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는 경이와 신비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생명체는 더욱 더 그러하다. 인체의 경우 60조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세포들은 단 한 개의 수정란이 분화, 발달, 성장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은 놀라운 생명의 기적이다. 우리는 어떻게 한 개의 수정란이 다세포로 분화한 후 노화해 가는지 거의 알지 못 한다. 오늘날,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로 알려진 연구내용은 46개 유전자의 배열을 해독한 것이며, 그러한 유전자의 기능과 작용기작에 대해서는 아직도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1. 세포의 신비
자연계의 완벽성은 세포(그림 1)에서도 잘 관찰할 수 있다. 이 오묘한 세포가 과연 우연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하는 기회를 갖기 위해 세포의 몇몇 기관과 조직들의 기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임번삼외; ibid, pp 369-373]
세포(cell)는 1/1000mm의 조그마한 크기로 모든 생명체들의 생명활동의 공통적인 최소단위이다. 분자생물학이 밝힌 세포의 세계를 10억배로 확대해 보면 직경이 20Km인 거대한 도시와 같다. 그 속을 들어가 보면 매우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생명현상에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세포의 표면(그림 2)에는 출입구에 해당하는 수백만개의 구멍들(membrane pores)이 뚫려 있다. 많은 물질들이 자동으로 닫혔다 열리는 이 구멍들을 통하여 출입한다. 주로 분자량이 작은 세포들이 통과하지만 특별한 경우 생체에너지(ATP)를 써 가며 통과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선택적 능동수송(selective active transport)라 부른다. 음식의 주성분인 당분이 세포질속으로 들어가려면 인산(P)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야만 입장이 허용된다. 그 속에 들어서면, 물속에서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이 떠 다니듯이, 많은 소기관들(organelles)이 세포질속에 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세포막에서는 여러 방향으로 도관들이 뻗혀 있는데, 일부는 중앙기억장치가 있는 핵속으로, 나머지는 세포질내의 여러 조립공장들속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토록 많은 크고 작은 도로망들을 보고 놀라게 된다.
핵(nucleus)은 직경 1 Km의 구형 돔과 비슷하다. 이 곳은 세포의 총사령부에 해당하는 곳이기 때문에 경비가 삼엄하고 출입통제도 엄격하다. 일단, 핵막을 통과하여 핵속으로 들어가면 34만 Km나 되는 긴 염색사(染色絲 chromatin)가 염기성단백질인 히스톤에 코일모양으로 꼬여 감겨진 채 염주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것을 핵단백질(nucleoprotein)이라 한다. 염색사 속에는 유전정보를 가진 유전자(DNA)가 들어 있다. DNA가 차지하는 부분은 몇 %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는 브리태니카사전으로 일만권분에 해당하는 방대한 양의 유전정보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세포분열시에는 이들이 모여 직경이 100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데 이것을 염색체(chromosome)이라 부른다. 염색체의 숫자는 생물에 따라 다르며, 사람은 모두 23쌍이다.
생물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백질의 합성과정은 그 빠르고 정밀한 작업과정에 입이 벌어질 따름이다(그림 3). 핵속의 DNA 테이프가 쉼없이 풀리면서 그와 동시에 만들어지는 리보핵산(RNA)의 테이프에 유전정보가 그대로 복사가 된다. 이러한 복사물(mRNA)은 핵막을 통하여 세포질속에 떠 있는 리보좀(ribosome)으로 들어간다. 리보좀은 수초만에 형성된 단백질 조립공장으로 50개의 단백분자와 mRNA로 구성되어 있고, 무게는 10-16 그람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단백질들이 모든 생명현상을 연출하는 주인공들이다. 그 종류는 100만종이 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들은 DNA의 지령에 따라서 움직인다. 이러한 단백질의 합성과정은 감독자가 없지만 매우 질서정연하다.
리보좀에서는 유전정보테이프(mRNA)에 기록된 순서에 따라 원료(아미노산)를 실은 운반차량들(tRNA)이 쉼없이 호출된다. 해당되는 아미노산을 실은 운반차량은 리보좀속으로 들어 가서 자기가 실고 온 아미노산을 내려 놓고 다시 밖으로 나간다. 이렇게 하여 유전정보에 기재된 순서대로 아미노산들이 차례로 연결되어 펩타이드사슬(peptide chain)이 연장되어 나간다. 그리고, 일정한 길까지 연결되면 자동적으로 작업이 끝나면서 하나의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에 불과하다. 오차도 없이 그토록 복잡한 단백질을 몇 초만에 만들어내는 그 신비한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세포질의 도관에는 원료와 제품을 실은 효소들(enzymes)이 조립공장들(리보좀) 사이를 분주하게 돌아 다니고 있다. 앞 문으로 원료(아미노산)을 실은 차량들(tRNA)이 출입하는 동안 뒷문으로는 100만여종에 달하는 다양한 제품들(단백질)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은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을 지나 세포밖으로 송출되거나 골지체(Golgi apparatus)를 통해 이동한다(그림 4).
그토록 많은 물질들이 사소한 충돌사고도 일으키지 않고 무슨 힘으로, 누구의 지시에 따라 그토록 신속히 이동하는지 그저 경이로운 마음으로 바라 봐야만 한다. 이러한 정교한 단백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수 초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과학으로는 불가능할 뿐더러 불가해한 일들이다. 단백질의 합성이 왕성할 때에는 리보좀들이 mRNA에 의해 줄지어 연결된 모습을 나타내는 데, 이것을 폴리좀(polysome)이라 부른다(그림 5).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들은 제각기 다른 목적지를 향하여 떠난다. 머리카락, 손톱과 발톱, 혈청, 신경, 근육, 효소등의 다양한 단백질들이 생명현상을 연출하러 제 자리를 찾아 가는 것이다. 눈도 안 달린 물질들이 도대체 어떻게 제 목적지를 알아서 찾아 가는 것일까? 그것은 목적지를 찾을 수 있는 정보가 그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리는 지적정보(intelligent design)라 부른다. 정보는 넣어 준 자가 없이는 스스로 생성되지 않는다.
사용하고 남은 재료들이나 과잉의 생성물질들은 피하조직등에 쌓이게 되지만 불필요한 재고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조립공정은 자동적으로 멈추도록 설계되어 있다. 구체적으로는, 일꾼들(효소)을 더 만들지 않거나(피드백억제, feehback repression), 제조공정을 정지시키기도 하고(피드백제어, feedback inhibition) 에너지 챠지(energy charge)를 조정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러한 방법들 중 가장 경제적인 방법을 택하기 때문에 추호의 허실이나 낭비도 허용되지 않는다. 운반업무를 마친 일꾼들(효소)은 다시 제 위치로 돌아와 똑 같은 일을 불평없이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그리고, 자기 임무가 모두 끝나면 다른 효소에 의해 형체도 없이 분해되어 사라진다. 이러한 장면을 바라 보노라면 그 장엄함과 엄숙함에 감격하게 된다.
세포내에서 가장 작은 기능체인 이러한 효소의 정밀한 구조와 기능에 우리는 그저 놀랄 따름이다. 삼천개의 아미노산분자로 구성된 이 기계들(효소)은 수천종이 체내에서 생산되지만 모두가 각기 고유의 일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맡은 업무를 묵묵히 수행한다. 한 효소는 단지 한가지 일만 한다. 리보좀에서 만들어진 이러한 효소들은 일초동안에 적게는 열개(papain, peroxydase)에서 많게는 천만개(catalse)의 기질분자를 가공처리한다고 하니 입이 벌어질 따름이다. 이것을 대사회전수(代謝回轉數 turnover number)라 한다(표 1). [野本正雄; 酵素工學, 學會出版센터, p 30-31, 東京, 1995],
이러한 분자기계의 하나도 오늘의 지식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아마 21세기에도 만들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세포의 활동은 수천, 수만, 아니 수십만 개의 다른 단백질들의 통합적인 활동에 의해 조정되고 있으니 생명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비의 집합체라 할 것이다.
세포질속에는 도처에 열을 만드는 발전소(미토콘드리아)가 있어 여러 기관과 운반장치들(효소)에게 에너지를 쉼없이 공급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이중막으로 되어 있고, 그 속에는 호흡작용에 관련하는 효소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서 전자전달계를 형성하고 있다(그림 6). 세포가 섭취한 탄수화물의 생화학적 분해과정에서 만들어진 생체에너지물질(ATP, FAD, NADP)이 이곳을 통과하면 자동적으로 산화적인 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가 일어나면서 열(에너지)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열량에 의해 일꾼(효소)들이 일을 잘 하도록 정확히 36.5℃의 온도가 유지된다. 만일, 1℃만 차이가 나더라도 몸속에 이상(病)이 생겼다는 징조이다. 필요한 열량이 만들어지면 미토콘드리아의 작업도 자동적으로 하향조절이 된다.
이처럼, 세포는 우리의 과학기술로 만든 최신의 도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도 효율성이 높게 작동하는 거대한 도시와 같다. 이 공장에서는 자기와 닮은 장치를 수시간만에 복제(replication)한다. 이러한 작업은 인간의 그 어떠한 기계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 복제장면을 10억배로 확대하여 목격한다면 우리는 그 장엄함에 숨을 죽이고 말 것이다. 세포 하나는 백만의 일천만배나 되는 많은 수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만일 세포를 10억배로 학대한다면, 원자는 테니스볼만한 크기가 된다. 1분에 원자 하나를 조립한다면 복제물 한 개를 조립하는 데 5천만년이 걸릴 것이다. 더구나, 그 구성물은 직경이 20Km에 달하는 거대한 면적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세포는 매우 작은 공간속에서 그러한 조립작업을 수시간 내에 수행하고 있다. 이는 실로 우연히 될 수 없는 신비의 극치이다.
2. 뇌 (brain)
이러한 세포의 복잡성은 뇌(그림 7)에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는다. 뇌의 구조와 작용은 인류 최후의 신비이다. 사람의 뇌는 1.36Kg으로 몸무게의 2%에 불과한 회백색의 조직으로 500억개의 신경세포(neuron)로 구성되어 있다. 뇌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산소량의 20%와 전체 혈액의 20%를 소비한다.
한 세포에서 뻗어 나와 다른 신경세포와 결합하는 신경섬유는 일만에서 십만가닥에 이른다. 따라서, 사람의 뇌속의 결합섬유의 수는 1015개에 달한다. 이러한 숫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미국땅의 절반(100만 평방마일)이 1평방마일당 1만개의 나무로 구성된 숲이라고 가정해 보라. 그리고, 한 나무마다 10만개의 가지를 달고 있다고 가정하면 나뭇가지의 총 숫자의 방대함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매 가지마다 고도의 질서속에 뒤섞이지 않고 정해진 통로를 따라 통신망을 구축, 운용하고 있는 것이 뇌의 구조이다. 이러한 뇌속의 1/100 만큼의 통신망이 지구상에 구축된다면, 지금의 모든 통신망의 숫자들보다도 더 많은 숫자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신경망을 총괄적으로 지휘, 통제함으로써 뇌는 우리의 신체와 정신적인 기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신경계(nervoue system)는 중추(central) 신경계와 말초(peripheral) 신경계로 나뉜다. 전자는 뇌(brain)와 척수(spinal cord)로 이루어져 있으며, 후자는 중추신경과 몸의 각기관을 연결해주는 통로역할을 하는 신경부위로 뇌신경(cranial nerve), 척추신경(spinal nerve), 자율신경계(automatic nervous system)로 나뉜다.
중추신경계의 척수는 2 cm길이의 신경섬유로 백질과 회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회백질안에 있는 뇌척수액을 통하여 혈관과 뇌조직간에 물질교환이 이루어진다. 31쌍의 척수는 등뼈를 타고 내려가면서 좌우로 뻗혀나간다. 이 통로를 이용하여 뇌의 명령을 전달하지만 위급할 때에는 뇌의 명령없이도 단순반사반응(simple reflex response)을 하여 위험에 재빨리 대비토록 한다. 척수를 통하여 쉼없이 들어 오는 신경흥분현상을 뇌는 체계화하여 우리 몸으로 하여금 의식하거나 기어 가도록 한다. 뇌에서 발생하여 운동신경으로 전달되는 신경흥분현상은 동물의 경우 감각신경을 통해 들어온 자극에 의존하지만 사람의 경우는 외부의 자극이 없이도 뇌에서 신경흥분을 직접 일으킬 수 있다.
사람의 뇌는 전뇌, 중뇌, 후뇌로 나뉘며 좌우로 대칭적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반구(hemisphere)는 신체의 반대방향을 조절하고 있다(그림 8).
후뇌(Hind brain)는 연수, 뇌교, 소뇌로 기능이 분화된다. 연수에서는 호흡과 심장의 박동운동과 소동맥의 직경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다. 연수위에 위치한 뇌교(Pons)를 통하여 뇌신경과 중추신경계가 연결되어 있다. 소뇌(cerebellum)는 운동감각과 시감각 정보를 종합하여 운동명령을 내리는 전뇌와 운동을 하는 몸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조류들은 이러한 소뇌가 특히 발달되어 있다. 중뇌(Midbrain)는 중심부의 연수속으로 신경섬유망이 지나고 있어서 망상체라고도 불리운다. 전뇌를 활성 및 각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척수로부터 감각신경망을 통해 전달된 신경흥분은 이 망상체를 거쳐 전뇌에 전달됨으로써 각성작용이 이러난다. 따라서, 이 기관이 손상되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전뇌(ore brain)는 종뇌와 간뇌로 나뉘며, 종뇌는 대뇌로, 간뇌는 시상과 시상하부로 분화된다. 대뇌의 부피는 1,350cc이고, 대뇌피질의 두께는 3-4mm인데,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신경세포가 다발모양으로 하고 있으며 150만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신경다발은 5만여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대뇌피질의 전두엽(frontal lobe)에서는 운동과 감각기능을 통제하고 말하는 기능을 맡고 있으며, 후두엽(occipital lobe)에서는 시각기능을, 측두엽은 청각기능을 맡고 있다. 간뇌(diencephalon)는 후각을 제외한 모든 정보가 이곳을 통하여 뇌에 전달되고 있다. 시상하부는 몸의 평형을 유지하며 온도와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고 감정을 통제하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연결하는 교환대의 역할을 한다.
12쌍의 뇌신경과 31쌍의 척수신경(spinal nerve)이 온 몸으로 뻗혀 나간 신경계를 말초신경계(sensory somatic system)라 한다. 뇌신경은 뇌에서 각 기관과 직접 연결되어 있고 척수신경은 척추(spinal column)를 통하여 몸의 좌우편으로 뻗어 내려간다. 감각신경은 후근을 따라서 등쪽으로, 운동신경은 전근을 따라서 배쪽으로 뻗혀 있다. 외부에서 오는 자극(stimulation)이 감각신경(sensory neuron)을 통해 뇌와 척수신경의 중추신경계로 전달되면 중추신경은 즉시 명령을 내린다. 그 명령은 운동신경(motor neuron)을 타고서 골격근이나 피부에 하달되어 외부자극에 대해 적절히 반응(response)하도록 한다. 뇌신경은 전근이나 후근이 없이 뇌에서 직접 눈, 귀, 코와 같은 감각기관이나 운동기관에 연결되어 있다. 또 다른 말초신경계인 자율신경계(automatic nervous system, 사진)는 체감각계와는 달리 내장, 혈관, 허파, 심장, 자궁, 방광, 내분비선등을 지배하며 무의식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이중, 교감신경계(sympathetic)는 위급하거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신속하게 대응토록 하며, 부교감신경계(parasympathetic)는 비상상태의 몸을 정상상태로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은 교감신경계에서는 아세칠콜린(acetyl choline)과 놀아드레나린(noradrenaline), 부교감신경계에서는 아세칠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s)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글루탐산, 엔돌핀(endorphine), 엔키팔린(enkephalin) 등이 있다. [김영길외; 자연과학, ibid, pp 237-251 , 도서출판생능, 서울, 1990]
이처럼, 뇌는 무수한 세포와 신경들이 얽히고 설켜서 분할적이면서도 종합적인 작용으로 기억과 논리, 통찰력, 더 나아가 창조력을 나타낸다. 이들이 어떻게 모든 육체의 기능을 균형있고 신속하게, 섬세하고 과오없이 조절하는지 신비에 싸여 있다. 이러한 뇌에 관한 지식은 지금까지도 극히 일부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이러한 질서와 정보에 의해 뇌뿐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도 고유한 기능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므로 인체의 복잡성과 조화는 진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눈의 구조가 그렇고 간장, 심장, 신장 등 어느 것 하나 예외적인 것이 없다.
이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이 임의적으로 우연히 만들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외부로부터 지적설계(intelligent design)가 부여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최종적인 결론이라 할 수 있다.
뉴질랜드의 의사이며 시신경학자인 텐턴은 이렇게 말한다. '완벽성은 자연계의 어디서나 존재한다. 어느 곳을 보아도 매우 놀랄만한 성질을 가진 정교한 조형물이 발견된다는 사실은 우연에 의해 그런 것들이 만들어졌으리라는 생각을 씻게 한다. 아무리 작은 기능을 가진 유전자나 단백질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창조능력을 넘어서는 복잡한 것이다.” [임번삼외; ibid, p 382] '19세기에는 비(非)종교적인 사회분위기로 진화론이 쉽게 수용되었으나 20세기의 불가지론적이며 회의론적인 분위기는 다윈사상의 자연관에 책임이 있다고 하게 되었으니 아이러니칼하기만 하다...결국, 다윈의 진화론은 20세기의 대우주적 신화, 그 이상의 것이 아니다.”[임번삼외; ibid, pp 399-400]
이러한 잘못된 신화가 사라지려면 이를 대체할만한 다른 이론이 출현해야만 가능하다고 쿤(T. S. Kuhn 1970)은 지적한다. '플로지스톤설이나 천동설이 존재했던 것은 그것을 대체할만한 학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동설에 의한 중세 천문학의 위기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등장함으로써 해결되었고, 플로지스톤설에 의한 18세기의 화학적 위기는 라보아제가 산소에 의한 연소설을 제기함으로써 사라지게 되었다” [T. S. Kuhn;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2nd ed. p 77,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hicago, 1970]. 이러한 쿤의 견해에 동의한다면 진화론을 대체할만한 이론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질문만 최종적으로 남게 된다. 누가 과연 이 잘못된 진화론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롭고도 혁신적인 정론을 개발하는 데 앞장을 설 것인가? 역사가 던지는 물음에 우리 각자가 답을 해야 할 차례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