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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에도 미세플라스틱 `잔뜩`…공기·수돗물 타고 침투

하나님아들 2024. 6. 12. 00:12

생수에도 미세플라스틱 `잔뜩`…공기·수돗물 타고 침투

박양수2024. 6. 11.  
암, 심장병 등 각종 질병 연관 가능성
폐포, 혈류 뚫고 면역체계 위협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4일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수원=연합뉴스]

먹고, 마시고, 숨 쉬는 인간의 모든 일상에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돼 있으며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입자들이 몸속에 침투해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그간 발표된 미세플라스틱 관련 각종 연구 결과를 종합해 일상 생활 속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진단했다.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우리가 마시는 탄산음료와 수돗물, 야채, 과일 등 거의 모든 곳에서 목격되며 공기 중에도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9년 캐나다 빅토리아대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연간 평균 7만4000개에서 12만1000개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들이마시거나 먹고, 마시는 형태로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원 셰리 메이슨은 "우리가 입고 있는 합성섬유로 만든 옷도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한다"며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음식 등 우리 주변에 이미 미세플라스틱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WP는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각종 질병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의 여러 기관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고,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공기 중으로 흡입된 미세플라스틱 중 큰 입자는 재채기 등으로 몸 밖으로 빠져나온다. 하지만, 10㎛(마이크로미터)보다 더 작은 입자들은 폐포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

특히 2.5㎛보다 더 작은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산소와 동일한 통로로 혈류로도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사실상 몸속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세플라스틱이 태반이나 간, 모유 등에서 발견된 연구 결과가 있었다.

몸속으로 들어간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우리 몸의 방어 세포인 대식세포(大食細胞)의 공격을 받지만, 대식세포는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하지 못해 결국 죽고 만다. 다른 대식세포들도 같은 과정을 통해 사라지게 되면 결국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위협받게 되는 셈이다.

 

이탈리아 캄파니아 루이지 반비텔리대학의 라파엘레 마르펠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3월 동맥에 미세플라스틱이 쌓인 사람들은 뇌졸중과 심장병, 조기 사망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세플라스틱은 조직 손상과 알레르기 반응, 세포 사망 등을 야기한다는 게 확인됐고, 특히 미세플라스틱에 포함된 프탈레이트나 비스페놀 A 같은 화학물질은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생식계통의 문제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P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1만여개 화학물질 가운데 2400개 이상이 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지난 2월 학술지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에는 특정 암세포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이후 빠른 속도로 퍼진다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미세먼지(PM2.5)의 절반 크기에 해당하는 나노 플라스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학자들이 최근에서야 겨우 나노 플라스틱 입자를 연구할 수 있는 도구를 확보하면서다. 나노 플라스틱까지 포함하자 생수 한 병에 포함된 플라스틱 입자가 과거 연구 결과보다 100배에서 1000배는 더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일부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WP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국제 협약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1950년대부터 생산된 80억톤가량의 플라스틱 중 지금까지 10%도 안 되는 부분만이 재활용됐다. 나머지는 매립지나 바다, 해변 등에 축적돼 더 작은 미세플라스틱이나 나노 플라스틱으로 바뀌고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