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문 두드리는 그리스도

하나님아들 2024. 5. 7. 13:35

 문 두드리는 그리스도

 

홀맨 헌트, <세상의 빛>, 1853-54, 캔버스에 유채, 125x60cm, 옥스퍼드 키블 칼리지

영국의 화가 윌리암 홀맨 헌트(William Holman Hunt, 1827~1910)는 라파엘 전파의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이다. 라파엘 전파는 1848년에 젊은 영국 화가들이 결성한 단체로, 전성기 르네상스 이전, 특히 라파엘로 이전의 이탈리아 대가들과 중세 예술이 지닌 순박하고 꾸밈없는 회화로 회귀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작품 속에서 새로운 도덕적 진지함과 성실함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또한 종교적인 주제를 다룬 그림에서는 15세기 피렌체나 시에나 미술의 신앙심과 순수함이 엿보인다. 헌트도 종교적인 소재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처음에는 전설이나 시에서 취재한 낭만주의 성향을 보였으나, 후에 종교적이며 경건한 신앙심을 다룬 소재에 관심을 두었다. 헌트는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회화의 정교하고 사실적인 특징을 따랐다. 그의 화풍은 선명하고 화려한 조명 아래 뚜렷한 명암 효과, 깨끗한 분위기에 꼼꼼하게 세부까지 묘사한 정밀함이 특징이다.

헌트의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가 감정의 표현 능력이다. 이것은 종교화에서 잘 드러난다. 헌트의 <세상의 빛>에서도 문을 두드리고 있는 그리스도의 조용한 기다림이 빛과 어둠 사이에 흘러나온다. 이 작품은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의 그리스도교를 본질적으로 보여주는 그림 중 하나로 판화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스도는 ‘왕 중 왕’의 모습으로 손에 등불을 들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문은 오랫동안 닫혀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문 주변에는 여기저기 제멋대로 자란 풀과 특히 문 앞에 아무렇게나 자란 덩굴이 문을 반쯤 덮고 있다. 문이 오랜 기간 닫혀 있었음을 암시한다. 또한, 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바깥에서 문을 잡아당겨 열 수 있는 손잡이가 없다. 따라서 이 집으로 들어가려면, 안에서 열어 주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등불을 들고 있는 그리스도는 집안에서 문을 열어 주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등불은 그리스도께서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빛으로 오셨음을 말한다. 또한 등불은 신앙과 기다림을 상징한다. 우리는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계속 기다리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르 13,33) 화려하게 잘 차려입은 그리스도께서 문 가까이에 다가와,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묵시 3,20)

문은 사람들이 밖으로 혹은 밖에서 안으로 가기 위해 드나드는 통로이다. 그러나 문은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개방성도 있지만, 누구나 들어오거나 나갈 수 없는 폐쇄성도 있다. 성경에서 문은 환영과 환대를 의미하는 열려있는 문과 거부와 단절을 의미하는 닫힌 문이 있다. 열린 문은 구원의 문을 의미한다. 즉, 그리스도께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그분의 말씀을 굳게 지키며, 맡겨진 소임과 권한에 충실한 생활을 하면서 그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면 구원의 문은 닫히지 않고 열려 있을 것이다. 마치 혼인 잔치에서 슬기로운 처녀들이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 늘 깨어 있듯이 항상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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