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망했네요” 놀란 美석학, 이번엔 “제가 무례했지만...”

“한국 망했네요” 놀란 美석학, 이번엔 “제가 무례했지만...”

입력2024.06.13.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작년 E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합계 출산율(2022년 0.78명)을 전해 듣고 놀라고 있다. /EBS

“한국의 청년들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8월, 한국의 합계출산율 소식을 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며

믿기지 않는듯한 반응으로 화제를 모은 조앤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법대 명예교수가

다시금 한국을 찾아 전한 말이다.

이 교수는 작년 발언에 대해 “제가 무례했다”면서도 현재 국내 저출산 원인을 분석하고 나섰다.

윌리엄스 교수는 지난 11일 EBS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창사특집 ‘조앤 윌리엄스와의 대화’ 예고에 등장해 과거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외친 것에 대해 “제가 무례했다. 보통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앞서 윌리엄스 교수는 작년 8월 EBS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에 출연해 한국의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낳으리라 예상하는 아이 수) 0.78명을 듣곤 “이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 같은 모습은 ‘짤’로 제작돼 국내 온라인상에 일파만파 퍼졌고, 많은 네티즌의 공감을 얻었다.

윌리엄스 교수는 이번에 한국을 찾아 “한가지 부탁이 있다”면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신의 축복이 있기를 빈다. 아이 낳기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청년들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단순히 일회성 지원금을 제공하는 건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 7일 공개된 예고편에선 “돈을 준다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 필요한 건 일하는 방식의 혁명”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야망 있게 일하면서 아이를 책임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과거의 일하는 방식이 현재의 한국 사회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4 저출생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사례:저출생 극복 각국의 경험과 교훈'을 주제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쿨 샌프란시스코 명예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윌리엄스 교수는 지난달 24일 조선일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저출생 콘퍼런스’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주 50시간 이상, 40년간 휴직 없이 자주 야근하는 직장인을 ‘이상적 근로자’로 여기는 한국의 직장 문화가 초저출생을 야기했다”며 “생산성 낮은 장시간 근로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어떤 정책으로도 저출생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작년 1분기(0.82명)보다 0.06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중 출생아 수가 가장 많은 1분기마저 합계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져 올해 연간 출산율이 0.6명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선민 기자 kindm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