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이야기

놓치면 아쉬운 흥미로운 대만 먹거리 12선

하나님아들 2023. 6. 24. 19:36

놓치면 아쉬운 흥미로운 대만 먹거리 12선

입력2023.06.24.  
취두부


세계 어느 국가건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그럴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나라의 식문화 특징과 묘하게 연결되는 독특하면서 흥미로운 먹거리들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고기나 김치찌개 같은 음식들이 국가대표급이다. 반면 산낙지나 번데기처럼 외국 관광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먹거리들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미 소개한 대만 대표 음식들에 이어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대만 음식 12가지를 소개한다.

1_ 취두부(臭豆腐)

중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만의 독특한 음식을 이야기할 때 취두부(臭豆腐·Stinky Tofu)를 빼놓을 수 없다. 두부를 소금에 절인 뒤 석회 속에 넣어 일정 기간 보존해서 만든 중국의 전통 발효 식품으로 악취에 가까운 냄새 때문에 흔히 우리나라의 홍어회와 비교되곤 한다. 특히 우리나라 여행객 중에서는 대만 야시장을 구경할 때 갑자기 풍겨 오는 취두부의 고약한 냄새에 당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취두부의 유래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청나라 강희제 시절에 지방에서 베이징으로 상경하여 과거를 치렀으나 낙방하고 두부 장사를 하던 왕즈허(王致和)라는 사람에 얽힌 이야기다. 그가 팔고 남은 상한 두부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다 취두부를 처음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중국의 대표 포털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서는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에 얽힌 유래를 가장 유력한 설로 내세우고 있다.

명나라 초대 황제 주원장은 비천한 가문 출신으로 어릴 때는 거지와 다름 없는 떠돌이 승려로 지냈다. 어느 날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길거리에 버려진 상한 두부를 주워 쓰다 남은 기름으로 튀겨 먹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맛이 황홀할 정도였다. 그 후 주원장이 출세하여 군사령관으로 안후이(安徽)에서 크게 승리했을 때 그 맛을 잊지 않고 장병들과 함께 취두부를 만들어 먹으면서 크게 잔치를 벌였다. 이를 계기로 취두부는 크게 인기를 얻으며 중국 전역으로 퍼져갔다는 것이다.

대만에는 1949년 공산당에 패퇴한 장제스의 국민당이 옮겨오면서 취두부도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취두부는 만드는 방식에 따라 맛과 색깔, 냄새 등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냄새를 맡으면 구리지만 먹어 보면 향기롭다(起闻來臭,吃起來香)'라는 유명한 표현대로 한 번 제대로 맛을 들이면 헤어나기 힘든 마력을 가지고 있다.

취두부를 요리하는 방법에는 크게 튀기는 방법과 찌는 방법 그리고 탕으로 만들어 먹는 세 가지가 있는데, 이 중 관광객 입장에서는 튀긴 취두부를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악취도 덜해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먹기에도 무난한 편이다. 냄새를 중화시키기 위해 매콤한 양념장을 끼얹어 먹기도 한다. 대만에서는 주로 취두부에 구멍을 내어 사이에 양파나 간 무 등을 넣어 함께 먹는다. 탕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두 번째 흔한 방법이고 쪄서 먹는 방법은 비교적 드문데 가장 냄새가 심하다.

2_ 저혈고(豬血糕)

저혈고


저혈고(豬血糕·Pig Blood Cake)는 글자 그대로 돼지 피를 이용해 만든 일종의 떡이다. 대만에서는 민남어로 '띠후에꾸에'라고도 많이 부른다. 돼지 피에 찹쌀을 섞고 조미료를 넣은 뒤 쪄서 만드는데, 만든 뒤에 땅콩가루와 향신료인 고수로 코팅을 해서 먹기 때문에 땅콩저혈고(花生豬血糕)라고도 부른다. 찹쌀을 재료로 쓰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떡과 같은 쫀득쫀득한 식감을 보인다. 대만에서는 간식으로 인기가 높아 야시장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편의점 어묵의 재료로도 쓰인다. 특히 솥에서 갓 꺼낸 저혈고는 따끈따끈하면서도 쫄깃쫄깃한 식감이 정말 일품이다. 서민 음식이니만큼 값도 저렴해서 큼직한 크기의 저혈고가 우리 돈으로 채 2000원도 되지 않는다.

원래 중국 푸젠(福建)성에서 먹던 음식으로 도살장에서 아무런 관심 없이 버려지던 돼지 피를 활용하여 서민 음식으로 만들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돼지 피로 만든다는 심리적 저항감에 색깔도 짙은 붉은색이기 때문에 서구 여행객들에게는 대표적인 대만의 엽기 음식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 관광객 중에서도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3_ 루웨이(滷味)

다양한 루웨이 재료


루웨이(滷味)라는 용어는 한마디로 간장에 오향 등의 향신료를 넣은 루수이(滷水·다시, 씨육수)로 조리한 음식을 말하는데, 그야말로 대만을 대표하는 음식 향이라고 볼 수 있다. 세븐일레븐이나 패밀리마트와 같은 대만의 대표적 편의점에 가면 대만식 어묵을 현장에서 끓이면서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묵 국물 색깔이 특징적으로 짙고 향이 상당히 독특하면 바로 루웨이 방식으로 조리한 것이다.

루웨이는 특유의 맛을 뜻하기도 하지만, 특정 형식의 음식을 가리키는 용어로도 폭넓게 사용된다. 대만의 야시장이나 거리 곳곳에서는 루웨이라고 적혀 있는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가게들은 대부분 소규모 자영업자들로 서민적인 분위기와 함께 그 자체로 대만의 훌륭한 풍물시(風物詩)가 되고 있다. 루웨이 가게에서는 보통 가게 앞 좌판에 각종 재료를 진열해 놓고 있는데 두부류, 채소류, 면류, 고기류 등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재료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보아도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재료들도 있다. 원하는 재료를 골라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 주면 재료별로 값을 매겨 계산하는데, 웬만큼 풍족하게 담아도 6000~7000원을 넘지 않는다. 일단 고른 재료들을 도마에서 작게 썬 뒤, 루수이(滷水)가 담겨 있는 솥에 넣어 끓인다. 재료가 다 익으면 꺼내어 접시에 담은 뒤 각종 양념을 뿌려 먹는다. 매운 정도도 조절할 수 있다. 테이블이 없는 가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거리에서 먹거나 플라스틱 봉지에 담아 테이크아웃으로 가져가는 것이 보통이다.

4_ ​​​​​​​피단(皮蛋)

피단(송화단)


피단(皮蛋)은 오리알이나 달걀에 석회 성분이 있는 진흙을 바르고 겨를 묻혀서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에 걸쳐 삭혀서 만든 발효 음식이다. 재료로는 오리알로 만드는 것이 정통이지만 달걀도 많이 사용한다. 영어로 'Century egg', 'Hundred-year egg', 'Thousand-year egg' 등으로 부르는 것도 오랫동안 삭혀서 만든 새알이란 의미를 강조한 용어다. 한자로는 '가죽(皮) 새알(蛋)'이란 의미가 되는데, 삭히는 과정 중에 껍질이 분해되어 가죽과 같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완성된 피단의 흰자 부위는 반투명한 갈색 젤리처럼 변하고 노른자 부위는 고소한 맛이 나는 초록색 푸딩 같이 변한다. 약한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피단 중에 일부는 껍질을 벗겼을 때 표면에 소나무 가지 비슷한 무늬를 볼 수 있는데, 이를 특별히 송화단(松花蛋)이라고 부르고 고급품으로 간주한다. 피단은 두부와 음식 궁합이 좋다고 알려져 대만 식당에서는 '피단 두부'라는 메뉴를 흔히 볼 수 있다.

피단은 원래 저장 식품의 하나로 개발된 것이다. 약 600년 전쯤 중국 명(明)나라 시절 후난(湖南)성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어떤 사람이 몇 달 전에 집을 지을 때 모르타르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던 석회 반죽에 오리알이 들어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였다. 호기심에 이 오리알을 맛보고 기막힐 정도로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사람은 다음번에는 소금까지 넣어가며 일부러 삭힌 오리알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피단의 시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송화단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역시 후난성에 살고 있던 오리를 키우는 집의 수가(水哥)라는 청년이 평소 연모하던 송매(松妹)라는 처녀의 집 마당 잿더미 위에 사랑의 표시로 오리알을 몰래 놓아두었다. 그렇지만 잿더미 때문에 오리알은 한 달 반쯤 지나서야 처녀가 집 마당을 청소하면서 우연히 발견했다. 오리알은 피단으로 변해 있었고 아름다운 무늬까지 있었다. 뒤늦게 오리알에 매력적인 무늬가 생긴 사실을 알게 된 청년은 그녀를 기리는 의미에서 이름을 송화단(松花蛋)이라고 지었다고 전해진다.

5_ ​​​​​​​철단(鐵蛋)

철단


철단(중국어로 티에단)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이 음식은 우리나라의 간장 달걀 장조림과 비슷한 종류의 음식으로 볼 수 있다. 짭조름한 간장 향에 단단한 식감으로 씹는 맛도 매력적이어서 간식으로 먹거나 술안주용으로 그만이다. 딱딱한 식감이 특징이라 중국어로도 철 달걀(鐵蛋)이고 영어로도 'Iron Egg'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여졌다. 타이베이 북쪽 근교에 있는 항구 휴양 도시인 단수이(淡水)의 명물로 유명한데, 실제 단수이에 가면 철단을 파는 가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과거 단수이 지역 해변의 항만근로자들에게 간단한 식사를 만들어 팔던 '황짱니엔(黃張哖)'이라는 여인이 비 오는 어느 날 손님도 없고 해서 만들어 놓은 간장 달걀 장조림을 다시 데우기 위해 끓였다고 한다. 그런데 다시 데우고 건조를 반복한 달걀은 검게 쪼그라들면서 향이 더해지고 단단해지면서 맛있게 쫀득쫀득해졌다. 얼마 후 가게에 들렀다가 이 달걀 맛을 본 손님들의 찬사가 이어지자 그녀는 아예 '아포티에단(阿婆鐵蛋)', 즉 '할머니 철단'이라는 이름으로 이 달걀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하였다. 그 후 철단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고 지금은 대만을 넘어 아프리카와 중동에까지 진출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6_ ​​​​​​​차엽단(茶葉蛋)

차엽단


대만의 편의점에 들르면 한쪽 구석에 있는 금속 통에서 구수하면서도 한약재 같은 독특한 향이 나는 까만 국물 속에서 삶고 있는 달걀을 보게 된다. 바로 차엽단(茶葉蛋·중국어로는 차예단)이다. 차엽단은 글자 그대로 찻잎으로 삶은 달걀을 의미하는데, 만드는 방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달걀을 먼저 삶아서 익으면 껍데기를 살짝 깨어 다른 통에 옮긴 뒤, 찻잎을 넣거나 아니면 찻물이 들어간 간장, 오향분 등 향신료와 함께 천천히 오래 삶아 만들면 된다. 이 과정에서 금이 간 달걀 껍데기 틈새로 찻물이 스며들어 간이 배고 흰자 표면에 마치 대리석 같은 특유의 무늬가 생기게 된다.

달걀을 잘라보면 흰자 전체로 갈색 찻물이 스며들어 있다. 가끔 흰자 겉만 갈색인 것이 있는데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잘 만들어진 차엽단을 먹어 보면 짭조름하면서 앞서 소개한 약간의 루웨이 향이 느껴진다. 대만에서는 일종의 보양식으로 생각하는데, 특히 날씨가 쌀쌀할 때 먹으면 제맛이 난다.

7_ ​​​​​​​오리 혀(鴨舌)

오리혀


오리고기라면 프랑스어 연수를 위해 남부 도시 툴루즈에서 체류했을 당시 오리 콩피(confit de canard), 오리 가슴살(magret de canard) 등 다양한 오리 요리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중국 역시 '베이징덕'으로 대표되는 오리고기 사랑이 남다르다는 사실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대만에서 오리 혀만을 따로 구별하여 팔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오리 혀는 오리고기 중에서도 독특한 풍미로 중화권 간식으로 널리 애용되는 음식이다. 다만 외관으로 보기에 약간 충격적이어서 외국인의 눈에는 대만의 엽기 음식 리스트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다. 오리 같은 조류의 혀는 우리나라에서 요리로 흔히 접하는 우설(牛舌)처럼 근육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을 가로지르는 뼈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근육 아래에 상당히 두꺼운 지방층이 있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이 때문에 다른 오리고기 부위와는 달리 부드럽고 농밀한 식감을 보인다. 오리 혀는 튀겨서 먹기도 하지만 보통은 루웨이 방식으로 조리해서 오리고기 전문점이나 백화점 식품 코너 등에서 팔고 있다. 고기의 양이 적어 약간 아쉬울 수가 있지만 가벼운 별미로 생각하고 먹으면 그런대로 맛과 가치를 느낄 수 있다.

8_ ​​​​​​​오리 피(鴨血)

마라 오리 피 취두부


돼지 피를 넣은 스코틀랜드의 블랙 푸딩이나 스페인의 모르시야 같은 음식이 유럽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물의 피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문화는 아무래도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 동양권에 널리 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만에서는 소의 피를 넣은 선지해장국이나 돼지 피를 넣은 순대에 국한된 우리나라와는 달리 앞서 소개한 저혈고에서 보듯 보다 다양하게 동물의 피를 음식에 이용하고 있다. 오리 피도 그중 하나로 꽤 독특하다.

오리 피가 대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건강에 대한 미신 때문이다. 우선 오리 피에는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철분이 풍부하고 지방과 당분은 낮은 음식이다. 더 중요한 점은 전통 중의(中醫)학적 관점에서 볼 때 오리 피는 사람의 병든 혈관을 청소해 주고 피부를 윤택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다. 오리 피 자체의 식감도 소 피나 돼지 피에 비해 탱탱한 느낌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 먹어 보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오리 피를 먹는 방법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우리나라 선지와 같이 젤리 상태로 응고시켜 탕으로 만들어 먹는 방법이다. 워낙 인기가 있어 슈퍼마켓에서 포장 완제품으로 팔기도 하고 재래시장에서는 비닐봉지에 담아 팔기도 한다. 오리 피로 탕을 만들 때 다른 재료를 넣어서 맛을 풍부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마라 오리 피 취두부(麻辣鴨血臭豆腐)'다. 글자 그대로 오리 피와 취두부를 주재료로 파 등 야채를 넣고 마라(麻辣) 스타일로 맵게 끓인 것인데 특히 날씨가 쌀쌀할 때 최고의 보온, 보양 음식으로 손꼽힌다.

9_ ​​​​​​​훈제 상어(鯊魚煙)

훈제 상어


세계적으로 비인도적 음식의 대표로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는 상어 지느러미 요리는 논외로 하더라도 일반적인 상어 고기를 먹는 나라가 적지 않다. 필자도 지난 3년간 페루, 프랑스,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상어 고기를 식용으로 파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경북 지역에서 제사 음식의 일종으로 염장해서 숙성시킨 돔배기라는 이름의 상어 고기를 쓴다. 대만도 예외는 아닌데 이곳에서는 대부분 훈제 형태로 먹는 것이 특징이다.

대만의 상어 조업은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대만은 전 세계 상어 어획량의 약 7%를 차지하는데 인도네시아, 인도, 파키스탄, 스페인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다. 이 중 절반 정도를 내수시장에서 소비하고 있다. 신선한 상어 고기는 훈제나 요리용으로 쓰고 냉동한 상어 고기는 피시볼 등 가공식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대만에서도 훈제 상어는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타이베이에서는 주로 고급 백화점이나 전문 매장에서나 취급하는 정도다. 훈제 상어는 부위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는데 가장 일반적인 몸통 부위의 경우 부드럽고 담백하면서 약간 슴슴한 맛이다. 이 때문에 훈제 상어의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와사비와 간장 베이스의 특별 소스를 항상 같이 곁들인다.

10_ ​​​​​​​계비고(鷄屁股)

계비고


대만의 색다른 먹거리에 어느 정도 익숙한 필자로서도 계비고(鷄屁股·중국어로는 지피구·Chicken Butt)), 즉 닭 엉덩이 살은 비교적 생소한 음식이다. 다만 작년 일본 어학연수 때 본지리(ぼんじり)라는 이름으로 조리를 하여 슈퍼에서 포장으로 팔거나 야키도리 전문점에서 파는 것을 먹어 본 적은 있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일식 야키도리 전문점을 통해 꽤 많이 소개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대만의 계비고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꼬치에 꿰어서 팔기는 하는데 조리 방법은 완전히 달라 바싹 튀겨서 내놓는다. 그래서 보기에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다만 대만에서도 닭 엉덩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썩 아름답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칠리향(七里香·중국어로는 치리샹)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기도 한다. 이름 그대로 7리(七里) 밖에서도 향을 느낄 정도로 맛있다는 뜻이다.

11_ ​​​​​​​사신탕(四神湯)

사신탕


사신탕(四神湯·중국어로는 쓰션탕)은 이름이 풍기는 이미지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맛과 향에서도 건강 보양식이라는 느낌이 드는 대만의 전통 탕 요리 중 하나다. 참마(淮山), 복령(茯苓), 연밥(蓮子), 가시연밥(芡實) 등 네 종류의 중약(中葯) 재료를 넣어 끓인 탕이기 때문에 사신탕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대만에서는 약재 냄새를 줄이고 식감 및 원가 절감도 고려하여 요즈음은 가시연밥을 율무(薏仁)로 대체하고 있다. 4가지 재료에 돼지 곱창을 함께 넣는 것이 사신탕의 핵심이다. 사신탕은 위와 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대만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기 음식이다. 집에서도 슈퍼나 전문 약재상의 포장 제품을 사서 2시간 정도 푹 끓이기만 하면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사신탕(四神湯)은 원래 사신탕(四臣湯)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흥미로운 설도 있다. 과거 청나라 건륭제가 강남 지역을 순행할 때 네 명의 사신이 병이 들었는데 이 탕을 먹고 완치되었기 때문에 한동안 사신탕(四臣湯)으로 불리다가 그 후 사신탕(四神湯)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유래야 어찌되었든 대만을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파는 곳이 많기 때문에 한 번쯤은 먹어 볼 가치가 있는 음식이다.

​​​​​​​12_ 땅콩 아이스크림 룬빙

땅콩 아이스크림 룬빙


땅콩 아이스크림 룬빙(花生糖冰淇淋潤餅)은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의 대만식 디저트다. 먼저 멕시코의 토틸라와 비슷하게 생긴 밀전병을 펼쳐 놓는다. 그 위에 땅콩이 들어있는 마치 우리나라의 갱엿 같은 것을 대패로 갈아서 만든 가루를 뿌린다. 그리고 그 위에 바닐라, 초코, 딸기 등 3가지 향의 아이스크림을 각 한 스쿱씩 가루 위에 놓는다. 마지막으로 향신료로 고수를 얹은 뒤 멕시코의 부리토처럼 밀전병, 즉 룬빙을 말면 완성이 된다. 밀전병과 함께 땅콩엿 가루와 3가지 맛 아이스크림 그리고 고수 향까지 어우러져 기막힌 맛의 조화를 이룬다. 지금은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도 소문이 자자해 대만에서 반드시 맛보아야 할 음식으로 항상 꼽힌다.

김원곤 서울대 흉부외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