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는 정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의 형식적, 명목상의 신자들에게 개신교 구원론을 근간으로 하는 복음전도를 하지 못하게 한다. 우상숭배, 성상숭배, 성자숭배, 마리아숭배, 죽은 자를 위한 기도 등을 비판하거나 성경적 기독교로 개종하라고 권하는 전도활동을 금한다. 개종자들을 모아 교회를 세우지 말라고 한다. 로마가톨릭교회, 정교회, 개신교회 사이에 신앙의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신앙무차별주의를 전제로 개종선교, 개종전도, 개종 권유를 금한다.
개신교 선교사들이 구소련권의 정교회 지역과 남미의 로마가톨릭교회 지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새로운 교회를 조직하자 그 지역을 선점한 정교회들과 로마가톨릭교회가 항의했다. 특히 유럽 중부와 동부, 러시아,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에서 진행되는 '경쟁적인 선교활동'이 WCC 회원 교회들의 상호존중 관계를 훼손하고, 개종전도 활동이 교회일치와 '공동의 증거'를 방해하므로 이를 중단하라고 한다.
1. 개종전도를 중단하라
1980년대 후반 공산정권이 붕괴하고,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개신교회 선교사들이 여러 나라의 형식적인 정교회 신자들에게 전도를 했다. 남미에서 명목상의 로마가톨릭교회 신자들에게 구원의 도리를 전했다. 정교회와 로마가톨릭교회는 이에 항의했다. 물질적인 공세, 종교적인 근본주의, 불관용 태도 등을 지적하면서 개신교회의 선교활동에 유감을 표했다.
WCC는 옵서버로 가담하는 로마가톨릭교회와 정회원인 정교회의 항의를 무시할 수 없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WCC의 3대 위원회 중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와 '신앙과 직제위원회'의 회원으로 가입하여 투표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WCC의 "공동의 증거를 위한 소명: 신뢰 관계의 선교와 개종주의의 중단"(1997)은 로마가톨릭교회나 정교회 멤버들에게 성경적 구원론을 제시하는 전도를 '수치스런 일'로 규정한다. 교회의 일치, 신자 사이의 관계, 복음의 진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쟁적 선교로 규정하고 중단을 한다.
WCC는 로마가톨릭교회, 정교회, 개신교회의 전통과 신앙고백을 존중하라고 한다. 이 교회들은 신앙의 근본적인 차이가 없고, 교회들을 분리시키는 요소보다는 공동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요소들이 많으므로 그 점들을 강조해야 한다. 화해할 수 없는 분명한 차이점이 발견되는 경우에도 자기의 주장을 내세워 남을 이기려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랑 안에서 진리를 말해야 한다. 교회를 분열시키는 요소보다 일치시키는 요소에 역점을 두라고 한다.
WCC는 '하나님의 선교'를 위한 연대 활동은 정당하지만 개종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복음전도는 "복음 증거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라고 규정한다. 개종전도는 표면상으로는 참되고 열정적인 선교 행위처럼 보이지만 사랑의 정신을 망각한 것이고,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를 남용하는 것이다.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여 자신이 속한 교회, 교단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한다.
WCC는 "공동의 증거를 위한 소명: 신뢰 관계의 선교와 개종주의의 중단"(1997)에서 경쟁적인 선교와 교인쟁탈전이 빚어내는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열거한다. 다른 교회에서 발생한 문제를 비신앙적으로 이용하는 행위, 기존 교회를 유인하려고 물질적인 도움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정치, 경제, 문화, 인종적 압력을 행사하거나 과거 역사를 들추는 행위,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유혹하여 교회를 바꾸도록 하는 행위, 신체적 폭력, 심리적 압력, 대중매체 등을 이용하여 비방하고 모욕하는 행위, 물리적이거나 정신적인 위협으로 괴롭게 하는 행위, 개종을 목적으로 외롭고 병들고 우울한 사람들이나 자기 교회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을 이용하는 행위 등이다.
다른 교회에서 발생한 문제를 비신앙적으로 이용하거나 과거 역사를 들추어 비난하여 교회를 바꾸도록 하는 일은 오늘날의 개신교 교회개척과 선교 상황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동일한 신앙을 고백하는 교회들의 경쟁적인 교인 끌어당기기는 어떤 형태로든지 해결되고 규제되어야 할 과제이다.
WCC가 열거하는 '개종주의'의 특징 중 주목할 것은 개신교회의 선교, 전도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내용이다. 로마가톨릭교회나 정교회의 비성경적 신앙을 지적하는 행위, 참 교회와 참 신앙과 구원의 유일한 길을 제시하는 전도, 자기 교회가 주장하는 구원관이 더 우월한 교리라고 주장하는 것 등을 중단하라는 요청이다.
[첫째, 다른 교회의 교리, 신앙, 삶의 방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구체적으로 대화하려고 하지 않고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비판하거나 비웃는 행위, 성상을 받드는 모습을 우상숭배라고 비난하는 행위, 마리아와 성인을 향해 우상이라고 비웃거나 죽은 자에 대한 기도를 비난하는 행위. 둘째, 자신의 교회와 교단만 '참된 교회'이며, 또 그 가르침만이 '참된 신앙'이요 구원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교회의 세례를 부정하고 다시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설득하는 행위. 셋째, 자기의 교회가 다른 교회의 드러난 약점과 문제에 비해 높은 도덕성과 영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행위.(중략)
여덟 번째, …나아가서는 특정한 교회가 주장하는 구원관을 더 우월한 교리라고 주장하는 행위.] WCC는 개신교 선교사들의 개종전도 활동을 기독교의 증거를 왜곡시키며 복음을 위태롭게 만드는 '역(逆)'증거라고 한다. 개종전도는 공동체를 세우기보다는 오히려 파괴한다. 긴장, 추문, 분열을 불러일으킨다. 그리스도를 세상에 전하는 교회의 증거를 약화시킨다. 언제나 건전한 교제를 방해하고 적대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2. 교회를 세우지 말라
WCC는 회원 교회들 간의 경쟁적인 선교를 조정하면서, 특정지역을 선점한 지역교회와 상의하지 않고 협력하지 않는 선교를 하거나 교회조직을 만들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특정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교회가 그 지역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일차적인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지역교회를 격려하고 돕고 협력하는 대신 이른바 명목상의 그리스도인 등 현지 사람을 전도하거나 특정한 목적 없이 현지사회에서 전도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교회조직을 만드는 행위"를 금한다.
로마가톨릭교회의 십계명에는 개신교회가 사용하는 십계명의 제2계명 우상숭배 금지 조문이 삭제되어 있다. 로마가톨릭교회와 정교회 신자들에게 성경적 기독교 복음과 진리를 소개하지 못하게 하고, 우상숭배와 비성경적 교리와 미신적인 행습을 지적하고, 참 교회, 참 신앙, 이신칭의의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선교-전도는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선교와 전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비성경적 교리와 신앙과 생활을 비난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개신교 교회론과 구원론에 근거한 선교를 가로막는다. "성경으로 돌아가자"라고 외치며 교회개혁운동에 앞장 선 진리의 증인들이 목숨을 걸고 전하고자 한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의 원리, 이신칭의의 구원교리의 복음전도를 중단할 것인가?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형식상의 기독교인, 명목상의 기독교인, 교회생활을 하지 않는 기독교인, 우상 앞에 절하는 기독교인이 있다. 예수가 유일의 그리스도라는 진리를 믿지 않는 기독교인, 예수 밖에도 많은 그리스도가 있다고 믿는 기독교인, 예수는 궁극적으로 부처의 제자였다고 믿는 기독교인, 포이에르바하처럼 신학자 기독교인이지만 무신론자도 있다. 예배를 드리지 않는 냉담자 기독교인들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영혼을 깨우고, 성경의 진리를 가르치고, 복음화하고, 재복음화하고, 교회성장과 교회확장에 힘쓰는 것은 그리스도의 지상명령(마 28:19,20) 과업이다. 잠자는 영혼들을 각성시키고 그리스도와 연합하게 하는 것은 선교의 핵심과제이다.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나리라"(단 12:3).
3. 더 우월한 교리라고 주장하지 말라
비기독교 종교들은 자력의 수행(修行)이나 득도(得道) 방식으로 궁극적인 구원의 정점에 도달한다고 믿는다. 부단히 노력하고 수행(修行)을 하면 마침내 선(禪)의 경지, 구원의 절정에 도달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기독교는 타력 구원의 도리를 믿는다. 예수 그리스도가 구원의 길이다. 죄로부터의 구원과 새로운 생명 획득에 선교와 전도의 초점이 있다. 하나님 앞에서 모든 사람은 죄인이다. 인간은 스스로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원죄, 마음에 품은 죄, 자범죄, 불신(不信)의 죄는 스스로 해결되지 않는다. 노예가 스스로 자유인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대가를 지불한 주인이 노예 문서를 불태워야 자유인이 된다. 주인의 은혜로운 대속(代贖)사역, 구속(救贖)의 방식으로 자유를 선물로 받는다.
로마가톨릭교회 요리문답 "지킬 계명 편" 제111문답은 "구령(救靈)하는데 교리를 믿기만 하면 되느뇨?"라고 묻고 "그렇지 못하니, 또한 마땅히 천주 십계와 천주교회 법규를 다 지키며 덕을 닦고 죄를 피할지니라"고 답한다.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프로테스탄트의 주장에 대하여 믿음에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고 한다. 반(反)종교개혁운동의 일환으로 모인 트렌트공의회(제5차, 제6차 회기)는 "신앙과, 그에 합당한 행위"가 인간을 구원한다고 규정하고 이렇게 믿지 않는 개신교인들을 파문하는 33개의 법규를 확정했다.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 온 칭의(稱義)교리에 대해 루터교(1999)와 감리교(2006)는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고, 500년 만에 화해와 일치를 보는 듯 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로마가톨릭교회의 의화(義化)교리에 가깝다. 구원은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이라는 점에는 일치한다. 그러나 구원 후 인간은 완전히 죄 없다고 할 수 없으며, 하나님의 구원 은총의 역사(役事)는 인간의 활동- 행위를 배제하지 않으며, 선행은 의로워진 신자의 책무이며, 행위에 따라 최후 심판을 받는다고 한다. 최종 구원은 행위와 무관하지 않으며, 인간이 하나님의 은총에 힘입어 '칭의에 협력'해야 하고, 원죄는 세례로 사함을 받으며, 따라서 사도계승을 가진 자에게 고해성사가 필요하다고 매듭짓는다. 중요한 교리의 차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개신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믿고 고백하는 사람은 죄의 용서를 받고, 의롭다고 인정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구원의 반열에 오른다. 예수를 구원자로 믿는 자에게 영원한 죽음과 죄의 결과인 형벌은 더 이상 무서운 실체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죽음과 보혈의 공로는 죄인을 정죄와 형벌에서 해방시킨다.(롬 8:1,2) 선행이나 공로나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협력이나 세례나 고해성사가 아니라 오로지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롬 3:22∼24, 요 1:12) 하나님과 화목하는 이러한 교리와 신학은 로마가톨릭교회와 정교회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WCC는 이러한 개신교 구원론이 우월한 것이라고 가르치지 못하게 한다.
WCC는 복음주의교회들과 일치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반면에, 로마가톨릭교회와 정교회의 주장을 대폭 수용한다. WCC가 교회협의회체로서 교회들 간에 경쟁적이고 소모적인 선교를 지양하도록 하는 일을 중재하고 지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복음의 진수인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대속의 도리, 믿음으로 구원받는 진리를 더 우월한 것으로 가르치지 말라는 개종전도 금지 요청은 복음전도의 명령을 거역하는 일이다. 비성경적인 '교회들'과 가시적인 일치를 추구하려다가 복음 명령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론: 지상명령 과업
'선교강국' 대한민국의 선교사들은 WCC의 개종전도, 개종 권유 금지 지도를 따를 것인가? '하나님의 선교'를 하는 선교사들은 선교지에 남아 선점한 지역교회와 협조하여 인도주의 활동, 인간화, 해방투쟁을 계속하면 된다. 그러나 기독교 선교의 핵심인 구령사업과 교회건설과 목회자 양성 목적의 신학교육에 매진하는 선교사들이 과연 철수할 것인지 의문이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기독교 신앙의 요람들이었던 나라들은 신앙적으로 황폐화되어 긴급한 피선교지로 바뀌고 있다. '하나님의 선교', 인본주의, 세속주의, 상대주의, 종교다원주의, 자유주의 신학에 찌들어 생명력을 상실한 상태이면 그 지역에서 성경 진리를 전하고 회심자, 개종자를 모아 은혜와 진리와 성령 충만한 교회를 세우는 것은 복음전파 지상명령 과업이 아닌가? 한국에서도 포스트모더니즘과 종교다원주의와 혼합주의 에큐메니칼 사상과 자유주의 신학에 물들어 생명력을 상실한 교회가 있다면 그 교회 지역에서 복음을 전하고 그 복음에 따르는 윤리를 실천하고 또 생명력 넘치는 교회를 세우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WCC는 현재 기독교 공동체를 넘어 타종교를 포함시키는 "폭넓은 예큐메니즘", "거대 에큐메니즘"을 거론하고 있다. WCC 에큐메니칼 선교 정신에 충실한 선교사들은 이미 기독교계만 아니라 타종교에 대한 개종전도 중단, 곧 종교 모라토리움(moratorium)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태국 같은 나라에서 타종교 건물 곁에 교회당을 짓지 않고 타종교인에게 "예수 믿으시오"라고 전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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