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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관점으로 바라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하나님아들 2022. 7. 16. 23:08

기독교적 관점으로 바라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넷플릭스 세계 1위 오른 <오징어 게임> (上)

 

일본식 데스 게임 콘텐츠에 깃든, 종교성과 미신적 요소

귀신이 인간 농락하는 힘 가진 상위 존재로 설정돼 있어

신-인간 관계, 불안정하고 두렵고 위협적으로만 묘사해

이 두 가지 그릇된 방식, 초월적 실재 성경 가르침 왜곡

 

◈데스 게임 콘텐츠: 일본식 데스 게임 콘텐츠의 지배적 영향력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내 넷플릭스 TV 시리즈 부문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면서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과중한 채무에 시달리는 이들이 수백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상금을 두고 서로 죽고 죽이는 생존 게임에 돌입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일전에 <머니게임>에 대한 논평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 제작되는 데스 게임 콘텐츠 대부분은 망가(漫画, まんが), 즉 일본 만화에 지배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데스 게임 콘텐츠의 원조는 미국이다. 통상 1979년 스티븐 킹이 발표한 소설 <롱 워크>(The Long Walk)를 데스 게임 장르의 출발점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이 데스 게임 장르를 서브컬처에 편입해 본격적으로 대중화한 것은 일본의 소설가와 만화가들이다. 1998년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 1999년 타카미 코슌의 소설 <배틀 로얄>, 이 두 작품은 일본식 데스 게임의 전형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일본식 데스 게임 콘텐츠는 카이타니 시노부의 <라이어 게임>(2005-2015), 카네시로 무네유키, 후지무라 아케지의 <신이 말하는대로>(2011-2017) 등을 통해 명맥을 이어 왔다.

 

이 작품들은 일본 문화 특유의 폐쇄성과 호전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일본은 섬나라로서 고립된 지형적 특성, 그리고 초대형 재난이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위협적인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다.

 

이로 인해 일본의 고대 및 중세 역사는 거의 항상 다이묘(大名)로 대표되는 군벌들의 군사적 연합과 경쟁으로 점철되곤 했다.

 

군벌들이 군사력을 바다 너머 외부까지 펼치기 어려웠고, 백성들 대다수가 사람의 목숨이 자연재해 앞에서 별 가치가 없는 허망한 것임을 일상적으로 목격해온 탓에 내부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혈전에 자주 돌입했던 것이다.

 

일본식 데스 게임 콘텐츠의 설정 역시 이러한 일본 역사를 그대로 반영한다. 폐쇄된 공간에 갇힌 게임 참여자들이 정해진 룰에 따라 서로 목숨을 내건 경쟁에 돌입한다.

 

패자는 죽고, 승자는 막대한 보상을 획득한다. 참가자들이 각자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경쟁하는 상황은 독자들에게 상당한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일본의 대표적 데스 게임 콘텐츠, <배틀 로얄>의 한 장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한국이 큰 강점을 보이는 산업 및 문화 발전 방식인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외교적으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선진 기술이나 콘텐츠를 힘써 모방한 뒤, 한국의 기술 및 문화요소를 약간 가미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는 것, 이 전략이 <오징어 게임>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막대한 채무에 짓눌린 인간 말종들을 상금을 미끼로 꾀어내는 것은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설정을 빌려온 것이다.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서로 죽고 죽여 최후의 1인이 모든 보상을 가져가는 것은 <배틀 로얄>과 <신이 말하는대로>의 설정을 차용한 것이다.

 

각 참가자에게 1억원씩 상금을 배정하여 서로 목숨을 걸고 빼앗도록 하는 것은 <라이어 게임>의 설정을 가져온 것이다.

 

게임의 내용 역시 일본 데스 게임 만화에 등장한 게임들을 비슷하게 모방했다.

 

1단계에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분명 한국의 놀이이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룰은 일반적인 룰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기괴한 인형이 술래로 등장하고 제한 시간 안에 특정 라인에 도달해야 하는 규칙은 <신이 말하는대로>의 첫 번째 게임인 ‘다루마’ 놀이의 룰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오징어 게임> 3단계에 등장한 서바이벌 줄다리기 역시 <신이 말하는대로>에 등장한다.

 

5단계의 징검다리 게임은 <도박묵시록 카이지>에 등장하는 ‘인간 경마’ 게임을 각색한 것으로 보인다. 높은 곳에서 다리를 건너다가 떨어져 죽는 설정, 다리를 건너는 순번을 놓고 눈치싸움을 하거나 앞의 경쟁자를 밀어 떨어뜨리는 설정, 그리고 강화유리로 만든 다리라는 설정을 차용했다.

 

이렇듯 <오징어 게임>은 일본의 데스 게임 콘텐츠 설정 및 요소들을 이리저리 모방해 한국식으로 절묘하게 가다듬었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오징어 게임>의 표절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데스 게임과 종교: 오니(鬼, おに)로 구체화된 일본식 종교성과 미신의 유입

 

일본의 대표적인 데스 게임 소설, 만화, 드라마, 영화 가운데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작품은 <신이 말하는대로>이다.

 

이 만화는 데스 게임 특유의 잔혹성과 고어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작품으로, 일본의 다신교 신들이 등장해 서로 죽고 죽이는 게임을 주관한다.

 

게임 참가자들은 고등학교 학생들이며, 매 단계마다 위험한 생존 게임이 전개된다. 게임에서 생존한다고 해서 특별한 보상은 없다. 참가자들의 목표는 오로지 신들의 잔혹한 놀이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다.

 

다루마(달마, 선불교의 시조) 인형, 거대 마네키네코(돈을 벌게 해주는 고양이 모양의 장식물), 인간 크기의 코케시(머리와 몸통만 있는 인형) 등 일본의 토속 종교와 미신을 반영하는 형상들이 등장해 게임을 주관하는 동시에, 패배한 인간들을 잔혹하게 처형하는 관리자 역할을 맡는다.

 

▲실사 영화 <신이 말하는대로>에 등장하는 마네키네코.

 

신이나 요괴, 오니 등에 농락당하고 살해당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는 일본의 신화 및 민담에 흔하게 등장한다.

 

앞서 말했듯 일본은 태풍, 지진, 쓰나미, 화산폭발 등 각종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게다가 지형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산악 지형이 많아, 과거에는 산마다 도적이 들끓기도 했다. 여러 모로 인간의 삶에 두려움을 선사하는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근대 이전까지 이런 불가해한 자연현상과 위협적인 환경은 일본인들 특유의 정령신앙(animism)에 의거해 각종 신들의 현현으로 해석되었다.

 

특히 괴팍한 성격에 우락부락한 체격, 무서운 얼굴을 가진 악귀 오니는 일본인들이 산적, 범죄자, 혹은 일본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 족을 보고 창안해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오니들은 인간과 내기를 즐기며 비위를 거스리는 자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특성을 가졌다. <귀멸의 칼날>은 이런 오니의 특성을 잘 살린 작품으로 손꼽힌다.

 

<신이 말하는대로>는 이런 오니에 대한 일본의 전통 민간 신앙이 데스 게임에 접목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일본에서 꽤 가까운 시기까지 지속되었던 인신공양 풍습도 모티프로 삼는다.

 

<신이 말하는대로>에 등장하는 악신들은 기괴한 게임을 통해 인간들을 학살하는 것을 즐기고 그것을 그들의 존재 이유로 삼는다.

 

▲<오징어 게임> 1단계에 등장하는 거대 소녀 인형.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주관한다.

 

<오징어 게임>은 일본의 데스 게임 콘텐츠, 특히 <신이 말하는대로>의 설정과 분위기 일부를 그대로 채용해 서사를 진행한다.

 

무엇보다 1단계에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장면은 <신이 말하는대로>의 설정 요소뿐 아니라, 무서운 분위기의 초월적 인형이 자아내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마저 그대로 모방했다.

 

이런 일본식 종교성과 미신적 요소는 기독교적 관점으로 볼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니, 즉 귀신을 인간보다 상위의 존재자로 설정하고 인간을 능히 농락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으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신-인 관계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불안정하고 두렵고 위협적인 것으로만 묘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초월적인 영역에 대한 이 두 가지 그릇된 묘사 방식은 영적 실상, 초월적 실재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크게 벗어나는 왜곡 행위로 간주된다. <계속>

 

오징어 게임, 기독교 비하하려다 개연성과 캐릭터 매력 반감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넷플릭스 세계 1위 오른 <오징어 게임> (下)
 
오징어 게임 흥행 요인, PC 강박에서 자유로운 콘텐츠
각 캐릭터 문제점 시청자 관점에서 자유롭게 해석 가능
일부 캐릭터, PC 영향 탓 ‘교과서적’ 선량함 내비친 약점
데스게임 특유의 극한 타락, 비참가자 목회자에게 적용
 
두 가지 무리수 때문에 서사 자체보다 게임으로 어필해
서사의 개연성과 충실함에서 간과할 수 없는 약점 남겨

 

◈데스게임의 강점: 죽음 앞에서 드러나는 인격 타락의 최저치

 

<오징어 게임>의 범세계적인 인기가 언론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작품은 일본 데스게임의 핵심 요소들을 차용한 가운데, 전 세계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능숙한 연출과 대중성 있는 서사를 무기삼아 예상치 못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런 흥행이 가능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그동안 영미권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및 디즈니 콘텐츠에 대한 심리적 피로감을 지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넷플릭스와 디즈니 콘텐츠 서사에 거의 강박적으로 반영되고 있던 정치적 올바름(PC) 성향에서 자유로운 콘텐츠에 대한 열망은 <오징어 게임>에 쏠리는 인기를 견인하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오징어 게임> 안에도 곳곳에 정치적 올바름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영미권 영화나 TV쇼 만큼 노골적이지는 않다.

 

정치적 올바름 이념에 좌우되는 작품들의 특징은 서사의 발단부터 결말까지 일관되게 권선징악형 어조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서 ‘선(善)’이라고 말할 때는 전통적인 의미의 선함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는 지극히 방만하고 환상적인 자유 및 평등 이념을 말한다. 그래서 다소 일방적으로 교훈적이고 교육적이다. 특정 사상을 반강제적으로 주입시키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이런 고고한 태도가 지나치면 시청자들은 피로감과 반감을 느낀다. 반면 <오징어 게임>은 극히 일부 장면들을 제외하면 특별히 교조적인 태도로 서사를 풀어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시청자들이 극한의 상황에서 타락하고 무너져 내리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그들에 대한 심판자가 될 수 있게 해준다.

 

저 캐릭터는 뭐가 잘못이고, 이 캐릭터는 뭐가 문제인지 시청자 각각의 관점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는 각 캐릭터가 작품 내에서 갖는 역할과 그 평가 방향이 미리 확고하고 ‘올바르게’ 정해져 있는 최근의 영미권 넷플릭스, 디즈니 콘텐츠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청 포인트이다.

 

이는 데스게임을 주요 소재로 삼은 작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이자 강점이다.

 

▲데스게임 장르의 약한 대중성 문제를 영리하게 극복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

 

데스게임의 최고 흥미요소는 인간이 생존과 자기 이익을 위해 어느 정도로 밑바닥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데스게임 참가자들이 시시각각 보여주는 타락의 향연은 다른 장르의 작품에서는 커다란 불쾌감이지만, 데스게임 장르 작품에서는 악의적 카타르시스의 원천이다.

 

다만 일본 데스게임 작품들이 특유의 극단적이고 변태적인 잔혹함을 내세워 대중성을 잃어버리는 것과 달리, <오징어 게임>은 잔혹함의 표현 수위를 어느 정도 낮추고 캐릭터의 심리상태 묘사에 집중함으로써 대중성을 확보했다.

 

결론적으로 <오징어 게임>은 최근 대세가 된 정치적 올바름 성향 콘텐츠의 약점과 데스게임 장르의 약점을 영리하게 회피하여 원래 대중성이 약했던 데스게임 콘텐츠를 세계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약점: 비현실적 선량함과 편향적 기독교 비하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이런 영리함과 강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서사적인 측면에서 두 가지 큰 약점을 갖고 있고, 그런 점이 작품의 흥미와 몰입도를 감쇄시키는 주 원인으로 작용한다.

 

첫 번째 약점은 주요 캐릭터들이 가끔 말도 안될 만큼 과도하게 내비치는 선량함이다. 게임이 진행되는 순간뿐만 아니라 잠자는 시간까지도 서로 칼부림을 하고 죽여대는 상황에서, 그리고 자기 목숨이 즉각적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일부 등장인물이 교과서적인 선량함을 내비치는 기묘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는 특히 외국인 노동자, 여성 등 소위 소수자, 약자들의 편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정이 많고 남을 잘 믿는 다소 어리숙한 성격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 분)는 자신을 친근하게 잘 챙겨줬던 상우(박해수)의 애달픈 속임수에 넘어가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한다.

 

지영(이유미 분)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새벽(정호연 분)이 마음에 든다며 자기의 괴로운 과거를 이유로 아주 손쉽게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한다.

 

▲외국인 노동자 알리의 죽음은 <오징어 게임>에 약하게나마 반영된 정치적 올바름 성향을 확인시켜 준다.

 

이는 <오징어 게임>이 영미권 작품들보다는 덜하지만, 그 역시 정치적 올바름의 이념을 약하게나마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인 노동자와 여성 등 소수자와 약자들이 다른 이들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공감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각 캐릭터가 갖는 현실적 면모를 희생시키면서까지 특정한 윤리적 교훈을 던져주려는 의도는, 서사의 개연성을 떨어뜨리고 그 재미까지 감퇴시킨다.

 

두 번째 약점은 데스게임 장르 콘텐츠 특유의 강점, 즉 인간 타락의 최저치 보여주기를 데스게임 참가자들을 넘어 비참가자, 특히 기독교 목회자에게 편파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이다.

 

데스게임 장르 작품의 묘미는 원래 사회에서 비록 무능력하고 어수룩하지만 선량한 삶을 살아왔던 이들이 삶과 죽음이 갈리는 극한 상황에서 심하게 이기적이고 악독한 성격으로 돌변하려는 유혹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데 있다.

 

거의 대부분 참가자는 이런 유혹에 무너져 내린다. 주인공을 비롯한 극소수의 참가자만 그 유혹을 힘겹게 이겨내지만, 이런 위대한 선택과 상관없이 주위는 이미 죽고 죽이는 처참한 죄악의 현장으로 돌변해 있다.

 

생존과 이익을 두고 인간 개개인과 집단이 공히 보여주는 이 인간성의 저열함은 그것이 지닌 현실성 때문에 시청자에게 특별한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은 이런 데스게임 고유의 서사 기법을 게임 바깥의 목회자에게 적용한다. 이는 특정 종교를 표적삼아 악의적으로 비하하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의도가 데스게임 자체에 집중되어야 할 서사를 샛길로 빠지게 함으로써, 지영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크게 반감시키고 있다.

 

지영 역시 생존게임 참가자로서 생존을 향한 극단적 욕구를 앞에 두고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그런데 이런 처지를 자살이라는 방편으로 아주 손쉽게 벗어난다. 그리고 그 근거를 게임 외부에 타락한 목회자, 친딸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파렴치한 거짓 기독교인으로부터 얻은 불행과 상처에 둔다.

 

기독교 비하를 위해 서사의 강점을 포기하고, 매력적일 수 있었던 하나의 캐릭터를 별로 납득되지 않게, 허무하게 소비해 버린다.

 

▲지영의 죽음은 <오징어 게임>의 편향적인 기독교 비하 의도를 보여준다. 이는 결국 서사의 개연성과 설득력, 그리고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악수로 작용한다.

 

1번 참가자 일남(오영수 분)의 경우는 기훈(이정재 분)을 위해 게임에서 져주는 데 어느 정도 납득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스스로가 게임 설계자이자 모든 음모의 흑막인 만큼, 구슬치기 게임에서의 어이없는 패배를 남들을 속이며 자연스럽게 게임에서 퇴장할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영을 둘러싼 서사는 그만한 설득력이 없고, 서사를 풀어가는 기법 측면에서도 서투르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면, <오징어 게임>은 지금보다 더 대단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다. 현재 해외에서 <오징어 게임>이 큰 호응을 얻는 데는 서사 자체의 힘보다 이 작품의 설정이 갖는 매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을 홍보하는 방식, 그리고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에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만일 <오징어 게임>의 서사의 매력이 압도적이었다면 감독과 배우들의 해외 활동이 드라마 홍보의 주된 방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나 해외 시청자들 모두 <오징어 게임>의 서사에 대한 관심보다는 작품에 등장하는 게임, 도구, 복장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이는 서사의 치밀함이 설정이 주는 흥미의 크기에 미치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오징어 게임>의 서사에 보이는 약점은 데스게임 장르의 콘텐츠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을 정치적 올바름 이념 변호와 기독교 목회자에 대한 편향적 비하를 위해 감퇴시켜버린 처사로 인해 유발된 것이다.

 

이로 인해 <오징어 게임>은 서사의 개연성과 충실함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약점을 남긴 아쉬운 작품이 되고 말았다.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