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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마음에 안 든다고 ‘위인설법(爲人設法)’까지… 민주당의 도 넘은 법원 압박

하나님아들 2025. 5. 11. 22:13

판결 마음에 안 든다고 ‘위인설법(爲人設法)’까지… 민주당의 도 넘은 법원 압박

입력2025.05.11. 
 
이재명 후보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후 대법원장 국회 청문회, 형소법 개정 추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뉴시스
“박정희 정권은 1971년 대법원이 국가배상법 제2조 1항 단서 규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자 위헌 의견을 낸 대법관 9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선거법) 위반 상고심 판결을 이유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탄핵하겠다고 압박하는 것은 그들이 그토록 비판하던 박정희 유신독재보다 더한 처사다.”(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 제84조에 따른 대통령 불소추 특권은 소추(訴追), 즉 공소제기에 국한된다고 봐야 한다. 이 같은 헌법 취지에서 벗어나 대통령이 취임 전 공소제기된 사건 재판까지 중단시키는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은 명백한 위헌이다. 한 사람을 위해 위헌적으로 법률을 고치는 것은 일인독재로 가는 길이다.”(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거법 2심 무죄 후 李 “재판부에 감사”
이재명 후보 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이후 민주당이 연일 사법부를 압박하자 법조계와 법률 전문가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민주당은 검찰에 대해선 ‘개혁’ 대상이라며 날을 세우면서도 사법부 비판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3월 26일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같은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자 사법부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급변한 것이다.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을 정조준하고 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의 선거법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이 당초 5월 15일로 지정했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6·3 조기 대선 후인 6월 18일로 연기하자 민주당은 탄핵 카드는 보류했지만 사법부 압박은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청문회를 5월 14일 열 예정이다. 또한 민주당은 5월 7일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후보 캠프는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30명으로 크게 늘리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도 대선 공약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에 대해 판사 출신 A 변호사는 “민주당은 자기네 대선 후보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로 ‘사법 쿠데타’ 운운하며 사법부를 압박하고 형소법과 선거법까지 개정하려 들고 있다. 이런 행태야말로 ‘의회 쿠데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 시도는 사법제도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은 최고 법원 재판관 수를 15∼20명으로 유지하고 있다. 최고 법원 판사 수가 많은 국가를 예로 들어 ‘한국의 대법관 수가 적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사법제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최고 법원 판사 수가 많은 나라는 지방분권 전통이 강해 주(州)마다 최고 법원을 두거나, 연방 최고 법원이 행정·가사 등 법률 분야별로 설치돼 있다. 반면 한국은 행정·입법과 달리 사법의 경우 지방분권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대법관 수를 갑자기 늘리겠다는 것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탄핵을 위한 포석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조희대 대법원 대선 개입 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이 후보와 관련된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입법 총공세’에도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5월 7일 민주당 주도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형소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됐을 때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헌법 조항이 대통령에 대한 임기 중 공소제기뿐 아니라, 취임 전 공소제기된 사건의 재판 진행도 금지한다는 게 민주당의 형소법 개정 취지다. 같은 날 민주당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허위사실공표죄 대상을 축소하는 선거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의 구성 요건에서 ‘행위’라는 용어를 빼는 게 뼈대다.

“대통령에게 ‘무한 특권’ 부여하는 위헌”
이런 민주당의 법 개정 시도에 대해 전문가 사이에선 “이 후보를 위한 위인설법(爲人設法·특정인을 위해 없던 법을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현 교수는 “재임 중 불소추 특권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위한 헌법상 특권이다. 이 같은 특권은 아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게 맞는데도 ‘소추’를 재판으로까지 확대함으로써 ‘무한 특권’을 부여하는 것은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선거법을 개정하는 움직임의 경우 이 후보의 면소(免訴) 판결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이는 그야말로 한 사람을 위한 법 개정 아니냐”면서 “이 같은 일련의 행위는 민주공화국의 법질서에 반(反)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는 법원 판사 사이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각급 법원 대표자들은 5월 8∼9일 투표 결과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를 26일 열기로 결정했다. 법관대표회의 측은 ‘대법원 판결로 촉발된 사법 신뢰나 재판 독립 침해 우려와 관련하여 추후 제출되는 안건’을 공식 안건으로 밝혔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