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혼내고 죄책감에 휩싸인 적이 있을 것이다. 간혹 ‘엄한 약육은 아이의 뇌가 축소된다’는 등 자극적인 문구가 달린 교육 기사를 접하면 ‘내가 아이 뇌를 망쳐버린 것인가’라는 죄책감과 불안은 더욱 커진다. 사실일까? 최근 연구를 통해 짚어봤다.
엄한 양육, 아이 뇌에 영향?
최근 발표된 양육에 관한 대표적인 연구는 3세부터 21세까지 173명의 아이들을 추적한 것이다. 이 연구는 가혹한 양육이 어느 시점에 발생했는지와 아이들의 뇌 발달 사이의 관계를 살펴봤다. 연구진은 부모로부터 아이들이 3세, 5세, 9세일 때의 양육 방식에 대해 보고받았으며, 15세에 뇌 스캔, 21세에 불안·우울 증상을 조사했다.
그 결과, 3세의 가혹한 양육은 폭넓은 뇌 구조 차이와 연관되어 있었고, 9세의 엄한 양육은 감정 처리 관련 뇌 네트워크의 구체적 변화와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이른 시기의 혹독한 양육이 뇌 발달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단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이 연구에서 ‘혹독한 양육’으로 정의된 행동은 단순히 아이에게 한두 번 소리를 지르는 수준이 아니다. 욕설, 위협, 모욕, 체벌 등 매우 심한 심리적 공격성을 포함한 경우다. 즉, 아이에게 “멍청하다”, “게으르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겠다고 협박하는 것 등이다.
또 다른 뇌 스캔 연구를 살펴보자. 이는 94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뇌 스캔 연구로, 가혹한 양육을 경험한 아이들의 뇌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가혹한 양육을 경험한 아이들은 편도체와 전전두엽이라는 감정 조절 관련 뇌 영역이 작은 경향을 보였다. 다만 이 연구에서도 중요한 점은, 가혹한 양육이 단순히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니라 때리기, 체벌, 지속적 고함, 분노 폭발 등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 두 연구 모두 가혹한 양육과 뇌 발달 간의 연관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표본 수가 작고 상관관계 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즉, 가혹한 양육이 실제로 뇌의 변화를 유발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른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뇌의 차이가 반드시 문제, 결핍, 손상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뇌 구조의 차이는 특징이나 강점을 반영할 수도 있고,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 과학이 뇌의 모든 차이를 해석할 만큼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도 따뜻하고 존중하는 양육을 시작하는 것. 픽셀즈
‘뇌 과학’ 과장된 ‘썰’에 주의해야
전문가들은 “아이의 뇌가 바뀐다”는 자극적 헤드라인이 부모의 죄책감을 유발하기 위해 과장된 표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 결과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보다 ‘뇌’에 미치는 영향으로 소개되면 훨씬 충격적이고 주목받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헤드라인이 과학적 사실을 왜곡할 위험성도 크다.
부모로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양육과 어린 시절 경험이 중요하지만, 절대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실제로 청소년기 이후에도 양육 개입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존재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위 연구에서 말하는 ‘가혹한 양육’은 욕설, 위협, 때리기 등 매우 극단적인 행동이다. 가끔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만으로 아이의 뇌가 망가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좋은 양육이 아이의 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는 중년기의 따뜻한 양육이 감정 처리 관련 뇌 영역과 긍정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즉, 아이에게 보이는 사랑과 따뜻함이 뇌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책보다는 긍정적인 관계 회복에 집중하자. 아이에게 화를 낸 자신을 자책하기보다, 아이에게 더 많은 따뜻함과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혹독한 양육이 문제임을 알리는 연구들은 양육의 중요성을 상기시키지만, 모든 부모가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도 따뜻하고 존중하는 양육을 시작하는 것이다. 실수했다고 해서 회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보살핌은 언제나 아이의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자책보다는 지금 아이를 꼭 한 번 안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