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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이 '우주의 종말' 예측한다

하나님아들 2025. 2. 10. 22:47

 

양자컴퓨팅이 '우주의 종말' 예측한다

입력2025.02.10. 오전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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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진공이 진짜 진공으로 붕괴하며 '우주 거품'이 형성되는 과정이 양자컴퓨팅으로 시뮬레이션되는 것을 표현한 그림. 양자장 이론에 따르면 가짜 진공 상태에 있는 우주는 언젠가 진짜 진공으로 붕괴한다. Zlatko Papic/University of Leed 제공
과학자들이 양자컴퓨팅 기술로 우주의 종말을 예측하는 물리학 이론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성공했다.

즐라트코 파픽 영국 리즈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자카 보뎁 독일 율리히 물리학연구소 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양자컴퓨팅 원리를 활용해 우주의 궁극적인 변화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연구 결과를 4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에 공개했다.

현대물리학의 핵심 이론 중 하나인 양자장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빅뱅 이후 냉각돼 '가짜 진공(False vacuum)' 상태에 있다. 진공은 에너지 수준이 국소적으로 최솟값을 갖는 상태를 말한다. 가짜 진공은 에너지 수준이 더 낮은 상태인 '진짜 진공(True vacuum)'으로 붕괴될 수 있다.

홍성욱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가 가짜 진공 상태에 있다면 언젠가 진짜 진공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진짜 진공으로 변하면 원래의 가짜 진공 우주는 종말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우주가 언젠가 붕괴해 '종말'에 이른다는 뜻이다. 실제로 종말에 이르기까지는 천문학적인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가짜 진공이 붕괴하는 징후를 찾으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가짜 진공 상태를 설명하려면 여러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계산해야 한다. 이때 입자의 수가 조금만 늘어도 계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져 기존 알고리즘으로는 해결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캐나다 양자컴퓨팅 기업 디웨이브 퀀텀의 양자 어닐러(Annealer)를 활용했다. 양자 어닐러는 범용성은 없지만 최적화 문제를 풀기 위해 특화된 양자컴퓨팅이다. 홍 책임연구원은 "거짓 진공 문제는 양자역학 문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양자역학 자체를 계산에 활용하는 양자컴퓨팅으로 풀어내기 용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5564큐비트(qubit)급 양자 어닐러를 활용해 가짜 진공 상태에서 진짜 진공이 생겨나는 '우주 거품'을 시뮬레이션했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팅의 정보처리 단위다. 가짜 진공 우주가 진짜 진공으로 바뀌는 부분은 밖에서 관찰할 때 마치 거품처럼 묘사된다.

연구팀은 가짜 진공 붕괴로 우주 거품이 형성되는 과정과 거품 사이의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컴퓨팅이 새로운 물리학 실험 도구가 된 것이다. 홍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아주 간단한 경우에 대해서만 이론적으로 계산됐던 가짜 진공 문제를 좀 더 복잡한 상황에서도 풀게 된 것"이라며 "양자컴퓨터 발전이 우주 근원을 찾는 연구에도 실제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67-024-02765-w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