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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강 국가와 문명 그리고 역사

하나님아들 2020. 4. 1. 00:05

제11강 국가와 문명 그리고 역사

◆ 맑스에서 푸코까지


▲ 맑스

맑스의 영향력은 지대하죠. 맑스의 사상이 한 세기를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러나 그 이후에 사회가 많이 변하고 이데올로기적인 지형도 많이 변하면서 새로운 사상이 많이 등장했죠. 맑스는 하부구조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한 사람이죠.

하부구조는 경제죠. 쉽게 말해 자본(Kapital), 자본은 삶에 가장 기본적인 틀을 이룬다는 거죠. 그래서 생산양식이라고 하는 것, 한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생산의 방식에 대한 분석, 특히 자본주의적인 생산양식이 어떻게 잉여가치를 창출하고, 사실은 노동자에 의해 창출된 잉여가치를 어떻게 착취하는 지에 대한 분석들을 맑스가 보여주었죠.

그런데 맑스가 경제라는 삶의 밑바탕을 분석했는데, 이런 식의 사고가 경직되면, 물론 맑스는 경직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인간의 모든 삶이라는 것이 바로 그 하부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언어도 인식도 정치도 종교도 문화도 말하자면 모든 것이 하부구조의 구조 속에 들어가 버리죠.


▲ 맑스 이후

그래서 사람들이 저런 식의 틀만 가지고 삶이 해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러면서 맑스와는 다른 많은 사유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몇 가지 중요한 예만 들어보죠. 막스 베버(Max Weber)같은 사람. 이 사람은 한국에서 수난을 당한 사람이죠.

이름이 막스니까 공안요원들이 둘을 구분을 못했어. Marx 책만 수거해가야 되는데, Max 책도 수거당했지. 막스 베버는 하부구조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관료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죠. 그런데 막스 베버는 카프카와 같이 읽으면 재미있어요.

그 다음 프랑크푸르트학파는 특히 파시즘 분석으로 유명하죠. 맑스주의에는 없는데, 프랑크프루트학파가 밝혀낸 핵심적인 것이 바로 파시즘이죠. 도대체 파시즘이 뭐고, 어떻게 이해를 해야 되는지, 그러면서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정신을 받아들이기도 하죠.

또 한 사람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政男). 일본 정치학에서 최고 유명한 인물이죠. 마루야마 마사오는 일본 파시즘이 왜 생겼고, 서양 파시즘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해명한 사람이죠. 또 구조주의. 구조주의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경제시스템이 아니라 무의식적 구조가 우리를 지배한다고 보았죠. 경제시스템도 그런 무의적 구조의 한 종류죠.

그 외에도 많지만, 이런 식의 사고들은 인간의 삶을 자본주의에 대한 맑시즘적인 비판적인 분석만 가지고는 해명할 수 없는 것이고 인간사회에 등장한 관료제라든가, 파시즘이라든가, 언어, 무의식적 구조, 기호 이런 것들에 포인트를 맞추죠. 그렇게 함으로써 맑시즘과는 다른 사유를 전개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런 흐름에서 결정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미셀 푸코죠.


▲ 나눔

한국에서도 1980년대가 맑스 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푸코의 시대였다고 해도 크게 과언이 아닐 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쳤죠. 푸코는 이런 사유를 한 거죠. 인간사회라고 하는 것이 나눔, division, 분할, 분절이라는 것이 없으면, 우리 삶이 성립하지 않죠. 나눔에는 많은 것이 있죠.

우리 지각구조 가체가 나눔이죠. 여러분이 지금 나를 한 사람으로 나눠서 보고 있죠. 예컨대 내 머리를 뒤에 있는 칠판과 이어서 보고 있지 않잖아. 하나의 개체로 나누어서 보고 있죠. individual로. 그 다음에 여러분은 내 귀라거나 내 눈 등을 나누어 보고 있죠.

만약에 사물들이 나누어져 있고, 그 사물들을 지각할 수 없다면, 이 세상이라는 것이 카오스겠죠. 그냥 흘러가는 카오스. 우리 지각 자체가 사물을 분절해서 보죠. 그 다음에 우리가 사물들을 나누어서 보잖아. 나무, 칠판, 볼펜, 그리고 저것은 쇠, 이 안에 차 있는 것은 공기 이렇게 나누어 보죠.

한자에 들어가는 부수가 다 그렇게 나누어진 거죠. 한자 자체가 이미 분절체계에요. 그러니까 언(言)이 들어가면 모두 문화적인 것이고, 수(手)변이 들어가면 전부 행동에 관련된 것이죠. 수(水)변 들어가면 전부 물에 관련된 것이고, 초(草)변은 풀, 충(?)들어가면 전부 벌레와 관련된 것들이죠.

한자가 참 재미있어요. 말 자체가 완벽하게 세계 자체를 완벽하게 분절하고 있는 언어가 내가 알기로 한자밖에 없어요. 알파벳은 전혀 다르죠. 알파벳 자체는 아무 뜻도 없죠. brother에서 b,r,o는 아무 뜻도 없죠. 합쳐야 뜻이 되죠. 한자는 언어세계가 이미 다 분할해놓고 있죠.

그러니까 부수만 알아도 대충 이 한자가 무슨 뜻이겠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죠. ‘走’변은 ‘가는 것’ 그러니까 가깝다 멀다 달리다 도착하다 등 어쨌든 ‘가는 것’, ‘邑’변이 들어가면 어떤 지방 지역을 말하죠. 한자는 부수를 잘 알아야 해요.

그래서 글자를 몰라도 최소한 이런 범주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죠. ‘走’변은 ‘go'하고 관련된 것이고, ‘邑’변은 전부 지역과 관련된 거죠. 다 그렇게 되어있죠.


▲ 미셀 푸코

이렇게 사물을 나누어본다는 거죠. 나누어본다는 것이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메커니즘인데, 자 푸코는 이렇게 묻는 거야. 이런 식의 나눔도 문제가 되겠지만, 사회에서의 나눔을 이야기 하는 거야.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나눔의 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거야.

푸코가 처음 쓴 책이 <광기의 역사>죠. 정상과 비정상은 어디서 나누어질까? 도대체 어떤 사람이 미친놈이고 어떤 놈이 멀쩡한 사람일까? 또 예컨대 죄란 뭘까? 어떤 사람이 죄가 있는 걸까? 수억 탈세한 놈은 감옥에 안 가는데 백만 원 탈세한 놈은 감옥에 간다는 거죠. 그러면 도대체 법적 정당성과 법적 구분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심지어는 자연적으로 생각하는 것조차도 문제는 간단하지 않죠. 예컨대 여자 같은 남자가 있잖아. 또 남자 같은 여자, 요즘은 ‘여초’라 그러대, 남자는 ‘마초’. 그러면 생물학적, 해부학적으로 딱 구분되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자가 무엇이고 남자라는 것이 무었이고, 그것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들.
그다음에 또 문명화 되었다는 것, 근대문명이라는 것은 유럽이 자기 문명은 좋은 문명이라 부르고, 그러니까 유럽이 아닌 사람들은 다 유럽을 따라가야 하는 거 아니야. 옷도 양복을 입어야 하고, 의학도 병원에 가야하는 이런 식 아니야.

학문도 서양 것을 해야 하고, 종교도 기독교를 믿어야 하고 머리도 서양처럼 다 깎고 등등 전부다 그런 거지. 그럼 도대체 문명의 기준은 과연 뭘까? 뭐가 도대체 더 발달하고, 뭐가 도대체 덜 발달했다는 걸까? 이런 문제.

푸코는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분류의 체계, 나눔의 시스템에 대해서 어떤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거죠. 그런데 그런 나눔의 시스템이라는 것은 평소에 살아갈 적에는 ‘아 그런가 보구나. 저렇게 나누는가 보다’하고 생각하죠.

모든 나눔의 체계는 언어로 되어있죠. 나누면 거기에 이름을 붙이잖아. 그렇게 붙은 말은 우리에게 내면화되죠. 그런 언어화된 시스템은 자기에게 내면화되고,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보게 되는 거야. 그런데 푸코는 뭐라 그랬냐 하면 그런 분류 시스템은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분명히 어떤 특정시대 특정인물들이 특정맥락에서 만든 것이다.

구조주의자들을 비판하는 거죠. 구조주의자들은 이런 삶의 모습이 무의식, 어떤 주어진 것으로 보는 거죠. 그런데 푸코는 그것은 무의식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어떤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사람들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만듦은, 물론 좋은 뜻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지배적인 권력 메커니즘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보는 거죠.


▲ <광기의 역사> - 17세기 대감금

예를 들어서 <광기의 역사>를 한번 봅시다. 거기에 푸코의 모든 것이 다 들어있어요. 그러니까 <광기의 역사>를 먼저 읽는 것이 좋지. <광기의 역사>를 보면 르네상스 시대만 하더라도 광인이라고 하는 것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 길에서 아무나 건드리고 아무데나 오줌이나 싸는 짜증나는 존재인 한편, dignity, 어떤 신성을 담고 있는 존재, 신성이 그 사람을 통해서 현시된, 우리로 말하자면 무당 같은 존재라는 거죠. 지금도 우리는 그런 것을 보고 ‘신기’가 들었다고 하죠.

그러니까 광인이라고 하는 것은 감금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광인을 보지 못하죠. 옛날만 해도 안 그랬어요. 마음대로 돌아다녔어. 그러니까 푸코가 서양에서 이야기한 것이 우리한테는 얼마 안돼.

내가 어릴 때 까마귀 아줌마라는 사람이 있었어. 누더기로 까맣게 입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어. 그리고 사탕을 주머니에 넣어 다니다가 막 뿌렸어. 그래서 아이들이 ‘까마귀 왔다’ 그러면서 막 몰려들어, 짓궂은 애들은 막 때리기도 했어. 그런 까마귀 아줌마도 있었고 가끔 가다가는 문둥병 환자도 있었어. 거지는 뭐 널려있었지.

거지가 없어진 게 아마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없어진 거 같아. 내가 중학교 시절만 해도 기억이 나거든. 거지가 찾아오면 어머니가 백 원짜리를 건네던. 하루에도 서너 명씩 찾아 왔거든. 지금은 노숙자라든가 해서 있지만 집에 찾아오는 거지는 거의 없어졌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없냐? 있어요. 잡아서 감금, 모아놓은 거지. 옛날에는 섞여 살은 거야. 지금은 안 그렇죠. 좀 이상하가 싶으면 잡아서 모아놓고, 가끔 가다보면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데에 보면 ‘아 저런 세계가 있었구나’ 하죠.

그런데 내가 중학교 때 즈음에 감금이 시작되었지.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가끔씩 봤거든. 그런 사람들을 싹쓸이 한 거지. 지금은 어디가도 그런 사람들이 없잖아. 일부러 어디 가야 면회할 수 있죠.


▲ 17세기 대감금의 정치, 경제, 종교, 철학적 배경

그런데 서구에서 그런 식의 감금이 발생한 것이 17세기였다. 르네상스 시대만 해도 같아 살았죠. 광인의 기준도 모르고. 현상적으로야 알겠죠. 평균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알아도 그렇게 모여 산거야. 그런 광인들이 어떻게 보면 dignity를 담고 있는 그런 경우가 많아요.

 

◆ 푸코의 계보학


▲ 17세기 대감금의 정치, 경제, 종교, 철학적 배경(계속)

17세기가 되면 정치적으로 절대왕정이 등장하죠.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이 있죠. 절대왕정은 국가의 일괄적인 통치에 의해서, 국가의 통치에 거슬리는 타자들을 싹쓸이하죠. 거지들 광인들 불온한 체제 반대자들 실업자들 할 것 없이 싹쓸이해서, 대감호가 발생하죠.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뭐가 생기죠? 상업자본주의가 출현하는 시대죠. 상업자본주의가 출현하면서 가치관이 현저하게 바뀌게 되요. 그 전까지만 해도 돈을 만지는 자가 가장 천한 직업이었죠. 우리 조선시대의 백정처럼 유럽에서 가장 천한 직업이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나오는 고리대금업자였죠.

셰익스피어도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를 아주 나쁘게 묘사하죠. 왜? 첫째는 돈을 만지니까, 그리고 자기가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돈놀이를 해서 고리를 받아먹는다고 아주 천박하게 봤죠. 그런데 상업자본주의 시대가 오니까 세계관이 바뀌게 된 거야.

근면한 인간, 이윤을 많이 남기는 인간들이 굉장히 좋은 인간이 된 거야. 옛날 귀족처럼 여유 있고 시도 잘 쓰고 옷을 늘어뜨리고 천천히 걸어 다니는 인간이 좋은 인간이었으나 이제 부지런히 일하는 인간이 좋은 인간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TV에 회사 사장들이 나와서 늘 하는 소리가 자기 잠 조금 잔다는 거 아냐? 자기는 4시간 잔다. 나는 3시간 반 잔다며 싸우고 그러잖아. 잠 조금 자는 것을 최고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야. 그게 이 시대에 나온 거야.

그것을 종교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칼뱅이죠. 칼뱅의 감리교. 부지런히 일하고 부를 축적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신의 섭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니까 카톨릭의 구교와 감리교나 장로교의 신교는 엄청나게 다른 종교지. 카톨릭은 귀족들의 종교였고, 신교는 상업부르주아의 종교였지.

지금도 카톨릭보다는 신교가 훨씬 돈을 많이 벌지. 그러니까 신부는 그랜저 타고 다니고, 목사는 외제차, BMW 타고 다니죠. 카톨릭하고는 급수가 다르지. 상업자본주의가 등장하니까 이제 가장 나쁜 것이 뭐가 되요? 옛날에는 돈 많이 버는 것이 나쁜 거였거든.

이제 상업자본주의 시대니 과연 가장 나쁜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죠. 가장 나쁜 것이 뭡니까? 일 안하는 것, 노동을 안 하는 것이 이 사람들에게 가장 악한 것이죠. 지금도 그렇죠. 일 안하는 사람은 나쁘게 보죠. 꾸준히 무슨 일을 해야죠.

그리고 일을 안 하고 싶어도 일을 안 하면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지.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일 안하고 살 수 있을까를 연구해야 돼. 그래야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살 수 있어. 그리고 또 있죠. 17세기가 철학사에서는 무슨 시대죠? 19세기를 혁명의 시대라 그러고, 17, 18세기를 철학에서는 뭐라 그래요? 이성의 시대죠.

이성이라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군림하던 시대가 이성의 시대죠. 계몽의 시대. 그러니까 17~18세기 이성의 시대에서 철학적으로 가장 악한 것은 이성의 반대인 광기였죠.


▲ 대감금

그러니까 절대왕정이 들어서면서 싹쓸이 해, 자본주의, 개신교가 등장하면서 노동의 가치관이 등장해, 이성주의가 등장하면서 반이성적인 것은 모두 악한 것이 돼. 그러니까 그 시대에 가장 나쁜 놈은 광인이지 광인.

그러니까 17, 18세기에 갑자기 큰 병원들이 생기기 시작하죠. 비세트르, 살페트리에르. 그 병원들은 지금도 프랑스의 유서 깊은 병원으로 남아있죠. 푸코도 자기 책에 나오는 살페트르라는 그 병원에서 죽었죠. 그런데 그렇게 큰 병원들이 왜 그때 그렇게 많이 생기냐?

푸코는 원래 병원이라는 것이 원래 감옥이었다는 거야. 감옥은 너무 세고, 수용소. Hospital이 원래 수용소였다는 거야. 그러다가 조금씩 변해서 오늘날의 병원이 된 거지. 지금도 사실 많은 병원이 수용소아니야.


▲ 푸코의 계보학

푸코가 이런 이야기를 통해 철학적으로 뭘 이야기하려는 것이냐? 어떤 개념의 규정이나 개념의 본질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고 변해간다는 거야. 광기의 규정이 뭐냐? 천재가 뭐냐?

예를 들어, 옛날에는 과학자한테 천재라는 개념을 쓰는 것은 엄청 잘못된 일이었어요. 과학자나 철학자에게 천재라 그러면 그것은 거의 욕이었어요. 왜냐? 천재는 비합리적인 것이기 때문이죠. 천재는 합리적 사고를 안 하는 사람이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

천재는 원래 예술가에게만 해당하는 개념이야. 얼핏 보면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을 만들고 있는 사람. 학자보고 저 사람 천재야 그러면 저 사람 학자 될 자격이 없어 라는 말과 같죠. 그런데 20세기 오니까 과학자가 천재가 되죠. 우리가 아인슈타인을 천재라고 부르잖아. 무슨 소리인지 알겠습니까?

인간사회의 사물을 분류하고 규정하는 사유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역사 속에서, 특정한 맥락에서 만들어지고 변해가는 것이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죠.

그래서 그런 식의 변화를 추적해서 역사적으로 해명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삶의 근저를 전복시키는 작업을 푸코는 ‘계보학’이라고 부르죠. Genealogy, 니체가 쓴 말이죠. 지금 우리가 사는 이런 삶의 모습들을 거슬러 가면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탄생시점을 맞게 되죠. 그래서 푸코 책에는 탄생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죠.

임상의학의 탄생, 감옥의 탄생, 정신분석학의 탄생, 그게 그냥 막연하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탄생한 거라는 거지. 그것이 어떻게 왜 탄생하는 지를 드러내는 것은 뭡니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근저를 들여다보는 거죠. 아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고.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 곧 현재를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 같은 경우도 그런 연구를 해볼 수 있겠죠. 예를 들어서 우리가 언제부터 결혼식장에서 양복을 입었는가? 언제부터 사람들이 한의원에 안 가고 양의원에 가기 시작했는가? 언제부터 건축에서 기와를 쓰지 않게 되었는가? 언제부터 남자와 여자가 같은 강의실에 앉아있게 되었는가? 수도 없겠죠.

우리 삶을 거꾸로 죽 추적해보면 어느 순간에 탄생지점을 만난다. 그럼 왜 그때 어떤 인간들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권력을 잡고 그것을 만들었는가? 그것이 사람들을 어떻게 규정해왔는가?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밝혀내는 그런 작업을 푸코는 계보학이라고 했죠.


▲ 계보학의 현대적 적용

내가 아까 푸코를 읽는 것이 통과의례라고 한 것은 푸코가 뛰어나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현대라는 것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준 사람이 푸코거든. 그런 점에서 푸코를 읽는 것은 일종이 통과의례다.

그런데 푸코는 20세기 중엽을 산 인물이기 때문에 주로 분석한 것이 19세기의 문화죠. 예컨대, 정신병리학, 인구학, 범죄학, 통계학, 위생학, 법의학, 정신분석학과 같은 것을 주로 연구했죠. 그런데 우리는 조금 더 일반화 할 수 있죠.

신문, 잡지, 패션, 영화, 스포츠를 계보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죠. 그러니까 푸코는 저런 지식들이 등장한 것이 부르주아들이 저런 지식을 동원해서 우리 삶의 양식을 만들었다는 거죠. 또한 저런 것들을 장악한 부르주아 계급이 대중의 의식 속에 들어가서 오늘날의 인식과 감성을 만든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는 거지.

예컨대 우리가 미국에 대해 좋게 생각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영화거든.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영화에서 흑인이나 아프리카 사람이나 인디언이 나오면 무서운 거야 내가. 그러다가 미국인들이 나오지. 음악이 좍 깔리면서, 그러다 싸우면 인디언들은 다 죽지.

미국인들은 한 명도 안 죽죠. 그러니까 미국인만 나타나면 세상이 평화롭고 안정되고 나쁜 놈들은 모두 물러서는, 그리고 미국인들은 총알을 맞아도 안 죽을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죠. 무섭죠, 이게. 이렇게 주입받은 환상을 깨기까지 시간이 참 오래 걸린 것 같아요.

고등학생이 되니까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했죠. 그런 것 많죠. 그런 것들의 계보학을 살필 필요가 있다는 거지. 푸코는 주로 19세기에 탄생한 것들을 가지고 비판적 사고를 했는데, 우리는 저것만이 아니라 신문, 잡지 같은 것을 좀 더 넓게 할 수 있다는 거지.

그 다음에 한국 같은 경우에는 종교, 한국사회를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종교에요. 종교만큼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드물죠. 한국에서 계보학을 하려면 반드시 종교를 분석해야 돼. 어떻게 종교가 사람들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지배하기 시작했는지 이런 것을 분석하지 않으면 한국인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죠.

그 다음에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생물학이죠. 지금은 건강진단서 없이는 회사나 학교에 못 들어가죠. 반드시 제출해야 되요. 이것은 모든 권력이 의료화 되어있다는 거죠. 죄를 지어도 법의학자가 저 사람 정상이 아니야 그러면 풀려나잖아. 그것을 푸코는 ‘권력의 의료화’, medicalization이라 그러죠. 모든 것이 의료화, 의학화 되었다는 거죠.

어디를 가든지 건강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런 것이 발달하면 아이슬란드라고 있죠. 캐나다 위의 조그만 섬나라. 그 나라는 전 국민의 DNA샘플이 국가에 제출되어 있어. 물론 인구가 적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인구가 십 몇 만인가? 전 국민의 샘플이 국가에 채취되어 있는 거야. 거기서는 머리카락 하나만 떨어져 있어도 누구인지 알 수 있어요. 기가 막힌 세상이죠.

요새는 친자확인소송도 다 DNA로 하잖아. 모든 것을 의학이 장악하게 되죠. 그러니까 한국 같은 경우에는 종교, 의료화, 대중문화 이런 것을 푸코에 비해서 좀 더 포괄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거지. 푸코가 마치 19세를 연구함으로써 20세기를 이해하려고 했듯이, 우리는 20세기를 연구해서 21세기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거죠.


제11강 국가와 문명 그리고 역사
 

◆ 맑스에서 푸코까지


▲ 맑스

맑스의 영향력은 지대하죠. 맑스의 사상이 한 세기를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러나 그 이후에 사회가 많이 변하고 이데올로기적인 지형도 많이 변하면서 새로운 사상이 많이 등장했죠. 맑스는 하부구조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한 사람이죠.

하부구조는 경제죠. 쉽게 말해 자본(Kapital), 자본은 삶에 가장 기본적인 틀을 이룬다는 거죠. 그래서 생산양식이라고 하는 것, 한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생산의 방식에 대한 분석, 특히 자본주의적인 생산양식이 어떻게 잉여가치를 창출하고, 사실은 노동자에 의해 창출된 잉여가치를 어떻게 착취하는 지에 대한 분석들을 맑스가 보여주었죠.

그런데 맑스가 경제라는 삶의 밑바탕을 분석했는데, 이런 식의 사고가 경직되면, 물론 맑스는 경직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인간의 모든 삶이라는 것이 바로 그 하부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언어도 인식도 정치도 종교도 문화도 말하자면 모든 것이 하부구조의 구조 속에 들어가 버리죠.


▲ 맑스 이후

그래서 사람들이 저런 식의 틀만 가지고 삶이 해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러면서 맑스와는 다른 많은 사유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몇 가지 중요한 예만 들어보죠. 막스 베버(Max Weber)같은 사람. 이 사람은 한국에서 수난을 당한 사람이죠.

이름이 막스니까 공안요원들이 둘을 구분을 못했어. Marx 책만 수거해가야 되는데, Max 책도 수거당했지. 막스 베버는 하부구조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관료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죠. 그런데 막스 베버는 카프카와 같이 읽으면 재미있어요.

그 다음 프랑크푸르트학파는 특히 파시즘 분석으로 유명하죠. 맑스주의에는 없는데, 프랑크프루트학파가 밝혀낸 핵심적인 것이 바로 파시즘이죠. 도대체 파시즘이 뭐고, 어떻게 이해를 해야 되는지, 그러면서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정신을 받아들이기도 하죠.

또 한 사람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政男). 일본 정치학에서 최고 유명한 인물이죠. 마루야마 마사오는 일본 파시즘이 왜 생겼고, 서양 파시즘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해명한 사람이죠. 또 구조주의. 구조주의는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경제시스템이 아니라 무의식적 구조가 우리를 지배한다고 보았죠. 경제시스템도 그런 무의적 구조의 한 종류죠.

그 외에도 많지만, 이런 식의 사고들은 인간의 삶을 자본주의에 대한 맑시즘적인 비판적인 분석만 가지고는 해명할 수 없는 것이고 인간사회에 등장한 관료제라든가, 파시즘이라든가, 언어, 무의식적 구조, 기호 이런 것들에 포인트를 맞추죠. 그렇게 함으로써 맑시즘과는 다른 사유를 전개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이런 흐름에서 결정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미셀 푸코죠.


▲ 나눔

한국에서도 1980년대가 맑스 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푸코의 시대였다고 해도 크게 과언이 아닐 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쳤죠. 푸코는 이런 사유를 한 거죠. 인간사회라고 하는 것이 나눔, division, 분할, 분절이라는 것이 없으면, 우리 삶이 성립하지 않죠. 나눔에는 많은 것이 있죠.

우리 지각구조 가체가 나눔이죠. 여러분이 지금 나를 한 사람으로 나눠서 보고 있죠. 예컨대 내 머리를 뒤에 있는 칠판과 이어서 보고 있지 않잖아. 하나의 개체로 나누어서 보고 있죠. individual로. 그 다음에 여러분은 내 귀라거나 내 눈 등을 나누어 보고 있죠.

만약에 사물들이 나누어져 있고, 그 사물들을 지각할 수 없다면, 이 세상이라는 것이 카오스겠죠. 그냥 흘러가는 카오스. 우리 지각 자체가 사물을 분절해서 보죠. 그 다음에 우리가 사물들을 나누어서 보잖아. 나무, 칠판, 볼펜, 그리고 저것은 쇠, 이 안에 차 있는 것은 공기 이렇게 나누어 보죠.

한자에 들어가는 부수가 다 그렇게 나누어진 거죠. 한자 자체가 이미 분절체계에요. 그러니까 언(言)이 들어가면 모두 문화적인 것이고, 수(手)변이 들어가면 전부 행동에 관련된 것이죠. 수(水)변 들어가면 전부 물에 관련된 것이고, 초(草)변은 풀, 충(?)들어가면 전부 벌레와 관련된 것들이죠.

한자가 참 재미있어요. 말 자체가 완벽하게 세계 자체를 완벽하게 분절하고 있는 언어가 내가 알기로 한자밖에 없어요. 알파벳은 전혀 다르죠. 알파벳 자체는 아무 뜻도 없죠. brother에서 b,r,o는 아무 뜻도 없죠. 합쳐야 뜻이 되죠. 한자는 언어세계가 이미 다 분할해놓고 있죠.

그러니까 부수만 알아도 대충 이 한자가 무슨 뜻이겠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죠. ‘走’변은 ‘가는 것’ 그러니까 가깝다 멀다 달리다 도착하다 등 어쨌든 ‘가는 것’, ‘邑’변이 들어가면 어떤 지방 지역을 말하죠. 한자는 부수를 잘 알아야 해요.

그래서 글자를 몰라도 최소한 이런 범주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죠. ‘走’변은 ‘go'하고 관련된 것이고, ‘邑’변은 전부 지역과 관련된 거죠. 다 그렇게 되어있죠.


▲ 미셀 푸코

이렇게 사물을 나누어본다는 거죠. 나누어본다는 것이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메커니즘인데, 자 푸코는 이렇게 묻는 거야. 이런 식의 나눔도 문제가 되겠지만, 사회에서의 나눔을 이야기 하는 거야.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나눔의 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거야.

푸코가 처음 쓴 책이 <광기의 역사>죠. 정상과 비정상은 어디서 나누어질까? 도대체 어떤 사람이 미친놈이고 어떤 놈이 멀쩡한 사람일까? 또 예컨대 죄란 뭘까? 어떤 사람이 죄가 있는 걸까? 수억 탈세한 놈은 감옥에 안 가는데 백만 원 탈세한 놈은 감옥에 간다는 거죠. 그러면 도대체 법적 정당성과 법적 구분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심지어는 자연적으로 생각하는 것조차도 문제는 간단하지 않죠. 예컨대 여자 같은 남자가 있잖아. 또 남자 같은 여자, 요즘은 ‘여초’라 그러대, 남자는 ‘마초’. 그러면 생물학적, 해부학적으로 딱 구분되지만 사회적으로는 여자가 무엇이고 남자라는 것이 무었이고, 그것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들.
그다음에 또 문명화 되었다는 것, 근대문명이라는 것은 유럽이 자기 문명은 좋은 문명이라 부르고, 그러니까 유럽이 아닌 사람들은 다 유럽을 따라가야 하는 거 아니야. 옷도 양복을 입어야 하고, 의학도 병원에 가야하는 이런 식 아니야.

학문도 서양 것을 해야 하고, 종교도 기독교를 믿어야 하고 머리도 서양처럼 다 깎고 등등 전부다 그런 거지. 그럼 도대체 문명의 기준은 과연 뭘까? 뭐가 도대체 더 발달하고, 뭐가 도대체 덜 발달했다는 걸까? 이런 문제.

푸코는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분류의 체계, 나눔의 시스템에 대해서 어떤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거죠. 그런데 그런 나눔의 시스템이라는 것은 평소에 살아갈 적에는 ‘아 그런가 보구나. 저렇게 나누는가 보다’하고 생각하죠.

모든 나눔의 체계는 언어로 되어있죠. 나누면 거기에 이름을 붙이잖아. 그렇게 붙은 말은 우리에게 내면화되죠. 그런 언어화된 시스템은 자기에게 내면화되고,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보게 되는 거야. 그런데 푸코는 뭐라 그랬냐 하면 그런 분류 시스템은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분명히 어떤 특정시대 특정인물들이 특정맥락에서 만든 것이다.

구조주의자들을 비판하는 거죠. 구조주의자들은 이런 삶의 모습이 무의식, 어떤 주어진 것으로 보는 거죠. 그런데 푸코는 그것은 무의식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어떤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사람들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만듦은, 물론 좋은 뜻에서 만들어진 것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지배적인 권력 메커니즘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보는 거죠.


▲ <광기의 역사> - 17세기 대감금

예를 들어서 <광기의 역사>를 한번 봅시다. 거기에 푸코의 모든 것이 다 들어있어요. 그러니까 <광기의 역사>를 먼저 읽는 것이 좋지. <광기의 역사>를 보면 르네상스 시대만 하더라도 광인이라고 하는 것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 길에서 아무나 건드리고 아무데나 오줌이나 싸는 짜증나는 존재인 한편, dignity, 어떤 신성을 담고 있는 존재, 신성이 그 사람을 통해서 현시된, 우리로 말하자면 무당 같은 존재라는 거죠. 지금도 우리는 그런 것을 보고 ‘신기’가 들었다고 하죠.

그러니까 광인이라고 하는 것은 감금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광인을 보지 못하죠. 옛날만 해도 안 그랬어요. 마음대로 돌아다녔어. 그러니까 푸코가 서양에서 이야기한 것이 우리한테는 얼마 안돼.

내가 어릴 때 까마귀 아줌마라는 사람이 있었어. 누더기로 까맣게 입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어. 그리고 사탕을 주머니에 넣어 다니다가 막 뿌렸어. 그래서 아이들이 ‘까마귀 왔다’ 그러면서 막 몰려들어, 짓궂은 애들은 막 때리기도 했어. 그런 까마귀 아줌마도 있었고 가끔 가다가는 문둥병 환자도 있었어. 거지는 뭐 널려있었지.

거지가 없어진 게 아마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없어진 거 같아. 내가 중학교 시절만 해도 기억이 나거든. 거지가 찾아오면 어머니가 백 원짜리를 건네던. 하루에도 서너 명씩 찾아 왔거든. 지금은 노숙자라든가 해서 있지만 집에 찾아오는 거지는 거의 없어졌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없냐? 있어요. 잡아서 감금, 모아놓은 거지. 옛날에는 섞여 살은 거야. 지금은 안 그렇죠. 좀 이상하가 싶으면 잡아서 모아놓고, 가끔 가다보면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데에 보면 ‘아 저런 세계가 있었구나’ 하죠.

그런데 내가 중학교 때 즈음에 감금이 시작되었지.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가끔씩 봤거든. 그런 사람들을 싹쓸이 한 거지. 지금은 어디가도 그런 사람들이 없잖아. 일부러 어디 가야 면회할 수 있죠.


▲ 17세기 대감금의 정치, 경제, 종교, 철학적 배경

그런데 서구에서 그런 식의 감금이 발생한 것이 17세기였다. 르네상스 시대만 해도 같아 살았죠. 광인의 기준도 모르고. 현상적으로야 알겠죠. 평균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알아도 그렇게 모여 산거야. 그런 광인들이 어떻게 보면 dignity를 담고 있는 그런 경우가 많아요.
 


 


◆ 푸코의 계보학


▲ 17세기 대감금의 정치, 경제, 종교, 철학적 배경(계속)

17세기가 되면 정치적으로 절대왕정이 등장하죠. 루이 14세의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이 있죠. 절대왕정은 국가의 일괄적인 통치에 의해서, 국가의 통치에 거슬리는 타자들을 싹쓸이하죠. 거지들 광인들 불온한 체제 반대자들 실업자들 할 것 없이 싹쓸이해서, 대감호가 발생하죠.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뭐가 생기죠? 상업자본주의가 출현하는 시대죠. 상업자본주의가 출현하면서 가치관이 현저하게 바뀌게 되요. 그 전까지만 해도 돈을 만지는 자가 가장 천한 직업이었죠. 우리 조선시대의 백정처럼 유럽에서 가장 천한 직업이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나오는 고리대금업자였죠.

셰익스피어도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를 아주 나쁘게 묘사하죠. 왜? 첫째는 돈을 만지니까, 그리고 자기가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돈놀이를 해서 고리를 받아먹는다고 아주 천박하게 봤죠. 그런데 상업자본주의 시대가 오니까 세계관이 바뀌게 된 거야.

근면한 인간, 이윤을 많이 남기는 인간들이 굉장히 좋은 인간이 된 거야. 옛날 귀족처럼 여유 있고 시도 잘 쓰고 옷을 늘어뜨리고 천천히 걸어 다니는 인간이 좋은 인간이었으나 이제 부지런히 일하는 인간이 좋은 인간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TV에 회사 사장들이 나와서 늘 하는 소리가 자기 잠 조금 잔다는 거 아냐? 자기는 4시간 잔다. 나는 3시간 반 잔다며 싸우고 그러잖아. 잠 조금 자는 것을 최고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야. 그게 이 시대에 나온 거야.

그것을 종교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칼뱅이죠. 칼뱅의 감리교. 부지런히 일하고 부를 축적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신의 섭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니까 카톨릭의 구교와 감리교나 장로교의 신교는 엄청나게 다른 종교지. 카톨릭은 귀족들의 종교였고, 신교는 상업부르주아의 종교였지.

지금도 카톨릭보다는 신교가 훨씬 돈을 많이 벌지. 그러니까 신부는 그랜저 타고 다니고, 목사는 외제차, BMW 타고 다니죠. 카톨릭하고는 급수가 다르지. 상업자본주의가 등장하니까 이제 가장 나쁜 것이 뭐가 되요? 옛날에는 돈 많이 버는 것이 나쁜 거였거든.

이제 상업자본주의 시대니 과연 가장 나쁜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죠. 가장 나쁜 것이 뭡니까? 일 안하는 것, 노동을 안 하는 것이 이 사람들에게 가장 악한 것이죠. 지금도 그렇죠. 일 안하는 사람은 나쁘게 보죠. 꾸준히 무슨 일을 해야죠.

그리고 일을 안 하고 싶어도 일을 안 하면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지.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일 안하고 살 수 있을까를 연구해야 돼. 그래야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살 수 있어. 그리고 또 있죠. 17세기가 철학사에서는 무슨 시대죠? 19세기를 혁명의 시대라 그러고, 17, 18세기를 철학에서는 뭐라 그래요? 이성의 시대죠.

이성이라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군림하던 시대가 이성의 시대죠. 계몽의 시대. 그러니까 17~18세기 이성의 시대에서 철학적으로 가장 악한 것은 이성의 반대인 광기였죠.


▲ 대감금

그러니까 절대왕정이 들어서면서 싹쓸이 해, 자본주의, 개신교가 등장하면서 노동의 가치관이 등장해, 이성주의가 등장하면서 반이성적인 것은 모두 악한 것이 돼. 그러니까 그 시대에 가장 나쁜 놈은 광인이지 광인.

그러니까 17, 18세기에 갑자기 큰 병원들이 생기기 시작하죠. 비세트르, 살페트리에르. 그 병원들은 지금도 프랑스의 유서 깊은 병원으로 남아있죠. 푸코도 자기 책에 나오는 살페트르라는 그 병원에서 죽었죠. 그런데 그렇게 큰 병원들이 왜 그때 그렇게 많이 생기냐?

푸코는 원래 병원이라는 것이 원래 감옥이었다는 거야. 감옥은 너무 세고, 수용소. Hospital이 원래 수용소였다는 거야. 그러다가 조금씩 변해서 오늘날의 병원이 된 거지. 지금도 사실 많은 병원이 수용소아니야.


▲ 푸코의 계보학

푸코가 이런 이야기를 통해 철학적으로 뭘 이야기하려는 것이냐? 어떤 개념의 규정이나 개념의 본질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고 변해간다는 거야. 광기의 규정이 뭐냐? 천재가 뭐냐?

예를 들어, 옛날에는 과학자한테 천재라는 개념을 쓰는 것은 엄청 잘못된 일이었어요. 과학자나 철학자에게 천재라 그러면 그것은 거의 욕이었어요. 왜냐? 천재는 비합리적인 것이기 때문이죠. 천재는 합리적 사고를 안 하는 사람이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

천재는 원래 예술가에게만 해당하는 개념이야. 얼핏 보면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을 만들고 있는 사람. 학자보고 저 사람 천재야 그러면 저 사람 학자 될 자격이 없어 라는 말과 같죠. 그런데 20세기 오니까 과학자가 천재가 되죠. 우리가 아인슈타인을 천재라고 부르잖아. 무슨 소리인지 알겠습니까?

인간사회의 사물을 분류하고 규정하는 사유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역사 속에서, 특정한 맥락에서 만들어지고 변해가는 것이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죠.

그래서 그런 식의 변화를 추적해서 역사적으로 해명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삶의 근저를 전복시키는 작업을 푸코는 ‘계보학’이라고 부르죠. Genealogy, 니체가 쓴 말이죠. 지금 우리가 사는 이런 삶의 모습들을 거슬러 가면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탄생시점을 맞게 되죠. 그래서 푸코 책에는 탄생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죠.

임상의학의 탄생, 감옥의 탄생, 정신분석학의 탄생, 그게 그냥 막연하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탄생한 거라는 거지. 그것이 어떻게 왜 탄생하는 지를 드러내는 것은 뭡니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근저를 들여다보는 거죠. 아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고.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 곧 현재를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 같은 경우도 그런 연구를 해볼 수 있겠죠. 예를 들어서 우리가 언제부터 결혼식장에서 양복을 입었는가? 언제부터 사람들이 한의원에 안 가고 양의원에 가기 시작했는가? 언제부터 건축에서 기와를 쓰지 않게 되었는가? 언제부터 남자와 여자가 같은 강의실에 앉아있게 되었는가? 수도 없겠죠.

우리 삶을 거꾸로 죽 추적해보면 어느 순간에 탄생지점을 만난다. 그럼 왜 그때 어떤 인간들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권력을 잡고 그것을 만들었는가? 그것이 사람들을 어떻게 규정해왔는가?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밝혀내는 그런 작업을 푸코는 계보학이라고 했죠.


▲ 계보학의 현대적 적용

내가 아까 푸코를 읽는 것이 통과의례라고 한 것은 푸코가 뛰어나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현대라는 것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준 사람이 푸코거든. 그런 점에서 푸코를 읽는 것은 일종이 통과의례다.

그런데 푸코는 20세기 중엽을 산 인물이기 때문에 주로 분석한 것이 19세기의 문화죠. 예컨대, 정신병리학, 인구학, 범죄학, 통계학, 위생학, 법의학, 정신분석학과 같은 것을 주로 연구했죠. 그런데 우리는 조금 더 일반화 할 수 있죠.

신문, 잡지, 패션, 영화, 스포츠를 계보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죠. 그러니까 푸코는 저런 지식들이 등장한 것이 부르주아들이 저런 지식을 동원해서 우리 삶의 양식을 만들었다는 거죠. 또한 저런 것들을 장악한 부르주아 계급이 대중의 의식 속에 들어가서 오늘날의 인식과 감성을 만든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는 거지.

예컨대 우리가 미국에 대해 좋게 생각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영화거든.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영화에서 흑인이나 아프리카 사람이나 인디언이 나오면 무서운 거야 내가. 그러다가 미국인들이 나오지. 음악이 좍 깔리면서, 그러다 싸우면 인디언들은 다 죽지.

미국인들은 한 명도 안 죽죠. 그러니까 미국인만 나타나면 세상이 평화롭고 안정되고 나쁜 놈들은 모두 물러서는, 그리고 미국인들은 총알을 맞아도 안 죽을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죠. 무섭죠, 이게. 이렇게 주입받은 환상을 깨기까지 시간이 참 오래 걸린 것 같아요.

고등학생이 되니까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했죠. 그런 것 많죠. 그런 것들의 계보학을 살필 필요가 있다는 거지. 푸코는 주로 19세기에 탄생한 것들을 가지고 비판적 사고를 했는데, 우리는 저것만이 아니라 신문, 잡지 같은 것을 좀 더 넓게 할 수 있다는 거지.

그 다음에 한국 같은 경우에는 종교, 한국사회를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종교에요. 종교만큼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드물죠. 한국에서 계보학을 하려면 반드시 종교를 분석해야 돼. 어떻게 종교가 사람들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지배하기 시작했는지 이런 것을 분석하지 않으면 한국인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죠.

그 다음에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생물학이죠. 지금은 건강진단서 없이는 회사나 학교에 못 들어가죠. 반드시 제출해야 되요. 이것은 모든 권력이 의료화 되어있다는 거죠. 죄를 지어도 법의학자가 저 사람 정상이 아니야 그러면 풀려나잖아. 그것을 푸코는 ‘권력의 의료화’, medicalization이라 그러죠. 모든 것이 의료화, 의학화 되었다는 거죠.

어디를 가든지 건강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런 것이 발달하면 아이슬란드라고 있죠. 캐나다 위의 조그만 섬나라. 그 나라는 전 국민의 DNA샘플이 국가에 제출되어 있어. 물론 인구가 적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인구가 십 몇 만인가? 전 국민의 샘플이 국가에 채취되어 있는 거야. 거기서는 머리카락 하나만 떨어져 있어도 누구인지 알 수 있어요. 기가 막힌 세상이죠.

요새는 친자확인소송도 다 DNA로 하잖아. 모든 것을 의학이 장악하게 되죠. 그러니까 한국 같은 경우에는 종교, 의료화, 대중문화 이런 것을 푸코에 비해서 좀 더 포괄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거지. 푸코가 마치 19세를 연구함으로써 20세기를 이해하려고 했듯이, 우리는 20세기를 연구해서 21세기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