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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시절 기억 못해도 감정·행동에 깊은 영향"

하나님아들 2025. 2. 17. 23:27

"아기 시절 기억 못해도 감정·행동에 깊은 영향"

입력2025.02.17. 
 
걸음마를 갓 뗀 아이가 장난감과 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람이 아기였을 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없는 이유는 오랜 시간 학계의 수수께끼였다.
17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아기 기억상실증에 대한 전문가들의 최신 견해를 조명했다.
인간의 첫 기억이 형성되는 시기와 원인은 문화권을 비롯해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견이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 초기의 기억을 떠올릴 수 없는 현상을 '유아기 기억상실증'이라고 명명했다.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심리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은 유아기 기억상실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지속해 왔다.

왕치 미국 코넬대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성인은 2~3세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
7세 이전의 기억도 상당 부분이 소실된 경우가 많다.

한때 과학자들은 유아기의 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기억을 저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80년대 연구에서 생후 2년밖에 안 된 아이들도 몇 달 전의 사건을 자세히 기억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유년기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이후 불안과 우울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티나 알베리니 미국 뉴욕대 신경과학과 교수는 "유아기 기억상실증의 역설적인 부분은 이미 잊어버린 것 같은 경험들이 우리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베리니 교수가 실시한 동물 실험에 따르면 유아기 기억상실증 기간에 형성된 기억은 성인이 된 이후까지도 뇌에 저장된다. 다만 의식적으로 떠올릴 수 없을 뿐이다.

기억을 장기 저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는 뇌의 해마가 있다. 알베리니 교수는 "해마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발달하는데 이 과정이 유아기 기억상실증을 초래하는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며 "어린 시절 어려운 상황을 겪은 아이들은 사건의 세부적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 경험에 따라 뇌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기억되지 않더라도 우리의 사고방식과 감정, 행동 양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이른 나이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이에 대해 왕치 교수는 문화적 차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왕치 교수가 2021년 국제학술지 '성격 및 사회 심리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인의 첫 기억 평균 연령은 약 3.5세로 중국인의 첫 기억보다 약 6개월 빠르다. 또 뉴질랜드 마오리족은 유럽계 뉴질랜드인보다 평균 2.5세 더 이른 나이에 첫 기억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문화적 경험 및 양육 방식과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서구 문화에서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게 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동아시아 문화에서는 집단적 가치관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이가 자서전적 기억의 형성 시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기억 형성 과정을 더욱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해마의 발달과 초기 기억 간의 관계를 더욱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또한 유아기 기억상실증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만약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학습 능력 향상이나 정신 건강 관리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7/0022-3514.81.2.220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