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과 외경
어릴 때 구구단을 외느라 어머니께 종아리를 맞던 생각이 난다. 아무 뜻도 모르고 또 왜 외워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억지로 익혔지만 그 때문에 미국 사람들이 손가락을 꼽으며 계산에 쩔쩔맬 때 우리는 머리 속으로 셈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구구단의 3단 중 마지막인 3x9=27을 외워 보자. 여기서 성경의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즉 '삼 구'는 '이십 칠'이라고 외우며 구약이 39권, 신약이 27권임을 기억하고 39+27=66이라는 계산에서 신구약 전체 성경은 66권으로 이루어졌음을 쉽게 외울 수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의 66권을 정경(正經)이라 부른다. 그런데 66권 외에 예수님에 대한 기록이나 사도들의 이야기, 또는 구약 시대에 속하는 성경 이외의 문서들이 발견되는데 이러한 기록들을 외경(外經)이나 위경(僞經)이라고 한다. 구약의 39권을 정경으로 결정한 것은 주후 90년에 얌니아(Yamnia)에서 모인 교회 회의의 결과였다. 그리고 신약의 27권이 정경으로 인정된 것은 주후 397년에 카르타고(Carthage) 회의에서 된 일이다. 성경을 기록한 것은 하나님의 입이 이를 기록하도록 명령하신 결과이고, 이러한 기록들이 정경으로 모아진 것도 성령의 역사하신 결과이다(사 34:16). 정경을 가리는 표준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교회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책들이고, 그 내용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되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했으며, 구약은 선지자에 의하여 쓰여졌거나 편집되었거나 인정된 책이어야 했고, 신약은 사도들에 의하여 쓰여졌거나 사도적 권위를 가지고 있는 책이어야 했다. 카르타고 회의에서 정경으로 인정한 책 이외에는 읽지도 말고 교회에서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한 이후 서방 교회에서는 정경에 대한 문제가 정리되었으나, 동방 교회에서는 어느 책이 정경인가 하는 논의를 계속하였다. 그러다가 5세기에 들어서면서 서방 교회의 정경에 대한 입장을 동방 교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정경이 가지고 있는 만큼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에집트에 있는 헬라파 유대인들이 성경으로 인정하는 책들이 있었다. 초대 교회의 유명한 교부들 중 어거스틴, 터툴리안, 아다나시우스 등 대부분의 초대 교회 교부들도 정경적인 권위를 인정치 않던 책들 중에서 중세의 천주교회가 자기들의 교리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기 위하여 14권의 구약 기록들을 성경으로 받아들였다. 이 일은 1546년에 트렌트(Trent)에서 모인 회의의 결과이다. 우리 나라에서 기독교와 천주교가 함께 번역한 공동번역 성경에는 정경 66권 이외에 14권의 외경이 들어 있다. 즉 에스드라전후서, 토빗서, 유딧서, 에스더 후편, 솔로몬의 지혜서, 시락의 아들 예수의 지혜서, 바룩(예레미야의 편지), 세 청년의 노래, 수산나, 벨과 용, 마나시의 기도, 마카비전후서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책들은 개신교에서 정경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예수님께서도 인용하신 적이 없으시다. 구약 정경은 히브리어와 가끔씩 아람어를 사용하여 기록하였으나, 구약의 외경은 대부분이 헬라어로 기록되어 있다. 기록된 연대도 외경은 구약과 신약의 중간 시대에 속하고 있다. 이러한 외경은 그 정경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신약 시대에 속하는 비정경적 기록들도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신약의 정경과 그 형식을 같이 한다. 즉 복음서로는 히브리인 복음서, 에집트인 복음서 등이 있고, 역사로는 베드로행전, 도마행전 등이며, 서신으로는 라오디게아인들에게 보낸 편지, 세네카와 바울의 왕복 편지 등이 있고, 계시록으로는 바울의 묵시록 등이 있다. 한편 외경만큼의 가치도 없고 내용이 정경과 배치되며, 저자도 대부분 다른 사람의 이름을 도용하고 있는 엉터리 기록들을 위경이라 한다. 예수님의 숨겨진 생애에 대한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만들어 낸 이야기들이거나, 하나님의 영감으로 기록된 증거가 없는 책들이다. 나의 청년 시절에 서점에서 「구약 외경」, 「신약 외경」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사 왔으나 서문을 읽다가 읽기를 그만둔 것은 신구약 성경 66권을 잘 알지 못하거든 외경을 읽지 말라는 서문의 경고 때문이었다. 정경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면 외경을 읽고 비판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되며, 외경의 내용 때문에 오히려 믿음이 약해질 것을 염려한 신앙의 선배들이 한 충고였을 것이다.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되고 성령의 역사로 모아진 성경 66권 이외에 더해서도 안되고 빼서도 안될 것이다(계 22: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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