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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에 풀린 물리학 이론…1차원 전자계 최초 구현

하나님아들 2025. 2. 10. 22:50

60년 만에 풀린 물리학 이론…1차원 전자계 최초 구현

입력2025.02.04.
 
IBS
3차원이나 2차원에서 움직이는 자유전자와 달리 1차원에 속박된 전자들은 서로 강한 상호작용을 한다.
루팅거 액체 이론은 1차원 전자계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전도 특성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연구팀이 60년 전 제시된 물리학 이론을 실험으로 처음 증명하고
1차원 전자계를 최초로 구현했다.
차세대 양자 소자와 전자기술 개발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조문호 반데르발스양자물질연구단장과 박홍근 미국 하버드대 교수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60년 전 제시된 '루팅거 액체 이론(Luttinger liquid theory)'을 실험으로 증명하고 1차원 전자계를 구현해 전자 이동 과정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공개됐다.

3차원이나 2차원에서 움직이는 자유전자와 달리 1차원에 속박된 전자들은 서로 강한 상호작용을 한다. 루팅거 액체 이론은 1차원 전자계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전도 특성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론에 따르면 1차원 전자계에서는 전자가 전통적인 금속과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며 이는 물질의 전기적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좁은 골목길에서 차량이 줄지어 가는 경우 서로 앞질러 갈 수 없고 안전거리를 두며 서행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하지만 루팅거 액체 이론은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물질이 없어 그동안 제한적으로 연구됐다.

연구팀은 이황화몰리브덴(MoS2)의 얇은 층이 겹겹이 쌓인 구조를 활용해 1차원 금속 구현에 성공했다. 이황화몰리브덴에서 결정의 배열 방향이 서로 다른 두 결정구조 사이에 형성되는 경계는 폭이 0.4나노미터(nm, 10억분의 1m)에 불과하다.

1차원 이황화몰리브덴 거울 쌍정 경계(MTB)의 격자 구조를 묘사한 그림(위)과 거울 쌍정 경계 내에서 강한 상호작용을 갖는 전자의 거동을 나타내는 모식도. IBS 제공
결정 경계의 종류 중 하나인 '거울 쌍정 경계(MTB, Mirror Twin Boundary)는 금속의 성질을 나타낸다는 특징이 있다. 한쪽 원자 배열이 맞은편 원자 배열과 거울상을 이루는 형태다.

연구팀은 이황화몰리브덴의 거울 쌍정 경계에서 1차원 전자계 구현의 실마리를 얻었다. 먼저 사파이어 기판 위에서 성장시킨 이황화몰리브덴의 거울 쌍정 경계를 수십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까지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구현한 경계가 전자를 수송하는 역할을 하도록 소자를 설계하고 전자의 이동 양상을 살폈다. 그 결과 이황화몰리브덴의 거울 쌍정 경계는 극저온에서 실온까지 루팅거 액체 이론을 따르는 안정적인 1차원 전자계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나아가 거울 쌍정 경계에서 원자가 결여되거나 잘못 배열되는 '점결함'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전자의 이동속도가 줄고 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더욱 강해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전자 수송 속도가 전자의 상호작용 세기와 반비례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향후 이황화몰리브덴 거울 쌍정 경계와 다른 종류의 1차원 전자계를 구현해 물리적 특성을 추가로 규명하고 양자 소자 응용 가능성을 탐구할 계획이다.

조 단장은 "1차원 전자계의 근본적인 물리 특성을 규명할 수 있는 실험적 토대를 마련했다"며 "차세대 양자 소자와 전자기술 개발로 이어질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103/PhysRevLett.134.046301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