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는 글
천사1)는 인간이 만들어 낸 가상적 존재인가? 세상에서는 ‘마음씨 곱고 어진 사람’의 비유로 ‘천사’의 의미를 사용한다.2) 그래서 흔히 하얀 제복을 입은 간호사들을 비유해서 ‘백의의 천사’라 부르기도 한다. ‘수호천사’라는 가톨릭적인 개념3)도 연약한 어린아이나 여자들을 지켜주는 사람이나 혹은 그러한 어떤 존재로 쓰이고 있다.
이외에도 ‘천사’라는 개념은 세상의 여러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러므로 자칫하면 ‘천사’는 실존이 아니라, 사람들이 여러 가지 필요에 의해 만들어 낸 가상적 존재로 그 개념이 굳어질 우려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기독교의 바깥에서는 벌써 그렇게 굳어져 있고, 기독교 내부에서조차 천사가 관념적 존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이때, 천사의 존재가 관념이 아닌 실상이며, 이는 성경이 보증하는 것임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성경은 관념적 존재에 대하여 기록한 글이 아니라 실존하는 세 영적 존재, 곧 하나님과 천사와 인간의 활동에 대하여 말씀하고 있다.4) 성경에 기록된 천사의 활동은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자가 사역한 실제적 활동이다. 또한 성경에 기록된 ‘천사의 실존과 그 실제적 활동들’은 지나간 과거의 사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도 천사가 실존하고 있으며, 실제로 활동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성경에 나타난 천사의 사역을 전체적으로 다 상고하기에는 글의 환경이 여의치 못하기 때문에, 몇몇의 사건들만 고찰해 보고자 한다. 소수의 표본으로 그 특징과 대표성을 추출할 수 있을 것이다.
히브리서 1장 7절은 천사들에 관하여 “그는 그의 천사들을 바람으로 그의 사역자들을 불꽃으로 삼으시느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 구절은 “물에 자기 누각의 들보를 얹으시며 구름으로 자기 수레를 삼으시고 바람 날개로 다니시며 바람으로 자기 사자를 삼으시며 화염으로 자기 사역자를 삼으시며”라고 한 시편 104편 3절과 4절을 인용한 것이다.
위의 구절에는 천사의 존재와 그 사역에 대하여 ‘구름, 바람, 화염(불꽃)’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5) 이에 본 글은 성경에 나타난 천사의 사역에 대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전술한 단어들 ‘구름, 바람, 불꽃’이란 단어가 어떤 사건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가를 살펴보고, 그 사건들을 통하여 천사의 존재와 활동은 어떠하였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2. 불꽃으로 나타난 천사의 사역
2.1. 모세가 만난 천사
출애굽기 3장은 모세가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 나타난 여호와의 사자를 만나는 장엄한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출 3:2). 주목할 것은 모세가 마치 하나님을 대하듯 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애굽기 3장만을 보게 된다면, 모세가 만난 자가 하나님인 것으로 보인다(출 3:4∼7). 그러나 신약의 사도행전 7장에서 스데반은 그가 바로 천사라고 밝히고 있다.
사십 년이 차매 천사가 시내산 광야 가시나무떨기 불꽃 가운데서 그에게 보이거늘 모세가 이 광경을 보고 기이히 여겨 알아보려고 가까이 가니 주의 소리 있어 나는 네 조상의 하나님 즉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로라 하신대 모세가 무서워 감히 알아보지 못하더라 주께서 가라사대 네 발의 신을 벗으라 너 섰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라 내 백성이 애굽에서 괴로움 받음을 내가 정녕히 보고 그 탄식하는 소리를 듣고 저희를 구원하려고 내려왔노니 시방 내가 너를 애굽으로 보내리라 하시니라 저희 말이 누가 너를 관원과 재판장으로 세웠느냐 하며 거절하던 그 모세를 하나님은 가시나무떨기 가운데서 보이던 천사의 손을 의탁하여 관원과 속량하는 자로 보내셨으니 이 사람이 백성을 인도하여 나오게 하고 애굽과 홍해와 광야에서 사십 년간 기사와 표적을 행하였느니라(행 7:30∼36)
스데반의 설교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나타난 자는 하나님이 아니라 천사라는 것이다.6) 모세가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만난 천사를 하나님을 대하듯 한 것은 그 천사는 ‘여호와의 사자’, 곧 하나님이 보내신 자이기 때문이다. 모세에게 말씀을 하신 분은 하나님이 분명하지만 그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한 자는 천사다.7) 사도행전은 구체적으로 그 상황을, ‘하나님이 가시나무떨기 가운데서 보이던 천사의 손을 의탁하여 모세를 관원과 속량하는 자로 보내셨다’고 했다.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가 모세 앞에 나타날 때는 불꽃으로 현현하였고 그 천사가 하나님의 말씀을 모세에게 전달할 때는 간접화법이 아닌 하나님의 직접화법으로 대언한 것이다.8) 디카슨도 모세는 여호와의 천사에 의해서 애굽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해 내라고 부름을 받은 것이고, 천사는 모세와 이스라엘을 광야 길로 인도한 것이라고 말한다.9)
2.2. 마노아 부부가 만난 천사
성경에서 수태고지 사건이 몇 군데 등장하는데 신약의 주의 모친 마리아(눅 1:31)와 사가랴의 아내 엘리사벳(눅 1:13), 그리고 구약의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창 18:10)와 사사시대의 마노아의 아내 곧, 삼손의 모친이다(삿 13:5).
그녀는 여호와의 사자가 자기에게 나타나 한 말을 남편에게 전했다. 그녀는 여호와의 사자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표현하였는데(삿 13:6), 마노아와 그의 아내는 아직 여호와의 사자에 대하여 확실히 알지 못했다. 마노아는 아내의 잉태 소식을 듣고 기뻐하여 ‘여호와의 사자’를 위하여 제사를 드리겠다고 한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여호와의 사자는 번제를 드리려거든 마땅히 여호와께 드려야 한다고 말한다. 마노아가 여호와의 사자에게 제사를 드리겠다고 한 것은, 여호와의 사자가 하나님의 보내신 천사임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사는 하나님만이 받으신다(삿 13:15, 16).
천사는 하나님의 심부름꾼에 불과한 존재다. 하나님의 일꾼인 천사가 하나님이 받으시는 제사(경배)를 대신 받을 수는 없다. 천사가 하나님의 위치에 서고자 한다면, 그것이 곧 타락이요, 사단의 길이다. 그러므로 여호와의 사자는, 제사는 오직 하나님이신 여호와께만 드려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골 2:18, 계 19:10).
여호와의 사자의 말을 듣고 마노아는 여호와께 제사를 드렸고, 여호와의 사자는 불꽃이 단에서부터 하늘로 올라가게 하고, 동시에 여호와의 사자가 단 불꽃 가운데로 좇아 올라가는 이적을 행한다(삿 13:19,20).
여호와의 사자는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로서, 모세에게 나타났을 때도 떨기나무의 불꽃으로 현현했던 것처럼, 마노아에게도 불꽃 가운데로 좇아 하늘로 올라간 것이다. 여기에 나타난 불꽃도 천사의 활동에 대한 표현이다.10)
2.3. 선지자를 돕는 불말과 불수레
2.3.1. 엘리야를 돕는 천사들
엘리사가 엘리야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전심으로 따라다닐 때, 하나님이 엘리야를 취하는 것을 그가 놓치지 않고 지켜보게 된다면, 그의 소원인 ‘엘리야의 갑절의 영감’을 얻게 될 것을 들었다(왕하 2:10). 그 후 엘리야와 엘리사가 함께 걷고 있는 중에 갑자기 불수레와 불말들이 나타나 두 사람 사이를 떨어뜨렸고, 엘리사는 엘리야가 회리바람을 타고 승천하는 것을 보게 된다(왕하 2:11).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여기에 등장하는 ‘불수레와 불말들’이다. 히브리서 1장 7절에서 하나님은 그의 사역자들을 ‘불꽃’으로 삼으신다고 했다. 엘리야는 하나님이 기름 부어 세우신 하나님의 선지자다. 하나님이 기름 부으신 하나님의 선지자에게는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들이 있다. 엘리야와 엘리사 사이에 나타난 불말과 불수레는 천사들의 현현으로서, 하나님이 기름 부으신 선지자 엘리야를 돕는 권능들, 곧 천사들이다.11)
2.3.2. 엘리사를 돕는 불말과 불병거
아람이 이스라엘과 전쟁할 때, 선지자 엘리사에게 전쟁 전략을 미리 아는 기이한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 아람 왕은 엘리사를 해하기 위해 많은 군대를 보내어 엘리사가 거주하고 있는 ‘도단 성’을 에워쌌다(왕하 6장). 엘리사의 수종드는 자가 아침 일찍 일어나 보니 많은 아람 군사와 말과 병거가 도단 성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 수종드는 자는 매우 두려워하여 엘리사에게 어찌해야 할지를 물었다.
그때 엘리사는 그 종에게 ‘우리와 함께 한 자가 아람의 군대보다 더 많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엘리사는 하나님께 기도하여 사환의 영안을 뜨게 해 달라고 간구했고, 하나님이 사환의 영안을 열게 하시니, 그 사환이 놀라운 일을 목격하게 되었다.
‘불말과 불병거’가 산에 가득하여 엘리사를 두르고 수종들고 있었던 것이다(왕하 6:16, 17). 선지자 엘리사도 하나님이 기름 부으신 선지자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보내신 돕는 천사들이 있어서 많은 능력을 행할 수 있고 위험에 처해 있을 때는 그 수많은 돕는 천사들이 엘리사를 보호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나타난 ‘불말과 불병거’도 선지자 엘리사를 돕는 천사들이다.
이 사건은 천사의 사역에 대하여 ‘불’로 표현된 사건 중의 하나다.
2.4. 기도의 응답으로 나타난 불 사건
2.4.1. 엘리야의 기도와 그 응답
이스라엘 아합 왕 때, 엘리야 한 사람과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명이 영적 대결이 있었다. 그 영적 대결은 ‘불로서 응답하는 신이 하나님’이라는 생명을 건 절대절명의 싸움이었다(왕상 18:23, 24).
먼저 바알 선지자들이 기도 응답을 받기 위해 ‘바알’의 이름을 부르며 제단 주위를 뛰놀았으나 아무 응답이 없었고, 곧 엘리야의 차례가 되었다. 엘리야는 하나님의 이름을 의지하며 제단을 쌓았고, 번제단과 제물 위에는 물을 넘치도록 부었다. 하늘로부터 불이 내린다고 할지라도 불이 붙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도저히 불이 붙을 수 없는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하시고자 하신다면 물에 젖은 제물과 제단이 불붙을 수 있음을 입증하고자 한 것이다.
엘리야는 기도하기 시작했고 결국 하나님께서는 엘리야의 기도에 응답하셔서, 물로 축축하게 젖어 있던 번제물과 물이 고여 있는 도랑, 그리고 나무와 돌과 흙까지 불로 태워버리셨다.
이 사건은 단순히 ‘불’로 하나님이 그의 선지자 엘리야의 기도에 응답하셨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것은 기도의 상달(하나님께 올라가는 것)과 응답(사람에게 내려오는 것)이 천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니엘의 기도 사건을 살펴보자. 다니엘이 21일 동안 금식하며 기도하고 있을 때(단 10:10∼17), 천사가 깊이 잠든 다니엘에게 나타나 그에게 기도의 응답을 가져왔다. 다니엘이 기도하던 첫째 날에 그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되었고, 그 당일에 기도의 응답을 천사가 가져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기도의 응답을 가져오는 천사를 막는 자들이 있어서 지체되었고, 그때 미가엘 천사장이 나타나 방해하는 자들을 물리치고 그 천사를 도와줌으로써 비로소 기도의 응답을 다니엘에게 가져올 수 있었다(단 10:12∼14).
기도의 응답을 가져오는 것이 천사의 직분인 것과 같이 또한 기도를 상달시키는 것도 천사의 직분이다.
또 다른 천사가 와서 제단 곁에 서서 금향로를 가지고 많은 향을 받았으니 이는 모든 성도의 기도들과 합하여 보좌 앞 금단에 드리고자 함이라 향연이 성도의 기도와 함께 천사의 손으로부터 하나님 앞으로 올라가는지라 천사가 향로를 가지고 단 위의 불을 담아다가 땅에 쏟으매 뇌성과 음성과 번개와 지진이 나더라(계 8:3∼5)
이 사건은 천사가 기도를 상달시키는 일과 또한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고 기도의 응답을 가져오는 존재임을 잘 말해준다. 엘리야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불이 내려와 단을 불살랐는데, 이것은 실제적으로 불이 내린 것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기도의 응답을 천사가 가져왔다는 것을 내포하는 것이다. 천사가 기도의 응답을 가지고 갈멜산에 나타난 것을 불로 표현한 것이다.
2.4.2. 다윗의 기도와 그 응답
다윗 왕이 아람 군대와 암몬 족속, 그리고 블레셋을 정복한 후(대상 19∼20장 참고) 모든 전쟁에서 연전연승하자 그만 교만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모든 전쟁에서의 승리는 하나님의 도우심의 결과였다는 것을 망각하고, 자기 치리 하에 있는 이스라엘의 규모를 알고자 했다. 결국 다윗은 요압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구 계수를 강행했다. 그가 이런 잘못을 저지른 배경에 대하여 사무엘하 24장에서는 하나님께서 다윗을 시험한 것이라고 말씀한다(삼하 24:1). 그런데 역대상 21장에서는 사단이 다윗을 미혹한 것이라고 전혀 다른 측면에서 기록하였다(대상 21:1).
우리가 사무엘하 24장과 역대상 21장을 연결하여 이해한다면, 사단이 다윗을 미혹하여 시험에 들게 한 것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임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이 허락하셔서 사단이 다윗을 미혹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장면이 욥기에 나타나 있다. 사단이 욥을 미혹하기 위하여 하나님께 허락을 구하고, 하나님은 사단이 욥을 시험하는 것을 허락하셨다(욥 1:6∼12; 2:1∼6).
결국 시험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미혹된 다윗을 하나님께서 징계하셨고, 이에 하나님께서 온역을 3일 동안 이스라엘에 내리심으로써 그 온역으로 죽은 자가 7만 명이나 되었다(대상 21:9∼14). 하나님은 다윗의 선택에 따라 온역을 이스라엘 중에 내리셨는데, 이때 하나님의 형벌을 직접적으로 집행한 자는 천사였다. 역대상 21장에서는 여호와의 사자가 온역으로 이스라엘을 멸했다고 했고(대상 21:15), 사무엘하 24장에서는 천사가 멸했다고 기록함으로써 여호와의 사자가 곧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임을 보여준다(삼하 24:16, 17).
다윗은 하나님께 범죄했음을 인정하고 회개하며 용서를 구했고,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회개하는 기도를 들으셨다. 그래서 그 기도의 응답으로 ‘갓’ 선지자에게 명하여 회개의 방법을 다윗에게 전달하셨다. 그것은 여부스 사람 ‘오르난’12)의 타작마당에서 하나님을 위하여 단을 쌓고 제사를 드리는 것이었다. 다윗은 금 600세겔을 오르난에게 지불하고 타작마당을 매입하였다. 그리고 그곳에 하나님을 위하여 단을 쌓고 제사를 드렸다. 그때 이스라엘에 내렸던 온역이 멈추었다. 즉, 하나님이 다윗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이스라엘에 내렸던 온역이 멈춘 것이다(삼하 24:25).
그런데 이 장면에 대해서 역대상 21장에서는 조금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다윗의 회개를 위한 제사에 대하여 하나님의 응답으로 하늘로부터 ‘불’을 내려 응답하셨다. 그러자 여호와의 사자가 이스라엘을 멸하는 칼을 집에 꽂았다고 기록하고 있다(대상 21:26, 27).
다윗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하나님께서는 하늘로부터 불을 내리셨다. 이와 같이 하늘로부터 내리는 불은 단순하게 제단에 불을 붙여버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응답의 상징으로서, 천사가 기도의 응답을 가져온 것을 의미한다.
2.4.3. 솔로몬의 기도와 그 응답
다윗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왕이 된 솔로몬은 기브온 산당에서 하나님께 제사하며 분향했다. 당시에는 하나님을 위한 성전이 건축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솔로몬이 기브온 산당에 있는 제단에 일 천 번제를 희생으로 하나님께 드린 것이다.
이후에 솔로몬은 하나님의 이름을 위한 성전을 건축하기 시작한다. 솔로몬이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기 위해 터를 잡은 곳은 아브라함이 그의 독자 이삭을 하나님께 번제로 드리려고 했던 모리안 산이며, 또한 다윗이 여부스 사람 오르난에게 산 타작마당이기도 했다(대하 3:1).
솔로몬은 7년에 걸쳐서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여 완공했고 성전을 완공한 솔로몬은 하나님께 성전 봉헌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그 봉헌 기도의 내용은 열왕기상 8장과 역대하 6장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솔로몬의 봉헌 기도가 끝나자 하늘로부터 불이 내려와 번제물과 제물들을 살라버렸다.
하늘로부터 내린 불은 솔로몬의 봉헌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으로 나타난 것이다. 기도의 상달과 응답은 천사를 통하여 실행되었으므로, 하늘로부터 내린 불은 천사가 기도의 응답을 가져온 것에 대한 증거다(대하 7:1∼3).
하늘로부터 내린 불이 솔로몬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나타난 것임을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꿈을 통해 미리 암시하신 바 있다(대하 7:11∼16, 왕상 9:1∼9).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이 기브온에서 일 천 번제를 드릴 때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셔서 솔로몬에게 구하는 것을 물어 응답하신 적이 있다. 기브온에서 솔로몬에게 나타나신 그 방법으로, 곧 꿈을 통하여 이번에도 나타나셨다. 그 꿈을 통해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미 네 기도를 들었다’라고 하셨다. 즉, 솔로몬의 성전 봉헌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된 것이다. 하나님은 솔로몬의 기도를 받으시고, 그 응답의 내용을 꿈을 통해 계시해 주셨다. 그리고 그 기도의 응답에 대한 표현으로서 나타난 것이 하늘로부터 불이 기도하는 제단에 내려 번제물을 살라 버린 것이다. 여기서 번제물을 살라 버린 하늘로부터 내린 불은 하나님이 솔로몬의 기도에 대한 응답의 표현으로서 천사의 활동을 나타내는 것이다.
2.4.4. 율법을 전한 천사가 불로 나타남
모세에게 율법을 전한 자는 출애굽기 19장에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다. 시내산에 여호와께서 불 가운데 강림하셨다는 것은 하나님이 친히 강림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가 나타난 것이다(출 19:18). 스데반은 사도행전 7장을 통하여 이 사실에 대하여 명백하게 표명하고 있다.
너희가 천사의 전한 율법을 받고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 하니라(행 7:53)
그런즉 율법은 무엇이냐 범법함을 인하여 더한 것이라 천사들로 말미암아 중보의 손을 빌어 베푸신 것인데 약속하신 자손이 오시기까지 있을 것이라(갈 3:19)
신명기의 여러 곳에서도 하나님이 불 가운데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고 기록하고 있다(신 4:36; 5:1∼6; 9:10; 18:16). 이와 같이 구약에서는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 곧 여호와의 사자를 대할 때, 그를 하나님의 종으로 대하지 않았다. 여호와의 사자는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이므로 그를 대할 때 하나님을 직접 대하듯 한 것이다. 그러므로 성경의 기록도 그와 같이 하나님이 직접 강림하심같이 기록했고, 하나님이 직접 모세에게 말씀하시는 것처럼 직접화법으로 표현했다.13)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실상이 신약에 와서 분명하게 드러나게 된다. 특히 스데반은 하나님이 직접 모세에게 율법을 전해준 것이 아니라, 여호와의 사자, 곧 천사를 통해 율법을 전해 주셨음을 밝히고 있다.
3. 바람으로 나타난 천사의 사역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이 하늘로부터 ‘만나’를 내려 주심으로써, 광야 생활 40년 동안 굶주리지 아니하고 가나안 땅을 향하여 행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만나’에 대하여 싫증을 내며 ‘고기’를 먹게 해 달라고 불평했다. 모세는 이러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평불만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며, 하나님께 자신을 죽여 달라고 간구 했다(민 11:10∼15).
그러나 하나님은 모세의 생각과는 달리 내일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하시겠다고 응답하셨다. 하루나 이틀이나 닷새나 열흘이나 이십 일만 먹을 뿐 아니라, 그 고기에 질릴 때까지 일개월간 먹게 하시겠다는 응답을 주셨다(민 11:18∼20).
모세는 하나님의 이와 같은 말씀에도 불구하고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일개월간 고기를 주어 먹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상식과 판단을 초월하시며, 인간이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을 능히 하시는 전능하신 분이다. 모세의 부정적인 생각에 대해 하나님은 이스라엘로 고기를 먹게 하실 구체적인 방법을 나타내 주셨다. 그 방법은 바람을 통해 바다에서부터 메추라기를 몰아 이스라엘 진 곁에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바람이 여호와에게로서 나와 바다에서부터 메추라기를 몰아 진곁 이편 저편 곧 진 사방으로 각기 하룻길 되는 지면 위 두 규빗쯤에 내리게 한지라 백성이 일어나 종일 종야와 그 이튿날 종일토록 메추라기를 모으니 적게 모은 자도 십 호멜이라 그들이 자기를 위하여 진 사면에 펴 두었더라(민 11:31, 32)
이 구절을 잘 살펴보면, 바람이 하나님께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하나님께로부터 나온 바람이 메추라기를 몰아와 이스라엘 진 사방에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바람’은 이 세상의 자연적인 현상으로 일어나는 ‘기압의 변화로 일어나는 대기의 흐름’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14) 그러나 바람의 시작이 ‘하나님께로부터’라고 표현된 것으로 볼 때, 이 구절에서 의미하는 바람은 ‘대기의 흐름’이 아닌 ‘하나님의 사역자인 천사의 활동’을 뜻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15)
또 천사들에 관하여는 그는 그의 천사들을 바람으로 그의 사역자들을 불꽃으로 삼으시느니라 하셨으되(히 1:7)
하나님께서 다윗을 모든 대적의 손과 사울의 손에서 구원하신 날에, 다윗이 하나님을 찬송하는 노래를 이렇게 불렀다.
그룹을 타고 날으심이여 바람 날개 위에 나타나셨도다(삼하 22:11)
그룹을 타고 날으심이여 바람날개로 높이 뜨셨도다(시 18:10)
다윗은 하나님께서 ‘바람 날개 위에’ 나타나셨다고 찬송했다. ‘그룹’은 하나님의 법궤를 지키고 있는 하나님의 천사들이다. 하나님께서 그 그룹을 타고 나르는 모습을 표현하면서, 하나님이 ‘바람 날개 위에’ 나타나셨다고 노래한 것이다.16) 이 구절에서의 ‘바람’은 천사의 활동 모습에 대한 표현이다.
사도행전 2장에 오순절 날에 성령께서 강림하신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40일 동안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머지않아 성령께서 강림하실 것이니,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라고 분부하신다(행 1:3∼5). 주님의 말씀대로 제자들은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전혀 기도에 힘쓰며 성령께서 강림하시기를 간절히 사모했다. 마침내 오순절 날이 이르자,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간절히 기도하던 제자들에게 성령께서 강림하셨다.
사도행전 2장은 성령 강림의 장면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오순절날이 이미 이르매 저희가 다 같이 한 곳에 모였더니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더니 저희가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방언으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행 2:1∼4)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으로 표현된 것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해 온 것과 같이 천사의 활동에 대한 표현임을 알 수 있다. 혹시라도 오해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사도행전 1장 8절을 보면, “오직 성령이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성령 강림이 있었던 오순절 날의 사건 중에서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을 성령이 임하시는 것으로 해석하는 자들이 있다.17) 그러나 성령은 ‘하나님의 영’으로서 가시적 존재가 아닌 영적 존재로서,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앞에서 여러 성경 본문들을 통하여 상고한 바와 같이 ‘불’의 현상들이 천사의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오순절 성령 강림의 현장에 보여졌던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은 천사의 활동에 대한 표현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령이 천사라는 것은 아니므로 오해가 없어야 겠다. 사도행전 1장 8절에서 언급되었던 ‘성령이 임하시면 권능을 받고’의 부분에서,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으로 표현된 것은 ‘성령’이 아닌 ‘권능’ 부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오순절 날에 성령 강림의 현장 속에서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과 함께 나타난 현상은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다. 이는 히브리서 1장 7절에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바람’에 대한 표현은 하나님의 천사들의 활동에 대한 표현 중 하나다.18) 성령께서 임하실 때에 그를 수종드는 천사가 함께 임하는 장면을,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라고 말한 것이다.
요한계시록에 보면 심판의 때에 천사들이 심판의 일꾼으로 사역하는 것이 기록되어 있다. 천사가 심판의 주체라는 뜻이 아니다. 심판의 주체는 재림하실 예수 그리스도시고, 천사는 주님의 심판을 집행하는 심판의 일꾼이다. 이에 대해서는 마태복음 13장에 주님께서 말씀하신 ‘알곡과 가라지의 비유’에 잘 설명되어 있다.
대답하여 가라사대 좋은 씨를 뿌리는 이는 인자요 밭은 세상이요 좋은 씨는 천국의 아들들이요 가라지는 악한 자의 아들들이요 가라지를 심은 원수는 마귀요 추수때는 세상 끝이요 추숫군은 천사들이니 그런즉 가라지를 거두어 불에 사르는 것 같이 세상끝에도 그러하리라 인자가 그 천사들을 보내리니 저희가 그 나라에서 모든 넘어지게 하는 것과 또 불법을 행하는 자들을 거두어 내어 풀무불에 던져 넣으리니 거기서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마 13:37∼42)
계시록에서 ‘바람’으로 언급된 심판의 천사에 대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이 일 후에 내가 네 천사가 땅 네모퉁이에 선 것을 보니 땅의 사방의 바람을 붙잡아 바람으로 하여금 땅에나 바다에나 각종 나무에 불지 못하게 하더라 또 보매 다른 천사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인을 가지고 해 돋는 데로부터 올라와서 땅과 바다를 해롭게할 권세를 얻은 네 천사를 향하여 큰 소리로 외쳐 가로되 우리가 우리 하나님의 종들의 이마에 인치기까지 땅이나 바다나 나무나 해하지 말라 하더라 내가 인 맞은 자의 수를 들으니 이스라엘 자손의 각 지파 중에서 인 맞은 자들이 십 사만 사천이니(계 7:1∼4)
이 구절에 등장하는 네 천사는 땅과 바다를 해롭게 할 권세를 심판의 주님으로부터 받은 자들이다. 그리고 이 천사들이 땅과 바다를 해롭게 할 권세를 사용하는 방법은 ‘땅의 사방의 바람’을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땅의 사방의 바람’을 붙잡고 있으나, 그 바람을 사용하는 때에 그 천사들의 ‘땅과 바다를 해롭게 할 권세’가 바람을 통하여 나타나게 될 것이다.
4. 구름으로 나타난 천사의 사역
4.1. 광야에 구름으로 나타난 천사의 사역
모세를 따라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 생활을 시작하자 굶주림으로 불평불만을 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불평을 들은 하나님께서는 하늘로부터 만나를 내리셔서 그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게 하셨다.
그 후에 모세와 아론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아침에 여호와의 영광을 보게 될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 말대로 아침에 ‘여호와의 영광’이 나타났고, 그 현상을 보니 ‘여호와의 영광’이 구름 속에 나타났다고 기록하고 있다(출 16:6∼10).19)
하나님의 영광이 구름 속에 나타났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는 곳에는 항상 천사들이 그곳에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천사들이 영광을 받는 존재라는 뜻이 아니라 그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수종들고 있다는 의미다. 지성소의 법궤 위에 있는 두 그룹이 하나님의 영광을 받들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레위기에는 아론이 하나님께서 명하신 대제사장으로서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제사를 드렸다. 아론이 하나님 앞에 제사를 드리고 회막에서 나와 백성들에게 축복할 때 하나님의 영광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나타났다. 그 장면에 대해 성경은 불이 하나님 앞에서 나와 단 위의 번제물을 살랐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론이 백성을 향하여 손을 들어 축복함으로 속죄제와 번제와 화목제를 필하고 내려오니라 모세와 아론이 회막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백성에게 축복하매 여호와의 영광이 온 백성에게 나타나며 불이 여호와 앞에서 나와 단 위의 번제물과 기름을 사른지라 온 백성이 이를 보고 소리지르며 엎드렸더라(레 9:22∼24).
이 구절은 여호와의 영광의 나타남과 불이 여호와 앞에서 나옴을 연관짓고 있다. 그런데 아론의 두 아들 ‘나답’과 ‘아비후’가 하나님이 명하시지 않은 다른 불을 하나님 앞에 분향하다가 하나님의 불이 그들을 살라 죽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레 10:1, 2). 아론의 두 아들 나답과 아비후가 죽은 후에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시되 지성소의 휘장 안으로 무시로 들어오지 말 것을 명령하신다. 이는 하나님께서 속죄소 위에 구름 가운데 나타나기 때문이다(레 16:1, 2).
속죄소는 성막의 휘장 안쪽인 지성소에 있다. 속죄소는 법궤 위의 장소를 가리키며, 법궤 위에는 두 그룹, 즉 천사들이 날개를 펼쳐 하나님의 보좌를 지키는 모습을 하고 있다. 두 그룹이 하나님의 영광을 받들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속죄소에 드나들지 말라는 것이다. 그 표현을 레위기에서는 하나님께서 ‘구름’ 가운데서 나타나심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구름’은 천사의 활동에 대한 표현이다.
모세가 구스 여자를 취했을 때,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의 행동을 비방한다. 그래서 하나님은 세 사람을 회막으로 나아오라고 명하셨고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나아온 회막에 강림하셨다. 그 강림하신 장면을 표현하기를 민수기에서는 ‘여호와께서 구름 기둥 가운데로 강림’하셨다고 했다(민 12:4, 5).
하나님은 모세를 비방한 미리암에게 문둥병을 내리시고 그들을 떠나셨다. 하나님이 그들을 떠나가시는 장면에 대해서도 ‘구름이 장막 위에서 떠나’간 것으로 표현했다(민 12:9, 10). 구름 가운데로 강림하시고, 구름이 장막 위에서 떠나가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님이 나타나실 때 발생한 ‘구름’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나님의 사역자로 일하는 천사들의 활동에 대한 묘사다.
4.2. 솔로몬의 성전에 구름으로 나타난 천사의 사역
솔로몬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성전을 7년에 걸쳐 건축했다. 성전을 완공한 후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법궤를 제사장들이 메고 지성소 안으로 옮기는 장면이다. 제사장들이 법궤를 지성소에 모시고 바깥으로 나아올 때, 구름이 지성소에 가득하여 제사장들이 감히 서 있지 못했다. 성경은 이러한 구름의 나타남을 ‘여호와의 영광’이 가득했다고 기록한다.
제사장이 성소에서 나올 때에 구름이 여호와의 전에 가득하매 제사장이 그 구름으로 인하여 능히 서서 섬기지 못하였으니 이는 여호와의 영광이 여호와의 전에 가득함이었더라(왕상 8:10, 11)
나팔 부는 자와 노래하는 자가 일제히 소리를 발하여 여호와를 찬송하며 감사하는데 나팔 불고 제금 치고 모든 악기를 울리며 소리를 높여 여호와를 찬송하여 가로되 선하시도다 그 자비하심이 영원히 있도다 하매 그 때에 여호와의 전에 구름이 가득한지라 제사장이 그 구름으로 인하여 능히 서서 섬기지 못하였으니 이는 여호와의 영광이 하나님의 전에 가득함이었더라(대하 5:13, 14)
이 구절들에서 ‘여호와의 영광’과 ‘구름’의 현상을 동격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이로 보건대, 하나님의 영광이 있는 곳에는 항상 천사들이 동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천사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의 영광이 아니라, 천사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존재라는 의미다.
이사야 14장에는 천사장 루시엘의 타락하는 양상이 기록되어 있다. 그의 타락하는 양상에 대하여 다섯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사 14:12∼14 참고).
a) 내가 하늘에 오르리라
b) 내가 하나님의 뭇별 위에 나의 보좌를 높이리라
c) 내가 북극 집회의 산 위에 좌정하리라
d) 내가 가장 높은 구름에 오르리라
e) 내가 지극히 높은 자와 비기리라
이 중에서 d) 항목을 보면, ‘내가 가장 높은 구름에 오르리라’고 하였다. 하나님은 모든 구름보다 높은 곳에 계신다. 구름은 하나님의 영광의 상징적 표현이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천사들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다. 그러므로 가장 높은 구름에 오른다는 의미는 하나님의 영광을 수종드는 모든 천사들보다 더 높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겠다는 교만을 드러낸 것이다. 모든 천사들보다 더 높은, 가장 높은 자가 되어 지극히 높은 하나님과 비기겠다는 것이다.
4.3. 예수 그리스도와 연관된 구름의 사역
예수 그리스도께서 산에 오르사 그 몸이 변형된 사건이 있었다. 그 때 예수께서 모세와 엘리야와 만나 말씀을 나누는 것을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이 목격한다. 그때 베드로는 주님께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리이다’라고 말한다(마 17:4). 이 때 하늘에서 음성이 들리기를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고 하셨다(마 17:5). 이 음성이 들려올 때 나타난 현상이 바로 ‘구름’이다(눅 9:34, 35) .
변형산에서 발생한 상황 중에서 나타난 ‘구름’의 의미는 하나님의 사역자인 천사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천사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을 말하며, 천사가 하나님의 위엄을 보좌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천사가 하나님의 사역자임을 뜻하는 것이다. 시편 104편의 구절을 참고해 보자.20)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여호와 나의 하나님이여 주는 심히 광대하시며 존귀와 권위를 입으셨나이다 주께서 옷을 입음 같이 빛을 입으시며 하늘을 휘장 같이 치시며 물에 자기 누각의 들보를 얹으시며 구름으로 자기 수레를 삼으시고 바람 날개로 다니시며 바람으로 자기 사자를 삼으시며 화염으로 자기 사역자를 삼으시며(시 104:1∼4)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40일 동안 보이시다가 승천하시는 장면이 사도행전 1장에 기록되어 있다. 제자들에게 성령 강림을 기다리라는 분부를 하시고 승천하실 때, 구름이 발생하여 승천하시는 주님을 가리워 제자들로 하여금 보지 못하게 하였다(행 1:9∼11). 이 구절에서도 ‘구름’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님의 일꾼들인 하나님의 사역자, 천사들을 가리킨다. 특별히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수종드는 천사들을 뜻한다고 하겠다.
또한 주님께서 재림하실 때 구름을 타고 오실 것임을 밝히셨다. 구름을 타고 오신다는 의미는 마지막 심판의 때에 심판의 사역을 맡은 천사들과 함께 재림하시겠다는 의미다.
그 날 환난 후에 즉시 해가 어두워지며 달이 빛을 내지 아니하며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하늘의 권능들이 흔들리리라 그 때에 인자의 징조가 하늘에서 보이겠고 그 때에 땅의 모든 족속들이 통곡하며 그들이 인자가 구름을 타고 능력과 큰 영광으로 오는 것을 보리라 저가 큰 나팔 소리와 함께 천사들을 보내리니 저희가 그 택하신 자들을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사방에서 모으리라(마 24:29∼31)
인자가 오실 때 ‘구름’과 ‘능력’과 ‘천사들’을 대동하고 나타나실 것이다. 구름과 능력과 천사들의 관계는 동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주님께서 재림하실 때 성도들의 ‘휴거’(공중으로 들림 받음)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낙원에서 자던 자들도 깨어 일어나 재림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며, 살아남아 있던 자들도 공중으로 들림 받아 주님을 영접하게 될 것이다(살전 4:16, 17). 공중에서 주님을 영접한다는 말은 마태복음 24:29∼31에 기록된, 주님께서 구름 타고 공중으로 재림하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주님께서는 구름을 타고 오시고, 우리는 그 구름 속으로 끌어 올려진다는 의미다. 즉, 주님께서는 재림할 때 심판의 천사들을 대동하시고 강림하시며, 우리는 그 천사들 가운데로 끌어 올려져 재림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되는 것이다.
요한계시록 14장을 보면, 구름 가운데 계시는 인자의 심판하는 모습이 기록되어 있다.
또 내가 보니 흰 구름이 있고 구름 위에 사람의 아들과 같은 이가 앉았는데 그 머리에는 금 면류관이 있고 그 손에는 이한 낫을 가졌더라 또 다른 천사가 성전으로부터 나와 구름 위에 앉은 이를 향하여 큰 음성으로 외쳐 가로되 네 낫을 휘둘러 거두라 거둘 때가 이르러 땅에 곡식이 다 익었음이로다 하니 구름 위에 앉으신 이가 낫을 땅에 휘두르매 곡식이 거두어지니라(계 14:14∼16)
지금까지와 같은 맥락으로 볼 때 이 구절에서 의미하는 ‘구름’도 천사들을 가리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5. 맺는 글
성경에 나타난 천사의 존재들과 그 활동들을 일일이 살펴보자면 많은 지면이 필요하고, 많은 영감이 요구된다. 필자도 본 글에서 ‘천사의 존재와 그 활동’에 대하여 좀더 밀도있고 깊이 있게 연구하려 하였으나 부족함을 느낀다. 우리가 노력한다고 하여 육신적 환경 가운데 나타나는 영적 존재의 일들을 얼마나 자세히 다룰 수 있겠는가? 다만 성경을 통해서 언급된 천사들의 사역에 대하여 일부분만 살펴보았을 따름이다.
천사에 관한 글을 쓰면서 어떤 방향으로 주제를 정하고 쓰느냐에 따라 글의 성격과 글의 제시하는 내용이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다. 일정한 주제의 글을 쓰면서, 여러 가지 측면의 내용들을 동시에 다룬다는 것은 수박 겉 핥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 글의 전개를 되도록 이면 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자 했다.
이 글의 전개 방향은 이렇게 간단하게 진행되었다. 우선 성경에 나타난 천사의 사역을 다루었다. 더 좁게 그 방향을 설정하여 히브리서 1장 7절과 시편 104편 1∼4절을 근거 구절로 하여 글을 전개했다. 즉, 천사의 활동에 대하여 성경에서 표현하기를 ,‘불’, ‘바람’, ‘구름’으로 상징된 부분들만을 다루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글이 그 부분들을 자세히 다루었다고는 할 수 없고, 다만 ‘불과 바람과 구름’으로 나타난 천사의 활동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상고할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고 생각한다.
천사들은 하나님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사역자며, 하나님의 종이다.21) 천사는 사람들에게 영광을 받는 존재도 아니며, 하나님의 영광을 대신할 수 있는 자도 아니다. 천사는 영광 중에 계시는 하나님을 수종들며, 하나님의 뜻대로 자기 지위와 자기 처소를 지키는 자들이다. 만약 자기 임의대로 활동하고 자의적으로 말을 선포한다면, 그는 곧 사단이며 마귀인 것이다. 천사들은 자기들 임의로 사역할 수 없고, 자의적으로 말씀을 선포할 수 없는 자다. 오직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전달하는 하나님의 일꾼일 뿐이다.
주)
1) 헬라어에서는 천사라는 말이 ‘심부름꾼’을 의미한다. 그들은 심부름하는 사람을 천사로 인정했다. 물론 하나님의 천사는 하늘에 있는 존재로 하늘의 심부름꾼이다. 따라서 천사들은 결코 행정력을 발휘할 수 없고 단지 명령을 수행할 책임만 있을 뿐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다. (김달수, 『대한기독교서회 창립 100주년 기념 성서주석 (46), 히브리서』(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99), p. 80.)
2) 이기문·임홍빈 감수, 『우리말 돋움사전』(서울: 동아출판사, 1996), p. 1250.
3) 가톨릭에서는 수호천사의 개념을 “저희 천사들이 하늘에서(in heaven their angels)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항상 뵈옵느니라”(마 18:10)는 성경 말씀을 근거로 받아들였다. 바실은 “믿는 이들에게 각기 한 명의 수호천사가 있다”고 주장하였고, 중세 스콜라주의 최대의 신학자로 천사박사라 불린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모든 사람은 출생 시에 한 명의 수호천사를 배정 받으며, 수호천사는 일생에 걸쳐 그를 보호하고 돌보며 인도하고 안내해 준다”라고 주장하였다(Marilynn Carson Webber D. Webber, 『천사를 만난 사람들』 조은주 역 (서울: 도서출판 은성, 1996), p. 27.).
알 레이시(Al Lacy)는 “아기가 태어나면 그에게 최소한 한 명의 개인적인 천사가 배정된다. 아이들이 자라서 선악을 구별할 나이에 하나님께 회개하고 구원받으면 평생 천사가 함께 하도록 위임하지만, 구원받지 못하면 천사가 떠나도록 명령하신다고 주장한다(Al Lacy, 『천사의 미스테리』정동수 역 (서울: 도서출판 예향, 1995), p. 188.).
4) 김기동, 『성경에 나타난 세 영적 존재』 (서울: 도서출판베뢰아, 1999), p. 9.
5) 매튜 헨리, 『매튜 헨리 주석 시리즈(44)』 (서울: 기독교문사, 1996), p. 334.
6) 여기서 가시나무 떨기 가운데 나타난 여호와는 여호와의 사자이다. 여호와의 사자가 하나님의 심부름꾼으로 나타난 것이다. 김기동, 『성경에 나타난 세 영적 존재』(서울: 도서출판베뢰아, 1999), p. 40.
7) 모세 앞에 여호와의 이름으로 현현했던 존재는 천사다. 구약에서 여호와 이름으로 현현할 때는 여호와의 사자가 현현한 것이다. 김기동, 『성경에 나타난 세 영적 존재』(서울: 도서출판베뢰아, 1999), p. 42.
8) 천사들의 주요 임무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는 하나님의 사자(使者)의 일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신(使臣)의 책임을 맡기셨다. Billy Graham, 『천사론』 도한호 역(서울:침례회출판사, 1988), p. 32.
9) C. Fred Dickason, 『천사: 사탄과 귀신론』(서울: 성광문화사, 1990), p. 18.
10) 게르하르트 킷텔, 게르하르트 프리드리히, 『신약성서 신학사전』번역위원회 역, (서울: 요단출판사, 1986), p. 1085.
11) 한국신학 통권 제9호에 실린 “가변된 천사”를 참고하라. 윤형식, 『가변된 천사』(한국신학 통권 제9호·1999), pp. 180∼202.
12) 사무엘하 24장에서는 ‘아라우나’로 나온다.
13) Leland Ryken, James C. Wilhoit, Tremper Longman Ⅲ 공저, 『성경 이미지 사전』 홍성희 외 3인 공역 (서울: 기독교문서선교회, 2001), p. 625.
14) 이기문·임홍빈 감수, 『우리말 돋움사전』 (서울: (주)동아출판사, 1996), p. 508.
15) John Calvin, 『칼빈성경주석』 칼빈성경주석 출판위원회 공역 (서울: 성서교재간행사, 1980), p. 48.
16) 천사무엘, 『대한기독교서회 창립 100주년 기념 성서주석 1, 창세기』(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1), p. 102.
17) 성령이 감각할 수 없는 분이라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억지해석을 하는 것이 기존의 해석이다. ‘국제주석’도 성령이 내려오는 양상을 마치 위에서 아래로 몰아치는 돌풍과 같이 묘사한 것으로 보고, 이렇게 하여 성령이 어디로부터 왔는가를 분명하게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D. Ernst Haenchen 『국제성서주석』34권, 이선희·박경미 공역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2001), p. 282. 참고).
풀러 신학교 교회 성장학 교수 피터 와그너도 비가시적인 성령의 가시적 표적이라는 애매한 문구로 얼버무리고 있다. 그는 이는 특유의 현상이며, 엘리야 시대의 ‘불’과 모세의 ‘가시떨기의 불꽃’의 예를 들며 분명한 하나님의 임재의 한 현상으로 보았다.(C. Peter Wagner, 『불을 질러라 (행 1-8)』 홍용표 역 (서울: 예찬사, 1996), pp. 100-102.)
18) 권성수, 『히브리서』(서울: 총신대학출판부, 1997), p. 70.
19) Danielle Fouilloux외 5인 공저, 『성서문화사전』 김애련 역 (서울: 솔출판사, 2001) 본 저서는 구름을 하나님(책속의 단어는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방식들 중의 하나로는 보지만 천사로까지는 보지 못하고 있다.
20) 아더 핑크, 『히브리서 강해 1』 서문강 역 (서울: 청교도신앙사, 1994), pp. 79-81.
21) 이대규, 허광일 공편, 『시무언의 영감으로 본 베뢰아 영성사전』 (서울: 베뢰아대학원대학교 출판부, 2000), p.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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