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대에도 맨발 걷기길 조성” 그 정도로 건강에 좋을까?
입력2024.07.06.
맨발 걷기길 조성 사업이 지방자치단체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확인할 수 있는 자치행정법규시스템에 ‘맨발 걷기’를 검색하면,
5일 기준으로 총 163건이 검색된다.
한겨레는 서울 서대문구가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백련산 산책로 2km를 마사토로 포장해 ‘맨발 걷기길’을 조성하려 한다고 5일 보도했다.
맨발 걷기, 정말 장점만 있는 걸까?
맨발 걷기가 관절염, 여드름, 불면증, 우울증, 두통, 고혈압, 암, 당뇨병,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 극복에 도움된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시도하고 있다.
맨발 걷기가 관절염, 여드름, 불면증, 우울증, 두통, 고혈압, 암, 당뇨병, 뇌졸중 등 다양한 질환 극복에 도움된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맨발 걷기의 건강 효과는 신발을 신고 걸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중노년층은 맨발 걷기의 득보다 실이 클 수 있어 의학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 발목, 종아리 등 근육을 사용해 혈액순환이 촉진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신발을 신고 걸어도 나타난다.
맨발 걷기가 신발 신고 걷기보다 ‘훨씬 더’ 건강에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실제로 한국산림휴양복지학회의 ‘숲길 맨발 걷기 효과 검증’ 논문에서는
신발을 신든 벗든 걸으면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혈관 건강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맨발 걷기 집단의 점수가 근소하게 더 높을 뿐이었다.
하나의 연구 결과만 보고 맨발 걷기 효과를 믿기엔 연구 결과가 들쭉날쭉하다.
하나의 연구 결과만 보고 맨발 걷기 효과를 믿기엔 연구 결과가 들쭉날쭉하다.
경북대 체육교육과 연구팀 연구 결과에서는
맨발로 걸은 그룹이 신발을 신고 걸은 그룹보다 다이어트 효과가 더 컸지만,
한국체육과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오히려 운동화를 착용한 그룹에서 체중 감소가 더 큰 컸다.
맨발 걷기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접지(接地)’ 효과를 그 근거로 꼽는다.
지표면에 맨발을 맞닿으며 걸으면 암과 염증을 유발하는 활성산소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물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김학준 교수는 과거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제기되고 있는 맨발 걷기의 엄청난 건강 효과는 모두 사례에 기반한 것으로 명확히 검증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심장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교수가
2010년 접지 효과와 관련해 국제학술지
‘환경과 공중 보건 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and Public Health)’에 논문을 내긴 했다.
그러나 학계에서 곧바로 가짜 주장이라는 반박과 비판 기사를 올렸다.
건강해지려고 맨발로 걷다가 오히려 다칠 위험이 크다.
건강해지려고 맨발로 걷다가 오히려 다칠 위험이 크다.
인간은 신발을 신고 걷는 것에 익숙해 발바닥이 약하다.
흙 속엔 평소 우리가 접하지 못한 치명적인 균들이 많다.
맨발 걷기를 하다가 발에 상처가 나면 균에 감염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특히 맨발 걷기를 하지 않는 게 좋다.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혈관 내피에 이상이 생겨 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하게 굳는다.
심장에서 먼 탓에 원래도 혈액이 잘 가지 않는 발에 상처가 나면, 일반인보다 느리게 치유돼 궤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에 상처가 나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는 당뇨병 환자 특성상 궤양이 생긴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놔두면 발이 썩어 절단해야 한다.
발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다.
발 건강에도 해로울 수 있다.
발뒤꿈치에는 쿠션 역할을 하는 지방 패드가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 부분이 위축된다.
연세건우병원 족부센터 박의현 병원장은
“맨발로 땅을 디디면 신발의 완충 작용 없이 뒤꿈치에 체중 부하가 그대로 전달된다” 며
“발목 무릎, 관절과 뼈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해림 기자 lh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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