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3일(주일) 낮 설교 - 부활절 제7주[승천주일]
세상과 그리스도인의 관계
( 요한복음 17 : 6~15 )
Ⅰ. 「 당연히 해야 할 일 」
영국 런던의 한 거리에서 순찰 중인 경찰관이, 어느 고급승용차가 신호를 위반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경찰관은 당연히 그 차를 길가에 세우고는 신호위반에 대하여 교통범칙금을 발부하려는데, 차안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습니다. 운전자는 면허증을 요구하는 경찰관의 요구보다 뒷좌석에 앉아있는 사람의 눈치를 보며 쭈뼛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뒷좌석에 앉아있는 사람은 다름 아니라 영국총리인 ‘처칠’이었습니다. 처칠은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경찰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미안하네. 나는 영국 총리 처칠이네. 내가 지금 바쁜 국정회의가 있어서 운전기사에게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라고 지시하였네. 지금 정말로 급한 상황이니 신호위반을 한 번 봐주면 안 되겠는가?” 하지만 경찰관은 뒷좌석에 앉은 처칠을 힐긋 쳐다보더니 신호위반을 원칙대로 처리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교통법규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영국의 총리일 리가 없습니다.” 처칠은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일이 생각나 경찰청장에게 전화했습니다.
공정한 공무를 집행한 경찰관을 ‘1계급 특진’시키도록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청장은 처칠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총리님, 제대로 된 법을 당연히 집행한 사례에 대해서 그동안 승진시켜준 전례가 없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부끄러운 이름을 언론에 오르내리게 하는 요즘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말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권력에 맞서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에 권력 앞에서 소신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거절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소신(所信)것 사는 것입니다. 소신이란 ‘굳게 믿거나 생각하는바’대로 사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비록 세상 속에서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들이기에,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의 자녀다운 삶을 살아야합니다. 이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Ⅱ.
우리는 세상 속에서 살아갑니다. 세상(世上)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사회, 천상(天上)에 대하여 지상(地上)을 이르는 말” 등등의 뜻이 있습니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세상은 ‘코스모스’입니다. 보통 사람들도 코스모스(κόσμος)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개 꽃을 생각합니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정겨운 가요의 노랫말처럼 코스모스는 가을의 전령사입니다. 코스모스에 대한 이런 전설이 있습니다. 아주 먼 옛날에 이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이 우주를 더욱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꽃을 만들기로 결심하셨는데, 이 세상에 제일 처음 만든 꽃이 바로 코스모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대 헬라어 코스모스의 의미는 “카오스(chaos, 혼돈)와 대립되는 우주, 세상, 질서, 조화”를 뜻합니다. 신약성서에만 ‘코스모스’라는 말이 186번 등장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요한복음 3장16절이 대표적인 구절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에서 ‘세상’이 바로 코스모스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세상은 단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크고 넓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 세상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말씀에도 세상이라는 말이 참 많이 등장합니다. 요한복음 17장에만 세상이라는 말이 무려 16번 나옵니다. 요한복음에서 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첫째,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물로서의 세상입니다. 어떤 것도 하나님 없이 생겨난 것이 없습니다. 둘째, 하나님으로부터 지음 받았으나 세상은 하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멀리 했습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세상을 변함없이 사랑하신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독생자를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기 위함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독생자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고, 오히려 배척했습니다. 예수님은 배척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세상을 사랑하십니다. 그것은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함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세상구원입니다.
Α.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에서 살아갑니다(6).
우리는 하나님이 조성하신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이 세상은 우연히 존재한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설계와 계획 속에서 창조되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정말 중요한 곳 중에 하나가 어디일까요? 사실 공항이야 중요하지 않은 시설이 어디 있을까만, 공항이 공항의 역할을 하려면 관제탑은 정말 중요합니다. 낮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밤에 보면, 공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의 불빛이 보입니다. 어떤 때는 4대에서 5대의 비행기가 줄을 서서 들어옵니다. 만약에 이 비행기들이 자기들 맘대로 착륙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말할 것도 없이 대형사고가 날 것입니다. 그 순간 공항은 공항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하고 맙니다. 어떤 비행기든지 관제탑의 지시를 따라야합니다. 비행기를 운행하려면 타임 스케줄을 따라야합니다. 때로는 연착을 합니다. 정한 시간보다 늦게 들어온다는 말입니다. 그럴 때는 더욱 관제탑의 지시를 따라야합니다. 만약에 다른 비행기 착륙시간과 겹친다면 정말 큰일이기 때문입니다. 공항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계획대로 움직여야합니다. 그런데 이 우주만물이 움직이는데 정확한 설계가 없었다면, 우주는 이미 모두 파괴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행성과 항성들이 충돌하여 불바다가 되고, 산산조각이 날 것입니다. 이 세상은 너무나 정밀하게 설계되었고, 그 설계대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위하여 이 세상을 이렇게 창조하셨고, 그 속에서 인간들이 살아가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본문 6절을 보면, “세상 중에서 내게 주신 사람들에게”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세상 중에서’라는 말은 다른 말로 ‘세상 속에서’라고 바꾸어도 의미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Β.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합니다(14).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여전히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합니다. 구원받았다고 하여 곧 바로 하나님의 나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구원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서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왜 세상의 미움을 받을까요? 14절을 보면, “내가 아버지의 말씀을 그들에게 주었사오매 세상이 그들을 미워하였사오며…”라고 했습니다. 세상이 그리스도인들을 미워하는 이유가 바로 예수님이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주셨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받았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선민이라는 의식이 매우 강합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자기 백성으로 택하셨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선민의식’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 즉 하나님의 자녀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오셨을 때, 그들은 예수님을 환영한 것이 아니라 배척했습니다. 예수님을 수용한 것이 아니라 거부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아들을 거부하고 배척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요? 말이 안 됩니다. 무슨 말일까요?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거부하고 배척하는 유대인들에게 독설을 퍼부으셨습니다.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대로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 그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그가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라”(요 8:44) 왜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서 환영받지 못하는지 아시겠지요?
Γ.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14, 16).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누구입니까? 말 그대로 이해하면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요, 그리스도의 소유된 사람’입니다. 누구나 소속이 있습니다. 우리교회도 소속이 있습니다. 우리교회의 정확한 명칭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 인천서지방 덕교구역 덕교교회]입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소속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에게 속했는데 왜 미움을 받을까요? 그것은 이 세상이 그리스도에게 속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를 반대합니다. 아무 잘못도 없으셨지만, 군중들은 예수님을 향하여 손가락질을 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칩니다. 도대체 사형을 당할만한 그 어떤 잘못도 저지른 적이 없으신 예수님을 사형 형벌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십자가형에 처하라는 요구가 가당키나 한 일일까요? 왜 그랬을까요? 바로 예수님이 자신들에게 속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6월에 지방선거가 치러지는데, 입후보자들 중에는 네거티브선거를 치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쉽게 말하면, 네거티브란 상대후보를 깎아내리는 것입니다. 거짓말을 퍼뜨리기도 하고, 별 것도 아닌 것을 과장하여 큰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헐뜯습니다. 이런 후보는 표를 주지 말아야합니다. 정책대결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사람을 뽑을 수 있습니다. 자기와 다르면 무조건 공격합니다. 세상이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속하지 않았기에 공격을 받습니다. “…이는 내가 세상에 속하지 아니함 같이 그들도 세상에 속하지 아니함으로 인함이니이다 … 내가 세상에 속하지 아니함 같이 그들도 세상에 속하지 아니하였사옵나이다”(14b, 16)다. 이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타락한 세상입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자녀로 소신 것 살아야합니다.
Ⅲ.
한 의사가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는 긴급전화를 받고, 외부에서 병원에 급히 들어와 수술실로 향했습니다. 수술실 앞에서 수술을 기다리던 아이의 아버지가 의사를 보자마자 화를 내면서 말했습니다. “오는 데 종일 걸리나요? 지금 내 아들의 생명이 얼마나 위급한데. 당신은 의사로서 책임감이 없는 것 같군요.” 의사는 조용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외부에 있어서 전화를 받자마자 달려왔습니다. 수술을 시작할 수 있도록 조금만 진정해주세요.” “진정하라고요? 만약 당신 아들이 지금 여기 있다면 진정할 수 있겠어요?” 아이 아버지는 화를 냈지만, 그렇게 의사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차분히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몇 시간 후, 수술을 잘 끝내고 나온 의사가 아이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입니다. 다른 상황은 간호사에게 물어봐주세요.” 그러고는 수술실에서 급히 달려 나갔습니다. 이를 본 아이 아버지는 화를 내며 간호사에게 항의했습니다. “아니, 저 의사는 왜 저렇게 거만한 거요? 내가 아들의 상태를 묻기도 전에 가버리다니. 좀 더 기다려줄 수는 없는 건가요?” 이 말을 들은 간호사는 상기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자녀가 어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금 장례 중이지만 수술연락을 받고 급히 들어온 것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슬픔을 억누르고 아드님의 목숨을 살리고, 또 다시 자녀의 장례를 마무리하러 급히 가신 거예요.” 우리는 흔히 내 기준에서 타인을 성급히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때가 많습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누구든 그 사람의 행동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한 박자 느리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내 기준과 판단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인도를 받아 세상을 살아야합니다. 그럴 때 진정 주님이 기뻐하실만한 복된 삶을 살게 됩니다. 여러분 모두 세상 속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고, 하나님께 속한 삶을 사시기를 축복(祝福)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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