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례와 언약
* 창 17:14/ 할례를 받지 아니한 남자 곧 그 양피를 베지 아니한 자는 백성 중에서 끊어지리니 그가 내 언약을 배반하였음이니라
'할례'(割禮, circumcision)는 사내아이가 태어난지 8일 만에 생식기의 포피(包皮) 맨 끝 부분을 잘라내는 포경(包莖) 제거 의식으로, 이것은 일찍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에 대한 증거이며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표지(標識)였다(창 17:9-14)
남자 성기(性器)의 표피 윗부분을 제거하는 할례 의식은 당시 이미 중동 지역에 널리 퍼진 성년 의식이었다. 즉 양피를 제거하는 이러한 의식은 아브라함의 직계 자손들만이 아니라 이스마엘 족속, 에돔 족속, 암몬 족속 그리고 애굽인들도 이를 시행하였는데 아마 암몬 족속같은 경우는 아브라함의 조카 롯으로 부터 배웠을 것이다.
오늘날의 탐사 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의식이 페니키아인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그리고 남태평양 군도 등의 여러 부족사이에서도 행해졌다는 것이 판명되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의 언약에 관련하여 이러한 의식에 특별한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셨는데 그것은 (1)옛 사람을 벗어버리고육신적인 죄와 부정을 떨쳐 버린다는 정결 의식의 상징적 표현이며(Calvin) (2) 거듭난 새 생명의 정화(淨化)를 상징하기 위해서는 생명의 번식 기관인 생식기의 성별과 성화가 요청된다는 의미이다.
• 할례의 대상
"집에서 난 자나...무론하고"- 이처럼 아브라함의 후손 뿐 아니라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모든 자를 할례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언약의 보편성을 보여 준다. 이는 신약 시대 교회의 보편성(우주성, catholicity))과 맥락을 같이 한다(행 2:39).
• 할례를 실행하는 나이
"난 지 팔 일만에" - 이 때 할례를 실시하는 이유는 먼저 생리적으로 유아가 별로 통증을 느끼지 않으며 동시에 피가 가장 빨리 응고되는 최적기(最適期)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외에도 상징적 이유가 있는데 (1) 의식상, 새로 태어난 남자 아이는 7일 동안 부정하므로(레 12:2) 그 이전에 하나님께 구별하여 드림이 합당치 않기 때문이고 (2) 구속사적으로, 제 팔일은 안식일이 지난 첫번째 날로서 그리스도의 부활(마 28:1;막 16:2;눅 24:1;요 20:1)과 함께 새롭게 출발하는 '새 생명'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롬 8:10,11).
한편, 난지 팔일째 되는 날이 의학적으로 태아가 고통을 가장 적게 느끼는 시기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 할례의 의미
"너희 살에 있어" - 일단 할례 의식을 통해 육신의 살에 새겨진 언약의 징표를 보고 하나님의 언약 내용을 마음 속 깊이 새기라는 말이다(롬 2:29). 이것은 마치 돌비에 새겨진 하나님의 계명이 우리의 심비(心碑)에 새겨지지 않는 한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과 같다.
• 할례를 행하지 않으면
"백성 중에서 끊어지리니" - 단순히 육체적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 아니고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하에 있는 공동체로 부터 제외될 것이라는 뜻이다. 즉 하나님의 모든 언약과 무관한 자가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Augustine,Willet,Calvin,Murphy,Inglis). 여기서 물론 할례 그 자체가 신성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의식에는 하나님과의 영원한 언약 내용의 준수라는 의미가 담겨 있으니 그것을 경홀(輕忽)히 여기는 것은 곧 하나님을 경홀히 여기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이다. 따라서 그러한 자들은 하나님의 언약의 은총에서 배제되는데, 이는 영적인 의미에 있어서 하나님을 믿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믿음으로 의롭다 함'(롬 1:17)을 받지 못한 자들은 하나님의 구속의 은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는 것을 예표한다.
"내 언약을 배반하였음이니라" - 비록 하나님의 언약이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그모든 언약은 인간의 죄 문제와 관련되어 있고,따라서 그것은 전적으로 인간 구속을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그 언약 내용을 충실히 준수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9절). 따라서 만일 인간이 그 책무를 게을리하거나 고의적으로 협정 내용을 위반할 시에는 하나님의 뜻을 배반하는 일이 되어 결국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가 무효화 되고 마는 것이다.
•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 할례를 행하라
요단 강을 도하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길갈에 진을 치고 있었을 때를 가리킨다. 이 때는 가나안 거민들이 심히 낙담하고 있었을 때였으므로 곧장 공격하기에 최적의 시기였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공격에 앞서 먼저 할례의 성결(聖潔)을 명하셨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다시 할례를 행하라"고 명하신다.
"그 때에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너는 부싯돌로 칼을 만들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다시 할례를 행하라 하시매"(수 5:2)
여기서 '행하라'의 히브리어 '슈브(שׁוּב)'는 '돌아가다', '돌이키다'란 뜻으로, 이 명령은 이미 받았던 할례를 한번 더 반복해서 받으라는 뜻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다. 40년 전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 모든 남자들은 할례를 받았으나 그들은 광야에서 모두 죽었고, 그 후에 태어난 이스라엘 자손들은 아직 할례를 받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 따라서 이 명령은 가나안에 도착한 새 세대에서 주어진것으로, 곧 '이전에 조상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할례를 받은것 같이 너희 후손들도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다시 할례를 받으라'. 또는 '이제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할례받은 백성으로서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 가라'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광야 생활 40년 동안 시행 하지 않았던 할례 의식을 이제 재시행하라는 뜻이다.
약 40년 동안 유보되었던 할례 의식이 재시행됨으로써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언약 관계는 새로이 회복되었다.
출애굽시 이스라엘의 모든 남자들은 유월절 음식을 먹기 위하여 모두 할례를 받았다(출 12:43-51). 그러나 이러한 할례 의식이 중단된 때는 출애굽 제 2년째 되던 해인 가데스 바네아 사건(민 13:1-14:38)때였다. 왜냐하면 그 사건은 이스라엘이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정면 거부한 중대한 '언약 파기 사건'이었으므로, 그들에게 있어 '언약의 징표'인 할례는 더이상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 세대(즉 그 사건 당시 20세 이상된 세대)는 그 불순종의 징벌로 광야 38년 유리 생활 동안 죽어갔고, 그 후세대(즉 당시 20세 미만된 자들과 광야 38년 기간 동안에 태어난 자들, 곧 노중에서 난자)는 아비의 죄를 더불어 지고(민 14: 33) '할례 없이' 광야 38년 동안을 지내야 했던 것이다(Keil, Calvin, Hengstenberg, Matthew Henry).
가데스 바네아 사건은 가나안 땅을 주시겠다고 하신 하나님의 약속을 이스라엘이 정면 거부하고 배척한 패역한 사건으로서, 그결과 진노하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약속을 그 패역한 세대로부터 거두어 들인 사건이다. 아울러 그 불순종에 대한 책임을 그들의 자손들에게까지 짊어지운 사건이다(민 14:33). 그러나 동시에 그 시한을 '출애굽 제 1세대(당시 20세 이상된 세대)가 광야에서 모두 소멸되기까지'로 한정하신 사건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광야 생활 동안'에는 가나안 언약의 징표인 할례를 행치 못했던 것이다(Keil, Matthew Henry, Hengstenberg, Calvin).
• 길갈, 애굽의 수치를 잘라내다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내가 오늘날 애굽의 수치를 너희에게서 굴러가게 하였다 하셨으므로 그곳 이름을 오늘까지 길갈이라 하느니라"(수 5:9)
여기서 '수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다. 즉 (1)애굽에서의 노예 신분으로서 이스라엘이 당한 수모를 가리킨다는 견해(Bright)와 (2)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유리 방황하는 것을 보고, 하나님이 광야에서 자기 백성들을 죽이려고 그들을 애굽에서 인도해 내었다고 조롱하던 애굽인들의 모욕적인 생각이나 언사(출 32:12;민 14:13-16;신 9:28)를 가리킨다는 견해(Keil), (3)그리고 위의 2가지 견해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견해(Campbell, Woudstra, Maxwell, Matthew Henry, Fay)등이 있다. 그런데 영역본들(KJV, NTV, RSV)은 이를 '비난', '힐책'이란 뜻이 강한 'reproach'로 번역함으로써 카일(Keil)의 견해를 강화시켜 주고 있다. 그러나 광의적인 의미에서는 양자를 모두 포함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굴러가게 하였다" - 애굽의 속박 생활로 인한 모멸, 혹은 출애굽을 하고서도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조롱하던 애굽인들의 비난을 멀리 굴려 버렸다는 뜻이다. 즉 요단 강을 건너가 가나안 땅 길갈에서 언약의 징표인 할례를 받음으로써 그러한 모든 모멸, 수치, 비난, 힐책 등을 멀리 내어버렸다는 뜻이다(Calvin, Keil, Lange).
"그 달 십 사실 저녁에"
출애굽의 구속 사건을 기념하는 유월절 행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아빕월 십 사일 저녁(출 12:6, 18; 레 23:5; 민 28:16; 신 16:6)하루 밤 사이에 지켜 지는 행사를 가리킨다. 그리고 유월절의 밤을 포함하여 향후 7일간 지켜지는 절기 행사를 '무교절'이라 한다. 그러나 이 두 절기, 곧 유월절과 무교절은 한 가지 사건을 기념하는 두 행사이기 때문에 엄밀히 구분할 수가 없다. 따라서 성경은 이 두 절기를 구분없이 사용하고 있다(출 12:15-20). 한편 여기서 '저녁에'의 히브리어 '바에레브'는 '황혼이 지는 때에'란 뜻이다. 히브리인들은 그날 황혼 때부터 다음날 황혼까지를 하루로 보았다.
성경 기록에 의하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 길갈에서 지킨 유월절은 세번째로 시켜진 셈이 된다. 즉 첫번째는 애굽에서 출애굽 직전에 지켰고(출 12:3-28), 두번째는 시내 광야에서 시내 산을 떠나기 직전에 지켰다(민 9:1-5). 그후 가데스 바네아 사건(민 14:26-35)이 일어났고, 그후로는 유월절을 지켰다는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다. 아마 그 저주의 38년 기간 동안에는 할례없는 자들이 되었기 때문에 유월절 역시 지켜지지 않은 듯하다(L. Wood, Keil). 왜냐하면 할례는 유월절 예식의 참여를 위한 전제 예식이었기 때문이다(출 12:48; Woudstra). 그러나 저주의 기간이 지나고, 요단 도하 후 길갈에서 이스라엘 모든 백성이 할례를 받아 하나님과의 언약을 다시 회복함으로써, 이제 그들은 언약 백성으로서 근 40년간 유보되었던 유월절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 바울의 할례
유대인을 이방인과 구별시키는 유일한 기준은 율법이지만 표식은 할례이다. 하나님의 편에 서 있을 때 유대인들의 할례가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형식적인 할례 의식에 그치며 이는 그들을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계속 유지시킬 수 있는 신적인 힘을 상실케 하고 만다. 그래서 세례 요한이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에게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생각지 말라...하나님이 능히 이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마 3:9)고 경고했던 것이다.
유대인들은 할례 자체가 의의 조건,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조건, 구원의 조건이 되는 것으로 오해했다. 실제로 유대교의 전승에 따르면 '게헨나(지옥) 문 옆에 앉았을지라도 할례받은 사람은 아무도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아브라함이 책임을 져 준다'는 내용의 교훈이 있다. 이와 같이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할례가 다른 어떤 의식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이 형식적인 유대인들의 할례는 무할례와 같다고 선포한 것은 혁명적인 선언이었다(롬 2.25). 이러한 바울의 선포로 인해 유대인의 자랑은 쓸모없는 것으로 변하게 되며 형식적인 신앙에서 실제적인 신앙으로의 결단이 요구되고 있다.
출처: https://mybiblenotes.tistory.com/428?category=884687 [묵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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