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박사 |
‘우주는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조 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여 매스컴과 교계의 파문을 일으킨 스티븐 호킹(1942- )과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미 캘리포니아 공과대 물리학)의 공저 ‘위대한 설계(The Grand Design)’가 최근 우리말로도 번역이 되어 나왔다.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은 영국의 이론물리학자이다. 즉 관측과 실험을 요구하는 학자가 아니다. 단지 이론과 수학으로 우주를 바라본다. 호킹이 노벨상 수상자가 되지 못하고 늘 논란이 많은 것도 이런 이론물리학자의 특성이 반영된 점이 있다.
호킹은 1959년 영국 명문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하여 재학 중, “물리학 문제는 어떤 것이든 계산하기도 전에 풀어버렸다”고 호킹의 지도교수가 회고하는 것으로 보아 일찍부터 뛰어난 두뇌를 가진 수재였음이 분명하다. 그의 아버지도 과학자였다. 아버지가 영국 국립의학연구소에서 열대병을 연구하는 생물학자였으니 과학적 재능은 일찍 타고난 듯하다. 이 모든 배경이 그의 육체적 장애와 더불어 호킹의 명성을 크게 높이는 상승 작용을 하였을 것이다.
호킹은 사실 이미 과거에도 그가 믿는 신이란 정통적 신개념이 아님을 늘 말하고 있었다. 즉 호킹이 불신자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제 와서 이렇게 온통 언론이 다시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출판사의 교묘한 홍보 전략
다름이 아니다. 10년 만에 그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 출판사의 목표란 신(神)이 존재 유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오직 책이 계획만큼 많이 팔려야 한다. 출판사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이슈가 될 만한 것은 끄집어내어 언론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출판사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관측과 실험이 불가능하고 딱딱하고 어려운 이론물리학자의 주장은 독자들에게 관심도 덜하고 조금 신선감이 떨어진다. 우주물리학적 교양도서라는 것은 심지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수많은 대학자들의 책도 팔리지를 않는다.
호킹은 1987년 출판된 자신의 책 서문에서 스스로 누군가 자기에게 “당신이 책에서 방정식 하나 사용할 때마다 책 매상이 절반씩 줄어들 거라”고 충고했다는 에피소드는 과학 도서를 팔기 위한 치열한 고심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런 고민을 뚫고 무엇이든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호기심을 불어넣어야 한다. 호킹이 장애를 가진 의지의 과학자라는 것도 세상에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좀 더 세상을 향한 강력한 레토릭이 필요하다.
21세기는 종교와 과학의 시대이다. 탁월한 장애인 과학자가 신이 없다고 외치는 것은 영원히 리바이벌해서 써먹을 만한 주제이다. 이미 그것은 호킹과 같은 옥스퍼드 출신이고 한 살 차이인 리처드 도킨스(1941- )가 여러 번 활용하여 그 파급력을 확인한 바 있다. 필자가 볼 때 이번 일은 조금 유치하게 보인다. 호킹은 출판사 판매량 제고를 위한 슬픈 언론의 도구가 되어 버렸다. 신이 없다는 것을 증거하려고 겨우 자신의 작은 머리와 이론물리학을 가지고 무신론의 틈새를 메꾸려는 노학자의 애쓰는 모습이란 얼마나 안쓰럽고 처량한가? 하지만 출판사는 지금 쾌재(快哉)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예상대로 이 책은 10월 7일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단번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호킹은 ⌜시간의 역사⌟를 쓸 때에는 자신이 믿지도 않는 신(神)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탐구하는 듯한 레토릭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신에 대한 반감과 강한 부정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대단히 전투적인 무신론자이다. 그의 논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단순하지가 않다. 오랜 시간 치열하고 집요하게 무신론을 주창하여 왔다. 그에 비하면 사실 호킹은 훨씬 소박한(?) 무신론자이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무신론 과학자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다. 다만 조금 알려진 과학자요 장애를 가진 특성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을 좀 더 끄는 과학자일 뿐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이론물리학 자체가 늘 잠정적이므로 무신론과학자로서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 더구나 난해해도 그 주장을 증거하거나 반증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호킹도 사람이다.
스티븐 호킹, 그도 황당한 실수를 하는 사람일 뿐이다
호킹은 1985년 “우주가 수축하게 되면 시간의 화살도 반전(反轉)한다”는 아주 과감한 주장을 폈다. 물론 호킹의 실수였다. 일본을 여러 번 방문한 호킹이 첫 방문 때 교토(京都)에서 열린 ‘양자 중력과 우주론’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우주가 수축할 때에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은 반전한다”고 자신만만하게 했던 주장이었다. 시간이 정말 거꾸로 갈 수 있을까? 노인이 아이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되돌아가서 과거의 부끄러운 것들이나 아쉬운 것들을 교정하거나 수선하고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떨어진 대학, 불합격한 입사 시험, 빗나간 탈선을 바꿔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통쾌할까? 교통사고로 다 망가져버린 자동차가 다시 조립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그리 될 수 없다. 이것은 나중 호킹 스스로 인정한 ‘큰 실수’였다. 호킹의 주장은 엔트로피의 법칙을 아는 상식의 공학도나 물리학도라면 어안이 벙벙해지는 괴이한 억지 주장이었던 것이다. 호킹도 당연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실수를 할 줄 아는 한 명의 과학자일 뿐이다.
사람들과 언론은 일개 과학자의 주장에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경향이 있다. 과학자도 일종의 미디어 스타가 된지 오래이다. 우리는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건에서 이미 그 폐단을 확인하여 왔지 않은가! 이번에 나온 책은 무슨 대단한 논문이 아니다. 우주를 설명하는 단순한 교양 과학도서이다. 노벨상 수상자도 아닌 검증되지 않고 단순히 미디어에 노출된 과학자가 주장한 책을 누가 사볼까?
이번 호킹 박사의 책도 이미 그의 10년 전 저서에서 생각했던 것들을 조금 진전시킨 리바이벌일 뿐이다. 호킹은 철학은 죽었다고 하면서 자신은 다분히 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주장을 편다. 저자 자신들은 “과학사의 전환점”에 점근했다고 자화자찬을 한다. 이제 물리이론의 목표와 조건에 대해 생각을 바꾸라고 독자들을 재촉한다. 그러나 정통 물리학과 철학과 수학을 전공한 이 책의 번역자조차 “전통과학자들이 보기에 호킹의 시도는 충분히 이단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책 판매를 위한 교묘한 전략에 너무 요란하게 반응하였다. 이렇게 사람들은 순진하다. 출판업자에게 말려든 것이다.
이 책에서 호킹은 양자이론을 가지고 우주는 하나의 역사를 가진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한 역사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다중우주(multiverse)"를 예측하고 있다. 우리가 보는 우주는 다수의 우주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며 “무”(無, nothing)에서 자연발생한 것이라 주장한다. 또한 플라톤과 뉴턴과 아인시타인을 넘어 자연의 4가지 힘과 숱한 물리적 상수들의 값을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단일한 이론의 모델로 자신의 M이론(M-theory)을 내세운다. 호킹은 M이론을 통상적 의미의 이론이 아니라 다양한 이론들의 집합 전체를 말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다분히 과학철학적 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킹은 이론물리학자 답지 않게 과학철학자들과 철학자들에 대해 반감이 많은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자신의 책에서도 호킹은 ‘철학은 이제 죽었다’고 말한다. 철학이 현대과학의 발전, 특히 물리학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했다고 격앙되어 말한다. 과학철학자들은 호킹의 이런 글을 읽으면 과연 무어라 말할까? 그냥 빙그레 웃을 것이다. 대화하기 싫은 것이다. 호킹은 참철학의 의미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호킹이 그만큼 과학철학자들의 비판에 노출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과학철학자들의 비판에 노출되었다는 것은 호킹의 사색과 독서폭이 그리 넓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론물리학은 사실 그 원조가 철학이다. 이오니아의 밀레투스에서 시작된 서양 철학의 출발은 자연학(physica)이었다. 학문은 정교하다. 과학철학은 수천 년 동안 정교하게 정립된 학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함부로 철학이 죽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철학을 애써 외면하면서 이론물리를 전개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뜻이다. 설령 철학이 죽는 다고 신이 죽지 않는다. 실은 철학도 펄펄 살아있고 하나님도 우주라는 유한(有限)의 바깥에서 웃고 계실 것이다. 유한(有限)이 어떻게 무한(無限)을 담을 수 있단 말인가? 유한한 호킹은 무한하신 하나님이 창조하신 시간 한줌, 바람 한줌, 공기 한줌도 자신의 머리 속에 담을 수 없는 것이다.
호킹의 우주론은 여전히 아직 낯선 학문에 불과하다. 뉴턴과 아인시타인조차 정밀한 과학적 평가를 받은 것처럼 호킹에게도 많은 학자들의 신랄한 비판이 기다리고 있다. 실은 호킹의 주장은 이론물리학자들에게도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잘 정리되지 않는 수긍하기 어려운 주장에 불과하다. 그래서 과학철학자들은 호킹을 유명론자(唯名論者)라든가, 개념 도구주의자, 실증주의자, 실재론자 등으로 각각 다르게 부르고 있다. 유명론과 실재론과 실증론은 서로 상이하거나 상반된 입장임에도 호킹이 이렇게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람으로 불려진다는 것은 그의 학문적 입장이 얼마나 다분히 철학적이고 또한 정돈되지 않았는 가를 나타낼 뿐이다.
1962년 의사로부터 여명이 2,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고도 초인적인 활약을 해온 의지의 과학자 호킹이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탁월한 과학자 호킹이 이제 얼마 남겨두지 않은 말년의 기간 동안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을 조용히 내려놓고 이번 책 출간을 계기로 조금 깊은 사색과 독서의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호킹 못지않은 신실한 과학자들은 허다하다
28세에 실명한 천재 수학자 오일러는 눈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500여 편이 넘는 논문과 책을 썼다. 최근 스위스 역사학자들의 확인에 따르면 그가 남긴 연구 자료의 총량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어 대형 트럭 한 대 분량을 훨씬 넘는 양이었다. 그는 호킹 같은 학자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학자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칼뱅파 목사였던 아버지의 바람대로 정규적으로 교회서 설교를 하는 경건한 삶을 살았다. 이런 경건한 과학자들은 무신론 과학자보다 훨씬 많았다(본 창조신학연구소 홈피 참조). 영국 왕립연구소장을 지낸 수전 그린필드 옥스퍼드 링컨대학 교수는 최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과학이 (일부 학자들의) 오만에 의해 종종 시달린다”며 영국의 과학자요 신실한 교회 장로였던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를 인용,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사람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고 지적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대한 사람의 위대한(?) 착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역사상 큰 불상사를 가져올 수 있다.
시간 연구의 원조, 성 어거스틴
아인시타인과 호킹이 시간을 연구하기 이미 오래 전, 이들 두 과학자보다 더 깊은 연구와 사색과 기도로 ‘시간’의 신비를 연구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성 어거스틴이다. 호킹은 시간 연구의 권위자요 평생 시간을 붙들고 산 과학자다. 호킹도 자신의 책(A Brief History of Time)에서 어거스틴의 시간 연구를 얼핏 다루고 있다. 이제 이 호킹이 인생의 말년에 시간 연구의 대선배 어거스틴이 찾아낸 ‘시간 밖에 존재하며 시간에 구속되지 않으시는 분’(벧후 3:8)을 꼭 만났으면 한다.
* 이 글은 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연구소’ 홈페이지(www.kictnet.net)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 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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