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의 숨은 명산 칠보산] 눈앞에 펼쳐진 명사십리 푸른 바다
입력2024.07.16.
칠보산七寶山(810m)은 경북 영덕군 병곡면 금곡리, 낙동정맥의 동쪽 끝자락에 있다. 정상에 서면 고래불해수욕장, 명사십리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철·구리·산삼·더덕·황기·돌이끼·멧돼지의 일곱 가지 보배로운 것이 있다 해서 칠보산, 옛날에는 등운산騰雲山으로 불렸다.
동해안 7번국도에서 5km쯤 들어가야 한다. 깊은 산중에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산으로 100년 된 소나무가 많다. 우거진 숲과 그늘이 시원해서 여름 산행에 딱 좋다. 칠보산자연휴양림과 유금사를 기점으로 원점회귀하는 데 각각 7.2km, 4시간 남짓, 5.9km, 2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옛날 마을을 지키는 개구리 입 모양의 바위가 있었는데 산길을 내려고 사람들이 바위를 깨뜨리니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며 천둥과 벼락이 쳐 급히 바위를 붙여 놓았다고 한다. 외딴 산중 밤길에도 이 바위만 지나면 산짐승들이 따라오지 않아 영험한 바위로 불린다."
개구리 바위를 두고 가려니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꽃이 쉽게 놓아 주지 않는다. 조금 지나 아래는 금곡3리 주차장과 500m쯤 버스정류장, 오후 3시 인적 없는 유금사에 닿는다. 산행은 여기서 시작한다. 유금사는 사찰이라기보다 아담해서 절집이라 부르는 것이 오히려 정감이 간다. 삼층 석탑을 한참 바라보다 경내를 나와 산길을 따라간다. 두 갈래 길에서 왼쪽으로 오르는데 등산 리본이 반갑다. 우거진 숲에는 쪽동백·생강·싸리·쇠물푸레·산벚·국수·당단풍·굴피·붉·소나무. 쪽동백나무 잎이 넓다. 이름 모를 산새며 풀벌레 소리, 뻐꾸기 소리는 발길을 따라온다. 호젓한 초록의 숲길은 걸을수록 향기롭다. 15분 정도 걸어서 임도와 서로 합해지는 합류 지점. 티끌이 들어 등산화를 터는데 발아래 개미들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새로 만든 임도 길섶으로 귀룽·낙엽송·물오리·오동·누리장나무. 아름드리 소나무는 시원하게 뻗었다.
오후 4시 10분, 산 아래는 햇볕이 쨍쨍한데 동북 사면에는 산그늘이 벌써 내려왔다. 노린재나무 아래는 우산나물, 병꽃나무는 꽃이 떨어졌고 좀작살나무 꽃봉오리는 좁쌀처럼 맺혀 며칠 지나면 필 것 같다. 능선 가까이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데 발아래 둥굴레 군락,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인다. 드물게 천남성이 자라는 이곳은 넓고 깊은 산중이다. 오후 4시 40분, 능선길 합류 지점(칠보산 0.6·유금사 1.2·칠보산휴양림 3km). 왼쪽으로 내려가면 칠보산자연휴양림, 오른쪽이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칠보산 자락에 자리 잡은 휴양림은 동해의 일출을 바라볼 수 있어 해맞이 휴양객들이 많이 찾는다. 잠시 헬기장 지나고 평지 같은 능선길에는 떡갈·미역줄·신갈·병꽃·생강·까치박달·산뽕·피나무. 10분 지나 정상에 닿는다.
멀리 아득한 수평선 바라보며 토마토, 오이 한입으로 잠시 쉬고 있는데 땀에 옷이 젖어선지 선듯하다. 칠보산은 중국사람 두사충이 이곳의 샘물을 마시고 "보통 물맛과 다르니 이 산에 일곱 가지 귀한 물건이 있다"고 말해 찾아보니 철·구리·산삼·더덕·황기·돌이끼·멧돼지 등이 나와 칠보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두사충은 임진왜란 때 이여송을 도와 조선으로 와서 귀화한 장수다. 실제 칠보산 아래 샘물이 있었는데 가뭄에도 마르지 않아 오래도록 기우제를 지냈다고 전한다. 칠보는 불교의 일곱 가지 보배다. 경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금·은·청옥·수정·진주·마노·호박을 가리킨다. 칠보산 이름은 이곳 영덕 칠보산(810m), 경기도 수원(238m), 전라북도 정읍(469m), 충청북도 괴산(778m)을 비롯해서 북한에도 있다.
오후 5시쯤 너무 늦으면 땅거미 질 것 같아 빠르게 내려간다. 15분 지나 다시 유금사 갈림길, 눈을 내려보니 나뭇잎 사이로 절집이 보인다. 유금사는 신라 선덕여왕 시절 자장이 지은 비구니사찰로 불국사 말사다. 보물로 지정된 통일신라시대 석탑이 있다. 유금마을에 지었다 해서 유금사有金寺로 불렸다. 마을 이름 또한 금곡金谷 이니 "손으로 주울 정도로 금이 많았다"는 말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조선 중기까지 승려가 수십 명 있었으나 점차 퇴락하게 된 연유는 이렇다.
"어느 날 주지가 불국사 법회를 마치고 오는데 절 앞의 용소龍沼에서 교미하는 용을 보고 꾸짖었는데 천둥과 벼락이 떨어져 절이 없어졌다고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옛날 유금사에 중이 죽는 일이 잦았다. 새로 온 도승이 근처에 있는 석굴에서 지네를 발견하곤 법당에 앉아 합장한다. 밤중에 갑자기 벼락 치는 소리가 들리자 스님은 도술을 부리기 시작하는데 이튿날 석굴 안에 큰 지네 한 마리가 죽고 나서부터 불상사가 없어졌다"고 한다.
난티개암·물푸레나무에 옷깃을 스치며 어두워지려는 숲속을 내리 걷는다. 임도까지 내려오니 5시 40분. 저녁놀과 산안개가 어우러져 햇무리 진다. 햇무리나 달무리 지면 비가 온다고 했으니 내일 모래는 비가 내릴 것이다. 해와 달은 일기예보를 하지만 놓치고 사는 것이 사람들이다. 5시 50분 두 갈래 갈림길, 흙과 나무와 다락 논물 냄새, 사람들에게 밟히고 베어진 풀내음, 초록의 자연이 만드는 여름 냄새다. 오후 6시 무렵 유금사. 논틀밭틀, 미나리꽝 지나 다소 빠른 걸음으로 3시간 정도 걸렸다.
유금사(등산 기점)~유금치 능선(이정표, 바로 위에 헬기장)~정상~유금치 능선~유금사(왕복)
※ 대략 5.9km, 2시간 50분 정도(임도에서 유금치 능선 오르는 길 불분명, 주의 필요). 칠보산자연휴양림에서 오르는 것이 거리는 멀지만 안전하다.
고속도로 상주영덕고속도로(영덕 IC), 동해고속도로(근덕 IC), 중앙고속도로(영주·풍기 IC)
국도 동해안 7번국도, 36번국도
※ 내비게이션 → 유금사(경북 영덕군 병곡면 유금길 208-5) 입장료, 주차장 무료 → 칠보산자연휴양림(경북 영덕군 병곡면 칠보산길 587)
숙식 영해·병곡·후포, 영덕 시내 다양한 식당과 모텔, 여관 등이 있음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김재준 '한국유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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