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게시한 전천년주의와 대비되는 종말론 사상은 무천년주의입니다. 무천년주의는 세대주의와 대조되는 언약신학자들이 대부분 견지하고 있는 체계로서, 요한계시록 20장의 천년왕국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지 않고 오늘날의 교회시대에 영해해서 적용시키는 견해입니다. 즉, 천년왕국은 오늘날의 교회라는 견해입니다. 이 무천년주의는 어거스틴에 의해 체계화되어 중세 로마 카톨릭의 지배적 견해로 자리잡았고, 종교개혁 후에도 많은 개신교 교파에서 지지하고 있는 견해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현재 많은 교파에서 이 무천년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천년주의와 대비해서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천년주의
Ⅰ. 개관
무천년주의는 요한계시록 20장에 나오는 천년은 비유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서 왕국을 건설하여 왕으로 다스리시는 문자적 천년왕국은 없다고 믿는 견해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요한계시록 20장의 천년은 문자적 천년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이며, 이 천년왕국은 바로 지금의 교회시대를 가리킨다고 믿는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다스림은 지상에서의 문자적 다스림이 아닌 영적인 다스림이며, 교회시대가 끝나면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셔서 최후의 심판을 하시고 영원한 상태가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즉, 이 견해에 따르면 교회시대는 영적으로 실현된 천년왕국인 것이다.
<무천년주의의 설명구조>
Ⅱ. 교리
그들은 요한계시록 20장에서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서 다스리시는 것을 지금 교회시대에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우편에서 영적으로 다스리시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마태복음 12:28에서 그리스도께서 귀신을 쫓아내신 것이 하나님의 나라가 그들 위에 임한 증거라고 말씀하신 것을 근거구절로 인용한다. 이 외에도 누가복음 17:20-21에서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왕국은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고 그들 가운데 있다고 말씀하신 것과 로마서 14:17에서 바울이 하나님의 왕국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과 관계되어 있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들은 또한 성령강림에 따른 교회시대의 시작에 맞춰 요한계시록 20장에 나오는 사단의 결박이 일어났지만 사단은 여전히 공중의 권세잡은 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교회 안에는 알곡과 가라지가 섞여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Ⅲ. 역사
1. 교부시대
교회시대 처음 두 세기에는 전천년주의가 대체적인 견해였지만 무천년주의자도 동시에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1세기에 무천년주의 옹호자들의 이름이 명백하게 기록된 바는 없지만 천년왕국설을 지지했던 순교자 저스틴(162년 사망)은 트리포(Trypho)와의 대화라는 책에서 “나는 물론이고 많은 다른 사람들도 이 의견(전천년주의)을 갖고 있어서 당신이 알고 있듯이 그러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순전하고 경건한 믿음을 가진 많은 참된 그리스도인들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무천년주의자들은 가칭 바나바(Pseudo-Barnabas)가 무천년주의자였다고 생각한다. 2세기에는 알로기(Alogi)나 3세기의 카이우스(Caius) 등도 무천년주의자로 생각된다. 신플라톤주의와 이원론의 영향으로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Clement)와 오리겐(Origen)은 전천년주의를 거부했으며, 알렉산드리아의 디오니시우스(Dionysius)는 계시록은 요한이 쓴 게 아니며 문자적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는데 그 역시 무천년주의자였다.
2. 중세시대 및 종교개혁시대
무천년주의는 기독교가 국교로 되면서 부흥을 맞았다. 무천년주의는 4세기에 어거스틴(Augustine)에 의해 체계화되었는데 이 어거스틴의 무천년주의는 중세시대를 거쳐 종교개혁시대까지 지배적인 종말론 사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어거스틴은 처음에는 전천년주의를 받아들였다가 나중에 이 전천년주의가 육신적이라는 이유로 무천년주의견해로 바꾸었다. 그는 그리스도의 다스림은 문자적으로 지상에서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영적으로 다스리는 것이며, 교회가 바로 이 천년왕국을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거스틴은 이 천년왕국의 기간이 AD 650년에 끝나거나 늦어도 AD 1,000년 이전에 끝난다고 보았다.
무천년주의는 종교개혁자들 사이에서도 지배적인 견해였다. 루터교회는 아우크스부르크 신조에서 천년왕국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마찬가지로 스위스의 종교개혁자인 하인리히 불링거(Heinrich Bullinger)도 제2차 헬베틱 신조에서 전천년주의를 배격했다. 칼빈은 기독교강요에서 천년왕국은 언급할 가치가 없는 유치한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요한계시록 20장의 천년을 교회시대에 적용하였다. 무천년주의는 동방정교회에서도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
3. 현대
현대의 개신교의 교파들은 루터교, 개혁파, 영국국교회를 비롯하여 많은 수가 무천년주의 견해를 취해왔으나, 18세기와 19세기에 전천년주의가 다시 일어나면서 약화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다시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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