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개척교회의 이야기들

지루한 설교’ ‘등록 강요’ ‘헌금 시간’ ‘교회 건축’ 없는 ‘4無 교회’

하나님아들 2024. 3. 15. 10:41

지루한 설교’ ‘등록 강요’ ‘헌금 시간’ ‘교회 건축’ 없는 ‘4無 교회’

입력 : 2018-01-02 00:02
 
정요엘 목사가 지난달 26일 경기도 파주 우리교회에서 목회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파주 우리교회 정요엘 목사 

‘4가지 없는 교회. 지루한 설교가 없습니다. 등록 강요가 없습니다. 헌금 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교회건축이 없습니다.’ 

경기도 파주 청석로 우리교회의 홈페이지에 나오는 이색적인 교회소개 문구다. 초대교회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건강한 교회’를 꿈꾼다는 정요엘(46) 담임목사를 지난 26일 파주 우리교회에서 만났다. 

정 목사는 2013년 3월 아내와 딸 셋, 전도사 부부 2명 등 7명으로 교회를 개척했다. 불과 3년 만에 교인 수가 100명이 넘었고, 지난해에는 분립까지 했다. 현재 장년 교인 80여명 중 80%는 30∼40대다. 대다수가 작고 건강한 교회를 찾다가 우리교회의 교인이 됐다.

외적 상황만 보면 우리교회는 성장할 조건을 갖고 있지 않다. 상가건물 10층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건물 밖에서 교회 간판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교회건물, 양육프로그램이나 소그룹 모임 등이 잘 갖춰진 중형급 이상 교회가 이미 근처에 여러 곳 있다. 하지만 우리교회는 악조건 속에서도 단기간에 주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단기간 성장의 비밀은 ‘역주행’에 있다. 정 목사는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방식을 과감히 버렸다. 교회에 처음 찾아온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등록을 강요하지 않는다. 개척 준비과정에서 젊은 성도를 인터뷰해본 결과,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발적으로 나오도록 가급적 붙잡지 않는다”며 “등록을 강요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헌금시간 역시 따로 두지 않았다. 대신 헌금함을 교회 입구에 비치했다. 성도들이 하나님 앞에서 자발적으로 헌금을 내게 하려는 취지다. 재정 상황은 투명하게 공개하되 십일조 내역은 재정위원 2명만 알고 담임목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 정 목사는 “작은 교회일수록 오히려 헌금을 많이 내는 성도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생긴다”며 “사람을 영혼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볼 가능성을 줄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대형교회에서 나온 한 교인이 매달 200만원씩 십일조 헌금을 할 수 있다며 만남을 청했으나 정 목사는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해 만나지 않았다. 

교회 건축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정 목사는 “교회 건물이 성전이 아니라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성전”이라면서 “이전 교회에서 교회 건축에 환멸을 느꼈던 성도들이 건축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정 목사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삶의 구체적인 맥락에 닿아 있는 설교다. 그는 성경 본문을 강해하는 정통 설교 방식을 고수하지만 동시에 성도 각자의 삶에서 느끼는 고민과 연결되는 설교라야 설득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이를 위해서 정 목사는 평소 성도들을 자주 만나 직장, 육아, 교육, 가정살림 등 일상 얘기를 듣는다. 한국사회를 잘 읽어내기 위해 베스트셀러는 반드시 읽고 페이스북으로 세태를 살핀다. 강해설교를 위해 성경 본문을 분석하는 동시에 성도들의 고민을 반영하려니 품이 두 배로 든다. 하지만 그만큼 성도들의 반응은 좋다. 정 목사는 “설교시간 때마다 삶에 지쳤던 성도들이 눈물을 쏟아낸다”며 “의자마다 갑 티슈를 비치해뒀는데 금세 동이 난다”고 전했다. 

우리교회는 새벽기도회와 금요철야기도를 따로 하지 않는다. 새벽기도나 철야기도는 중요한 경건 생활의 일부지만 그 자체로 신앙을 평가하는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정 목사의 생각이다. 새벽기도 때 뜨겁게 기도하고 나온 뒤 누가 안 나왔나 수군거리면 기도한 게 다 허탕이라는 것이다. 정 목사는 “성경은 골방에서 혼자 기도하라고 한다”면서 “교회에선 하면서 집에서는 기도 못하는 건 허약한 믿음”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교회는 대신 수요예배를 통해 중보기도회를 가진다. 이때는 개인 기도를 하지 않고 세계 선교와 국가 문제, 한국교회와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도 제목을 놓고 공적 기도를 드린다. 

정 목사가 이처럼 분명한 목회철학을 갖게 된 까닭은 과거 사역 과정에서 교회 안과 밖에서의 모습이 정반대인 ‘교회용 신자’의 부작용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정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나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지난 15년간 교단의 주요 중대형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했다. 

정 목사는 “교회 안에서 신앙이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믿음대로 살지 않는 게 한국교회의 문제”라며 “세상 속의 경건한 그리스도인을 길러내는 건강한 교회가 우리교회의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개척 5년차 소형교회의 교회 분립 도전 

파주 우리교회는 개척 4년 만에 교회 분립을 감행했다. 당시 장년 교인 100명을 조금 넘었던 소형교회로서는 재정 부족, 교인 이탈 가능성 등 어려움을 무릅쓴 과감한 시도였다.

모험처럼 보였던 교회 분립의 배경에는 양적 성장주의에 함몰되지 않겠다는 정요엘 목사의 목회 철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정 목사는 교회를 개척하기 전 설립 5주년이 되면 교인 규모와 무관하게 분립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맨 처음에는 교인이 200명 되면 분립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사람 숫자만 차기를 기다리다 교회 분립의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기준을 교인 숫자 대신 5년이라는 기한으로 바꿨다. 

우리교회는 예배장소를 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빚을 내는 위험부담을 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안정적인 분립이 가능하도록 ‘한 지붕 두 교회’ 방식을 논의했다. 우리교회가 오전 예배를 마치면 분립할 교회가 오후에 같은 장소에서 예배하는 식이었다. 예배 장소 마련이나 기자재 구매 등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았고 분립 과정에서 기존 교회와 분립 교회 간 유대 관계와 협력도 손쉽게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예배장소가 빨리 마련돼 실제로 적용하진 않았지만 이후 분립의 참고 사례가 됐다.

교회가 한참 성장하던 시기라 자칫 부작용이 생길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이제 100명 넘어섰는데 분립하면 교회가 힘들어진다”는 교인들의 걱정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하지만 정 목사는 교인을 한 명 한 명 만나 설득했다. 이후 자발적으로 재정과 기도 후원을 결심하는 성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분립한 ‘좋은우리교회’는 경기도 고양 씨앗교회를 빌려 오후에 예배하고 있다. 우리교회에서는 세 가정을 파송했다. 열다섯 가정에서 재정 후원을 결정했고, 열 명은 기도 후원을 자처했다. 정 목사는 “무모한 시도인데도 성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따라줬다”며 “목회자인 저보다 더 나은 교인들 덕분에 교회 분립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주=글·사진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