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강 근대과학과 카오스이론 | |
◆ 카오스이론의 개념들
함수란 무엇일까? 우리가 번역할 적에 가장 자주 오역하는 말 베스트10을 꼽으면 들어갈 것 같은데, 보통 function을 ‘기능’이라고 번역하는데, 여기서는 함수에요. 수학적 함수. 그런데 함수는 5가 3보다 크다는 식의 서있는 양과의 관계가 아니라, 변화하는 양(변량)들 사이의 관계에요. 변량들 사이의 함수라고 하죠. 수요도 변량, 공급도 변량이죠. 변화하는 것 사이의 관계를 변수로 나타낸 것이 함수죠. Y=aX⁴에서 a는 상수죠. X와 Y는 계속 변하는 어떤 수, 변수죠. 이 변하는 수가 Y=aX⁴라는 관계를 맺는다는 거죠. 과학책을 보면 온통 함수로 되어 있죠. 과학은 함수를 찾는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에요. 함수는 핵심적이죠. 이것은 같은 법칙성이지만 고대의 플라톤적인 이데아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규칙성을 갖고 있죠. 함수는 운동을 포착하는 훨씬 더 역동적인 규칙성을 갖고 있죠. 다음은 기계론, Mechanism인데, 메커니즘이라는 말은 오늘날 일상어가 되어있죠. 어떤 존재의 움직이는 원리를 기계를 모델로 해서 보는 것이죠. 예컨대 인간 신체도 자동차와 같은 것과 전혀 다른 어떤 것으로 보지 않고 인간 몸도 엄청 복잡해서 그렇지 기계와 같다고 보죠. 사물들의 운동방식을 기계로 보는 것이 기계론이죠. 그러니까 불필요한 관념들을 버리고 기계를 생각할 때 쓰는 개념만 사용해서 설명하는 것이 기계론이죠. 시간, 공간, 힘, 질량, 진리, 속도 이런 개념만 사용하죠. 기계론은 데카르트가 명확하게 제시했죠. 그 다음에 마지막으로 우리가 아까 이야기한 결정론인데, 결정론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근대과학의 존립근거죠. 그러나 열역학, 진화론, 양자역학, 카오스 이론을 비롯해서 19세기 후반에 나온 많은 과학이론들은 기존의 이런 근대과학의 여러 전제들에 대해서 전혀 다른 방식의 세계관을 제시했던 거죠. 그 가운데 현재도 논의가 되고 있고 중요한 것이 카오스 이론, 혼돈이론입니다.
카오스 현상은 1960년대 영국 기상학자 로렌츠(Lorents)에 의해 발견되었죠. 아까 과학이라는 것은 규칙성이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모든 과학 중에서 가장 골치 아픈 과학이 기상학이죠. 전혀 예측이 안 되거든. 법칙성이 안 통하잖아. 갑자기 비가 내리고. 그래서 카오스이론이 가장 예측하기 힘들다는 기상학에서 나온 이유이기도 하죠. 이 사람이 대기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나 하고 방정식을 많이 만들었어요. 근데 이 방정식 자체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 여기서 Xt는 대류의 세기(흐름의 강도), Yt는 오르내리는 두 개 흐름의 온도차에 대한 함수, Ze는 온도분포의 차가 모형으로부터 떨어진 정도, a는 유체의 확산계수와 열전도 계수의 비, b,c는 용기의 모양, 유체의 성질 등에 따른 계수들이죠. 로렌츠가 이 방정식을 만들어 놓았는데, 잘 안 풀려요. 연립방정식이란 게 풀릴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는데, 방정식이 자꾸 안 풀려요. 안 풀리면 어떻게 해요? 여러분이 고등학교 때 미적분을 공부했을 텐데, 시험 볼 때 안 풀리면 어떻게 해요? 그래프를 풀어서 최대치, 최소치의 해를 구해야할 텐데 안 풀리면? 무식하게 X, Y에 다 대입하는 방식을 썼죠. 옛날엔 그게 방정식을 풀다가 정 안되면 하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그 무대포 방식을 많이 써요. 왜? 컴퓨터가 해주거든. 이렇게 해라 하고 지시하면 좍 해주거든. 방정식이 안 풀리면 컴퓨터가 해줘요 지금은.
그런데 로렌츠가 컴퓨터에 대입한 다음에 밥 먹으러 나갔어요. 그런데 초기조건(initial condition)이란 것이 있어요. 내가 백묵을 확 던질 때, 이 궤적을 지배하는 법칙이 있죠. 갈릴레오가 많이 얘기한 거지. 맨 처음에 던지는 각도가 얼마고, 힘이 얼마냐 하는 것이 초기조건이에요. 초기조건을 어떻게 잡는가는 방정식을 대입하는 맥락에 따라 다른데, 이 사람은 그 초기조건을 0.506127이었다. 그런데 컴퓨터를 빨리하려고 0.000127 뒤에 것을 빼버렸어요. 그리고 밥 먹고 왔더니 컴퓨터가 그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는 거죠. 요즘은 컴퓨터가 발달해서 모든 것을 컴퓨터가 해요. 옛날과 개념이 달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색감이 없어. 색깔도 옛날에는 다 눈으로 확인했는데, 지금은 컴퓨터가 다 해주죠. 빨간색만 해도 빨간색1, 빨간색2 해서 수 십 가지가 되죠. 요즘엔 진맥도 컴퓨터로 해요. 옛날에 손목을 잡고 자신의 기와 상대방의 기를 몸으로 느꼈는데, 이제는 손목을 묶은 다음에 컴퓨터에 연결시키면 맥박이 바로 나오거든. 그러니까 인간의 센스라는 것이 점점 무뎌지죠. 점점 소거되어 버려요. 센스라는 것이 기를 통해 몸 전체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기계장치의 일부로 통합되어버린 거지. 요즘은 건축도 건축가가 직접 선을 그어서 만들지 않죠. 컴퓨터들이 다 합니다. 그림이 잘 나와요. 지금은 건축공부를 안한 사람들도 할 수 있어. 건축설계에 대한 자기 아이디어만 있으면. 참 문명이라는 것이 인간의 거의 모든 것이 컴퓨터로 환원되어가죠. 로렌츠의 경우도 마찬가진데, 컴퓨터를 조작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두면 컴퓨터가 다 알아서 해줘요. 그런데 로렌츠가 나갔다 왔더니 난생 처음 보는 이상한 그래프가 있더라는 거죠. 나비와 비슷하게 생겼죠. 이게 뭐지 해서 로렌츠가 이것을 논문으로 발표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가졌어요. 한 10년 정도 걸려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서서히 하나의 이론으로 발전하게 되죠. 이 현상을 유심히 보면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첫째 초기조건의 민감성이죠. 무슨 얘기입니까? 처음에 약간의 차이를 이 정도 쯤이야 하고 잘랐는데, 거기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발생했다는 거죠. 옛날에는 떼어낸 오차만큼 결과도 그만큼 남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거죠. 조금의 오차가 엄청난 결과를 부르더라는 거죠. * 참고자료 ▲ 나비효과, 카타스트로피 이론 이것이 보통 대중문화로 나타난 것이 나비효과죠.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서 영화도 나왔죠. 이 점에서 카오스 이론과 더불어 중요한 이론인 급변론, 카타스트로피 이론과 연결되죠. 카타스로피 이론이라는 것은 주식시장처럼 어떤 변화가 가다가 일정한 점에서 폭락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거죠. 카타스트로피입니다. 이것은 르네 톰이라는 분이 많이 발전시켰죠. 벌써 결정론하고는 판이한 세계상이죠. 어떤 초기조건이 정해지면 법칙 따라 쫙 가는데 약간 미세한 차이만 있어도 결과가 확 달라진다는 거죠.
그 다음에 자유도(Degree Of Freedom)의 증폭이에요. 통계학 배운 사람들은 ‘Degree Of Freedom’을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쉽게 말하면, 개미가 철사 줄 위에 있다고 합시다. 여기서 개미가 운동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철사 줄 움직이는 것뿐이죠. 정확히 일치합니다. ‘Degree Of Freedom’가 1이에요. 그런데 개미를 종이에 놔두면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하죠. ‘Degree Of Freedom’이 2에요. dimension이 2차원이에요. 그 다음에 파리가 방에 날아다니면 ‘Degree Of Freedom’가 3이에요. 그런데 이 차원(dimension)을 일반화하면 앞의 예는 공간의 차원만 말하는 것이죠. 그런데 개미가 3차원 공간에 있는데, 색이라는 요소가 들어가면 또 하나의 선택의 여지가 생기죠. 4차원입니다. 여기에 공기의 맛이 존재한다면 5차원이 되죠. 그런데 자유도가 더 많다는 것은 수학적으로 말하면 무슨 뜻일까요? 변수가 그만큼 더 많이 필요한 거지. 그런데 카오스 이론은 처음 시작할 때 사태와 사태가 진행된 변수가 증폭이 되요. 옛날에는 이 사태를 서술하려면 변수는 일정한 것이었거든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변수 내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변수자체가 증폭이 돼 버려. 이것은 근대과학이 볼 때는 정말 희한한 현상이지. 변수가 허용하는 내에서 변화가 아니라 자유도 자체, 변수 그 자체가 증폭이 되요. 놀라운 거죠.
세 번째는 비선형성(nonlinearity). 여기서 선형적이라는 것은 직선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 의미야. 수학적이라는 말이 뭐냐면, 1개 시스템을 서술하는 수학의 변수의 차수가 1차원을 가리킨다는 거죠. 또는 차수가 같다는 거지. 예를 들어 이런 거죠. X+3Y+2Z, X²+Y²+7Z²이런 거. 변수가 제곱이 되는 것들도 있고 그 외에도 변수와 차수가 다 다르게 증폭되기 때문이죠. 20세기 초에 어떤 화학공장 주인이 생산력을 높이려고 화학탱크를 정확히 두 배로 늘렸어요. ‘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단순한 생각인데, 똑같은 모양으로 두 배로 키우면 당연히 생산량도 2배가 될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기계는 고장 나고 생산도 안 되고 엉망진창이 되었어. 왜 그랬을까요? 각 기계를 구성하는 차수가 다르거든. 어떤 놈은 X³고 어떤 놈은 Y²이고, 어떤 놈은 그냥 Z거든. 그래서 같은 크기로 만들지만, 어떤 놈은 이 만큼 커지고, 다른 놈은 훨씬 더 커지는 거지. 우리 몸을 생각해봅시다. 우리 몸은 아기였죠. 거기서 점점 커지는데, 아기의 모든 부분이 똑같은 차수로 큰다면, 우리 몸이 지금과는 다른 형태가 되겠지. 만약 키가 크는 만큼 몸이 커진다면, 인간이란 존재의 신체가 달라지겠지. 그러면 이 세상에 스포츠라는 게 없어지겠죠.. 그런데 사실 키가 X³이라면 옆으로 불어나는 것은 X¹정도밖에 안 되죠. 이게 뭐냐면 비선형이에요. 변수의 차수가 똑같은 것이 선형적인 거고, 근데 차수 X³, Y²으로 다 다르니까 같은 정도로 커도 결과적으로는 다 다른 거죠. 그것이 비선형적인 거예요.
로렌츠에 의해서 어떤 계를 지배하는 법칙이 비선형적으로 변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이른바 비선형 미분방정식이 기본적인 방정식으로 자리를 잡게 되죠. 이런 개념들이 전통적인 개념들과는 다른 독특한 개념들을 등장시키면서 우주와 물질에 대한 개념도 상당 부분 달라지게 됩니다. 또한 카오스 현상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상한 끌개(Starange Attractor)에요. 끌개가 뭐냐? 이렇게 진자가 운동하고 있는데, 고전역할시스템으로 본다면 여기서 계(System) 전체의 동일성이 유지된다는 것은 이 진자가 끝없이 왔다 갔다 한다는 거죠. 이 역학, 즉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자기운동을 하는 이런 것이 어찌 보면, 근대문명의 상징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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