산 회의 식감이 쫄깃하다. 출발 기점인 선두5리어시장, 중간 기점인 선두4리 어시장과 분오어판장에 해산물 전문식당이 늘어서 있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그래도 아빠가 1등일 걸!"
345년 전에 지은 성, 후애돈대後崖墩臺는 강화 나들길 8코스의 생크림 케이크다. 단조로운 해안선에 듬직하게 솟아 달달한 경치를 보여 주는 나들길의 전망대다. 강화도를 지키는 임무에서 자유로워졌으나,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33호가 되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멋진 경치를 보여 주는 친절을 베풀고 있다.
밀물이라도 좋고, 썰물이라도 좋다. 인천의 섬들이 수묵화처럼 부드러운 실루엣으로 펼쳐지는 이 길에 들어서면, 잡념은 사라지고 가벼운 걸음만 남는다. 혼자 걸어도, 같이 걸어도 좋은 나들길에서는 누구나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걷기길은 많지만, 걷고 싶은 길은 드물다. 매연 맡으며 위험하게 걷는 아스팔트 길, 관리가 되지 않아 수풀이 높아 걸을 수 없는 길이 얼마나 많던가.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닿는 곳에 이토록 축복 받은 자연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강화 나들길 8코스 테마는 '철새 보러 가는 길'이다. 주인공은 저어새.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저어새의 서식지가 이곳 강화도 선두리이다. 멸종위기종인 만큼 운이 따르지 않고서는 쉽게 보기 어렵다. 주걱처럼 생긴 긴 부리를 물에 넣고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 모습이, 나룻배 사공이 노 젓는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저어새라 불린다. 저어새를 찾아도, 못 찾아도, 이 길에선 행복하다고 박준형·박서진 부자의 미소가 알려 준다.
맨 몸으로 자연과 맞닥뜨릴 용기만 있으면 된다. 지금껏 에어컨 바람에 의지했지만, 오늘은 아니다. 바닷바람과 뙤약볕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원초적인 즐거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는, 열린 자연의 자유로움.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
가다 쉬고, 또 가다 쉬는, 기록과 경쟁이 없는 길. 한가로운 여름의 포구는 평화가 제철이다. 가도 가도 여유가 넘쳐나는 느긋한 풍경의 연속. 평화는 전염되는 걸까? 풍경 속 어느 한 페이지에 10분간 머무르면, 미웠던 누군가도 용서하게 되는 보급형 도사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여백 많은 해안선이 심심해하던 찰나, 두 사람의 출현에 경치가 명랑해진다. 흥 많은 아빠와 아들의 점프에 꾸벅꾸벅 졸던 바다가 깨어난다. 마주치는 이 없는 고요한 강화도 남부 해안선의 부드러운 밀물. 어느 날 밤 꿈에 나올 것 같은 간질간질한 풍경이 마음에 새겨지고 있었다.
아빠와 손잡고 걸은 초록 숲 터널이 그리워질 때가 올 것을 지금은 모른다. 그날, 기습 키스를 하고 지나던 바람, 이름은 모르지만 냄새로 기억하는 달콤한 꽃, 땀으로 흥건했지만 불쾌하지 않았던 컨디션.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의 시골길. 평범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초록빛 추억이 그리워질 날이 온다.
이렇게 예쁜 저수지가 있었던가. 보석처럼 빛나는 분오리저수지는 강화도 남부 해안선의 알려지지 않은 명소다. 찰랑찰랑 친절하게 말 걸어오는 저수지와, 뾰족하게 솟은 초피산(253m). 이 길은 어쩌면 이다지도 영화 같은 흡입력으로 끌어당기는지, 중간에 포기할 수 없다.
가속도가 붙을 만하면, 걸음을 묶어 놓는 경치의 향연이 펼쳐진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뜬구름 보고 있어도, 구박하지 않는 느긋한 길의 매력. 들리는가. 넘쳐서 뚝뚝 떨어지는 '철새 보러가는 길'의 느린 아름다움이.
소원이 이뤄지지 않아도, 함께했던 나들길의 추억은 잊히지 않는다. 아름다운 장면은 유명한 외국 명소에만 있지 않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 소박한 우리 땅, 강화도 해변에도 흔하게 널려 있다. 살맛나는 하루는 옷깃 여미는 에어컨 바람 아래 있지 않다. 여운 깊은, 수평선 따라 걷는 강화 남부 해안선 어딘가 휴대폰 사진첩에 담아온 단순 명료한 추억 속에 있다. 열병같이 마음을 사로잡았던,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은 강화도의 황홀함.
강화나들길 8코스 '철새 보러 가는 길' 정보
인천광역시 강화군의 걷기 좋은 길을 코스별로 묶은 것이 '강화나들길'이다. 총 20개 코스가 있으며, 강화도 남부 해안선의 아름다움이 집약된 길이 8코스다. 강화초지대교 인근 초지진에서 출발해 해안선을 따라 동막해변까지 가는 17km의 걷기길이다.
그러나 여름철 뙤약볕에 전부 걷기는 어렵다. 8코스 중에서도 하이라이트인 선두5리 어판장에서 동막해변까지 6km 단축 구간을 추천한다. 어판장에 무료 주차장이 있어 편리하고, 명소인 후애돈대와 분오리저수지를 두루 거칠 수 있다.
강화나들길 이정표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길찾기는 어렵지 않다. 분오 왕새우양식장 부근만 주의하면 된다. 해안선을 따라 양식장을 돌아 카페 마당을 지나도록 길이 이어진다. 사유지이지만 나들길 이용자들을 배려해 통행을 허락했으므로, 조용히 지나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 그늘이 적어, 선크림과 모자, 양산 등을 준비해야 한다. 선두5리어시장, 선두4리어시장, 분오어판장, 동막해변에 화장실이 있다.
거리: 6km 난이도: ★☆☆☆☆ 소요 시간: 3시간
교통 지하철 김포 골드라인 구래역에서 70번 버스를 타고, 장흥저수지에서 하차 후 장흥저수지삼거리까지 도보로 600m 이동해 강화50번 버스를 탄다. 산뒤 정류장에서 하차, 300m 걸으면 강화나들길 8코스가 지나는 선두5리어시장에 닿는다. 다만 강화도 버스는 3~4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므로, 강화도 내에서는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하다.
신준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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