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아이디어였는데 결국 성공"…하수구 막는 기름덩어리 '향수' 된다
'유전자 편집'된 박테리아 투입
기름 분해해 향수 원료로 바꿔화장실이나 부엌 하수구를 틀어막는 원흉인 '기름 덩어리'의 재활용 가능성을 연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해당 기름 덩어리는 음식물이나 인간 지방이 뭉쳐 만들어지는데, 생명 공학이 발달하면서 이런 이물질을 분해하고 재가공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영국 BBC 방송은 하수구 기름 덩어리가 새로운 '산업 혁명'의 원료가 될 수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수구 막힘 현상의 원흉인 기름 덩어리는 주로 음식물이나 사람 지방, 머리카락 등이 한데 뭉쳐져 만들어진다. 영미권에서는 일명 팻버그(fatbergs)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기름 덩어리는 하수구를 막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픽사베이
팻버그를 제거하는 작업은 예로부터 고역이었다. 미끌거리는 불쾌한 질감에 악취까지 나며, 위생적으로도 나쁜 탓이다. 하지만 생명 공학의 급속 발전으로 팻버그를 '재활용'할 길이 열렸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하수구에서 추출한 팻버그를 바이오 연료로 재가공하는 방식이다.
우선 팻버그를 튜브에 넣은 뒤, 뜨거운 증기를 통과시켜 살균한다. 해로운 병균을 제거한 팻버그엔 유전자 변형을 가한 미생물인 박테리아를 투입한다. 박테리아가 생화학 작용을 일으키며 팻버그를 연료로 바꾼다.
하수배구에서 포착된 기름 덩어리. AP 연합뉴스
박테리아의 생화학 작용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유전자를 조금만 변형하는 것만으로도 아예 다른 화학 작용을 유도할 수 있으며, 이런 방식을 잘 이용하면 역한 냄새가 나는 팻버그를 향수 원료로 바꿀 수도 있다.
실제 영국 스코틀랜드의 명문대인 에든버러대학 연구소 소속 스티븐 월리스 교수는 유전자 편집 박테리아를 이용, 지방 덩어리를 향수 원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월리스 교수는 "미친 아이디어였지만 실제로 성공했다"며, 이미 '팻버그 향수 원료'는 유명 향수 기업들과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유전자 편집 박테리아를 제조하는 영국 에든버러대의 '유전체 주조소' 로봇 시설. 에든버러대 캡처
박테리아를 이용해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산업용 원료를 만드는 방식은 지금도 여러 산업군에서 시도되고 있다. 일례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박테리아나 곰팡이 등에 의해 분해될 수 있는 플라스틱인데, 화석연료로 만드는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땅에 묻거나 바다에 버려도 자연 분해 가능해 환경에 무해하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다. 현재까지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의 유전체를 스캐닝하고, 새로운 유전자를 이어 붙이거나 기존 유전자를 잘라내는 이른바 '유전자 첨삭' 작업은 상당한 수준의 연구개발(R&D) 및 인프라 투자를 요구한다. 조안나 새들러 에든버러대 박사는 BBC에 "4~5년 전과 비교해 생명공학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분야"라면서도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름 분해해 향수 원료로 바꿔화장실이나 부엌 하수구를 틀어막는 원흉인 '기름 덩어리'의 재활용 가능성을 연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해당 기름 덩어리는 음식물이나 인간 지방이 뭉쳐 만들어지는데, 생명 공학이 발달하면서 이런 이물질을 분해하고 재가공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영국 BBC 방송은 하수구 기름 덩어리가 새로운 '산업 혁명'의 원료가 될 수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수구 막힘 현상의 원흉인 기름 덩어리는 주로 음식물이나 사람 지방, 머리카락 등이 한데 뭉쳐져 만들어진다. 영미권에서는 일명 팻버그(fatbergs)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팻버그를 제거하는 작업은 예로부터 고역이었다. 미끌거리는 불쾌한 질감에 악취까지 나며, 위생적으로도 나쁜 탓이다. 하지만 생명 공학의 급속 발전으로 팻버그를 '재활용'할 길이 열렸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하수구에서 추출한 팻버그를 바이오 연료로 재가공하는 방식이다.
우선 팻버그를 튜브에 넣은 뒤, 뜨거운 증기를 통과시켜 살균한다. 해로운 병균을 제거한 팻버그엔 유전자 변형을 가한 미생물인 박테리아를 투입한다. 박테리아가 생화학 작용을 일으키며 팻버그를 연료로 바꾼다.
박테리아의 생화학 작용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유전자를 조금만 변형하는 것만으로도 아예 다른 화학 작용을 유도할 수 있으며, 이런 방식을 잘 이용하면 역한 냄새가 나는 팻버그를 향수 원료로 바꿀 수도 있다.
실제 영국 스코틀랜드의 명문대인 에든버러대학 연구소 소속 스티븐 월리스 교수는 유전자 편집 박테리아를 이용, 지방 덩어리를 향수 원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월리스 교수는 "미친 아이디어였지만 실제로 성공했다"며, 이미 '팻버그 향수 원료'는 유명 향수 기업들과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박테리아를 이용해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산업용 원료를 만드는 방식은 지금도 여러 산업군에서 시도되고 있다. 일례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박테리아나 곰팡이 등에 의해 분해될 수 있는 플라스틱인데, 화석연료로 만드는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땅에 묻거나 바다에 버려도 자연 분해 가능해 환경에 무해하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다. 현재까지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의 유전체를 스캐닝하고, 새로운 유전자를 이어 붙이거나 기존 유전자를 잘라내는 이른바 '유전자 첨삭' 작업은 상당한 수준의 연구개발(R&D) 및 인프라 투자를 요구한다. 조안나 새들러 에든버러대 박사는 BBC에 "4~5년 전과 비교해 생명공학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분야"라면서도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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